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토록 지적인 산책 - 나를 둘러싼 것들에 대한 끝없는 놀라움에 관하여
알렉산드라 호로비츠 지음, 박다솜 옮김 / 라이온북스 / 202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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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무엇을 경험하느냐는 내가 어디에 주목하느냐에 달려 있다."


컬럼비아대학교 바너드 칼리지 교수 알렉산드라 호로비츠의 특별한 산책에 동행해 보았다.《이토록 지적인 산책》은 저자가 '동네'를 산책하며 느낀 것들을 담고 있다. 소소한 것들이 가진 의미를 다시 한번 생각하게 하는 따뜻한 책이다.


그런데 저자는 '혼자'걸으며 느끼고 본 것들의 의미를 보지 못한 것들을 찾아보는 계기로 삼는다. 그리고 그 특별한 산책을 위해, 자신은 보지 못한 것들에 대해 느끼기 위해 누군가와 동행한다. 아는 만큼 보인다고 했던가? 저자는 여러 분야의 전문가들과 자신의 산책을 동행한다. 그리고 그 산책에서 자신은 전혀 보지 못한 다양한 것들을 보고 느끼게 된다. 열한 명의 동행자들.

어린 아들과의 산책이 주는 호기심은 일러스트레이터, 타이포그라퍼가 주는 시각적인 아름다움으로 이어진다. 거기에 곤충학자와 지질학자가 건네는 지적인 즐거움은 가벼운 산책과 관찰이 가진 매력을 고스란히 보여준다. 무엇보다 시각장애인과 반려견과의 동행에서 보는 것의 새로운 의미를 보여주고 있다. 본다는 것을 시각적인 의미에 가두지 않고 후각과 촉각으로 느낄 수 있는 것으로 확장하여 들려준다.


이 책은 그들과의 동행에서 저자가 보지 못했던 것들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다. 집중력은 자신의 관심사와 함께할 때 배가된다. 늘 그 자리에 있던 간판이, 돌이 새로운 의미로 다가온다. 단순한 동네 산책에서 삶을 들여다보는 지혜를 만나는 흥미로운 경험을 알려주고 있다. 그냥 지나치면 아무 의미 없을 디테일한 것들에게서 소중한 의미를 찾게 해준다.


p.370. 당신이 보고 있는 것은 한때 누군가에게 발견되었고 지금 누군가의 마음을 움직이고 있을지 모른다.


이 책《이토록 지적인 산책》을 읽고 동네 산책을 나간다면 평소 느끼지 못했던 소소한 것들이 주는 즐거움을 만날 수 있을 것 같다. 동네 산책길에서 만나게 되는 작은 것들의 소중한 의미를 찾게 해주는 매력적인 책과 흥미롭고 재미난 산책을 동행해 보길 바란다.


"라이온북스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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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츠먼의 변호인 묘보설림 17
탕푸루이 지음, 강초아 옮김 / 글항아리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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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츠먼의 변호인八尺門的辯護人 은 2022~2023년 금정상 등 타이완의 권위 있는 문학상 4관왕에 오른 흥미로운 작품이다. 더욱 흥미로운 점은 변호사 출신 작가 탕푸루이가 직접 시나리오를 쓰고 메가폰을 잡아 동명의 8부작 드라마를 만들었다는 것이다. 소설의 시작을 담은 '티저 북'을 보면 《바츠먼의 변호사》는 영상으로 담아도 정말 멋진 장면들을 만들 수 있을 것 같다. 타이완의 소수민족 아미족의 생활 배경인 섬과 바다만 담아도 너무나 아름다운 장면들이 넘칠듯하다.


열 살 퉁바오쥐가 피를 잔뜩 묻히고 돌아온 자신의 아버지 퉁서우중을 보고 놀라는 장면으로 시작한 티저 북의 스토리는 정말 엄청난 장면과 함께 끝을 맺는다. 티저 북이 영화에서 예고편 영상 즉 티저 영상과 비슷하다는 것은 알고 있지만 그래도 "didelikno……."가 의미하는 뜻만은 알려줄 수 있지 않은가? 번역기를 돌려봐도 제대로 된 풀이를 접할 수 없어 정식 출판을 기다려야 할 것 같다.


