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란한 멸종 - 거꾸로 읽는 유쾌한 지구의 역사
이정모 지음 / 다산북스 / 202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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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과천과학관 이정모 관장이 들려주는 흥미로운 지구 이야기《찬란한 멸종》을 만나보았다. 제목부터 시선을 사로잡는 이야기는 멸종滅種으로 시작해서 지구 생명의 시작을 목격한 두 증인?의 대화로 끝을 맺는다. 이 책이 주는 가장 큰 생각거리는 '멸종'이다. 멸종에 대한 부정적인 이미지를 이 책을 통해서 새롭게 접근할 수 있게 되었다.


p.21. 멸종이란 다음 세대의 생명체를 위해 자리를 비켜주는 자연스러운 일이다.


저자는 '멸종은 일반적으로 안타까운 일이 아니다.'(p.21)라고 말하고 있다. 정말 그럴까? 저자가 들려주는 아니 저자가 내세운 다양한 화자들이 들려주는 멸종, 지구에 대한 이야기는 인간이 멸종한 2150년 가상의 미래에서 시작한다. 처음 화자를 맡은 인공지능은 인류의 멸종에 대해 차분하게 들려주고 있다. 미래의 인류가 멸종하게 된 이야기는 무엇일까?


미래의 이야기이니 인공지능과 화성 건설에 참여한 로봇이 화자가 되는 것은 어느 정도 예측 가능한 일이다. 하지만 이 책에는 과학자 이정모의 상상력이 만들어놓은 새롭고 재미난 스토리텔링이 가득 넘친다. 지구 역사, 멸종 생물의 역사를 정말 다양한 화자들로 하여금 들려주며 자연사에 대한 지식도 쌓게 해주고 있다. 지구 온난화에 대한 이야기는 범고래와 산호가 들려준다. 지구 온난화의 심각한 피해에 고스란히 노출된 당사자들의 이야기가 너무나 생생해서 우리들의 경각심을 다시 한번 자극하고 있다.


다섯 번째 대멸종의 화자는 아이들이 너무나 좋아하는 공룡이다. 그렇다면 다가오고 있지만 피해야만 하는 여섯 번째 대멸종의 화자는 누구일까? 이 책은 짧은 17개의 챕터에 흥미롭고 재미난 지구 이야기를 각기 다른 화자들을 내세워 들려주고 있다. 다음 챕터의 화자는 누구일까 하는 설렘이 읽는 재미를 배가시켜준다. 마지막 챕터에서 생명 탄생에 대한 대화를 나누는 두 화자도 특별하고 흥미로웠지만 가장 흥미로웠던 화자는 네안데르탈인이다. 네안데르탈인이 들려주는 자신들은 멸종하고 호모 사피엔스만 살아남은 까닭은 무엇일까?


자연사, 지구의 역사에 대한 흥미로운 접근을 원하는 이들이라면 누구나 즐겁게 읽을 수 있는 재미난 책이다. 과학자가 들려주는 과학 이야기가 이렇게 재미나고 흥미로울 수 있을까? 네 번의 대멸종에서 살아남은 동물을 만나보는 지적인 즐거움을 놓치지 말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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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골에 대한 기이한 취향 캐드펠 수사 시리즈 1
엘리스 피터스 지음, 최인석 옮김 / 북하우스 / 202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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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3년 『죽음과 즐거운 여자』로 '에드거 앨런 포 상'을 수상한 작가 엘리스 피터스《유골에 대한 기이한 취향》을 만나보았다. '캐드펠 수사 시리즈'의 첫 번째 작품이다. 역사추리소설이라는 소개 글답게 중세 웨일스의 지도와 성 바오로 수도원의 안내도가 처음부터 시선을 사로잡는 장편소설이다.


p.19. 그래, 이 젊은이가 수사라는 운명을 받아들이게 된 것이 비단 경건한 신앙심 때문만은 아닐 테지.


