샐러드 SALAD - 비밀 드레싱을 곁들인 83가지 요리법 cooking at home 3
김유림 지음 / 테이스트북스 / 201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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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14. 무수히 많은 요리책 사이에서 친절하고 상세하게, 찬찬히 알려준다는 '쿠킹 cooking at home'의 슬로건이 바로 이 책의 가장 중요한 점입니다.

집에서 요리 수업을 받는 것 같은 편안함과 같은 요리를 색다르게 접근하는 요리법의 특별함을 보여주고 있는 '쿠킹 앳 홈 cooking at home'시리즈의 세번 째 이야기를 만나보았다. <샐러드 SALAD> 제주도에서 새로운 사업을 준비하며 요리 수업과 강의를 진행하고 있는 김유림 작가는 이 책을 통해서 83가지의 요리법을 알려주고 있다. 편안하게 또 쉽게 구하고 접할 수 있는 재료와 요리법이 촘촘하게 담겨있는 매력적인 책이다.

독특한 '비밀 드레싱'을 곁들인 83가지의 요리법의 핵심은 역시 저자가 들려주는 자신만의 비밀 드레싱이다. 가끔 비밀 드레싱이나 자신만의 요리 노하우를 공개하는 셰프들의 황당한 재료들이 아니라 집에서, 주방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재료로 만들 수 있는 '비밀 드레싱'이라서 더욱 특별하게 느껴졌다. 고가의, 구하기 힘든 재료로 만드는 비밀 드레싱이었다면 외면하고 무시했겠지만 손쉽게 재현할 수 있을 것 같아서 너무나 좋았다. 비밀 드레싱을 곁들인 샐러드를 내놓을 수 있다면 매력적인 식탁이 될 것이다.

이 책이 가진 장점은 많지만 그중 가장 큰 장점은 요리를 전혀 모르는 이들도 이 책에서 알려주는 요리법을 순서대로 따라 하다 보면 한 집안의 셰프는 충분히 될 것이다. 이 책은 개의 파트한 개의 보너스로 구성되어 있다. 시작은 샐러드란 무엇인지 또 재료, 드레싱 종류 그리고 조리 도구를 친절하게 상세하게 설명하고 있다. 함께한 사진들이 샐러드 요리에 대한 이해를 더욱 쉽고 편안하게 해준다. 전에는 접할 수 없었던 '남은 샐러드 활용하기'가 이 책의 '특별함'을 고스란히 보여주고 있다.

두 번째 파트부터 네 번째 파트까지는 요리 난이도에 따른 초급, 중급, 고급의 샐러드 요리들을 소개하고 있다. 텍스트의 기본 구성은 해당 샐러드의 완성 사진과 해당 샐러드의 유래나 요리 이야기 그리고 레시피를 두 페이지에 걸쳐 담고 있다. 그런데 두번째 페이지 하단에 이 책의 '특별함'이 또 보인다. 해당 샐러드 요리의 디테일한 요리 팁을 박스에 담아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70여 가지가 넘는 색다른 드레싱을 더한 샐러드 요리를 담고 있는 책은 책의 끄트머리에서 마지막 특별함을 보여준다. 보너스 Bonus_저장 샐러드. 평소에 접하지 못했던 다양한 샐러드를 긴 시간 즐길 수 있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을 것이다.

샐러드를 맛있게 만들기 위해서는 우선'재료'에 대한 이해가 필요할 것이다. 그래서 이 책은 그곳에서 시작해서 저장 샐러드라는 응용으로 끝을 맺는다. 성인병 예방 식단으로 '지중해 식단'이 많은 관심을 끌고 있다. 지중해 식단의 특징 중 하나가 샐러드이다. 이 책은 집에서, 주방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재료를 바탕으로 한 샐러드 요리법을 소개하고 있다. 마치 '한국형 지중해 식단'을 소개하고 있는 것 같다. 누구나 기초부터 고급까지 샐러드 요리법을 쉽고 편안하게 배울 수 있는, 건강한 삶을 만나볼 수 있는 책을 꼭 만나보기 바란다.

