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트] 스노볼 1~2 (반양장) - 전2권 창비청소년문학
박소영 지음 / 창비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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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비에서 재미와 감동을 담아 아이부터 어른들까지 함께 읽을 수 있는 k영어덜트 소설을 만들었다. 벌써 많은 작품들이 선보였고 만나 본 작품들 모두 훌륭했다. 스토리 전개나 등장하는 인물들의 입체적인 캐릭터도 너무나 좋았다. 이번에 만나본 작품은 특별한 형식을 가지고 있다. 대본집. 참 열 일 하는 출판사 창비다. 대본집 형식으로 만나보는 소설은 시작부터 새로운 즐거움을 준다. 아이들에게는 삶을 살아가는 데 커다란 교훈을 주고 어른들에게는 자신의 삶을 돌아보게 만드는 k영어덜트 소설은 누가 언제 읽더라도 가슴 따뜻하게 해주고 마음 편하게 해주는 힐링 마법을 부리는 책이다.

"어른이라는 작자들이 말하는 옳고 그름은 하나도 중요하지 않아. 무엇이든 너희가 자발적으로 선택하는 게 중요해……."

이번 작품 <스노볼 1, 2>에서 1권은 벌써 만나보았고 2권을 기다리던 중이었다. 1권의 감동과 재미를 알고 있었기에 2권을 기다리던 설렘은 그대로 감동으로 이어졌다. 에너지가 고갈되어 선택된 이들만이 혜택을 누리는 미래 세계 '스노볼'을 만들어 낸 작가의 상상력에 놀랐고, 자칫 단순한 SF 소설이 될 소설에 반전에 반전을 집어넣은 작가의 스토리텔링 능력에 감동했다. 그 감동을 표현하기 위해 이야기의 일부를 들려주고 싶지만 정말 기가 막힌 이야기를 담고 있어서 어떤 부분을 이야기하더라도 스포일러가 될듯해서 서평을 쓰는 것 자체가 힘든 작품이다.

악으로 생각되던 이들이 선이되고 선으로 생각되던 이들이 악이 되는 순간순간들이 곳곳에서 시시때때로 튀어나와 이야기의 속도감이 엄청나다. 스토리는 빠르게 전개되지만 주인공들의 심리 변화도 놓치지 않는 섬세함도 보인다. 미래 도시 스노볼에서 펼쳐지는 2권에서 초밤이는 다른 '고해리'들과 생활한다. 초밤이가 스노볼에 들어가게 된 사연은 1권의 핵심이다. 초밤의 꿈은 스노볼 안에 사는 디렉터이지만 현실은 스노볼에 전력을 대기 위해 발전소에 출근한다. 두 발과 손을 이용해 쳇바퀴로 전기를 생상하는 발전소. 그런 힘든 날들을 반복하는 열 여섯 살 소녀 전초밤이 솔깃한 제안 받는다. 스노볼을 대표하는 디렉터 차설에게.

"그런 디렉터가 될 수 있도록 내가 도울게요. 초밤 양이 먼저 나를 돕는다면."

그렇게 스노볼에서 고해리를 대신하는 액터가 된다. 그리고 너무나 어두운 진실을 알게 된다. 그리고 진실을 세상에 알리게 된다. 하지만 2권에서 초밤이 접하게 되는 진실은 1권에서 알게 된 진실들보다 더 추하고 어둡다. 이제 열일곱이 된 소녀들, 고해리들이 펼치는 블록버스터는 역대급이다. 어떤 이야기를 상상하든 그 이상의 이야기를 만나게 될 것이고 그 이야기에는 또 다른 반전이 포함되어 있을 것이다. 수시로 등장하는 반전이 반전이 주는 재미를 무디게 할 것도 같은데 이 소설 끝까지 재미와 흥미를 유지한다. 아니 반전이 늘어갈수록 재미와 흥미가 배가된다.

무엇보다, 우리는 각자 인생의 액터이자 디렉터가 되었다.

