술, 질병, 전쟁 : 미생물이 만든 역사 - 인류의 운명을 바꾼 아주 작은 생물
김응빈 지음 / 교보문고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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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바이러스로 인해 우리들 삶의 많은 부분이 달라졌다. 이제 마스크는 외출시 필수 아이템이 되었다. 그렇게 실추한 '미생물'의 자리를 찾아주려는 미생물학자가 있어서 만나보았다. 연세대학교 시스템생물학과 교수이며 '김응빈의 미생물 수다'라는 유튜브 개인 채널을 운영 중인 저자 김응빈은 <술, 질병, 전쟁: 미생물이 만든 역사>를 통해서 미생물에 대한 재미나고 흥미로운 이야기들을 들려주고 있다. 인류에게 치명적인 감염병부터 좋은 기분을 선물하는 술을 만드는 효모 그리고 테러에 이용된 미생물까지 미생물을 대표하는 녀석들을 쉽고 편안하게 만날 수 있게 해준다.

책에서 소개하고 있는 '미생물'들은 독감 바이러스, 콜레라균, 탄저균, 매독균 그리고 결핵균, 장티프스균 처럼 인류를 힘들게 하고 고통을 주었던 코로나19 바이러스 같은 녀석들부터 페니실륨, 맥주와 포도주를 선물한 효모 등의 흥미로운 미생물들이다. 특히 우리나라 한탄강의 이름을 붙인 '한탄 바이러스'에 대한 이야기는 더욱더 흥미롭고 재미나게 읽을 수 있었다. 각 장의 시작에는 소제목과 함께 역사 연표를 보여준다. 그런데 이 연표는 이 책에 담고 있는 내용을 미리 보여주는 역할을 하고 있어서 특별하게 느껴진다. 연표가 가진 또 다른 특별함은 한편은 '인류사'를 다른 한편은 '미생물사'를 보여주고 있다는 것이다.

"과학에는 국경이 없지만, 과학자에게는 조국이 있다."

"자연계에서 한없이 작은 것들의 역할은 한없이 크다."

- 파스퇴르​

미생물에 대한 이야기에 중점을 두고 있지만 그 미생물이 가진 인류사적인 부분도 놓치지 않고 들려주고 있다. 프랑스의 아니 전 세계의 자랑이 된 '파스퇴르'의 인간적인 모습을 만날 수 있어서 새로웠다. 논리와 이성이 먼저일 것 같은 과학자가 쓴 역사 책에는 인간적인, 인문학적인 따스함과 감성도 담겨있었다. 미생물이라는 작은 작아도 너무나 작은 녀석들이 들려주는 역사 이야기는 미생물사 만큼이나 흥미로웠다. 매독으로 고생했던 작가나 작곡가는 이해할 수 있겠는 데 인간의 본성을 탐구하고 인류의 올바른 삶을 이야기하던 철학자들을 '매독균'에서 만나니 조금은 어색했다. 하긴 그들도 사람이니까 하면서도 또 어색하다.

책은 총 열 개 부분으로 구성되어 있다. 감염병을 일으키는 미생물이나 그 병을 치료하는 미생물에 대한 이야기들을 역사와 맞물려서 아주 재미나고 흥미롭게 들려준다. 그중 가장 재미나고 흥미로웠던 부분은 열 번째 이야기였다. 10_두 얼굴의 미생물 가문, 클로스트리듐에서는 파상풍균보톡스만날 수 있다. 클로스트리듐 가문의 다른 미생물들도 보이지만 극적인 반전을 좋아하는 까닭에 이 두 미생물과의 만남이 특별히 흥미로웠다. 파상풍균의 학명은 클로스트리듐 테타니이고 보톡스의 재료는 클로스트리듐 보툴리눔이다. 둘은 한 집안 식구인 것이다. 보톡스라는 상품명으로 시판된 보툴리눔 독소 A은 원래의 목적과는 다른 '주름개선'에 더 쓰이게 되었다. 보톡스가 상품명이라는 것도 새로웠다. 미생물에 대한 새롭고 흥미로운 이야기들을 많이 그리고 다양하게 만나볼 수 있는 재미난 책이다. '무명'이 이름인 미생물을 만나보는 재미를 놓치지 말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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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흔, 더 이상 살찌지 않는 식단 - 과학으로 증명해낸 탄수화물.지방.단백질 황금 밸런스
이지원.김형미 지음 / 북폴리오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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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세 시대를 맞아 가장 이슈가 되고 있는 것은 단순히 오래 사는 것이 아니라 건강하게 오래 사는 것이다. 아마도 건강한 삶의 시작은 식습관에 있을 듯하다. 이점에 초점을 맞춰 건강한 식단을 소개하고 있는 책을 만나보았다. 특히 중년의 시작인 40대의 식습관에 집중해서 설명해 주고 있는 <마흔, 더 이상 살찌지 않는 식단>은 40대가 되면 식단을 왜 바꿔야 하는지 과학적인, 영양학적인 근거를 제시하고 있어 믿음을 더하고 있다. 그저 적정한 체중을 유지하라 말하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근거를 제시하고 있는 것이다.

