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터 래빗 전집 (양장 스페셜 에디션)
베아트릭스 포터 지음, 윤후남 옮김 / 현대지성 / 201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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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피터 래빗 전집>을 만나기 오래전 어린 시절부터 캐릭터를 통해서 먼저 알고 지내던 이쁜 토끼를 그림이 아닌 글로써 만나봅니다. 이 책의 저자 베아트릭스 포터는 런던의 부유한 가정에서 태어나 인생의 반은 도시에서 그리고 반은 시골 농장에서 보냈다고 합니다. 그리고 당시 영국 부유한 가정의 여성들처럼 학교가 아닌 가정에서 교육을 받았습니다. 그런 까닭으로 집에서 혼자 보내는 시간이 많았고 자연스럽게 동물들과 친하게 지낸 경험들이 세계적인 동화를 만든 원동력이 된 듯합니다. 저자는 세계적으로 유명한 일러스트레이터이자 작가이지만 자신의 500만 평의 땅과 농장 등을 내셔널트러스트에 기증할 만큼 자연환경보호에도 관심이 많았습니다. 그리고 피터 래빗의 탄생이 병상에 있는 아이를 위로하기 위한 것이었을 만큼 아이들을 사랑했습니다. 자연도, 사람도 너무나 사랑한 작가이기에 100여 년이 넘는 동안 꾸준하게 사랑받고 있는 작품을 그려낼 수 있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해리포터의 작가 J.K.롤링이 주인공의 이름으로 사용할 만큼 아직도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 베아트릭스 포터의 작품들 속으로 들어가 봅니다.

 

이 책은 전집이라는 제목에 걸맞게 작가가 발표한 23편의 이야기들을 출판된 순서대로 소개하고 있습니다. 거기에 미발표작 4편까지 만나볼 수 있어서 더욱 매력적인 작품집입니다. 1902년 피터래빗을 시작으로 전 세계 2억 부 이상 판매된 어디선가 한 번쯤은 만나보았을 다양한 캐릭터들을 담고 있습니다. 아이들을 위해 동물들을 의인화한 동화이지만 등장하는 캐릭터들은 우리들이 사는 요즘에도 만날 수 있는 다양한 인물들을 그려내고 있습니다. 그래서 이 동화집은 어른들이 읽어도 충분한 '어른들을 위한 동화'라고 말할 수 있을 듯합니다. 아름다운 자연을 배경으로 아이들에게 사랑을 이야기하고, 삶의 지혜를 보여주고 있는 <피터 래빗 전집>에 수록된 동화들은 이야기의 내용뿐만 아니라 생동감 넘치는 동물들의 그림과 아름다운 자연의 그림들이 너무나 매력적인 작품집입니다.

 수록된 작품들 모두 재미나고 흥미로웠지만 개인적으로는 '꼬마돼지 로빈슨 이야기'(1930)가 가장 좋았습니다. 주인공 꼬마 돼지 로빈슨이 도시로 나가 수많은 모험을 하고 섬에서 살게 된다는 이야기는 동화라기보다는 소설처럼 느꼈습니다. 물론 다른 작품들보다는 그림의 완성도는 떨어지는 듯하지만 이야기는 더 흥미로웠습니다. 미발표 작품들을 만나볼 수 있어서 좋았고 무엇보다 작가의 삶에 대한 소개, 그리고 작품 해설까지 담아서 작품들을 조금 더 깊게 이해할 수 있게 해주고 있어서 좋았습니다. 특히 이야기의 탄생 배경을 보여주고 있는 '이 이야기에 관하여'는 이야기를 이해하는 데 커다란 도움을 주었습니다. 아이들에게 들려줄 수 있는 색다른 동화를 찾고 있다면 아름다운 자연과 귀여운 동물 친구들이 차고 넘치는 피터 래빗의 정원으로 발걸음 해보는 것도 좋을 듯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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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시한 사람이면 어때서
유정아 지음 / 북폴리오 / 201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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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114. 조금 시시해지면 뭐 어떻단 말인가. 할 수 없는 것을 하나씩 덜어 낼수록 나는 나를 더욱 선명하게 볼 수 있을 텐데.