우리가 사는 세상은 초밤이를 비롯한 많은 '고해리'가 사는 스노볼만큼이나 불공평하다. 소설에서 저자가 말하듯이 한쪽으로 기울어져 있어서 떨어지지 않으려면 부단히 노력해야 한다. 그런 힘들고 어려운 세상을 살아야 하는 현실의 우리 아이들, 많은 '고해리'들에게 꿈과 용기를 주고 있는 작품이다. 초밤이처럼, 초밤이 주위의 친구들처럼 용기 있게 세상과 맞설 수 있는 아이들로 성장하기를 바라본다. 수많은 고해리중 하나가 아니라 나 자신으로 살아가는 전초밤이가 되기를 바란다. 내 삶의 주인공이 누구인지 꼭 한번 생각해 보라는 교훈과 감동을 재미있게 펼쳐놓은 정말 흥미로운 작품이다.

"창비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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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 천재 열전 - 조선의 르네상스를 꿈꾸며 인문적 세계를 설계한 개혁가들
신정일 지음 / 파람북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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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는 우리가 살았던 과거 이야기이다. 즉 글로 담긴 옛날이야기인 것이다. 그래서 역사는 들여다보는 관점이 무엇이 되었든 흥미롭다. 옛날이야기만큼 재미난 게 또 있을까? 그런데 이번에 만나본 <조선 천재 열전>'천재'라는 다분히 주관적인 관점이 책 제목에 보인다. 거기다 부제는 더 부담스러웠다.'조선의 르네상스를 꿈꾸며 인문적 세계를 설계한 개혁가들' 조선시대 르네상스와 개혁을 이룬 이들이 있었던가? 왕인가? 시작부터 의아심과 궁금증으로 호기심을 불러일으키는 책이다.

김시습, 이이, 정철, 이산해, 허난설헌, 신경준, 정약용, 김정희, 황현

역사와 문화 관련 저술 활동을 꾸준히 하고 있는 문화 사회 학자 신정일의 내공이 고스란히 느껴지는 책이다. 책에는 조선의 9명의 천재가 소개되고 있다. 성호 이익이 인정한 천재인 김시습, 이산해 그리고 명석하기로 너무나 유명한 이이, 정약용을 비롯한 9명의 천재들의 삶을 간략하게 들려주고 주인공들과 자주 왕래하던 지인들의 이야기도 함께 보여준다. 재미나고 흥미로운 천재의 삶을 들려주다가 '후대의 평가'로 끝을 맺는다. 그래서 이 책은 전혀 주관적이지 않다. 그런데 이 천재들은 3세쯤이면 글을 읽는다. 무언가 이상하긴 하다. 아니 그래서 천재인가? 

천재天才. 하늘이 준 재주를 가진 신동들의 삶은 대체로 평탄하다. 하지만 어린아이를 벗어나면서 이들은 '개혁'의 길 아니 방랑의 길로 접어든다. 전국을 돌아다니며 인생을 공부하다가 출사는 삼사 십 대가 기본이다. 그러고는 일찍 은퇴한다. 주식이나 로또로 대박 났을 리도 없고 가난은 창피한 것이 아니라 불편한 것이라고들 하지만 이들에게 가난은 불편하지도 않다. 그전 안분지족安分知足 하며 세상을, 나라를 걱정하던 진짜 애국자들이다.

그중에는 하늘이 준 재능을 써보지도 못하고 산으로 간 김시습이 있다. 이 책의 시작을 맡고 있는 조선시대를 통틀어 가장 기이했던 인물인듯하다. 이이는 1년여의 산사 체류로 평생을 고생했지만 김시습은 절에 사는 데도 극진한 대우를 받았다. 유교를 숭상하는 사대부가 절에 살았었다는 것만으로 이이는 부단히 고생했는데 정작 절에 기거하던 김시습은 왜 지탄을 받지 않았을까?