"테이스트북스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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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자가 일 잘하는 법 - 선배도, 상사도, 회사도 알려주지 않은
피터(Peter) 지음 / 와이즈베리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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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자가 일 잘하는 법>13년 경력의 전략기획자 Peter의 실전 노하우를 고스란히 전수받을 수 있는 책인듯하다. 보통 '기획'하면 떠오르는 것은 '아이디어'이다. 그것도 색다르고 독창적인 창의적인 아이디어. 하지만 이 책에서는 그 프레임을 단칼에 바꾼다. 그리고 그 프레임을 논리적으로 또 합리적으로 설명한다. 기획도 연습해야 하고 연습을 통해서 발전시킬 수 있다고 이야기하고 있다. 연습을 통해서 창의성을 개발한다는 주장은 본 적이 있었지만 창의성이 아닌 논리적인 사고를 발전시켜 창의성의 한계를 넘어선다는 사고의 전환이 좋았다.

아이디어를 떠올리는 발상 방법을 훈련하는 책들은 접해본 적이 있지만 이 책은 기획의 바탕을 논리적인 해석에 두고 있다. 회사가 추구하는 목표를 찾고, 고객이 원하는 것을 찾아보고 결과를 숫자로 표현하는 논리적인 사고의 중요함을 주장하고 있는 것이다. 기존의 프레임을 가볍게 깨부수는 저자의 발상이 신선했다. 그런데 그 신선한 발상의 매력에 흠뻑 빠져들고 말았다. 논리적인 사고로 창의성을 충분히 보충할 수 있을 것 같다. 번뜩이는 아이디어가 없어서 늘 불안하던 전략회의를 조금은 편안하게 접할 수 있을 것 같다. 물론 저자가 들려주는 노하우를 충분히 습득하고 내 것으로 만들어야 하는 과정이 남았지만 그 과정은 틀림없이 유의미한 과정이 될 것이다.

창의성보다는 논리적 사고가 가진 의미를 설명하는 책의 큰 틀은 세 파트로 나뉜다. 첫 번째 파트에서는 기획, 조직 그리고 피드백 등 회사 일에 대한 기본을 설명하고 있다. 두 번째 파트 결과의 차이를 바꾸는 전략기획의 기술에서는 숫자로 일을 표현할 수 있는 방법 등을 비롯한 기획 실무를 설명하고 있다. 다양한 도표, 그림 등과 함께 설명하고 있어서 쉽고 편안하게 기획에 필요한 실전 노하우를 접할 수 있었다. 또 누구나 알만한 기업들의 실제 사례를 곁들이고 있어서 흥미와 재미를 높여주고 있다.

기획이라는 업무에 필요한 이론들을 정리하고 직접 경험한 일들을 논리적 사고를 바탕으로 보여주고 있는 책의 마지막 파트는 기획자라면 꾸준히 접하고 학습해야 할 것들에 대해 알려주고 있다. 실적을 보다 보기 편하게 숫자를 통해서 표현하는 방법이나 뉴스를 보면서 기획에 필요한 프레임을 그려보는 방법 등을 섬세하게 보여주고 있다.

베테랑의 향기, 품격이 이런 것일까? 사회에 처음 나왔을 때 이 책을 접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다양한 이름으로 접하게 되는 '기획'이 그렇게 낯설고 어렵지만은 않았을 것 같다. 창의성 부족으로 고생하고 있는, 아이디어 생성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많은 이들에게 커다란, 정말 큰 도움이 될 책이다. 아이디어 회의가 두려운 이들에게 꼭 전해주는 배려를 기대해 본다. 물론 창의성 부족을 극복하고 싶은 이들이나 논리적 사고를 확장하는 방법을 터득하고 싶은 이들은 배려를 기다리지 말고 꼭 만나보기를 바란다.