타이완의 원주민이었던 아미족은 중국 대륙의 한족이 이주하면서 갑자기 소수민족이 되고 만다. 그렇게 소수의 아픔을 당하던 아미족 정펑췬 선장의 죽음은 앞선 퉁서우중의 범죄 행위와 이어지는 듯하다. 왜냐하면 정펑췬 일가족을 죽인 사람은 불법체류자인 인도네시아 어부 압둘 아들이기 때문이다. 타이완의 또 다른 소수자이다. 그런데 이번 사건의 변론을 맞게 된 국선 변호사가 40대 후반의 퉁바오쥐다. 소수민이라는 이유만으로 정당한 대우를 받지 못했던 타카라가 국선 변호사가 된 것이다. 이제 소수민이 겪는 아픔을 아는 변호사 퉁바오쥐의 활약이 기대되는 장면에서 예고편 티저 북은 끝을 맺는다.


이 책이 가진 많은 매력들 중 하나는 타이완이라는 나라의 역사를 맛볼 수 있다는 것이다. 타이완의 시대상과 사회상도 함께 느껴볼 수 있어서 흥미와 재미를 더해주고 있다. 대선 일주일 전. 이주민(인도네시아)이 원주민을 죽였다. 이를 대하는 너무나 능숙한, 어디선가 본듯한 정치꾼들의 세상도 엿볼 수 있다. 이민 정책과 소수자, 그리고 사형제 존폐에 관한 깊은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는 책이다.


전체의 내용은 만나보지 못했지만 '천만 영화'의 예고편을 만나본 듯하다. 시작부터 궁금증을 자아내며 소설 속 법정으로 몰입하게 만든다. 국선 변호사 바오거의 활약이 무척이나 기대된다. 조금은 느린듯하지만 누구보다 더 빨리 진실에 다가설 것 같은 변호사 퉁바이쥐와 함께 천만 영화 같은 멋진 소설을 만나보길 바란다. 타이완이 주는 낯섦이 주는 아름다움이 더욱 멋진 책이다.


"글항아리로부터 티저북를 제공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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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가 되어 줄게 문학동네 청소년 72
조남주 지음 / 문학동네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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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귀를 기울이면』으로 문학동네소설상을 받으며 등단한 조남주 작가의 흥미로운 시간 여행을 함께했다. 《네가 되어 줄게》를 통해 만난 타임슬립 이야기는 보통의 타임슬립과는 조금 다른 모습의 이야기를 만날 수 있어 더욱더 재미나고 흥미로웠다. 엄마가 교통사고로 병원에 입원하면서 이 판타지는 시작된다. 교통사고와 함께 2023년 중학생 윤슬이 1993년 자신의 엄마 최수일의 몸으로 타임슬립 되고, 윤슬의 몸에는 엄마 최수일의 영혼이 들어오게 된 것이다.


p.15. 무엇보다 나를 생각 없는 아이로 아는 것 같다. 뭐든 목표를 가지고 악착같이 해 보란다. 나는 지금 열심히 즐겁게 지내고 있는데 대체 뭘 어떻게 해야 악착같은 걸까.


중학생 엄마의 몸으로 들어간 윤슬은 당차게 자신의 상황을 인지하고 현재 엄마 친구들과 학교생활을 함께하며 지금은 꿈도 꾸지 못할 부당한 학생인권과 마주하게 된다. 중학생 딸의 몸에 들어온 엄마 수일은 알지 못했던 아이들의 고단한 일상을 몸소 겪으며 윤슬을 조금씩 이해해가기 시작한다. 서로의 삶 속에 들어가 서로를 알아가는 흥미롭고 따뜻한 이야기다.