천재는 요절한다는 고는 하지만 27세라는 너무나 젊은 나이에 세상을 등진 허난설헌의 삼한三恨은 아직도 이어지는듯하다. 조선에서 여성으로 태어난 한을 품고 살아가기에 허난설헌의 재기가 너무나 뛰어났는지도 모른다. 내년에 꼭 읽고 싶은 책이 생겼다. 황현의 매천야록이다. 조선의 마지막 '선비'로 소개된 황현이 저잣거리의 소문을 모아놓은 책이라 하기에는 이 책에서 소개된 내용들이 너무나 인상적이다. 나라의 운명과 함께 자신의 목숨을 초계같이 던진 황현이 책에 거짓을 담지는 않았을 것 같다.

p.323.그러므로 정치는 위에서 더욱 어지러워졌고, 풍속은 아래에서 더욱 나빠져 종묘사직이 차츰 망하게 되었으니,일구지맥一丘之貊을 면치 못하게 되었다. - 매천야록

회화, 시문, 정치, 학문 그리고 여성 등 조선의 각 분야를 대표하는 인물들을 통해서 조선시대 삶 속으로 들어가 볼 수 있는 소중한 시간이었다. 역사를 다룬 책을 좋아하는 까닭도 있겠지만 정말 재미나고 흥미롭게 만나보았다. 9명의 인물들이 어떤 천재적인 재기를 보여주는지 직접 확인해 보기 바란다. 조금도 후회하지 않을 것이다. 늦게 접한 것을 후회할 수는 있지만.

"파람북으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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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수학을 사랑한 이유 - 불가능한 꿈을 실현한 29명의 여성 수학자 이야기 내 멋대로 읽고 십대 6
전혜진 지음, 다드래기 그림, 이기정 감수 / 지상의책(갈매나무)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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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수학을 사랑한 이유> 제목부터 시선을 확 사로잡는 흥미로운 책을 만나보았다. 수학을 좋아하는 것도 아니고 사랑까지유명한 수학자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는 책인듯했다. 그런데 책의 부제가 다시 한번 시선을 끈다. '불가능한 꿈을 실현한 29명의 여성 수학자 이야기' 여성 수학자. 떠오르는 이름이 없다. 수학에 대한 무지일수도 있겠지만 데카르트유클리드, 페르마, 파스칼 그리고 피타고라스는 떠오르는데 여성 수학자는 떠오르지 않는다. 시작부터 흥미롭다.

p.327. 그것은 변하지 않는 아름다움을 찾는 것이었다. - 최영주

수학을 사랑한 여성 수학자들의 삶을 만나본다는 설렘은 이 책의 저자가 수학과 기계공학, 컴퓨터공학을 전공한 소설가 전혜진이라는 점에서 배가된다. 수학을 소설로 표현하면 어떤 이야기가 나오게 될까? 물론 이 책은 소설은 아니다. 하지만 저자의 상상력이 가미된 이야기들이 있어서 소설처럼 재미나게 읽을 수 있다. 거기에 29명의 여성 수학자들의 삶이 소설보다 더 드라마틱 해서 마치 흥미로운 단편소설을 만나는 듯하다.

 

p.367. "하지만 내가 무언가를 할 수 있다는 믿음 없이는 이룰 수 없어요. 스스로를 믿어주기 바랍니다." - 마리암 미르자하니

기원전 5세기 피타고라스 학파를 이끈 여성 수학자 테아노를 시작으로 2014년 세계 수학자 대회(서울)에서 여성 최초로 필즈상을 받은 마리암 미르자하니까지 29명의 여성 수학자들의 삶이 재미나게 그려지고 있다. 최초의 흑인 여성 NASA 엔지니어 메리W.잭슨, 최초의 여성 수학 교수 마리아 아녜시 그리고 유럽 최초의 여성 수학 박사 소피야 코발렙스키 등의 삶을 한편의 드라마를 보듯 만나볼 수 있다. 그리고 수학자들의 틈에서 만나기에는 조금은 낯선 이름도 등장한다. 플로렌스 나이팅게일. 크림전쟁에서 백의 천사라 불린 그가 맞다. 그녀는 야전병원의 주먹구구식 통계를 '장미 도표'를 통해 통계학적으로 분석했다.