 

우리는 중, 고등학교 시절에 본격적인 경쟁을 시작했었던 것 같습니다. 그렇게 시작된 경쟁은 아직도 진행 중입니다. 힘들고 지쳐 주위를 돌아보면 모두들 비슷한 모습으로 비슷한 아픔을 안고 살고 있습니다. 그런 까닭으로 젊은 청춘들에게 아무렇지도 않게 '청춘이니까 아프다'라는 비겁한 말로 참으라 말하고는 합니다. 젊은 청춘들에게 아무런 대안도 제시하지 못하면서 참고 사회 조직에 맞추며 살라고 이야기합니다. 진정한 젊음의 열정을 이야기하는 자기계발보다는 사회가 원하는 인간으로의 자기계발을 권하고 있습니다. 어른들이 만들어 놓은 사회에 맞추기 위해 요즘 젊은이들은 청춘의 열정은 뒤로하고 스펙 쌓기에 젊음을 바칩니다. 다른 젊은 청춘들처럼 아프게 어른이 되어가고 있는 저자 유정아<시시한 사람이면 어때서>를 통해서 젊은 청춘들에게 아프지 말라고 따뜻한 말을 건넵니다.

 

P.170. 나는 슬플 때 슬퍼하고 기쁠 때 기뻐하기 위해 돈을 번다.

 

우리 사회는 자본주의가 만들어낸 경쟁에서 뒤처진 이들에게 '시시하다' 말하면서 경쟁에서의 승리를 권합니다. 삶의 최고의 가치를 '돈'이라는 물질에 한정해놓고 청춘들에게 '가치'를 찾아 노력하라 몰아갑니다. 하지만 저자는 진정한 삶의 가치는 바로 나 자신이 '만족스러운 삶을 사는 것'이라 말하며 짧지만 긴 울림을 가진 이야기들로 젊은 청춘들에게 새로운 삶의 가치를 생각해보기를 권하고 있습니다.  죽음을 생각할 만큼 어려웠던 작가 자신의 청춘이야기를 40여 편의 이야기에 담아 오늘을 힘겹게 버티고 있는 젊은 청춘들에게 작지만 커다란 희망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이야기 하나하나가 깊은 생각을 하게 만들면서 청춘들은 물론 평범한 삶에 지친 기성세대들에게도 커다란 에너지를 주고 있습니다.

 

P.180. 적어도 내 인생에서만큼은, 내가 행복하게 사는 것이 가장 중요하니까.

 

<시시한 사람이면 어때서>를 읽는 동안 '시시한 삶'이란 기성세대가 만들어 놓은 기준으로 판단된 정말 하찮은 말이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이 책이 가진 가장 큰 매력이 여기에 있는 듯합니다. 시시한 삶은 없다고 이야기하면서 평범한 삶을 사는 이들에게 삶은 '어차피 해피엔딩이야'라고 말하고 있는 것입니다. 삶에 대한 사랑이 넘치는 이야기들이 우리들 마음을 따뜻하게 만들어주는 공감 에세이<시시한 사람이면 어때>를 옆에 둔다면 커다란 아픔이나 슬픔도 '시시하게' 만들어 버릴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삶에 지친 어른들이나 아픈 청춘의 시간을 지나고 있는 젊은이들에게 삶에 대한 열정을 다시 한번 되살려 줄 수 있는 고마운 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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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의 별 - 제4회 황산벌청년문학상 수상작
강태식 지음 / 은행나무 / 201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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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16.그러다 문득, 고독이란 혼자서 차지하는 면적과 비례한다는 사실을 떠올렸다. 전부는 아니지만 데체로 그랬다. 면적은 사람을 고독하게 만들었다.

제4회 황산벌 청년 문학상 수상작강태식<리의 별>을 만나봅니다. 작품상 수상작들을 읽기에는 독서 내공이 부족한 탓에 언제나 많은 어려움을 느끼게 됩니다. 새로운 형식들을 만나게 되면 가독성은 떨어지고 내용이 주는 의미를 생각해 보기란 정말 난해합니다. 하지만 수상작들이 가진 가장 큰 매력은 작품을 다 읽고 나서 느끼고 생각한 것들을 책의 말미에 있는 작품 해설에 담긴 내용들과 비교하며 다시 한번 정리할 수 있다는 데 있는 것 같습니다. 대부분 작품 해설을 보면서 이 작품이 보여주려 했던 것들이 이런 거 였구나 하면서 작품을 다시 한번 느끼게 되는 즐거움을 맛보게 됩니다.