특별한 것들을 많이 담고 있는 책은 '40대 이후 왜 지중해 식단이 적합한지'에 대한 결론에 도출하기 위해 논리적인 접근을 보여준다. 마치 한 권의 논문을 보는 듯하다. 지중해 식단의 영양적 특성을 자세하게 설명하고 임상시험 결과도 보여주고 있다. 여섯 개 파트로 구성된 책은 마흔이 되면 찾아오는 신체적인 변화와 고혈압, 대사증후군 등의 만성질환을 알려주며 시작한다. 두 번째 파트에서는 적절한 체중을 유지하기 위해 선택할 수 있는 다양한 다이어트 방법들을 소개하고 그에 따른 효과와 부작용을 설명하고 있어 이 책의 특별함을 보여준다. '적절한 체중 유지'의 중요함을 구체적 방안과 함께 강조하고 있는 것이다.

세 번째 파트에서는 식단 변화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네 번쩨 파트에서는 지중해 식단의 우수성을 우리나라에서의 연구 결과와 함께 보여주고 있다. 그리고 다섯 번째 파트에서는 이 책이 가진 또 다른 특별함을 보여준다. 우리나라에서 활용 가능한 지중해 식단을 보여주며 실제 습관화할 수 있는 구체적인 방법도 알려주고 있다. 이 책이 가진 가장 큰 특별함은 여섯 번째 파트에 담고 있는 한국형 지중해 식단의 레시피이다. 건강한 식습관에 관한 책을 많이 만나보았지만 직접 요리 레시피를 담고 있는 책은 처음이었다. 고등어구이를 지중해식으로 요리하면 어떤 맛이 나게 될지 무척이나 궁금하다.

논리적인 주장을 담고 있는 논문 같은 책이지만 다양한 자료를 도식화해서 쉽고 편안하게 접할 수 있게 해주는 친절함이 좋았다. 건강한 삶을 위해 운동과 함께 가장 중요한 것은 균형 잡힌 영양일 것이다. 그리고 그 균형 잡힌 영양에 도움을 줄 식생활일 것이다. 이 책은 마흔이라는 중년에 초점을 맞추고 있지만 누구나 시작하고 습관화하면 좋을 것 같다. '지중해 식단'이 가진 특별함을 만나보고 싶다면, 건강한 삶을 유지하고 싶다면 나이를 떠나서 지금 바로 만나보면 좋을 것 같다.

"북폴리오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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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인 (양장) 소설Y
천선란 지음 / 창비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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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창비소설 Y 대본집 두 번째 작품을 만나보았다. 흥미롭고 재미난 영 어덜트 소설을 대본이라는 특별한 형식에 담고 있어서 첫만남부터 신선하다. 청소년부터 어른들까지 폭넓은 연령층을 대상으로 한 영 어덜트 소설은 성인들을 대상으로 하는 소설들이 주는 감동이나 재미와는 다른 감동과 재미를 선물한다. 순수한 청소년들의 눈으로 바라본 부조리한 세상에 어른들은 생각하지도 못할 용기로 맞서는 이야기들이다.

천 개의 파랑으로 한국과학문학상 대상을 수상한 천선란 작가의 <나인>을 담은 대본집 표지에는 이야기의 큰 흐름을 알려주는 문장이 있다.