'수사修士''수사搜査'로 받아들이면서 캐드펠이 형사인 줄 알았다. 그래서 히가시노 게이고 '가가 시리즈'의 가가 교이치로 형사와 마르틴 베크 시리즈의 베크 형사를 소환했었다. 명탐정 코난도. 수사 시리즈의 첫 작품과의 만남은 언제나 설렌다. 하지만 그 설렘은 그렇게 길지 못했다. 어떤 모습의 형사를 만나게 될까 하는 설렘은 성 바오로 수도원의 안내 도와 함께 사라지고 새로운 의구심이 생겼다. 신을 믿고 모시는 수사들이 생활하는 수도원에서 형사가, 탐정이 필요한 사건이 발생할 수 있을까? 범행 장소가 수도원일까? 그렇다면 범인은 누굴까?


《유골에 대한 기이한 취향》에서 캐드펠 수사는 성녀 위니프리드의 유골을 가져오는 임무에 참여하게 된다. 웨일스어를 통역하는 역할로 부수도원장 일행과 함께하게 되는 것이다. 권력욕이 눈에 띄는 이들이 수사라는 점이 의아할 정도의 인물들이 등장한다. 거기에 신분과 신념을 뛰어넘는 로맨스도 보인다. 중세 영국과 웨일스의 역학 관계 그리고 왕권과 종교의 미묘한 관계까지 역사 소설의 재미와 흥미를 제대로 보여주고 있다.


잔잔하게 흐르던 이야기는 성녀 위니프리드의 유골을 줄 수 없다는 그 지역 영주의 등장으로 조금씩 출렁이기 시작한다. 그 출렁임은 유골 반출에 반대하던 영주의 죽음으로 태풍으로 변한다. 누구 것인지 명확한 표시가 있는 화살을 맞고 죽은 영주의 딸은 캐드펠과 함께 진짜 범인을 찾아 나선다. 범행 동기도 범행 수법도 평범하지 않다. 범인을 추리해 볼 수 있는 단서들을 보여주고 있어서 추리소설을 읽는 재미와 흥미를 배가시켜준다.


소유욕에 눈이 멀어 뇌물을 주려고 하는 부수도원장의 모습과 명예를 중시하는 지방 소도시의 영주의 모습이 비교되면서 삶의 진정한 의미를 생각해 보게 한다. 신념을 지키기 위한 삶을 선택한 수사 캐드펠의 다음 이야기가 무척이나 궁금하다. 다음 이야기의 배경과 사건 형태가 벌써 궁금하다. 시리즈의 시작부터 작가의 매력에 빠진듯하다. 수사 캐드펠이 선물해 주는 지적 즐거움을 만나보는 행복한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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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네마 인도 - 볼리우드 영화를 재밌게 즐기기 위한 사람, 문화 그리고 역사
빠르데시(최종천) 지음 / 이은북 / 202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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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으로 만나는 작은 인도 영화제.


우연히 접한 인도 영화〈춤추는 무뚜〉를 보고 인도 영화의 매력에 빠져 20년이 넘는 시간을 인도 영화와 인도에 대해 공부한 빠르데시 최종천이 들려주는 인도 이야기를 만나본다. 《시네마 인도 CINEMA INDIA는 인도 영화를 통해서 인도라는 사회를 들여다보는 특별한 경험을 선물한다. 인도하면 떠오르는 많은 것들 중에 하나가 완성도가 떨어지는 B급 영화인 것 같다. 그런데 저자의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니 인도 영화는 B급 영화가 아니라 그들만의 독특한 문화가 만들어낸 특별함을 담고 있는 영화인듯하다.


세계 최다 영화 제작 국가 인도의 사회, 문화 그리고 역사 등을 들여다보는 것은 재미나고 흥미로운 경험이다. 그런데 《시네마 인도》에서 인도를 들여다보는 도구가 영화라서 더욱더 재미나고 흥미롭게 인도를 만날 수 있다. 이 책은 총 여섯 개의 파트(PART)로 구성되어 있다. PART.1에서는 인도 영화에 대한 기초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다. 인도는 공식 언어가 18개라고 한다. 그러니 영화도 볼리우드만으로는 부족하다. 다양한 언어로 만든 영화들이 콜리우드, 톨리우드, 몰리우드라 불리며 소비되고 있다고 한다.