이 작품도 어렵게 읽었고 작품 해설을 통해서 작품이 가진 매력을 알게 되었습니다. 이 작품은 내용이 어렵다기보다는 이야기를 들려주는 화자가 수시로 바뀌면서 조금 난해했고, 1장에서 6장까지의 이야기가 '리'와 관련된 이들의 이야기들을 시간의 흐름과는 무관하게 펼쳐지고 있어서 조금 더 난해함을 더했습니다. 하지만 조금의 난해함보다는 더 큰 재미와 강한 울림을 받을 수 있는 작품이었습니다. 작은 이야기들이 만들어내는 소소한 재미들을 따라가다 보면 커다란 이야기의 흐름을 만나게 되는 매력적인 작품입니다.


장인물들의 삶을 너무나 자세하게 보여주고 있는 데 그 까닭은 책장을 넘기면서 자연스럽게 알게 됩니다. 가장 흥미로운 인물은 역시 작은 별의 주인이 된 '리'입니다. 그의 이야기는 인생에 가장 큰 행운이 어떻게 가장 큰 불운으로 바뀌는지 보여주는 듯합니다. '플랜A'를 혼자 차지하고 고독, 외로움, 쓸쓸함등 과 싸우다 지친 리와 통화하게 되는 다른 등장인물들의 삶도 절대 행복하지는 않지만 '리'의 불운에 비하면 조족지혈인듯합니다. 엄청난 행운으로 우주 여행을 하게 된 평범한 교도관 '리'에게 51세기 인류가 만들어낸 거대한 우주 유원지 '플랜 A'는 고독을 선물합니다. 즐거움이 넘쳐야 하는 유원지에서의 고독은 인간의 욕망에서 시작됩니다. 그 욕망이 만들어낸 고독이 이 작품의 주된 흐름입니다.

P.164. - 요금을 결제한 뒤 이용해주십시오.

우주 공간에 홀로 남겨진 '리'와 많은 이들과 지구에 있지만 고독하게 살아가는 이들 간의 통화를 통해서 작품은 조금씩 쓸쓸함과 외로움이 주는 아픔을 드러내고 있습니다. 혼자 수십 년을 고독하게 혼자 버티며 우주에서 살고 있는 '리'보다 지구에서 많은 이들과 함께 살지만 너무나 외롭게 사는 이들이 더 불쌍하게 보이는 까닭은 21세기 현실도 별반 다르지 않기 때문일 것입니다. '리'와의 통화를 기다리는 이들을 보면서 우주에 혼자 있는 '리'보다 더 고독에 지쳐버린 이들의 모습이 현실의 우리들의 모습과 오버랩되는 느낌입니다. 소통의 부재가 점점 더 커다란 사회문제가 되고 있는 요즘 결말에서 보여주는 양 웬리의 선택은 소통을 통한 위안의 소중함을 이야기하고 있는 듯합니다. 우주를 배경으로 먼 미래에 벌어진 이야기를 보여주고 있지만 지금 우리 주변에서도 벌어지고 있는 일들이라서 더욱 공감하며 읽을 수 있었습니다. 많은 생각을 하게 해주는 머나먼 우주로의 여행에 당신을 초대합니다. '리'가 살고 있는 별에서 진정한 삶의 의미를 마주하게 되는 행복을 놓치지 마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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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남자의 사랑
에릭 오르세나 지음, 양영란 옮김 / 위즈덤하우스 / 201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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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277. "당연하지.아들,이야기란 말이지, 태곳적부터 오는 거란다. 대륙들이 쪼개져서 표류하기 한참 전부터. 추론하는 이성이 서글픈 승리를 거두기 한참 전부터 말이야."