"어느 날, 식물들의 목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동물들과 대화하고 여자의 마음을 읽는 등의 설정으로 만든 이야기들은 많이 만나보았다. 물론 그중에는 식물들과 대화하는 설정도 있었다. 그런데 이야기 속 주인공은 특별한 능력을 가진 '사람'이었다. 지구에서 태어난 인간이다. 하지만 이 이야기의 주인공 '나인'은 지구에서 태어난 외계인이다. 지구에서 태어난 외계인이라는 독특한 설정이 이야기를 특별하게 만든다.

열일곱 살 소녀 나인은 어느 날인가부터 이상한 소리들이 들리기 시작한다. 그렇게 자신의 출생 비밀을 알게 된 나인은 동시에 실종된 선배의 진실을 파해치게 된다. 그런 과정에서 우정을 알게 되고, 삶의 의미도 생각하게 된다. 소설 속에는 많은 이야기가 담겨 있어서 몇 개의 소설로 나누어도 좋을 만큼 스토리가 풍부하다. 많은 이야기들이 전혀 혼란스럽지 않게 유기적으로 맞물려 조화를 이루며 외계인 소녀 나인의 삶에서 우리들의 모습을 보게 하고 있다. 정말 엄청난 이야기꾼을 만났다. 가볍고 유쾌하게 시작한 리겔리 행성의 누브족 나인의 이야기는 거대한 스토리로 이어진다.

 

고등학생인 나인에게는 베스트 프렌드 두명이 있다. 여기에 이 소설의 특별함이 또 보인다. 고향 행성의 오염으로 지구로 이주한 누브족의 자손인 나인의 내일은 불확실함 그 자체이다. 당장 오늘도 불안하니 내일은 더 할 것이다. 특히 열일곱 살이 되어서야 자신의 정체를 알게 된 소녀에게는 오늘도, 내일도 불안의 연속일 것이다. 하지만 자신의 정체를 알고도 전혀 동요하지 않고 자신을 믿어주는 친구들이 있다. 그리고 믿음을 보여주는 친구들의 이름이 '현재''미래'이다. 그래서 아마도 나인의 오늘과 내일은 믿음으로 가득 차 불안하지 않을 것이다.

이 소설에는 다른 모습의 우정도 등장한다. 2년 전 실종된 원우와 도현은 나인과 친구들처럼 베스트 프렌드였다. 하지만 원우가 외계인을 보았다는 말을 하게 되고 친구의 말을 믿지 못하는 많은 사람들에 편에 도현이 서게 되면서 둘의 우정은 비극으로 치닫게 된다. 어린 원우는 진짜 외계인을 보았다. 엄마가 보고 싶을 때면 찾아가던 숲속 나무가 죽어 슬퍼하던 어린 원우에게 땅을 파랗게 빛나게 하며 나무를 살려준 외계인이 있었던 것이다. 식물과 대화하며 식물에게 에너지를 줄 수 있는 나인과 같은 누브족을 만난 것이다. 어쩌면 그 만남이 없었다면 원우에게 불행도 닥치지 않았을지도 모르겠다. 여기에 이 이야기가 가진 또 다른 특별함이 있다. 누구일까? 나인이 알고 있는 누브족일까?

 

환경 문제로 시작된 이야기는 사회 문제로 확장되어 풍부한 이야기를 보여주고 있다. 미래와 현재가 조금씩 성장해 가는 모습을 보는 재미는 지구인으로 살다가 이제 막 외계인이 되어 정체성에 혼란을 겪는 나인의 모습과 절묘하게 조화를 이룬다. 나인이 정체성에 혼란에서 쉽게 빠져나올 수 있었던 것은 친구들의 믿음인듯하다.

"무조건 믿어 준다고 해서 고마워."(p.476)

모든 관계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믿음'일 것이다. 누군가의 말을 의심부터 해야 하는 지구인들의 모습을 외계인 나인이 비웃을지도 모르겠다.