"와이즈베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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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대주 오영선
최양선 지음 / 사계절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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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안 '집은 사는 것(buy)이 아니라 사는 곳(live)이다'라고 하며 주택 구입이 꼭 필요한 것은 아니라고 했다. 하지만 지금 이 순간에도 집값은 오르고 있다. 특히 아파트 가격은 비정상적으로 오르고 있다. 그래서 <세대주 오영선>에서 '거인의 어깨'로 표현되는 '대출'을 얻어 아파트를 구매하고 있는 것이다. 거인의 어깨에 올라 거인의 발걸음을 이용해서 부(富)에 다가서려는 것이다. <세대주 오영선>은 아파트 이야기이다. 아파트에 흐르는 특별한 '시간'의 흐름을 따라 인간의 심리를 들여다보고 있는 의미 있는 이야기이다. 우리들에게 아파트는 추억이 담긴 집, 가정일까? 자산증식을 위한 재테크 중 하나일까?

p.91. 부동산을 사는 것은 시간을 사는 겁니다.

학동네 어린이문학상, 창비'좋은어린이책'창작 부문 대상 등을 받으며 어린이청소년문학 창작자로 활동하던 최양선작가가 처음으로 성인들을 만나는 작품인 <세대주 오영선>은 세 명의 여인들을 통해서 집에 대한 깊은 생각을 끌어내고 있다. 집은 우리에게 어떤 의미일까에 대한 답을 너무나 평범한 삶은 살고 있는 세 명의 청년들에게서 찾아보려 한듯하다. 세 청년이 만들어가는 시간은 같은 오늘을 살지만 조금씩 다르다. 그 다른 시간의 흐름이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는 아무도 모른다. 그래서 내일이 더 불안하다. 불안한 내일을 안고 오늘을 살아야 하는 세 청년의 모습이 씁쓸하다.

 

p.143. 영선이 바란 것은 결코 특별한 삶이 아니었다. 노력하면 가질 수 있는 미래를 바랐을 뿐이다. 

6개월 전 돌아가신 어머니의 청약저축통장을 찾게 된 영선은 청약통장의 의미를 모른다. 사무직 아르바이트를 하며 9급 공무원 준비를 하는 영선은 대출은 위험한 것이라는 생각에 사로잡혀있다. 그녀가 그런 생각을 하게 된 까닭은 죽을 때까지 대출이라는 덫에 발목 잡혔었던 부모님의 모습이 아직도 곁에 머물기 때문일 것이다. 영선은 전셋집을 나가야 하는 상황이 되자 집에 대해 생각하기 시작한다. 그런데 이 청년 아직도 집을 엄마와의 추억이 담긴 장소로 생각하며 감성적인 모습을 보인다. 이때 두 청년이 등장한다. 영선보다 더 감성적인 휴씨와 영선보다 더 현실적인 주 대리.

 

p.65."……사실 둘째는 고민이 많았어요. 그런데 점수를 높이려고 가졌죠."

주 대리는 영선과 같은 직장을 다니는 정직원이다. 우연히 마주친 뒤로 서로 다가서게 된 인물인데 우리 주위에서 볼 수 있는 가장 평범한 워킹맘이다. 현실적인 주 대리는 영선에게 부동산의 의미, 대출의 긍정적인 의미 등을 가르쳐준다. 주 대리가 그렇듯 이제 둘째 아이 출산은 아파트 청약용인 듯해서 아프고 슬프다. 주 대리의 시간은 현재를 팍팍하게 살면서도 미래의 행복에 맞춰져있다. 그런데 주 대리가 꿈꾸는 행복한 내일은 '아파트'와 함께이다. 그래서 모델하우스를 부지런히 다닌다. 어느 순간 그 옆에 영선이 함께 한다.


p.154."어디든, 다른 곳을 찾으면 돼요. 내가 머무는 곳이 내 시간이 흐르는 공간이 될 테니까요. 이건 내 선택이에요."