세계적인 석학이자 프랑스 최고의 지성이라는 에릭 오르세나의 최신 장편소설 <프랑스 남자의 사랑>을 만나보았습니다. 처음 제목을 접하고 프랑스 남자의 자유분방한 사랑에 대한 이야기를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프랑스를 대표하는 지성이라는 작가의 작품답게 사랑, 이별, 그리고 결혼 등에 대한 깊은 사색을 만날 수 있었습니다. 인간의 내면을 부자의 대화를 통해서 밀도 있게 그려내고 있습니다. 작가는 인간의 내면에 대한 생각들을 부자의 대화 속에 나오는 '이야기'들을 통해서 보여주고 있습니다. '이야기'의 주를 이루는 흐름은 '사랑'입니다. '지속적인 사랑'을 주제로 한 아버지와 아들의 이야기는 30년이 넘도록 이어집니다.


'지속적인 사랑'의 실패 원인을 찾아 쿠바에 살았었다는 조상까지 조사하는 아버지와 그 이야기를 열심히 들어주는 아들이 조금은 우습기도 하고 황당스럽기까지 하지만 이틀 간격으로 이혼한 20대의 아들과 50대의 아버지의 입장이라면 어쩌면 자신들 실패의 원인을 자신들 내부보다는 외부에서 찾고 싶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30년 동안 정기적인 만남을 통해 '불가능한 사랑의 유전자'에 대한 이야기가 완성될때쯤 다시 재혼한 아들을 두고 아버지는 사라집니다. 여기에서 이야기는 새로운 흐름을 맞이하게 됩니다. 아버지가 사라진 시점이 아들의 재혼 다음날인데 아들은 신부를 홀로 두고 아버지를 찾아 나섭니다. 이번 재혼도 시작부터 꼬인듯한데...아버지와의 대화를 그리워했던 것인지, 여성과의 사랑보다는 혈육에 대한 사랑이 더 커서였는지 '에릭 아르누'는 아버지를 찾아 나섭니다.


P.161. 지옥도 선의에 찬 죄인들로 득실거린다는데, 하물며 그 어떤 관습적 지표도 존재하지 않고, 선과 악도, 진실도 거짓도 존재하지 않는 사랑이란 야생적인 세계에서야... ... .


소설을 보고 있다는 느낌보다는 재미나게 쓰인 철학서를 읽는 듯한 느낌이었습니다. 30년이라는 오랜 시간 동안 이어지는 아버지와 아들의 대화가 마치 가벼운 선문답처럼 느껴져서 더욱 재미나게 만날 수 있었습니다. 사랑의 바탕은 '신뢰'가 있어야 하고 또한 우정의 바탕에도 '신뢰'가 있었야 한다는 것을 쿠바에 살던 조상 이야기를 통해서 보여주고 있는 듯합니다. 그리고 자신의 지속적인 결혼 생활을 바라는 아버지를 위해 거짓 편지를 보내는 아들을 통해서 '선의'에 대한 이야기도 만날 수 있었습니다. 또한 작가의 본명이 등장하면서 작가 자신의 이야기인가 하는 즐거운 착가에 빠져들게 하는 또 다른 재미도 맛볼 수 있는 정말 흥미로운 책이었습니다. 사랑에 대한 많은 흥미롭고 재미난 이야기들을 만나보고 싶다면 프랑스 부자의 대화를 엿들어 보는 것도 좋을 듯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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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죽어야 하는 밤
제바스티안 피체크 지음, 배명자 옮김 / 위즈덤하우스 / 201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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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년 화제작 '다빈치코드'를 제치고 '테라피'라는 작품으로 베스트셀러 1위에 올랐었던 제바스티안 피체크<내가 죽어야 하는 밤>을 만나 보았습니다. 독일 '사이코 스릴러의 대명사'라 불리는 작가의 작품답게 촘촘한 스토리 전개와 함께 늦출 수 없는 긴장감이 시작부터 결말까지 이어지고 있습니다. 긴박한 이야기의 흐름은 400여 페이지가 넘는 책을 단번에 읽게 만들었습니다. 다음 이야기의 전개가 너무나 궁금해서 책을 손에서 놓을 수 없어 하루 만에 다 읽었습니다. 조금씩 밝혀지는 8N8 의 의미와 '오즈'의 정체가 처음부터 끝까지 긴장감 속에 머물게 했습니다. 긴장감이 주는 묘한 즐거움을 느껴볼 수 있는 정말 매력적인 스릴러입니다.

