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두리 도서관의 사건수첩
모리야 아키코 지음, 양지윤 옮김 / 북플라자 / 202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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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년, 제 13회 아유카와 데쓰야상을 수상하며 데뷔한 모리야 아키코의 미스터리 소설을 만나보았다. 《변두리 도서관의 사건수첩》이라는 제목이 알려주고있듯이 이야기의 주요 흐름은 도서관을 둘러싼 의문의 사건들이다. 그리고 그 흐름의 중앙에는 신입 사서司書후미코가 있다. 그녀의 역할은 수수께끼를 찾고 의문을 제기하는 것이다. 문제를 해결하는 탐정은 따로있다.


베테랑 사서 노세는 명탐정 코난이나 소년탐정 김전일보다 더 뛰어난 관찰력으로 누구도 예상하지못한 답을 찾아낸다. 그런데 이 중년 아저씨는 후미코를 포함한 아키바 도서관 동료들과 정보 공유를 전혀 하지 않는다. 물론 정보라기보다는 노세의 추리 이긴하다. 노세의 추리는 인간적이다. 어린 명탐정들에게 걸리면 정상참작이란 없는데 중년의 노세는 범인의 사정을 알아내고는 범죄행위를 덮어주기도 한다.


이 책이 가진 많은 매력중의 하나는 소설의 목차目次가 24절기중 하나라는 것이다. 시작은 서리가 내린다는 상강霜降이다. 동지, 입춘, 청명으로 이어지는 이야기는 짧은 에피소드들이 각각의 흥미로운 이야기를 만들어낸다.그리고 그 이야기속 인물들이 다시 서로 연결되며 큰 흐름을 만든다. 사소한 단서만으로도 사건을 푸는 노세의 대활약을 보는 것도 즐겁지만 웬지모르게 신입 사서 후미코의 성장을 응원하게 된다. 조금씩 커지고 깊어지는 후미코의 생각을 들여다보는 것도 이 책이 주는 즐거움중 하나다.


어느날 초등학생들 사이에 이상한 도시괴담이 퍼진다. 노세와 후미코가 도시괴담을 잠재울때쯤 이번에는 도서관 서가에 책을 쌓아 만든 암호가 등장한다. 멋지게 암호를 풀어낸 노세 앞에 이번에는 명의도용을 통해 고가의 미술책을 대출한 뒤 반납하지 않는 사건이 발생한다. 법적으로든 도덕적으로든 커다란 사건은 등장하지 않는다. 그러면서도 긴장감과 몰입감을 높일 수 있는 까닭은 무엇일까?


설녀 이야기와 오래된 동화책의 진실을 만나보는 즐거움은 이 책에 실린 다섯 이야기들중에서도 특별하다. 특히 오래된 동화책의 진실이 들려주는 이야기는 가슴이 아프지만 그 이야기를 풀어낸 노세의 대응은 너무나 따뜻하다. 변두리 도서관을 지키는 이들의 흥미로운 사연이 담긴 멋진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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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나가는 것들 달달북다 6
김지연 지음 / 북다 / 202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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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달북다'는 사랑의 다양한 모습을 12명의 작가가 각기 다른 사랑 이야기를 들려주는 흥미로운 단편소설이다. 김지연 작가의《지나가는 것들》로맨스romance × 퀴어queer 시리즈의 세 번째 작품이다. 단편소설은 짧은 글 속에 작가의 깊은 생각을 담아내고 있어서 장편소설보다 난해한 작품들이 많다. 어떨 때는 읽고 있던 도중에 길을 잃기도 한다. 하지만 '달달북다'의 사랑 이야기들은 편안하게 읽을 수 있다. 아마도 책 뒤편에 자리한 '작업 일기'때문인듯하다. 작가가 들려주는 창작 과정을 만나본다는 건 소설을 만나는 것과는 또 다른 즐거움이다.


p.73. 어차피 이 모든 시간은 지나가버릴 것이고 다가올 일들을 미리 당겨 걱정할 필요는 없다. 지나가기 전에는, 지금은 함께 있고 싶었다.


《지나가는 것들》은 작은 지방 소도시에서 '이상형'을 찾던 미수가 자신의 이상형과는 거리가 있는 '사마귀'처럼 생긴 영경을 좋아하게 된 짧은 이야기이다. 사랑의 마음, 사랑의 모습은 다른 듯 비슷하다. 종교에 따라, 지역에 따라 그 표현하는 방식이나 겉모습이 다를 뿐 속마음은 같은 듯하다. 처음에는 상대의 마음을 저울질하고 사랑이 깊어지면 질투에 눈이 멀기도 한다. 사랑의 모습은 이성애건 동성애건 차이가 없다. 사람이 사람을 좋아하는데 차이가 난다는 게 더 이상한 것일까?


p.43. 이럴 거면 이렇게 살 거면 내가 아닌 채로 살 거면 왜 살지?


