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 고흐, 영혼을 담은 인물화 - 편지로 읽는 초상화와 자화상
파스칼 보나푸 지음, 이세진 옮김 / 미술문화 / 202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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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문화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p.10. 빈센트의 편지는 초상화가로서의 야심을 담은 일종의 자서전이다.


심각한 우울증에 시달리다 자신의 귀를 자르고, 정신병원에 다녀온후 결국 권총 자살로 생을 마감한 불운한 천재 화가하면 떠오르는 빈센트 반 고흐를 특별한 책을 통해서 만나본다.《반 고흐, 영혼을 담은 인물화》'특별한'까닭은 <해바라기>시리즈, <별이 빛나는 밤에>,2022년 1억 171만 달러에 거래된 <사이프러스 나무가 있는 과수원> 등 수 많은 명작을 만날 수 없다는 것이다. 대신 수 많은 인물화, 초상화 그리고 자상화를 만날수있다. 빈센트 반 고흐를 풍경화가가 아니라 초상화가로, 인물화가로 만나볼 수 있는 특별함을 담고 있다.


모델을 구할 돈이 없었던, 식사할 돈이 없었던 가난한 화가 빈센트는 자신의 처지를 동생 테오에게 편지를 통해서 자세하게 알린다. 자신의 육체적, 정신적 상황을 적고있다. 그렇게 빈센트는 자신의 감정을 가감없이 토로한다. 그래서일까? 빈센트의 편지는 감정을 담고, 내일에대한 의지를 드러내고 있는 일기처럼 다가선다. 800여 통이 넘는 그곳에 빈센트는 어떤 이야기를 담고있을까? 존경받는 목사의 아들이라는 무게와 그림에대한 열정을 고스란히 느낄수 있는 그곳에서 우리는 무엇을 찾을 수 있을까?


파리8대학 명예교수로 오랫동안 미술사를 가르쳤던 저자 파스칼 보나푸는 빈센트 반 고흐가 진정으로 원했던 것이 무엇인지를 빈센트가 가족, 지인들과 주고받은 '편지'를 통해서 찾아가고 있다. 빈센트는 "… 지금의 나는 풍경화가지만 사실 난 초상화에 더 소질이 있어."(p.69)라고 편지에 적을만큼 초상화에 진심이었다. 모델을 구할 '돈'이 없음을 너무나 안타까워하는 내용이 자주 눈에 띄는 까닭일 것이다. 그래서일까? 빈센트의 시선은 주변을 향하고 있다. 귀족이나 상류층이 아니라 주변에서 만날 수 있는 이들을 그림에 담고 있다.

p.67.중요한 인물이었던 적이 없는 사람들에게 그들의 자리를 내주는 것을 빈센트는 자신의 사명으로 삼았다.


편지에 자신의 일상과 감정 그리고 그림을 담았던 빈센트는 인물화, 초상화에 몰두하지만 무언가 모를 색다른 길을 걷기시작한다. 독특한 색채로 색조를 만들어가며 특별한 인물화를 완성한다. 하지만 누구도 빈센트의 그림을 인정하지 않았고 살아있는 동안 화가는 궁핍에 허덕였다. 빈센트 생전 판매된 그림은 단 한점이었다. 1890년 안나 보흐(화가)가 400프랑에 〈아를의 붉은 포도밭〉을 구입한 것이다.같은 해 7월 빈센트는 자살한다.

p.164. 눈앞의 장면을 정확하게 표현하려고 노력하는 대신 나를 확실히 표현하기 위해 좀 더 자의적으로 색채를 사용하게 됐거든.

p.21."우리는 오직 우리의 그림으로만 말할 수 있어."

빈센트의 그림이 말하게 하려면 충분히 시간을 들여 그의 그림을 바라보아야 한다.

p.31. "예술가란 하나의 사슬 속 고리일 뿐이야. 그 사슬을 찾든 찾지 못하든, 우리는 그로써 위로받을 수 있어."

p.63. "가끔은 보이지 않는 것을 보는 사람처럼 하늘을 쳐다보는 게 좋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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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시 도깨비 편의점 2 특서 어린이문학 13
김용세.김병섭 지음, 글시 그림 / 특서주니어 / 202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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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한서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김용세·김병섭 작가가 쓰고, 글시가 그린 특서어린이문학의 열세 번째 책을 만나보았다. 25시 도깨비 편의점 2은 상처 입고 자신감 잃은 아이들에게 위로와 용기를 주는 판타지 소설이다. 이야기의 가장 중요한 배경이 되는 '25시 도깨비 편의점'은 선비 옷을 입은 호랑이 괴물, 바닥에 붙어 다니는 슬라임 괴물, 공중에 떠있는 달걀 괴물 등 가게 이름처럼 도깨비들이 이용하는 편의점이다. 그러니 그곳에서는 신비한 물건들이 판매된다.