 

P.116. 위기와 성공은 똑같다. 두 경우 모두 가짜 친구와 진짜 적을 만들기 때문이다.

 

이야기의 시작은 정신병원에 수용된 한 여자가 죽은 남자와 통화하면서 과거 사건 속으로 우리들을 끌어들이면서부터입니다. 과거 두 남녀의 인연은 어떤 사건의 주인공이 되면서부터입니다. 아주 적은 돈만 내면 누군가를 죽일 수 있다는 인터넷 사이트에서 누군가를 죽이면 아주 많은 돈을 주겠다며 사냥감이 될 그 누군가를 발표합니다. 그리고 12시간 동안의 광적인 사냥 놀이가 시작됩니다. 너무나 광적인 사냥 놀이에서 누군가의 추천에의해 벤과 아레츄가 사냥감이 됩니다. 도대체 누가 이들을 극도의 공포 속으로 초청했을까요? 여러분이 누군가 추천할 수 있다면 광기 어린 군중들이 만들어낸 공포 속으로 누구를 초청하시겠습니까?

 

조금씩 비밀을 풀기 위해 노력하는 벤과 아레츄를 통해서 만나게 되는 많은 에피소드들은 정말 흥미롭습니다. 하지만 작은 심리학 실험이 가져온 커다란 사회적 문제를 어떻게 풀어가는지 따라가는 길은 그리 유쾌하지만은 않습니다. 사회 심리학적 바이러스가 얼마나 빨리 퍼지는지 그리고 맹신적인 무지가 불러온 사건이 얼마나 비극적인지를 도망쳐야 하는 사냥감(개인)과 사냥에 나선 사냥꾼들(군중)을 통해서 보여주고 있습니다. 등장인물들의 심리적인 변화나 감정 동요를 정말 섬세하게 잘 표현하고 있어서 심리 스릴러가 보여줄 수 있는 최대한을 보여주고 있는 것 같습니다. 굉장한 속도감을 느낄 수 있는 작품입니다.

 

우리는 SNS 속에서 하루를 보내고 있는 지도 모르겠습니다. 여러 다양한 SNS 채널을 통해서 다양한 정보들을 실시간으로 접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 정보의 진위를 깊게 생각하기보다는 자극적인 정보들을 빠르게 전달하려고만 합니다. 그런 자극적인 정보 전달에서 많은 괴물들이 탄생하게 됩니다. 그런 괴물들과 싸우는 벤은 마치 사회악과 싸우는 정의로운 영웅처럼 느껴집니다. 하지만 벤은 영웅과는 거리가 너무나 멉니다. 그런 지극히 평범한 벤의 죽음을 추천한 사람은 누구일까요? 도대체 누가 한물간 드러머를 죽이고 싶어 할까요? 더 큰 의문은 심리학을 전공하는 여대생은 누구에게 원한을 사서 벤보다 우선순위의 살인 복권이 되었을까요?

 

중세의 마녀사냥이 정보의 부재에서 오는 무지가 원인이었다면 작품 속 사냥은 거짓으로 만들어진 많은 정보들이 대중들의 눈과 귀를 멀게 하면서 시작됩니다. 하루 만에 단번에 결말을 만나 본 <내가 죽어야 하는 밤>을 읽고 우리가 늘 접하는 SNS 정보의 진위를 한 번쯤은 꼭 생각해 보아야겠습니다. 왜 작가 제바스티안 피체크을 '사이코 스릴러의 대가'라 칭하는지 쉽게 알 수 있게 해주는 심리 스릴러였습니다. 벤에게 일어난 일들이 나에게 일어나게 된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하는 생각을 하면서 작가 제바스티안 피체크의 다른 작품들을 찾아보려고 컴퓨터를 켭니다. 굉장히 무겁고 음침한 이야기를 가볍게 읽고 깊은 울림을 받을 수 있게 쓴 정말 매력적인 작품을 쓴 작가의 다른 작품들을 꼭 만나보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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