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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남자의 사랑
에릭 오르세나 지음, 양영란 옮김 / 위즈덤하우스 / 2018년 4월
평점 :
절판
P.277. "당연하지.아들,이야기란 말이지, 태곳적부터 오는 거란다. 대륙들이 쪼개져서 표류하기 한참 전부터. 추론하는 이성이 서글픈 승리를 거두기 한참 전부터 말이야."
세계적인 석학이자 프랑스 최고의 지성이라는 에릭 오르세나의 최신 장편소설 <프랑스 남자의 사랑>을 만나보았습니다. 처음 제목을 접하고 프랑스 남자의 자유분방한 사랑에 대한 이야기를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프랑스를 대표하는 지성이라는 작가의 작품답게 사랑, 이별, 그리고 결혼 등에 대한 깊은 사색을 만날 수 있었습니다. 인간의 내면을 부자의 대화를 통해서 밀도 있게 그려내고 있습니다. 작가는 인간의 내면에 대한 생각들을 부자의 대화 속에 나오는 '이야기'들을 통해서 보여주고 있습니다. '이야기'의 주를 이루는 흐름은 '사랑'입니다. '지속적인 사랑'을 주제로 한 아버지와 아들의 이야기는 30년이 넘도록 이어집니다.
'지속적인 사랑'의 실패 원인을 찾아 쿠바에 살았었다는 조상까지 조사하는 아버지와 그 이야기를 열심히 들어주는 아들이 조금은 우습기도 하고 황당스럽기까지 하지만 이틀 간격으로 이혼한 20대의 아들과 50대의 아버지의 입장이라면 어쩌면 자신들 실패의 원인을 자신들 내부보다는 외부에서 찾고 싶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30년 동안 정기적인 만남을 통해 '불가능한 사랑의 유전자'에 대한 이야기가 완성될때쯤 다시 재혼한 아들을 두고 아버지는 사라집니다. 여기에서 이야기는 새로운 흐름을 맞이하게 됩니다. 아버지가 사라진 시점이 아들의 재혼 다음날인데 아들은 신부를 홀로 두고 아버지를 찾아 나섭니다. 이번 재혼도 시작부터 꼬인듯한데...아버지와의 대화를 그리워했던 것인지, 여성과의 사랑보다는 혈육에 대한 사랑이 더 커서였는지 '에릭 아르누'는 아버지를 찾아 나섭니다.
P.161. 지옥도 선의에 찬 죄인들로 득실거린다는데, 하물며 그 어떤 관습적 지표도 존재하지 않고, 선과 악도, 진실도 거짓도 존재하지 않는 사랑이란 야생적인 세계에서야... ... .
소설을 보고 있다는 느낌보다는 재미나게 쓰인 철학서를 읽는 듯한 느낌이었습니다. 30년이라는 오랜 시간 동안 이어지는 아버지와 아들의 대화가 마치 가벼운 선문답처럼 느껴져서 더욱 재미나게 만날 수 있었습니다. 사랑의 바탕은 '신뢰'가 있어야 하고 또한 우정의 바탕에도 '신뢰'가 있었야 한다는 것을 쿠바에 살던 조상 이야기를 통해서 보여주고 있는 듯합니다. 그리고 자신의 지속적인 결혼 생활을 바라는 아버지를 위해 거짓 편지를 보내는 아들을 통해서 '선의'에 대한 이야기도 만날 수 있었습니다. 또한 작가의 본명이 등장하면서 작가 자신의 이야기인가 하는 즐거운 착가에 빠져들게 하는 또 다른 재미도 맛볼 수 있는 정말 흥미로운 책이었습니다. 사랑에 대한 많은 흥미롭고 재미난 이야기들을 만나보고 싶다면 프랑스 부자의 대화를 엿들어 보는 것도 좋을 듯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