이 책이 더욱 흥미로운 것은 우리나라의 여성 수학자들을 만나볼 수 있다는 점이다. 조선 후기의 수학자 홍길주의 어머니 영수합 서씨는 수학뿐만 아니라 시문으로도 유명했다고 한다. 하지만 그녀의 이름은 알 수 없다고 한다. 조선시대 명문가에서 자라고 명문가 혜경궁 홍씨 집안으로 시집간 여인인데 그녀의 이름이 전해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또 일제강점기 때 수학을 공부하기 위해 일본 유학을 하고 돌아왔지만 수학 연구에 대한 열정으로 단교되었던 일본으로 밀항해 우리나라 최초의 여성 수학 박사가 된 홍임식의 삶도 만날 수 있다. 그리고 정수론 연구로 세계적으로 인정받고 있는 수학자 최영주와 예일대 수학과 종신교수로 미국 수학회 부회장인 오희의 삶도 만날 수 있다.

 

그런데 예일대 수학과가 설립된 1701년 이후 312년 동안 여성 교수가 없었다는 점이 너무나 놀라웠다. 그 오래된 유리천장을 오희 교수가 깬 것이다. 책에는 '여성 최초'라는 타이틀을 가진 수학자들이 많이 등장한다. 사회적 편견과 많은 힘든 역경을 이겨내고 수학 영웅으로 우뚝 선 여성 수학자들의 의미 있는 인생 이야기가 수학을 좋아하는 아니 사랑하게 될 미래의 수학자들을 기다리고 있는 책이다. 청소년들이 읽는다면 자신의 꿈에 대해 생각하고 또 행동할 수 커다란 에너지가 될 것이다.

"지상의책으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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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은 로마를 만들었고, 로마는 역사가 되었다 - 카이사르에서 콘스탄티누스까지, 제국의 운명을 바꾼 리더들 서가명강 시리즈 20
김덕수 지음 / 21세기북스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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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가명강(울대 지 않아도 들을 수 있는 명강)시리즈의 스무 번째 책<그들은 로마를 만들었고, 로마는 역사가 되었다>는 '역사' 이야기이다. 서울대학교 역사교육과 김덕수 교수는 위기에 처한 로마에 전환점이 필요할 때 새로운 국면을 만들어낸 로마사에 핵심적인 네 명의 인물을 소개하고 있다. "로마사는 현재사"라 말하는 저자는 이 책에 소개한 로마사 속 리더들을 통해 우리의 오늘을 살펴보게 한다. 역사를 통해서 오늘 우리가 처한 문제들의 답을 찾아보라 권하고 있는 듯하다. 역사 속 로마의 리더들도 오늘 우리의 리더들과 비슷한 것 같다. 강력한 리더십과 도덕성은 함께 공존할 수 없는 것일까? 최고의 권력은 선(善)을 떠나야만 얻을 수 있는 것일까?

로마사는 언제 읽어도 새롭다. 등장인물의 이름도 비슷비슷하고, 지명도 낯설지만 재미있고 흥미롭다. 아마도 정치적인 모략과 전쟁이라는 극적인 배경이 있고 역경을 헤쳐나가는 영웅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 이 책은 네 명의 영웅을 소개하고 있다. 갖가지 이유로 혼란스러웠던 로마제국을 자신의 능력으로 안정시키고 강력한 권력을 가졌었던 네 명의 인물들이 등장한다. 본문에서 네 인물에 관한 재미나고 흥미로운 역사 이야기를 들려준다. 그리고 각 인물의 이야기는 서가명강 시리즈의 특색 있는 코너인 Q 묻고 / A 답하기로 마무리된다. 보다 깊이 있는 이야기를 의미 있는 질문과 답을 통해서 알려주고 있는 부분이다.

p.98. 정책 반감을 최소화하면서 실제로는 통치권을 유지하는 것, 이것이 아우구스투스만의 탁월한 리더십이었다.

p.227. 콘스탄티누스는 그리스도교의 공인하고 삼위일체론을 정통 교리로 만드는 등 그리스도교의 형성에 많은 영향을 주었다.