행복 캔디, 깔깔 젤리, 마음대로 축구공 그리고 일확천금 삼각 김밥 등 신비한 물건들이 넘치는 도깨비 편의점은 누구나 이용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특히 인간은 이용할 수 없고 눈에도 보이지 않는다. 인간이 도깨비 편의점을 이용하기 위해서는 여우 길달의 안내와 특별한 결재 수단이 필요하다. 《25시 도깨비 편의점 2》에서 길달의 선택을 받아 '황금카드'를 받은 아이는 누구일까?


자신감을 조금씩 잃어 움츠러들다가 결국 타인과의 대화를 하지 못하게 된 현서와 정태의 연속된 짓궂은 장난으로 자존감이 바닥나버린 선우가 선택받은 주인공들이다. 신비한 물건들이 가득 찬 도깨비 편의점에서 현서와 선우가 선택한 물건은 무엇일까? 가장 좋아하는 할머니와도 대화를 하지 못하게 된 현서의 선택은 '둘이서 라면'이다. 가장 좋아하는 축구공을 포기하고 선우가 선택한 물건은 '무지개 색연필'이다. 두 물건의 신비한 능력은 무엇일까? 두 아이의 소원은 이루어질까?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도깨비 편의점의 신비한 물건으로 아이들은 어떤 변화를 마주하게 될까? 그런데 아이들이 찾은 변화가 진짜 황금카드 때문일까? 아마도 황금카드는 아이들에게 작은 불씨가 되어줄 것 같다. 그 작은 불씨를 커다란 불꽃으로 키워내는 건 아이들의 의지와 용기일 것이다. 그리고 이 책의 이야기들은 그런 용기와 의지를 심어주는 듯하다.


《25기 도깨비 편의점》의 세 번째 이야기가 기다려지는 까닭은 '비형'이 편의점 점장이 된 연유와 그 과정에서 등장한 '어둑서니'라는 존재 때문이다. 너무나 가슴 아픈 과거를 가진 비형은 진명의 몸에 들어간 어둑서니와 어떤 대결을 하게 될까? 그 대결에서 여우 '길달'은 또 어떤 활약을 펼치게 될까? 도깨비 편의점의 점장과 직원인 비형과 길달이 『삼국유사』에 등장하는 도깨비라는 점을 찾아보는 재미도 놓치지 않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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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안을 알면 흔들리지 않는다 - 더 이상 불안에 시간과 에너지를 쓰고 싶지 않은 당신에게
키렌 슈나크 지음, 김진주 옮김 / 오픈도어북스 / 202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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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픈도어북스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지금도 많은 사람들 앞에 서는 건 많이 부담스럽다. 어렸을 때는 더 심했던 기억이 있다. 는 옥스퍼드 대학교에서 심리학 박사를 받은 임상심리학자 키렌 슈나크가 불안에 노출될 확률이 점점 더 높아지고 있는 현대인들을 위해 만든 심리 치료제이다. 특히 지금처럼 불안이 만연한 시대에 꼭 필요한 '불안'치료법을 담은 실용서이다. 저자의 흥미로운 심리 상담 경험을 들려주는 에세이로 착각하고 선택한 책이었지만 아주 가끔 선택의 실수가 만들어주는 선물 같은 책이다.


두통에도 원인이 다양하듯이 불안에도 다양한 원인이 있고 발현되는 모습도 천차만별千差萬別이다. 그런 까닭으로 저자는 1장부터 10장까지 계단을 오르듯 순서대로 차분하게 따라 오기를 바란다. 조금씩 천천히 '불안'을 알고 불안과 맞서는 과정을 촘촘하게 제시하며 불안 문제를 개선하는데 필요한 수단과 전략을 제공하고 있다. 오랜 임상 경험을 통해서 접한 실제 환자의 사례를 통해서 '개념'을 설명하고 있어서 조금 더 쉽고 편하게 이해할 수 있는 책이다.


