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죄의 끝
히가시야마 아키라 지음, 민경욱 옮김 / 해피북스투유 / 2024년 11월
평점 :
대만을 배경으로 한 작품 『류』 로 제153회 나오키상을 수상한 히가시야마 아키라의 《죄의 끝 罪の終わり》을 만나보았다. 중앙공론문예상을 받은 작품으로 이번 SF 소설의 배경은 미국이다. 소행성'나이팅게일'의 충돌로 종말을 맞은 인류의 이야기를 미국의 황야를 중심으로 보여준다. 지구 종말의 모습은 어떤 모습일까? 작가가 그린 모습에는 아포칼립스가 주는 두려움보다는 '캔디선'이 보여주는 가느다란 희망이 보인다. 캔디선 안쪽에 사는 사람들과 캔디선 바깥에 사는 사람들의 차이는 무엇일까?
물과 전기, 식량을 배급받는 사람들은 새로운 종파'백성서파白聖書派'를 중심으로 새로운 세상에 적응해가는 캔디선 안쪽 사람들과 물과 식량을 찾아 황야를 떠돌아다니는 캔디선 바깥쪽 사람들의 차이는 '사람을 먹느냐 아니냐'이다. 현재 우리의 관점에서는 전혀 공감할 수 없는 '식인'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준다. 도덕적인 관점은 어디까지 유지할 수 있을까? 굶주림은 사람의 도덕관념을 마비시킬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이 책에는 '식인'에 대한 찬반贊反이 담겨있다.
어머니 살해 죄로 형을 살던 너새니얼 헤일런과 연쇄 살인마 대니 레번워스가 소행성 충돌로 파괴된 교도소에서 빠져나와 황야로 향한다. 황야를 지나며 만난 사람들에게 식량을 나누어주고 '식인'이 죄가 아니라고 말하던 너새니얼 헤일런은 도덕적으로, 이성적으로 괴로워하던 사람들에 의해 차츰 구세주가 되어간다. 이야기는 이야기를 낳고 전설은 신화를 만든다. 그렇게 너새니얼 헤일런은 신격화되었고 신이 되었다.
그런데 그의 뒤를 쫓는 이들이 있다. 백성서파에서 보낸 전문 사냥꾼들 '화이트라이더WhiteRider'들이다. 그리고 이야기를 끌고 가는 네이선 발라드가 등장한다. 네이선은 너새니얼의 발자취를 따라가면서 식인에 대한, 이성에 대한 의문을 계속해서 던진다. 옆에 동행하는 이에게 던지는 질문이지만 마치 내게, 독자에게 던지는 질문 같다. 사라진 세상에서 살아남은 인류가 살기 위해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일까?
지구 종말 후의 혼돈을 그리고 있지만 SF 소설답게 신개념 의안'VB의안'이 등장한다. 총알을 피할 수도 있는 엄청난 능력을 가진 VB 의안을 가진 사람들은 지구 종말도 피해 갈 수 있을까? 식인이라는 도덕성 결여의 '끝'에서 들려주는 인간의 목소리를 꼭 한번 들어보길 바란다. 소설을 읽는 재미보다는 철학 하는 지적인 즐거움을 만날 수 있을 것이다.
"해피북스투유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