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한 이웃
이정명 지음 / 은행나무 / 201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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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246. 하지 말아야 할 일을 하는 것뿐만 아니라 해야 할 일을 하지 않는 것 역시 죄라는 점에서는 다르지 않을 테니까. 세상을 지옥으로 만드는 건 살인자나 테러리스트 같은 악한이 아니라 자기 일에 최선을 다하는 선한 이웃들이다.

 

이 책의 저자 이정명은 너무나 잘 알려진 드라마 뿌리 깊은 나무바람의 화원의 원작자이다. 이 이야기를 읽고 나서 가장 먼저 느낀 감정은 아쉬움이다. 이렇게 멋진 작품을 쓴 작가의 작품을 드라마로 먼저 보고 그의 글은 이제야 읽었다는 짙은 아쉬움이 오래도록 가슴 한구석에 자리하고 있다. 한 편의 연극을 담아 놓은 듯한 작품 속에서 작가는 오늘도 연극의 중심에 서기위해 발버둥 치는 우리들에게 진정한 삶을 다시 한번 바라보게 하고 있다. 인생이라는 한편의 연극 속에서 우리들의 역할을 이야기하고 있다. 그리고, 어떤 것이 정의인지 정의라는 색이 점점 퇴색되어가고 있는 우리 사회를 재조명하고 있다. 새로운 정치세력을 통해 늘 새로운 사회를, 정의 실현을 꿈꾸어 보지만 이 이야기의 시작과 끝에서 알 수 있는 그들은 그들만의 정의로 사회를 만들어간다. 그런 혼돈 속에서 정의가 살아남기만을 바랄 뿐이다.

 

이야기는 80년대 학생운동을 배경으로 우리가 알고 있던 악행들을 하나둘 보여주며 전개된다. 죄 없는 이들이 공작에 의해 죄인이 되고 피폐한 삶을 살아야 했던 암울한 이야기들을 조금씩 풀어나간다. 그 중심에 등장하는 정보 요원 김기준, 연극 연출가 나태주, 배우 김진아, 그리고 관리관을 축으로 그들의 심리 묘사에도 인색함이 없이 절정을 향해 질주한다. 그 질주를 중간에 놓을 수 없게 만드는 매력을 이 작품에서 찾는 것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다. 그중 가장 큰 매력은 김기준이 끝까지 찾고 싶어 하던 최민석의 존재인 듯하다. 학생운동의 배후 조정자 최민석을 찾기 위한 공작이 이야기의 흥미와 긴장감을 끝까지 유지해 준다.

 

김기준은 그토록 찾아 헤매던, 꿈속에서도 잡고 싶어 하던 최민석을 만나게 될 것인가? 그를 잡고서 김기준은 어떤 길을 가게 될 것인가? 정말 최민석은 존재하기는 하는가? 많은 의문들은 이야기의 끝자락에 전혀 예상치 못한 흐름으로 다가선다. 반전이란 이런 것이 아닐까? 이 작품 하나로 이정명이라는 작가의 팬이 되었다. 아마도 한동안 그의 작품을 읽느라 시간을 보내게 될 것 같다. 아마도 한동안 작품 속 최민석을 생각하며 진정한 정의가 무엇인지 우리에게 정의가 있기는 한 것인지 고민하게 될 것 같다. 너무나 놀라운 작품을 만났고 너무나 놀라운 작가를 만났다. 오랜만에 지인들에게 꼭 읽어보라고 추천할 수 있는 작품을 만났고 행복한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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