동성애자인 미수를 통해서 그들의 사랑을 엿본다. 다양한 매체를 통해서 이성애는 자주 접할 수 있지만 동성애는 접할 기회가 드물어서 미수가 느끼는 배신감이나 질투, 설렘이 흥미롭다. 미수가 느끼는 감정들은 이성애자의 그것과 별반 다르지 않다. 역시 사랑은 다양한 모습을 가지고 있지만 누군가를 위하는 마음은 하나인 것 같다. '다름'은 이해의 대상이 아니다. 이제 다름은 자연스러운 것이 되어가고 있다. 그런 다름이 만들어낸 세상에 갇힌 미수에게 '이상형'보다는 진정한 사랑을 찾아보라 권하고 싶다. 보다 풀이 넓은 이성 간의 사랑에서도 이상형을 만나기란 쉽지 않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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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트코인 억만장자의 신화 - 배신과 구원으로 얼룩진
벤 메즈리치 지음, 황윤명 옮김 / ㈜소미미디어 / 202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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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로 제작된 베스트셀러 『소셜 네트워크』의 저자 벤 메즈리치가 들려주는 ‘비트 코인’이야기를 만나보았다. 《비트코인 억만장자의 신화》는 암호화폐 초기부터 비트코인에 이어 알트코인(Alternative Coin)까지 등장한 지금까지의 과정을 비트코인 투자에 성공한 어느 쌍둥이 형제 이야기를 중심으로 들려주고 있다. 그런데 이 쌍둥이 형제의 이력이 남다르다. 타일러 윙클보스, 캐머런 윙클보스 형제는 페이스북의 창업자 마크 저커버그와의 소송을 진행했고 중재를 통해 6천5백만 달러라는 어마어마한 부를 거머쥐게 된다.


그런데 변호사들의 만류에도 형제는 4천5백만 달러는 주식으로 받았다. 그리고 이 주식의 가치는 15배 이상 치솟는다. 형제의 투자자 다운 감을 찾아볼 수 있는 대목이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저크버그는 이들 형제를 세 번 속인다. 그러고도 모자라 이들 형제의 실리콘밸리 투자 길을 방해한다. 물론 기업들이 자진했을지도 모르지만 저크버그의 눈밖에 난 두 사람이 선택한 차선책이 '비트코인'이었다. 그때는 차선책이었겠지만 지금은 선택하려고 해도 가치가 너무나 치솟아있다.


대한민국 계엄령 당시 일부 투자자들이 가장 먼저 한 것은 비트코인 거래소 접속이었다고 한다. 아쉽지만 일찍 잠든 관계로 계엄을 다음날 알았다. 투자는 타이밍인 것 같다. 그리고 이 형제는 그 타이밍을 기가 막히게 잘 포착한다. 어쩌면 '페이스북'이 자신들의 회사가 될 수 있었다는 후회가 과감한 투자 타이밍을 만들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친구에게 배신당한 천재들의 귀환!


이 책은 윙클보스 형제와 마크 저크버그의 악연을 시작으로 암호화폐 특히 비트코인의 시작과 역사를 맛볼 수 있는 픽션 같은 논픽션이다. 흥미진진한 기업소설같이 읽히지만 사실은 논픽션이다. 비트코인의 성공은 알트 코인이라는 다양한 암호화폐를 만들었고, 비트코인을 가진 사람과 없는 사람의 차이를 만들었다. 윙클보스 형제가 보여주는 투자 이야기는 누구에게나 도움이 될 것이고, 스토리를 통해서 알려주는 비트코인 이야기는 비트코인을 알고 싶은 이들에게 재미나고 친절한 안내서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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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법에 걸린 집을 길들이는 법
찰리 N. 홈버그 지음, 유혜인 옮김 / 북플라자 / 202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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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머니 트윌과 마법' 시리즈로 미국에서 가장 주목받고 있다는 판타지 소설 작가 찰리 N. 홈버그의 환상적인 마법 이야기를 만나보았다. 아마존 베스트셀러 판타지 1위, 월스트리트 저널 베스트셀러 《마법에 걸린 집을 길들이는 법》의 배경은 1800년대 미국과 영국이다. 미국의 1800년대 하면 떠오르는 건 전설의 총잡이들이 활약하던 서부 개척시대인데 이 책은 '마법'을 이야기하고 있다. 총잡이와 마법사가 대결을 펼친다면 누가 이길까? 물론 이 소설에는 총이 끼어들 자리가 없다. 11가지 마법 만으로도 충분한 이야기를 만들어내고 있다.


13년 전에 상속권을 박탈당한 소설가 메릿 펀스비에게 행운이 찾아온다. 외할머니의 집을 상속받게 된 것이다. 메릿은 자신에게 찾아온 행운을 확인하기 위해 윔브렐 하우스를 찾아간다. 물론 오지에 위치한 집이지만 그래도 번듯한 외관을 가진 집이 마음에 들었다. 내부도 깔끔하고, 지금 사는 집에서 나와야 하는 처지의 메릿에게는 조용히 글을 쓸 수 있을 것 같다는 점이 더욱 마음에 들었다. 벽에 걸린 초상화 속 여성이 쳐다보고 서재의 책들이 날아다니기 전까지는.