휴씨는 영선이 힘들고 지칠 때면 찾는 카페 휴의 주인이다. 혼자만의 공간과 시간이 필요할 때 왜 우리는 집이 아닌 다른 장소를 찾을까? 아마도 집에 혼자 있어도 혼자라는 느낌을 받을 수 없는 집이 주는 안정감 때문일 것이다. 그래서일까 영선도 외진 골목에서 휴를 찾아낸다. 그리고 그곳이 주는 편안함에 자주 그곳을 찾는다. 시간의 흐름이 멈춘듯한 편안함이 있는 나만의 장소를 가지고 있는가? 아직 없다면 외진 골목 카페 휴를 찾아보길 바란다. 휴씨의 사연은 아파트가 가진 의미가 집, 가정이라는 테두리를 벗어나 재테크에 함몰되는 순간 일어날 수 있는 일을 보여준다.


영선과 주 대리,그리고 휴씨가 들려주는 집 이야기는 각자 삶의 시간과 연결된다. 오늘의 행복에 만족하며 오늘을 사는 이도 있고, 미래를 위해 오늘의 즐거움을 접어놓은 삶도 있다. 그리고 오늘과 내일이라는 시간의 흐름 속에서 고뇌하는 이도 있다. 그들이 내린 삶에 대한 선택은 지극히 주관적이다. 그러니 각자의 선택은 다른 것이지 틀린 것은 아니다. 이야기를 읽는 내내 지금도 오르고 있을 부동산 가격에 가슴 한편이 답답하기만 하다. 이야기 속 영선을 만난다면 무조건 아파트는 사라고 할 것이다. 대출을 무리하게 받아서라도. 그럼 아마도 영선이 내게 고마워할 것 같다. 이 소설의 배경이 2017년이라고 하니 더 고마워할 것 같다. 아파트라는 괴물 주위를 맴도는 특별한 시간의 흐름을 재미나게 만나볼 수 있는 책이다.


"사계절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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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일간의 썸머 특서 청소년문학 24
유니게 지음 / 특별한서재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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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135. 인공지능은 이미 우리 생활 속으로 들어와버렸단다.

특별한서재가 만드는 청소년을 위한 특별한 시리즈 특서 청소년 문학의 스물네 번째 작품 <50일간의 썸머>를 만나보았다. 아직은 모든 것이 불안정한 열일곱 살 아이들의 사랑과 우정을 담은 이야기이다. 그런데 그 사랑과 우정이 인공지능 '썸머'와의 관계이다. 우리는 태어나면서부터 '관계'라는 굴레 속에서 살아간다. 그런데 작가 유니게는 그 관계를 인공지능과의 관계로 확장시킨다. 그러고는 인간과의 관계와 인공지능과의 관계를 비교 생각하게 한다.

 

p.62. 썸머와 함께라면 다툼도, 갈등도, 이별도 영영 없을 것이다. 완벽한 남자 친구인 썸머는 지유를 울게 할 일도 없을 것이다.

인공지능 썸머는 연인으로서도 친구로서도 최상의 모습으로 완벽하다. 하지만 그 완벽함이 불안한 까닭은 무엇일까? 인간관계와는 다른 나만을 위해 나에게 맞춰주는 인공지능 썸머와의 관계가 불안한 원인은 무엇일까? 50일간의 썸머에서 지유는 친구 민서와 현우 커플을 보면서, 엄마와 아빠의 관계를 보면서 자신과 썸머와의 관계를 생각한다. 50일간의 만남 후 썸머와의 관계 연장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지유는 어떤 결정을 내리게 될까?

​p.151."사람들 머릿속에는 생각 주머니가 있어서 그 속에 무엇을 담느냐에 따라 인생이 바뀐단다."