 

표지에 있는 식물들의 목소리를 듣게 되었다는 문장은 이 이야기의 시작만을 말해주는 아주 미미한 것이다. 식물들의 목소리를 듣고 무시해도 전혀 지장 없는 사건에 뛰어들어 진실을 찾아가는 나인과 친구들의 이야기는 무척이나 넓고 깊었다. 재미와 감동을 적절하게 버무려서 소설이 가진 최상의 맛을 맛보게 해준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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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턱의 청년들 - 한국과 중국, 마주침의 현장
조문영 외 지음 / 책과함께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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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턱의 청년들>이라는 흥미로운 책을 통해서 중국 드라마를 처음 접해보았다. 그렇다고 이 책이 영화나 드라마를 소개하고 있는 책은 아니다. 하지만 이 책에서 <겨우 서른>을 언급하고 있어 꼭 한번 만나보고 싶었다. 세 명의 청년 여성들의 대도시 상하이에서의 삶을 그린 드라마이다. 그 내용이 한국의 상황과 흡사해서 우리의 정서에 너무나 잘 부합하는 이야기같았다. , 드라마의 내용은 이 책에 담긴 몇몇 이야기들과 밀접하게 연결되는 모습을 보인다<문턱의 청년들>에서도 드라마와 같이 대도시에서의 주택, 교육 문제를 시작으로 취업, 결혼에 이르는 광범위한 문제들을 다루고 있는 것이다.

p.225. 한국과 중국에서 청년 세대는 그들의 부모 세대와 마찬가지로 높은 교육열을 가진 학부모가 되고 좋은 학군에 거주하기 위한 주택 시장에서 치열하게 경쟁하기 시작한다.

책은 한국과 중국의 청년들이 맞닥뜨리고 있는 현재의 문제를 양국의 학자들이 연구한 논문을 연세대학교 문화인류학과 조문영 교수가 정리한 것이다. 편안하고 쉽게 읽을 수 있도록 다양한 실제 사례를 중심으로 흥미로운 이야기를 담고 있다. 논문의 딱딱한 형식은 보이지 않고 재미나고 흥미로운 드라마를 보고 있는 듯한 착각을 선물하는 책이다. 그 선물에는 논리 정연한 이야기 전개가 문제의 핵심을 정확하게 보여주고 그 대책이나 방안을 생각하게 하는 의미 있는 13편의 글이 담겨있다.

총 3부로 구성된 책은 1  친밀성의 풍경으로 시작한다. 1부에 등장하는 서울과 상하이의 청년 여성들의 모습은 다른 듯 많이 닮아있다. 아마도 중국도 한국도 유교사상이 오랜 세월 함께한 까닭일 것이다. 페미니즘과 이퀄리즘을 다룬 2장도 좋았고‘쇼장방송(秀场直播)’이라는 독특한 중국의 BJ 문화를 만날 수 있었던 4장도 좋았다.

1부에서 보여준 청년들의 힘겨운 삶은 2부 일터와 삶터로 고스란히 이어진다. 성별을 떠나 젊은이들의 어두운 오늘과 더 어두울 것 같은 내일을 이야기하고 있어서 조금은 무겁게 느껴지지만 오늘을 살아가는 데 중심을 잡을 수 있게 해주고 있는 것 같아서 좋았다. 안쓰러운 노동 환경과 지역 불균형 문제까지 요즘 우리 사회의 가장 큰 이슈인 '공정'에 대해 들려준다. 7장에서 들려주는 이야기는 서울의 강남 8학군 생각이 나게 한다. 베이징에도 학군이 있고 얼핏 보기에는 우리보다 더 심한듯했다.

3부 마주침의 장소들에서는 남북의 청년들 그리고 양안으로 표현되는 중국과 대만의 청년들의 이야기를 보여준다. 시진핑의 '중국몽'에는 대만이 포함되어 있는듯하다. 그렇다면 대만의 청년들은 어떤 중국몽을 가지고 있을까? 남북통일을 남과 북의 청년들은 어떻게 바라보고 있을까? 현실적인 슬픔과 아픔은 비껴갈 수 있는 주제여서 다른 이야기들보다는 편안하게 읽을 수 있었다.

아프고 슬픈 청춘들의, 청년들의 다양한 문제들을 만나볼 수 있는 의미 있는 시간이었다. 이 책을 통해서 알게 된 청년들의 다양한 슬픔과 아픔을 조금은 이해해 줄 수 있는 어른이 되고 싶다. 청년들에게 응원을 보내주고 싶다. 너무 올라버린 아파트 가격의 원인은 집이 주거의 수단이 아닌 부의 목표가 되어버린 탓일 것이다. 수단과 목표가 뒤섞이는 순간 모든 일은 혼돈에 빠져들게 될 것이다. 청년들의 문제는 바로 국가의 문제이다. 특히 미래의 문제인 것이다. 그래서 이 책이 더 소중하다. 재미나게 한국과 중국의 청년들 생각을 엿볼 수 있는 좋은 기회를 꼭 잡아보기를 바란다.