불안의 정체를 알려주고(1장), 스트레스, 신경계를 진정시킬 수 있는 기법도 소개해 준다.(3장) 점점 수위를 높이던 이야기는 어디선가 들어본 듯한 유명한(?) 불안들(질병불안장애, 공황 발작, 사회불안장애 등)을 만나게 한다.(8장) 이름난 불안들을 회피, 극복할 수 있는 방법들 알려주며 도달한 곳은 '트라우마'이다.(9장) 언제부터인가 자주 접하게 된 트라우마의 치료법은 무엇일까?


어렵고 난해한 이야기임에 틀림없지만 노련한 심리상담사답게 글에서도 편안함이 느껴진다. 쉽고 편안하게 접할 수 있다고 책이 담고 있는 내용이 가볍고 기초적이지는 않다. 각 장에서 다루고 있는 디테일한 내용이 신뢰감을 주고, 각 장의 마무리를 담당하고 있는 '정리'부분플러스(+) 팁 부분의 촘촘함은 이 책의 퀄리티를 높이고 있다. 간단명료하게 도식화한 설명과 잘 정리된 방법들이 저자가 주장하고 있는 '자기 주도적 치료'에 도전할 용기를 갖게 하는 실용적인 책이다.


p.24. 자기 주도적 치료는 스트레스를 줄이고 회복력을 높이는 놀라운 힘을 지니고 있어 불안 극복에 이상적인 치료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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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 김승옥문학상 수상작품집
최은미 외 지음 / 문학동네 / 202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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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동네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김승옥문학상은 1960년대 한국 현대소설의 빛나는 한 정점을 보여준 작가 김승옥의 등단 오십 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제정한 문학상이다. 2025년 제10회 수상작품들을 담은 2025 김승옥문학상 수상작품집을 만나보았다. 단편소설은 여전히 어렵고 난해하다. 하지만 수상작품집에는 그 난해함을 해소할 수 있는 평론가들의 해설을 접할 수 있어 조금은 위안을 찾을 수 있다. 그런데 이번 작품집에는 수상 작가들의 '작가노트'도 함께 볼 수 있어서 문학에 대한 무지를 조금 더 해소할 수 있었다.


설령 그곳이 바다 한가운데거나 깊은 산속이더라도 당신이 흔적을 남기는 순간, 그곳은 당신의 길 한복판이 아닌가. 「스페이스 섹스올로지」 김인숙


장편소설에서는 흔치않은 속도감을 볼 수 있다는 점이 단편소설이 가진 매력인듯하다. 감정의 흐름도 스토리의 흐름도 빠르다. 그렇기에 작가가 이야기에 담고 있는 깊이 있는 주제를 찾는다는 것 자체가 아직은 버겁다. 역시 해설의 친절함을 기대어 두세 번 읽어본다. 김승옥문학상의 대상 작품들이 등단한지 10년 이상의 작가들이 쓴 단편소설이라는 점이, 자신만의 문체를, 색깔을 가진 작가들의 작품이라는 점이 현대소설의 문외한을 위로하고 있는 듯하다.


우리가 지금과 같은 삶을 살게 된 건 사소한 용기가 부족했기 때문이에요. 「빈티지 엽서」 김혜진


작품집에는 일곱 편의 작품이 각자의 색을 가지고 빛나고 있다. 일곱 명의 작가들이 그리고 있는 '오늘'은 어떤 모습일까? 치유될 수 없는 아픔을 그리고 관계가 흐려지고 결국에는 끊어지는 다양한 원인을 보여주고 있다. 말도 안 되는 상황을 만든 계엄이 배경이 되고, 사북 탄광 노동·민주화 항쟁이 배경이 된다. 인간의 무자비한 폭력성을 볼 수 있었고, 오해부터 시작하는 사람들의 시선도 만날 수 있었다. 호의가, 선의가 무시되고 존중받지 못하는 오늘을, 물질이 지배하고 있는 오늘의 씁쓸함을 다시 한번 접할 수 있었다.