나의 인공지능 친구,썸머에서 한빛은 인공지능 썸머에게 선한 영향력을 주는 아이로 등장한다. 그런데 그 선한 영향력은 자신의 엄마와 자신을 가정폭력으로부터 지켜주고 웃음을 되찾게 해준 국밥집 할머니에게서 온 것이다. 어떤 인연이 이들을 묶어주고 있을까? 한빛은 썸머의 잘못된 데이터를 바로잡으며 선한 관계를 이어간다. 썸머는 한빛에게 "사실 모든 건, 나를 다루는 너희들에게 달려 있어."라고 말한다. 우리들의 관계도 서로 하기에 달려있는 것 같다. 한빛이 보여주는 선한 관계가 건강한 우리들의 관계로 이어지길 바라본다.

p.107.16년간 너무 열심히 살았더니, 이젠 쉬고 싶어.

이 책에는 세 가지 이야기가 담겨있다. 물론 세 가지 이야기 모두 썸머가 등장한다. 또 세 가지 이야기 모두 우리 아이들의 슬픈 현실을, 우리 사회의 아픈 오늘을 들려주고 있다. 하지만 두 번째 이야기썸머 베케이션에서 만난 채원은 오래도록 기억하게 될 것 같다. 채원은 엄마의 자랑스러운 아이가 되기 위해 노력하고 또 노력하며 살았다. 그런 아이가 갑자기 모든 희망의 끈을 놓으려 하고 있다. 채원에게 어떤 일이 일어난 것일까? 채원이 겪은 일들은 어른들도 견디기 쉽지 않을듯하다. 물론 채원은 썸머와의 만남을 통해서 다시 자신의 길을 찾게 되지만 말이다.

썸머라는 인공지능과의 관계를 통해서 모든 것이 서투른 아이들에게 인간관계에 대한 자신감을 심어준다. 또 썸머와의 대화를 통해서 자존감을 키워나갈 수 있는 용기도 전해주고 있다. 인공지능과의 만남은 이제 특별한 이야기가 되지 못할 것이다. 하지만 이 책에 등장한 인공지능 '썸머'와의 만남은 아주 특별한 의미를 가지게 될 것이다. 아이들은 물론 어른들에게도 인간관계를 다시 한번 생각하게 할 것이다.

"특별한서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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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로스로드
조너선 프랜즌 지음, 강동혁 옮김 / 은행나무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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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너선 프랜즌이라는 미국 작가를 장편소설<크로스로드>를 통해서 만나보았다. 첫 만남의 설렘은 묵직한 벽돌책 부피에 저만치 물러선다. 하지만 책 표지 도안의 의미를 찾아보고 싶다는 욕심이 다시 설렘을 부른다. 책날개에 소개된 작가의 약력을 읽으면서 그 설렘은 살포시 어깨에 자리 잡는다. 2011년 <타임>에서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인물 100인'에 선정했던 작가의 신작 <크로스로드>는 전체 3부작인 <모든 신화의 열쇠>시리즈의 첫 번째 이야기라고 한다. 이 작품을 만나게 된다면 다음 작품들은 자연스럽게 만나게 될 것이다.

몸이 아플 때, 사람은 낯선 사람의 손길에 몸을 맡긴다. 하지만 가난으로 아플때는 주변 환경을 낯선 사람에게 맡긴다.

시리즈의 시작이라는 중대한 사명을 맡은 <크로스로드>는 그 사명을 다할 듯하다. 두꺼운 벽돌책이라는 느낌은 소설을 읽기 전 첫인상까지다. '첫인상이 중요하다'라고들 하지만 이 작품의 경우 '겉모습만 보고 판단하면 안 된다'에 해당한다. 일단 손에 잡고 눈에 넣으면 순식간에 고등학생이던 베키의 아이와 만나게 될 것이다. 작가의 섬세한 심리 표현으로 엄청난 속도를 내서 읽을 수는 없지만 등장하는 인물들마다 보여주는 입체적인 캐릭터가 다음 페이지를 부른다. 책의 부피만큼이나 작품 속에 담긴 메시지는 많다. 차고 넘친다. 그런데 그 이야기들이 전혀 얽히지 않고 조화를 이룬다. 신묘하다.