"책과함께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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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도 존중하지 않는 동물들에 관하여 - 어느 수의사가 기록한 85일간의 도살장 일기
리나 구스타브손 지음, 장혜경 옮김 / 갈매나무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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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112.나는 덩치 큰 암퇘지들을 떠올린다. 마음만 먹으면 우리를 밀어버릴 수도 있는데 매질을 피하려고 애쓰는 녀석들을. 우리 인간은 마주치는 모든 것을 억압하려 한다는 것을.

동물들의 더 나은 삶을 바라는 마음으로 수의학을 전공했다는 리나 구스타브손의 아주 특별한 일기를 만나본다. 저자가 스웨덴의 수의직 공무원으로 도축장에서 일하면서 보고, 듣고 느낀 이야기들을 85일간의 기록에 담고 있다. 이 일기에 등장하는 수의사들은 대부분 동물을 사랑한다. 돼지 도축장에서 수의직 공무원이 하는 일은 동물의 최소한의 권리를 보호하는 것이다. 그리고 저자도 그 일을 하게 되면서 일기는 시작된다.

<아무도 존중하지 않는 동물들에 관하여>를 통해서 소중한 정신에 대해, 존중에 대해 깊이 있게 생각해 보게 되었다. 전혀 생각해 보지 못했던 동물의 권리에 대해 특히 도축될 동물에 대한 권리에 대해 처음으로 생각해 보게 되었다. 생명에 대한 존중은 사람뿐만 아니라 생명을 가진 모든 생명체에 적용되어야 할 것 같다. 저자가 도축장에서 끊임없이 주장하고 외치고 있는 "때리지 마세요"가 한동안 마음을 불편하게 할 것 같다. 저녁상에 오른 제육볶음에 젓가락이 가질 않는다.

일기에는 돼지를 바라보는 저자의 생각과 감정이 고스란히 담겨있다. 또 '도축'이라는 낯선 과정을 담고 있어서 일기에 담긴 내용을 더욱 실감 나게 그려볼 수 있었다. 임시직으로 있으면서도 저자는 도축 과정에서 벌어지는 다양한 문제들을 해결하려고 노력한다. 그러던 중 계류장 사무실 책꽂이에서 발견한 노트의 내용이 저자의 사직서를 불러오고 만다. 어떤 내용이 동물의 권리 보호, 생명 존중을 실천하기 위해 자원했던 자리를 스스로 떠나게 했을까? 7년 전 자신의 자리에 있었던 수의사들이 쓴 노트에는 어떤 내용들이 담겨있을까?

도축 과정을 자세하게 알게 되면서 아이러니하게도 한편으로는 돼지에 대해 새로운 것들을 알게 되었다. 죽음과 생명을 함께 만나본 것이다. 돼지는 아는 사람과 모르는 사람을 정확하게 구분할 줄 알고, 개보다 더 뛰어난 후각을 가졌으며 사람의 피부와 가장 비슷한 피부조직을 가졌다고 한다. 그런 돼지를 도축하는 과정에서 최소한의 권리라도 보장해 주고 싶은 수의사의 꿈은 이루어질 수 있었을까?

p.130. 우리 모두는 같은 이유로 여기에 있다. 돼지를 고기로 만들기 위해서.

편안하게 읽을 수 있지만 마음은 울렁거리고 머리는 복잡해지는 이야기이다. 특별한 권리를 이야기하며 생명에 대한 존중의 필요성을 보여주고 있다. 도축되기 위해 사육된 돼지가 가진 권리는 어디까지일까? 생명에대한 존중은 반복된 일상에서 어떻게 변질될까?

p.125. "여보세요." 그가 전화를 어깨와 귀 사이에 낀 채 칼로 돼지 목을 찌른다.

특별한 일기를 통해서 생명과 권리의 소중함을 만나게 하는, 평범한 일상을 통해서 인간과 동물의 관계를 다시 한번 생각해 보게 하는 책이다.

"갈매나무출판사로부터 도서를제공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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