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죽어야 하는 밤
제바스티안 피체크 지음, 배명자 옮김 / 위즈덤하우스 / 2018년 5월
평점 :
절판


2006년 화제작 '다빈치코드'를 제치고 '테라피'라는 작품으로 베스트셀러 1위에 올랐었던 제바스티안 피체크<내가 죽어야 하는 밤>을 만나 보았습니다. 독일 '사이코 스릴러의 대명사'라 불리는 작가의 작품답게 촘촘한 스토리 전개와 함께 늦출 수 없는 긴장감이 시작부터 결말까지 이어지고 있습니다. 긴박한 이야기의 흐름은 400여 페이지가 넘는 책을 단번에 읽게 만들었습니다. 다음 이야기의 전개가 너무나 궁금해서 책을 손에서 놓을 수 없어 하루 만에 다 읽었습니다. 조금씩 밝혀지는 8N8 의 의미와 '오즈'의 정체가 처음부터 끝까지 긴장감 속에 머물게 했습니다. 긴장감이 주는 묘한 즐거움을 느껴볼 수 있는 정말 매력적인 스릴러입니다.

 

P.116. 위기와 성공은 똑같다. 두 경우 모두 가짜 친구와 진짜 적을 만들기 때문이다.

 

이야기의 시작은 정신병원에 수용된 한 여자가 죽은 남자와 통화하면서 과거 사건 속으로 우리들을 끌어들이면서부터입니다. 과거 두 남녀의 인연은 어떤 사건의 주인공이 되면서부터입니다. 아주 적은 돈만 내면 누군가를 죽일 수 있다는 인터넷 사이트에서 누군가를 죽이면 아주 많은 돈을 주겠다며 사냥감이 될 그 누군가를 발표합니다. 그리고 12시간 동안의 광적인 사냥 놀이가 시작됩니다. 너무나 광적인 사냥 놀이에서 누군가의 추천에의해 벤과 아레츄가 사냥감이 됩니다. 도대체 누가 이들을 극도의 공포 속으로 초청했을까요? 여러분이 누군가 추천할 수 있다면 광기 어린 군중들이 만들어낸 공포 속으로 누구를 초청하시겠습니까?

 

조금씩 비밀을 풀기 위해 노력하는 벤과 아레츄를 통해서 만나게 되는 많은 에피소드들은 정말 흥미롭습니다. 하지만 작은 심리학 실험이 가져온 커다란 사회적 문제를 어떻게 풀어가는지 따라가는 길은 그리 유쾌하지만은 않습니다. 사회 심리학적 바이러스가 얼마나 빨리 퍼지는지 그리고 맹신적인 무지가 불러온 사건이 얼마나 비극적인지를 도망쳐야 하는 사냥감(개인)과 사냥에 나선 사냥꾼들(군중)을 통해서 보여주고 있습니다. 등장인물들의 심리적인 변화나 감정 동요를 정말 섬세하게 잘 표현하고 있어서 심리 스릴러가 보여줄 수 있는 최대한을 보여주고 있는 것 같습니다. 굉장한 속도감을 느낄 수 있는 작품입니다.

 

우리는 SNS 속에서 하루를 보내고 있는 지도 모르겠습니다. 여러 다양한 SNS 채널을 통해서 다양한 정보들을 실시간으로 접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 정보의 진위를 깊게 생각하기보다는 자극적인 정보들을 빠르게 전달하려고만 합니다. 그런 자극적인 정보 전달에서 많은 괴물들이 탄생하게 됩니다. 그런 괴물들과 싸우는 벤은 마치 사회악과 싸우는 정의로운 영웅처럼 느껴집니다. 하지만 벤은 영웅과는 거리가 너무나 멉니다. 그런 지극히 평범한 벤의 죽음을 추천한 사람은 누구일까요? 도대체 누가 한물간 드러머를 죽이고 싶어 할까요? 더 큰 의문은 심리학을 전공하는 여대생은 누구에게 원한을 사서 벤보다 우선순위의 살인 복권이 되었을까요?

 

중세의 마녀사냥이 정보의 부재에서 오는 무지가 원인이었다면 작품 속 사냥은 거짓으로 만들어진 많은 정보들이 대중들의 눈과 귀를 멀게 하면서 시작됩니다. 하루 만에 단번에 결말을 만나 본 <내가 죽어야 하는 밤>을 읽고 우리가 늘 접하는 SNS 정보의 진위를 한 번쯤은 꼭 생각해 보아야겠습니다. 왜 작가 제바스티안 피체크을 '사이코 스릴러의 대가'라 칭하는지 쉽게 알 수 있게 해주는 심리 스릴러였습니다. 벤에게 일어난 일들이 나에게 일어나게 된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하는 생각을 하면서 작가 제바스티안 피체크의 다른 작품들을 찾아보려고 컴퓨터를 켭니다. 굉장히 무겁고 음침한 이야기를 가볍게 읽고 깊은 울림을 받을 수 있게 쓴 정말 매력적인 작품을 쓴 작가의 다른 작품들을 꼭 만나보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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