아마도 누구나 이쯤 되면 다시 현관을 나가고 싶을 것이다. 집을 나가서 팔고 새로운 집을 알아볼 것이다. 그런데 이 집은 메릿의 탈출도 허용하지 않는다. 그렇게 메릿은 헐다 라킨을 만나게 된다. '보스턴 마법 부동산 관리국(the Boston Institute for the Keeping of Enchanted Rooms)' 일명 바이커의 직원인 헐다는 메릿에게 집을 잘 달래고 타협해서 살아보기를 권하며 집에 걸린 마법을 조사하기 시작한다. 집에 걸린 마법을 달래가면서 그 집에 살아야 할까? 그런데 메릿은 점조 마법 능력을 가진 헐다와 함께 그 집을 조사하고 그 집에서 머물기로 한다.


소설은 1818년 영국 런던을 시작으로 1846년 미국과 1833년 영국을 배경으로 전개된다. 미국에서는 마법 능력이라고는 1도 없는 소설가가 상속받은 집에서 버텨보려 헐다의 도움을 받고 있는 로맨틱 코미디가 펼쳐진다면 영국에서는 무언가 빌런의 탄생을 예고하는 스릴러가 펼쳐진다. 마법사 사일러스가 마법사들을 죽여 그들의 마법을 빼앗는 악의 이야기를 보여주고 있다. 두 이야기의 접점을 알게 되는 순간 마법 걸린 집에서 펼쳐지는 로코인 줄 알았던 이야기는 서스펜스 스릴러가 된다.


정말 커다란 긴장감이 마지막까지 이어진다. 속도감 있게 펼쳐지는 스릴러 속에 마법이라는 판타지와 헐다와 메릿의 로맨스가 절묘하게 스며있어 읽는 재미를 더해주는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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죄의 끝
히가시야마 아키라 지음, 민경욱 옮김 / 해피북스투유 / 202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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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만을 배경으로 한 작품 『류』 로 제153회 나오키상을 수상한 히가시야마 아키라《죄의 끝 罪の終わり을 만나보았다. 중앙공론문예상을 받은 작품으로 이번 SF 소설의 배경은 미국이다. 소행성'나이팅게일'의 충돌로 종말을 맞은 인류의 이야기를 미국의 황야를 중심으로 보여준다. 지구 종말의 모습은 어떤 모습일까? 작가가 그린 모습에는 아포칼립스가 주는 두려움보다는 '캔디선'이 보여주는 가느다란 희망이 보인다. 캔디선 안쪽에 사는 사람들과 캔디선 바깥에 사는 사람들의 차이는 무엇일까?


물과 전기, 식량을 배급받는 사람들은 새로운 종파'백성서파白聖書派'를 중심으로 새로운 세상에 적응해가는 캔디선 안쪽 사람들과 물과 식량을 찾아 황야를 떠돌아다니는 캔디선 바깥쪽 사람들의 차이는 '사람을 먹느냐 아니냐'이다. 현재 우리의 관점에서는 전혀 공감할 수 없는 '식인'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준다. 도덕적인 관점은 어디까지 유지할 수 있을까? 굶주림은 사람의 도덕관념을 마비시킬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이 책에는 '식인'에 대한 찬반贊反이 담겨있다.


어머니 살해 죄로 형을 살던 너새니얼 헤일런과 연쇄 살인마 대니 레번워스가 소행성 충돌로 파괴된 교도소에서 빠져나와 황야로 향한다. 황야를 지나며 만난 사람들에게 식량을 나누어주고 '식인'이 죄가 아니라고 말하던 너새니얼 헤일런은 도덕적으로, 이성적으로 괴로워하던 사람들에 의해 차츰 구세주가 되어간다. 이야기는 이야기를 낳고 전설은 신화를 만든다. 그렇게 너새니얼 헤일런은 신격화되었고 신이 되었다.


그런데 그의 뒤를 쫓는 이들이 있다. 백성서파에서 보낸 전문 사냥꾼들 '화이트라이더WhiteRider'들이다. 그리고 이야기를 끌고 가는 네이선 발라드가 등장한다. 네이선은 너새니얼의 발자취를 따라가면서 식인에 대한, 이성에 대한 의문을 계속해서 던진다. 옆에 동행하는 이에게 던지는 질문이지만 마치 내게, 독자에게 던지는 질문 같다. 사라진 세상에서 살아남은 인류가 살기 위해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일까?


지구 종말 후의 혼돈을 그리고 있지만 SF 소설답게 신개념 의안'VB의안'이 등장한다. 총알을 피할 수도 있는 엄청난 능력을 가진 VB 의안을 가진 사람들은 지구 종말도 피해 갈 수 있을까? 식인이라는 도덕성 결여의 '끝'에서 들려주는 인간의 목소리를 꼭 한번 들어보길 바란다. 소설을 읽는 재미보다는 철학 하는 지적인 즐거움을 만날 수 있을 것이다.


"해피북스투유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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