PART.2 인도 영화 속 사람들에서는 인기 배우, 영화계의 권력이 된 명문 가문 등을 소개하고 있다. 흥미로운 만남도 좋았지만 '플레이백 가수'라는 인도 영화에서만 만날 수 있는 특별한 가수들과의 만남이 무척 흥미로웠다. 인도 영화에 안무가 출신의 감독들이 많은 까닭은 인도 영화를 한 번만 보더라도 충분히 알 수 있을 것이다. PART.5 와 PART.6에서는 영화에서 자주 다루는 인도의 주요 역사와 고대 전설에 대해 재미나게 설명해 준다. 인도의 신비로운 이야기를 접해볼 수 있어서 좋았다.


이 책이 보여주는 흥미로운 인도 이야기 중에서 가장 흥미롭고 재미나게 접했던 부분은 PART.3PART.4이다. 영화를 통해서 인도 사회를 보여주고 또 들려주고 있다. 결혼, 신분제도 그리고 종교 등 정말 다양한 주제의 많은 이야기를 들려주고 그 이야기를 담은, 그 주제를 충분히 느낄 수 있는 영화를 매칭해주고 있어서 더욱 재미나게 읽을 수 있었다. 또 어떤 영화에서 내용을 확인하고 느낄 수 있는지 많은 영화 작품들을 예로 보여주고 있어서 작은 인도 영화제를 만나본 듯하다.


인도에 가지 않고 인도를 알고 싶다면, 또 인도를 느끼고 싶다면 저자가 선택한 인도 영화들과 만나보길 바란다. 인도에서 크리켓 경기가 최고의 인기를 누리고 있는 까닭은 무엇일까? 많은 이야기를 통해서 인도를 만나볼 수 있는 의미 있는 시간이 기다리고 있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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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는 유튜버
하마구치 린타로 지음, 김현화 옮김 / ㈜소미미디어 / 202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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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는 유튜버》의 책 표지와 띠지에 완전히 속았다. 정말 심하게 속았다. '아빠는 왜 유명해지고 싶어 하지?'라는 띠지 문장에서 느낄 수 있는 것은 엉뚱한 어른의 유쾌한 일탈 정도였다. 표지의 재미난 일러스트는 이 책이 눈물보다는 웃음을 더 많이 담고 있을 듯했다. 결론만 말하자면 이 책을 많은 사람들이 있는 곳에서 읽게 된다면 큰 낭패를 만나게 될 것이다. 자연스럽게 솟아오르는 눈물로 인해 난감한 처지에 빠질지 모르니 《아빠는 유튜버》가 담고 있는 감동은 꼭 혼자서 조용히 만나보길 바란다.


초등학교 소녀 우미카는 오키나와 사투리로 돕는다라는 의미를 가진 '유이마루'라는 게스트 하우스를 운영하는 아빠 유고와 아빠를 따르는 무리들과 함께 살고 있다. 그림 그리기를 좋아하는 우미카가 아빠 유고의 엉뚱한 도전들에 지쳐갈 때쯤 아빠가 갑자기 유명 유튜버가 되겠다는 새로운 도전을 시작하면서 이야기는 빠르게 전개된다. 이야기의 시작은 재미나고 유쾌하다. 그런데 아빠 유고가 유튜버의 성공에 너무나 집착하면서 이야기는 새롭게 흐른다.


p.107. "우미카海香. 바다 해에 향기 향 자를 써서 우미카야."


이야기는 현재의 섬 이야기와 10여 년 전 도쿄 이야기로 전개된다. 텔레비전에 나오는 코미디언이라는 '꿈'에 도전하는 아빠 유고의 젊은 시절이 전개되면서 유고가 왜 그렇게 유명한 유튜버가 되려고 하는지 알려준다. 이때부터 웃음보다는 눈물이 보이기 시작한다. 감동을 넘어서는 인간애가 차고 넘치기 시작한다. 그렇게 감동의 쓰나미가 사랑의 의미를 또 가족의 의미를 다시금 생각하게 하는 엄청난 스토리를 담고 있는 멋진 책이다.


p.76. "…실패해도 되는 게 너희 어린이들의 최대 특권이거든. 해도 소용없다는 말은 안 해본 사람이 하는 말이지."


