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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랩
멜라니 라베 지음, 서지희 옮김 / 북펌 / 2016년 9월
평점 :
트랩[trap]
1. 덫, 올가미
2. (사람을 속이는) 함정
3. (빠져 나갈 수 없는) 덫
유난히 더웠던 올 여름 더위를 잊게 해주는 오싹한 소름이 돋는 범죄 스릴러 소설들을 많이 접했다. 읽는 동안의 공포와 다 읽은 뒤에 찾아오는 희열을 만끽하게하는 작품에서부터 코믹한 스릴러 코지 미스테리 작품까지 만나 보았다. 그리고, 추석 연휴를 맞아 제목에서부터 범죄 스릴러의 향기가 느껴지는 트랩을 만나 본다. 이 책의 저자 멜라니 라베는 소극단의 배우, 또 잡지사 기자로도 활약했고,지금은 범죄를 소재로한 단편과 드라마 각본등을 쓰고 있다.
사건이 없다. 이 소설에는 10여년전에 발생한 살인 사건을 제외하고는 긴장감 넘치는 사건이 보이질 않는다. 보통의 범죄 스릴러들에서 긴장감 넘치는 사건들을 통해 독자들을 긴장시키고 있다면 이 작품에서는 살인 사건의 진실을 밝히려는 주인공 린다와 진실을 숨기려는 또 다른 주인공 렌첸의 심리 전쟁이 독자들을 긴장하게 한다. 즉, 이 소설은 긴장감 넘치는 사건들 없이 주인공들의 심리 변화를 섬세하게 표현함으로써 작품을 완성하고 있다. 동생이 살해된 범죄 현장에서 본 범인의 얼굴을 10여년 후에 우연히 방송에서 보게 된 베스트셀러 작가와 범죄를 숨기며 살아온 유명 기자간의 두뇌 싸움이 정말 디테일하게 묘사되어 있다.
비틀즈의 '올 유 니드 이스 러브' 동생의 살해현장에서 주인공 린다가 들었던 노래이다. 그래서, 주인공은 이 노래를 들으면 공황장애를 일으킬정도로 극도로 예민해진다. 언제 들어도 주인공의 정신과 마음을 흔들어 놓는 노래이다. 하지만, 주인공 린다가 여동생 안나를 살해했을지도 모른다는 의심의 함정에서 벗어나게 해주는 힘이되어 주는 노래이기도 하다. 또한, 완벽할 수 있었던 함정을 밝혀내게 해주는 중요한 단초가 되는 노래이다. 노래가 흐르는 동안의 주인공 린다의 심리 변화를 너무나 섬세하게 표현하고 있어서 오랜만에 이 노래를 듣게 한다.
함정 대부분의 범죄 스릴러들은 범인을 추리하며 책속으로 독자들을 끌어들인다. 그리고, 독자가 생각하던 사람이 범인이 아니라는 반전으로 이야기를 더욱 더 흥미롭게 만든다. 하지만, 이 소설에서는 범인이 누구인지 처음부터 알려준다. 범인의 얼굴을 알고 있지만 해결하지 못했다는 죄책감속에서 외부와의 접촉을 끈고 은둔 생활을 하던 피해자의 언니 린다는 동생의 살인 사건을 소재로한 소설을 쓰고, 유명 기자인 범인 렌첸을 인터뷰라는 미끼로 그녀가 만들어 놓은 함정속으로 유인한다. 하지만, 그녀가 누구인지 알고 있는 범인 렌첸또한 자기가 만든 함정으로 린다를 유인하려 한다. 심리적으로 서로를 함정에 빠드려 자신의 목적을 이루려는 두 주인공의 심리 전쟁이 너무나 흥미로운 작품이다.
주인공의 심리적인 묘사가 정말 훌륭한 작품이다. 작은 의심이 사람을 얼마나 혼란스럽게 할 수 있는지 보여주고 있다. 작은 의심에서 시작된 심리적인 불안이 우리 삶을 얼마나 망가지게 할 수 있는지 보여 주고 있다. 작은 의심이 만들어내는 많은 함정에서 벗어날 수 있는 기회를 주는 작품인 듯하다. 이 책을 통해서 우리들 스스로가 만들어 놓은 함정에서 빠져나올 수 있는 기회를 꼭 한번 잡아보시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