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도 존중하지 않는 동물들에 관하여 - 어느 수의사가 기록한 85일간의 도살장 일기
리나 구스타브손 지음, 장혜경 옮김 / 갈매나무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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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112.나는 덩치 큰 암퇘지들을 떠올린다. 마음만 먹으면 우리를 밀어버릴 수도 있는데 매질을 피하려고 애쓰는 녀석들을. 우리 인간은 마주치는 모든 것을 억압하려 한다는 것을.

동물들의 더 나은 삶을 바라는 마음으로 수의학을 전공했다는 리나 구스타브손의 아주 특별한 일기를 만나본다. 저자가 스웨덴의 수의직 공무원으로 도축장에서 일하면서 보고, 듣고 느낀 이야기들을 85일간의 기록에 담고 있다. 이 일기에 등장하는 수의사들은 대부분 동물을 사랑한다. 돼지 도축장에서 수의직 공무원이 하는 일은 동물의 최소한의 권리를 보호하는 것이다. 그리고 저자도 그 일을 하게 되면서 일기는 시작된다.

<아무도 존중하지 않는 동물들에 관하여>를 통해서 소중한 정신에 대해, 존중에 대해 깊이 있게 생각해 보게 되었다. 전혀 생각해 보지 못했던 동물의 권리에 대해 특히 도축될 동물에 대한 권리에 대해 처음으로 생각해 보게 되었다. 생명에 대한 존중은 사람뿐만 아니라 생명을 가진 모든 생명체에 적용되어야 할 것 같다. 저자가 도축장에서 끊임없이 주장하고 외치고 있는 "때리지 마세요"가 한동안 마음을 불편하게 할 것 같다. 저녁상에 오른 제육볶음에 젓가락이 가질 않는다.

일기에는 돼지를 바라보는 저자의 생각과 감정이 고스란히 담겨있다. 또 '도축'이라는 낯선 과정을 담고 있어서 일기에 담긴 내용을 더욱 실감 나게 그려볼 수 있었다. 임시직으로 있으면서도 저자는 도축 과정에서 벌어지는 다양한 문제들을 해결하려고 노력한다. 그러던 중 계류장 사무실 책꽂이에서 발견한 노트의 내용이 저자의 사직서를 불러오고 만다. 어떤 내용이 동물의 권리 보호, 생명 존중을 실천하기 위해 자원했던 자리를 스스로 떠나게 했을까? 7년 전 자신의 자리에 있었던 수의사들이 쓴 노트에는 어떤 내용들이 담겨있을까?

도축 과정을 자세하게 알게 되면서 아이러니하게도 한편으로는 돼지에 대해 새로운 것들을 알게 되었다. 죽음과 생명을 함께 만나본 것이다. 돼지는 아는 사람과 모르는 사람을 정확하게 구분할 줄 알고, 개보다 더 뛰어난 후각을 가졌으며 사람의 피부와 가장 비슷한 피부조직을 가졌다고 한다. 그런 돼지를 도축하는 과정에서 최소한의 권리라도 보장해 주고 싶은 수의사의 꿈은 이루어질 수 있었을까?

p.130. 우리 모두는 같은 이유로 여기에 있다. 돼지를 고기로 만들기 위해서.

편안하게 읽을 수 있지만 마음은 울렁거리고 머리는 복잡해지는 이야기이다. 특별한 권리를 이야기하며 생명에 대한 존중의 필요성을 보여주고 있다. 도축되기 위해 사육된 돼지가 가진 권리는 어디까지일까? 생명에대한 존중은 반복된 일상에서 어떻게 변질될까?

p.125. "여보세요." 그가 전화를 어깨와 귀 사이에 낀 채 칼로 돼지 목을 찌른다.

특별한 일기를 통해서 생명과 권리의 소중함을 만나게 하는, 평범한 일상을 통해서 인간과 동물의 관계를 다시 한번 생각해 보게 하는 책이다.

"갈매나무출판사로부터 도서를제공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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