소설은 한 작은 마을의 교회에 소속된 부목사 '러스 가족'이 보여주는 1970년대 미국의 이야기이다. 러스 목사는 아내와 4명의 자녀를 둔 평범한 가장이다. 하지만 직업이 목사이니 평범한 중년 남성을 대표하면 안 되는데 이 목사님 중년을 대표하러 나서신다. 그렇게 이야기는 시작된다. 남편을 잃고 고향으로 돌아온 젊은 미망인 프랜시스를 품고 싶다는 중년 남성의 욕망이 종교인으로서, 한 여성의 남편으로서의 도덕심과 정면충돌하려고 교차로(크로스로드)에 진입한다. 러스는 신앙과 인간 본성, 욕정과 도덕 그리고 세대 간의 갈등 등 정말 다양한 심리적 갈림길에 처하게 된다.

갈림길에서 러스는 어떤 길을 선택하게 될까? 목사로서 가장으로서 남성으로서 신앙과 도덕 그리고 자존심을 지킬 수 있는 선택을 하기를 바라며 알 수 없는 긴장을 하게 된다. 등장인물 러스와 비슷한 연령이어서일까? 종교적인 색채는 그리 강하지 않다. 다만 당시 종교적인 문제들이 인종 문제와 연결되어 있었다는 점이 이 소설도 자연스럽게 인종 문제로 다가서게 하는 듯하다. 미국의 1970년대에 하면 떠오르는 것은 아마도 베트남 전쟁과 히피 문화일 것이다. 러스의 큰 아들 클렘은 베트남전에 가겠다고 대학을 그만둔다. 셋째 페리는 대마초를 시작으로 약물에 중독된다. 살짝 보기만 해도 아찔한 아이들이다. 그런데 목사에게는 그런 아이가 둘 더 있다. 베키저드슨.

신을 의례나 의식이 아닌 인간관계에서 찾아야 한다는 것이다.

책의 제목처럼 인생이라는 큰 흐름에서 만나게 되는 갈림길, 교차로에서의 '선택'의 중요함을 보여주고 있는 것 같다. 물론 소설 속에서 '크로스로드'는 러스가 교회 내에 만든 청소년부 모임이다. 그런데 여기서부터 로스 목사의 인생이 꼬이기 시작한다. 이야기 초반 궁금증의 원천은 로스가 당한 3년 전 망신이다. 크로스로드를, 청소년부 아이들을 피해 다닐 만큼 커다란 망신은 무엇이었을까? 다음 궁금증은 도덕적인 삶을 설교하는 목사의 외도를 보게 될까였다.

세대갈등, 청소년 문제, 인종차별, 약물중독, 전쟁, 외도 등의 모든 이야기가 끝나고 가장 아프게 남는 캐릭터는 로스의 아내 매리언이었다. 그녀의 삶을 들어보는 것만으로도 이 작품은 완성될 듯하다. 그녀가 슬픔을 대하는 모습은 또 다른 아픔과 슬픔으로 다가온다. 개인의 역사가 모여 인류의 역사가 된다. 미국의 역사를 보여주는 개인과 가정 그리고 지역 사회의 역사를 보여주는 책이다. 세대 간의 갈등은 개인을 넘어 가족과 지역 사회로 확장되고 그 문제는 개인의 망가진 인생 문제로 다시 귀결된다. 무척이나 겁먹고 시작했던 벽돌책 읽기가 너무나 편안하고 쉽게 마무리 되었다. 벽돌책이지만 깨기 쉬운 소프트한 벽돌책 <크로스로드>를 통해서 종교적, 도덕적 교차로에 서 보길 바란다.

 

"은행나무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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