아이들에게는 도전의 의미와 꿈의 의미를 제대로 알려줄 것 같고, 어른들에게는 진정한 사랑과 참된 가족의 의미를 알려줄 것 같다. 우미코의 유쾌한 귀싸대기로 시작해서 감동적인 사진으로 끝을 맺는 흥미롭고 재미난 소설이다. 감동이 무엇인지 사랑이 무엇인지 제대로 알려주고 있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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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체 : 세 자매 이야기
조카 알하르티 지음, 박산호 옮김 / 서랍의날씨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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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부커상 인터내셔널 부문 수상작 《천체 : 세 자매 이야기》를 만나보았다. 저자 조카 알하르티는 술탄 카부스 대학에서 강의하고 있는 시학 박사로 영어로 번역된 소설을 쓴 첫 오만 여성 작가이다. '한강의 기적'을 이룬, 단기간에 산업화를 이룬 나라에 사는 까닭으로 우리는 과도기에 발생한 다양한 문제들을 담은 많은 소설들을 접할 수 있었다. 그래서일까 이 소설이 들려주는 이야기가 낯설지가 않다.


가부장제가 확고한 집안의 어른들끼리 혼사를 정하고, 외도는 필수 코스처럼 보이고 세대 간 갈등은 당연시되는 과도기에 가장 큰 혼란을 겪는 사람들은 누구일까? 오늘을 살지 못하고 과거 속에 사는 사람들인 것 같다. 없어진 노예 제도에 얽매인 사람들이 등장하고, 가슴속에 '다른 사랑'을 품고 결혼 생활을 이어가는 이들도 등장한다. 우리나라 60년대 이야기 같은 이야기는 오만의 7080년대 이야기이다. 그런데 제국주의의 상징인 노예 제도가 아랍의 오만 소설에 등장해서 의아했다.


검색을 통해서 오만의 역사를 조금 알게 되었고 그들의 산업화도 정말 단기간에 이루어졌음을 알 수 있었다. 1970년 쿠데타로 새로운 국왕이 된 왕자가 개혁을 감행했고 그때 노예제도도 없어졌다는 것이다. 쿠데타 산업화. 그래서 이야기가 낯설지 않았나? 산업화가 만든 빠른 변화를 따라가지 못하는 1세대(아버지:술레이만)와 변화기에 가정을 지키려고 노력하는 2세대(주요 화자話者:압달라) 그리고 기성세대의 삶을 부정하는 3세대(딸: 런던)가 등장해서 오만 사회의 격변기를 들려준다.


p.179. 하지만 알 아와피와 이곳 사람들과 동물들과 가난과 종으로 살아가는 것보다 정말 더 역겨운 건 그녀의 엄마 마수다였다.


오만 사회의 격변기를 세대 간 이야기로 풀어냈다면 오만의 문화, 여성의 삶에 대한 이야기는 마야, 아스마, 칼라 세 자매와 마야의 딸 런던을 통해서 들려준다. 너무나 익숙한 이야기들도 있지만 노예 제도나 상상을 초월하는 가부장적 문화 그리고 아랍의 색다른 문화들이 읽는 재미와 흥미를 더해주는 책이다.


p.26. 마수드 장로의 딸이 똑바로 서 있지도 못해서 누워서 아이를 낳는다고? 창피한 줄 알아, 이것아!


참 이상한 경험을 선물한 책이다. 가슴이 터질 듯 먹먹하다가도 오만의 색다른 문화를 접하면 금세 잊어버리고 이야기 속을 달렸다. 그렇게 마야를 응원하던 마음은 런던으로 이어진다. 세 자매의 사랑과 결혼 이야기 그리고 압둘라가 들려주는 특별한 이야기를 통해서 낯선 문화와의 신선한 만남을 가져보길 바란다. 압달라는 마야의 사랑을 받을 수 있을까? 압달라의 어머니 파티마의 죽음을 둘러싼 의혹의 진실은 무엇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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