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대주 오영선
최양선 지음 / 사계절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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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안 '집은 사는 것(buy)이 아니라 사는 곳(live)이다'라고 하며 주택 구입이 꼭 필요한 것은 아니라고 했다. 하지만 지금 이 순간에도 집값은 오르고 있다. 특히 아파트 가격은 비정상적으로 오르고 있다. 그래서 <세대주 오영선>에서 '거인의 어깨'로 표현되는 '대출'을 얻어 아파트를 구매하고 있는 것이다. 거인의 어깨에 올라 거인의 발걸음을 이용해서 부(富)에 다가서려는 것이다. <세대주 오영선>은 아파트 이야기이다. 아파트에 흐르는 특별한 '시간'의 흐름을 따라 인간의 심리를 들여다보고 있는 의미 있는 이야기이다. 우리들에게 아파트는 추억이 담긴 집, 가정일까? 자산증식을 위한 재테크 중 하나일까?

p.91. 부동산을 사는 것은 시간을 사는 겁니다.

학동네 어린이문학상, 창비'좋은어린이책'창작 부문 대상 등을 받으며 어린이청소년문학 창작자로 활동하던 최양선작가가 처음으로 성인들을 만나는 작품인 <세대주 오영선>은 세 명의 여인들을 통해서 집에 대한 깊은 생각을 끌어내고 있다. 집은 우리에게 어떤 의미일까에 대한 답을 너무나 평범한 삶은 살고 있는 세 명의 청년들에게서 찾아보려 한듯하다. 세 청년이 만들어가는 시간은 같은 오늘을 살지만 조금씩 다르다. 그 다른 시간의 흐름이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는 아무도 모른다. 그래서 내일이 더 불안하다. 불안한 내일을 안고 오늘을 살아야 하는 세 청년의 모습이 씁쓸하다.

 

p.143. 영선이 바란 것은 결코 특별한 삶이 아니었다. 노력하면 가질 수 있는 미래를 바랐을 뿐이다. 

6개월 전 돌아가신 어머니의 청약저축통장을 찾게 된 영선은 청약통장의 의미를 모른다. 사무직 아르바이트를 하며 9급 공무원 준비를 하는 영선은 대출은 위험한 것이라는 생각에 사로잡혀있다. 그녀가 그런 생각을 하게 된 까닭은 죽을 때까지 대출이라는 덫에 발목 잡혔었던 부모님의 모습이 아직도 곁에 머물기 때문일 것이다. 영선은 전셋집을 나가야 하는 상황이 되자 집에 대해 생각하기 시작한다. 그런데 이 청년 아직도 집을 엄마와의 추억이 담긴 장소로 생각하며 감성적인 모습을 보인다. 이때 두 청년이 등장한다. 영선보다 더 감성적인 휴씨와 영선보다 더 현실적인 주 대리.

 

p.65."……사실 둘째는 고민이 많았어요. 그런데 점수를 높이려고 가졌죠."

주 대리는 영선과 같은 직장을 다니는 정직원이다. 우연히 마주친 뒤로 서로 다가서게 된 인물인데 우리 주위에서 볼 수 있는 가장 평범한 워킹맘이다. 현실적인 주 대리는 영선에게 부동산의 의미, 대출의 긍정적인 의미 등을 가르쳐준다. 주 대리가 그렇듯 이제 둘째 아이 출산은 아파트 청약용인 듯해서 아프고 슬프다. 주 대리의 시간은 현재를 팍팍하게 살면서도 미래의 행복에 맞춰져있다. 그런데 주 대리가 꿈꾸는 행복한 내일은 '아파트'와 함께이다. 그래서 모델하우스를 부지런히 다닌다. 어느 순간 그 옆에 영선이 함께 한다.


p.154."어디든, 다른 곳을 찾으면 돼요. 내가 머무는 곳이 내 시간이 흐르는 공간이 될 테니까요. 이건 내 선택이에요."

휴씨는 영선이 힘들고 지칠 때면 찾는 카페 휴의 주인이다. 혼자만의 공간과 시간이 필요할 때 왜 우리는 집이 아닌 다른 장소를 찾을까? 아마도 집에 혼자 있어도 혼자라는 느낌을 받을 수 없는 집이 주는 안정감 때문일 것이다. 그래서일까 영선도 외진 골목에서 휴를 찾아낸다. 그리고 그곳이 주는 편안함에 자주 그곳을 찾는다. 시간의 흐름이 멈춘듯한 편안함이 있는 나만의 장소를 가지고 있는가? 아직 없다면 외진 골목 카페 휴를 찾아보길 바란다. 휴씨의 사연은 아파트가 가진 의미가 집, 가정이라는 테두리를 벗어나 재테크에 함몰되는 순간 일어날 수 있는 일을 보여준다.


영선과 주 대리,그리고 휴씨가 들려주는 집 이야기는 각자 삶의 시간과 연결된다. 오늘의 행복에 만족하며 오늘을 사는 이도 있고, 미래를 위해 오늘의 즐거움을 접어놓은 삶도 있다. 그리고 오늘과 내일이라는 시간의 흐름 속에서 고뇌하는 이도 있다. 그들이 내린 삶에 대한 선택은 지극히 주관적이다. 그러니 각자의 선택은 다른 것이지 틀린 것은 아니다. 이야기를 읽는 내내 지금도 오르고 있을 부동산 가격에 가슴 한편이 답답하기만 하다. 이야기 속 영선을 만난다면 무조건 아파트는 사라고 할 것이다. 대출을 무리하게 받아서라도. 그럼 아마도 영선이 내게 고마워할 것 같다. 이 소설의 배경이 2017년이라고 하니 더 고마워할 것 같다. 아파트라는 괴물 주위를 맴도는 특별한 시간의 흐름을 재미나게 만나볼 수 있는 책이다.


"사계절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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