일곱 작품들 중 제목에 속아서 처음으로 읽었던 배수아 작가의 「눈먼 탐정」은 문학평론가 김미정의 친절함도 속수무책이었다. 탐정이라는 단어에 꽂혀서 가벼운 추리 소설을 생각한 것이 잘못일까? 2025년도 저물고 있지만 새로운 목표가 생겼다. 일곱 작가들의 또 다른 작품을 만나보는 것. 그렇게 현대소설에 조금씩 다가가보고 싶다. 2026년 김승옥문학상 수상작품집은 조금 더 수월하게 만나보고 싶다. 멋진 작품들 속에서 빛나고 있는 아름다운 문장들을 만날 수 있어서 행복했다.


향기가 건넨 꽃을 나는 뱀으로 받았다. 「돌아오는 밤」 최진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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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림월 想林月 - 사색하는 숲에 뜬 달
민진 지음 / 장미와여우 / 202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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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미와여우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화가 민진이 그림 작품을 글로 옮겨 놓은 흥미로운 '작가 노트'를 만나보았다. 자신의 작품에 대한 소회를 담은 에세이로 생각하고 선택한 책이 민진이라는 화가의 동명의 개인전을 찾아보게 했다. 작품에 대한 해설을, 그림 속 이야기를 소설로 표현하고 있어서 화가의 그림을 만나봐야 작가의 소설이 이해될 것 같았다. 그림 작품에 담은 생각을 이야기로 다시 한번 탄생시킨 멋진 소설《상림월想林月에는 그, 그녀, 남자, 여자의 각자의 숲이 있다. 그리고 그 숲에 달빛이 비칠 때 변화하는 인간의 모습을 그리고 있다.


p.19. 그의 숲의 변화를 알아차린 그녀는 절망했다.


그래도 그녀의 고통과는 상관없이, 작은 나뭇가지는 잘자라나갔다.

그때쯤이었다.


홍학들이 사는 숲에 사는 남자가 그녀의 숲을 지긋이 바라보던 때가.

작가 민진의 그림 작품을 보기 전에 접한 소설은 불륜의 경계선을 아슬아슬하게 비껴가고 있는 가벼운 이야기였다. 하지만 민진 작가의 작품을 보고 느낀 감성을 가지고 만난 소설은 달빛만큼이나 깊고 아름다운 색을 보여주고 있다. 밝지만 태양처럼 뜨겁지 않게, 늘 변함없이 그 자리에 같은 모습으로 있지만 우리에게는 늘 변화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달빛이 만들어내는 아름다운 파장이 우리들의 숲의 모습도 변화시킬 수 있을까?


작품에서 숲이 뜻하는 것은 무엇일까? 달 속에 그려진 숲은 어떤 모습일까? 작가의 의도를 모두 알 수도 없고 또 알 필요도 없을 것 같다. 같은 시를 읽어도 이제 막 사랑에 빠진 사람과 금방 이별한 이의 느낌은 다를 테니 말이다. 그의 숲과 그녀의 숲, 남자의 숲과 여자의 숲에서 벌어진 일들이 달빛을 통해서 서로의 숲으로 연결되어가는 과정을 보면서 느끼고 즐길 수 있다면 그것으로 족할 것 같다. 표지에 등장한 홍학과 장미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알고 싶다면 남자의 숲을 방문하면 된다. 하지만 그곳으로 가기 전에 그의 숲도, 그녀의 숲도 방문해 보길 권한다.


사색하는 숲에 뜬 달이라는 《상림월想林月의 부제는 이 책에 어떤 이야기가 담겨있는지 짐작하게 해준다. 하지만 짐작은 딱 거기까지다. 표지의 그림에서 두 마리의 홍학이 더 가까이 다가선다면 하트가 그려질지도 모르는데 중심을 비워둔 까닭은 무엇일까? 주제나 소재만 보면 참 평범한 이야기를 풀어낸 소설인데 글 속에 그림을 담고, 행간에 그림의 주제를 품고 있어서 특별한 소설이 되고 있다. 나의 숲속에 달빛이 비칠 때, 나의 숲에 엄청난 바람이 불어올 때 아마도 이 책이 떠오를 것 같다. 그림이 문장이 되고 문장이 그림이 되는 특별한 공간으로 빠져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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