그런데 너무나 다른 두 소녀의 성격이 가족들과 친구들의 의구심을 자아내게 한다. 활달하고 당찬 윤슬과 내성적이고 조용한 수일이 서로의 일상 속에 힘겹게 녹아들 때쯤 누군가 이들의 변화를 눈치챈다. 누구일까? 둘이 바뀌었다는 사실을 알아차린 사람이. 또 타임슬립을 하게 만든 매개체는 또 무엇일까?


p.163. "자기 일은 다 별일이지. 다들 별별 일 겪으며 살아.

애기들이라고 다른가."


누군가의 입장을 알려면 상대방의 입장이 되어 생각하라고들 한다. 하지만 그게 그리 쉽지만은 않다. 특히 아이들을 바라보는 어른들 특히 부모는 늘 불안하고 답답하다. 눈에 보이지 않을 때는 책에서 읽은 대로 '자상'하게 대하고 싶지만 스마트폰 속으로 들어간 아이를 보고 있으면 '자상'한 말투는 날아가 버리고 만다. 이 이야기는 그런 상황을 피해 갈 수 있는, 줄일 수 있는 지혜를 들려주고 있다.


윤슬의 일상을 따라가는 엄마 수일의 모습을 보면서 우리 아이들의 삶을 생각하게 되고, 엄마의 일상에 뛰어든 윤슬의 모습을 보면서 엄마들의 인생을 생각하게 된다. 그러니 이 책은 부모와 아이들이 함께 읽고 자신들의 속마음을 털어내는 매개체 역할을 하기에 충분할 것 같다. 아이와 함께 읽고 서로의 시간 속으로 타임 슬립해보는 소중한 시간을 가져보기 바란다. 서로 소통할 수 있는 재미나고 흥미로운 추억을 만들어 줄 것이다.


"문학동네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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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다발은 독
오리가미 교야 지음, 이현주 옮김 / 리드비 / 202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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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다발은 독花束は毒에는 원죄寃罪라는 단어가 반복해서 등장한다. 누군가의 억울함을 표현하기 위함일 것이다.


원죄寃罪 : 억울하게 뒤집어쓴 죄


그런데 원죄라는 단어에 빠져 이 미스터리를 따라가다 보면 정말 커다란 반전을 맞이하게 될 것이다. 그렇다면 원죄라는 말에 의구심을 가지고 이 소설을 읽는다면 놀라움으로 가슴 쓸어내리는 반전을 피할 수 있을까? 아니다.


그래서 이 이야기를 만들어낸 작가 오리가미 교야의 이력을 다시 한번 확인하게 된다. 변호사로 일하며 데뷔한 독특한 이력을 가진 작가는 《꽃다발은 독》으로 제5회 미라이야 소설 대상을 수상했다. 정말 엄청난 스토리텔러인 작가는 간결한 문장으로 이야기에 속도감을 붙이고, 개성 강한 인물들을 등장시켜서 스토리를 풍성하게 만들고 있다. 페이지터너가 무엇인지, 순삭이 무엇인지 제대로 보여주고 있다.


스토리는 단순하다. 약혼을 앞둔 선배를 협박하는 범인을 잡기 위해 탐정을 알아보던 기세는 기타미라는 이름이 들어간 탐정 사무소를 발견한다. 그리고 그곳에서 중학교 때 학폭을 당하는 친척 형을 멋지게 도와준 기타미 선배를 다시 만나게 된다. 그리고 그 탐정이 이번 의뢰도 멋지게 해결해서 진실을 알아낸다는 평범한 흐름을 가진 소설이다. 하지만 그 단순한 이야기에서 몇 가지만 바꾸면 엄청난 반전을 가진 이야기로 바뀐다. 그 놀라운 반전을 만나보고 싶다면 전혀 주저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조금씩 밝혀지는 진실로 나만의 반전을 예상해 보는 재미도 맛보길 바란다.


이야기는 단순하지만 들려주는 메시지는 정말 묵직하고 복잡하다. 정말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드는 흥미로운 함정을 가진 소설이다. 재미나고 흥미로운 함정을 피하기 위해서는 감정 조절을 잘해야 할 것이다. 합리적인 판단도 반전이라는 함정을 피하게 해주는 커다란 도구가 될 것이다. 하지만 반전을 피한다고 해서 이 책이 가진 또 다른 매력을 피할 수는 없을 것이다. 생각의 심연으로 초대하는 이야기의 결말이 정말 멋지다. 결말에 던지는 질문"진실을 말해야 할까?"에 쉽게 답할 수 있는 사람이 몇 명이나 될까?


평범한 일상을 집착이라는 괴물이 삼켜버린 삶을 만나게 해줄 《꽃다발은 독》은 진실과 행복, 그리고 정의가 얽혀서 던지는 깊이 있는 질문이 너무나 매력적인 작품이다.


"리드비READbie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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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이 되다 - 인간의 코딩 오류, 경이로운 문명을 만들다
루이스 다트넬 지음, 이충호 옮김 / 흐름출판 / 202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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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성에서 미생물을 찾는 일에 열중하고 있다는 웨스트민스터 대학 과학 커뮤니케이션 교수 루이스 다트넬이 들려주는 너무나 흥미로운 이야기의 시작을 만나보았다. 이 책은 《인간이 되다 Being Human 머리말1장 문명을 위한 소프트웨어를 담은 샘플북이다.


p.14. 인간이라는 존재는 우리의 모든 능력과 제약이 합쳐져서 만들어진 결과이다. 즉, 우리의 결함 능력 이 모두가 현재의 우리를 만들었다. 그리고 인류의 역사는 양자 사이에서 균형을 이루며 진행되었다.


적은 분량의 이야기를 담고 있지만 《인간이 되다》전체 내용을 개괄한 머리말을 통해서 이 책에서 들려줄 흥미로운 이야기의 전체적인 흐름을 느낄 수 있었다. 머리말을 통해서 저자는 인류의 역사를 톺아보면서 인류가 만들어낸 문명에서 '기본적인 인간성'이 어떤 방식으로 표출되는지 보여주고, 인류가 가진 독특한 특성과 다른 동물과 공유한 인류의 몸, 행동의 특징도 살펴본다고 밝히고 있다.


모든 인류가 공유하는 또 다른 위유전자는 의도치 않게 세계적으로 악명 높은 조직을 탄생시켰다는 위유전자僞遺傳子도 만나보고 싶고, 콜럼버스의 마음을 사로잡았고, 이라크 침공의 강력한 요인으로 작용했다는 특정 인지 편향에 대한 이야기도 만나보고 싶다. 머리말만 읽었는데도 이 책을 소장하고 싶다는 욕심에 빠지게 된다.


p.49. 사람은 협력이 기본 상태로 내장된 것처럼 보이며, 이것은 상호 작용에서 페어플레이를 요구한다.


머리말이 《인간이 되다》의 매력을 제대로 어필하고 있다면, 1장 문명을 위한 소프트웨어는 이 책이 가진 가치를 제대로 보여주고 있다. 다음 이야기들이 궁금해지는 강한 지적 호기심을 자극하고 있다. 인간이 가진 '본성'에 대한 깊이 있는 이야기를 과학적인 탐구와 함께 멋지게 풀어낸다. 우리 뇌에서 진화한 사회적 소프트웨어에는 무엇이 있을까? 저자가 들려주는 협력과 이타성, 상호 이타성, 간접적 호혜성 그리고 '사기꾼 찾기' 또 뒷담화 이야기는 정말 흥미로웠다. 인간이 되어가는 과정에서 인간이 버리고 또 택한 본성들을 통해서 인류를 새롭게 알 수 있게 해주는 매력적인 책이다.


"흐름출판으로부터 도서(샘플북)를 제공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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