'삼두정치'로 원로원의 견제를 무력하게 만든 '주사위는 던져졌다.'카이사르의 삶과 업적을 만나볼 수 있는 1부를 시작으로, 2부에서는 로마의 초대 황제로 팍스로마나를 이끌어낸 아우구스투스(옥타비아누스)의 제2차 삼두정치를, 4부에서는 그리스도교를 공인한 밀라노 칙령의 주인공 콘스탄티누스의 로마를 만나볼 수 있다.

3디오클레티아누스, 위기에 빠진 로마제국을 구하다에서는 조금은 낯선 인물 디오클레티아누스를 만나게 된다. 하지만 이 인물이 가장 인상 깊게 남았다. 그리스도교를 탄압한 폭군으로 평가되기도 하지만 50년간 황제가 열여덟 번이나 바뀌는 혼란한 3세기 로마의 위기를 벗어나게 한 인물이다. 강력한 리더십과 군사력으로 외세를 물리치고 '4제 통치'라는 새로운 통치 체제를 만들어 정치적인 안정도 이룬 황제이다. 하층민 출신 군인에서 황제가 된 입지전적인 인물이라는 점도 특이하지만 스스로 황제 자리에서 내려온 최초의 황제라서 더 특별하게 느껴진다.

역사는 재미나고 흥미롭다. 그런데 로마사는 더욱 재미나고 흥미롭다. 아마도 로마사의 흔적들을 오늘도 낯설지 않게 접할 수 있는 까닭일 것이다. 또 그리스도교가 로마사와 연결되는 때문일 것이다. 로마의 역사를 만나는 즐거움도 크지만 로마 제국을 만들고 발전시킨 리더들의 업적을 통해서 우리 사회 리더들을 돌아볼 수 있는 의미 있는 시간이 더 좋았다. 또 개인의 비극적인 삶을 극복한 역사 속 리더들의 삶을 통해서 오늘 우리들의 삶에 에너지를 불어넣을 수 있을 것이다. 로마제국의 핵심 리더들과의 의미 있는 만남이 주는 즐거운 시간을 놓치지 않기를 바란다.

"21세기북스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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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 사람은 살지 - 교유서가 소설
김종광 지음 / 교유서가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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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281. 나도 이렇게 살고 싶은 게 아닌데, 나도 하고 싶은 일, 꿈이 있던 젊음이 있었다. 늙고 병들고 망가진 모습, 나 자신도 싫다.

나이 들어 늙어가는 모습은 천양지차다. 누구나 맞는 죽음이지만 그 죽음을 맞이하는 모습도 모두가 다르다. 하지만 모두가 늙고 죽는다는 것은 같다. 살아온 날들이 남은 날보다 적은 한 노인의 삶을 <산 사람은 살지>를 통해 엿보았다. 작가 김종광은 이 소설이 시골장편소설 시리즈 '면민 실록' 의 첫걸음이라고 말하고 있는 것처럼 이야기의 배경은 시골 마을이다. 주인공은 70대 기분 할머니이다. 그런데 기분이 사는 마을 이름이 '안녕시 육경면 역경리' 이다. 역경. 우리 사회 노년들 특히 할머니들의 삶은 역경 그 자체였을 것이다. 기분 할머니도 힘겨운 삶을 살았다. 그리고 죽음을 기다리며 오늘을 산다.

p.7. 터 기(基) 가루 분(粉), 기분은 뜸하게 글을 썼다.

소설의 첫 문장이 알려주듯이 이야기는 기분의 기록으로 시작한다. 60 이 넘은 나이에 매일은 아니지만 일기처럼 일상을 담은 기분의 기록이 이야기의 큰 흐름이다. 또 다른 흐름은 기분의 꿈속에 찾아오는 남편, 시누이 그리고 동서들이다. 그들은 기분을 찾아와 그들이 살아온 날들을 하소연하며 기분은 오래 건강하게 살라고 말한다. 꿈속에서 만나는 이들은 죽은 이들도 있고 살아있는 이들도 있다. 그렇게 소소한 일상을 기록하고 살아오던 기분에게 큰 상심이 생긴다. 남편의 죽음. 살았을 때 따뜻한 말 한마디 안 해주던 사람이었지만 옆에 있을 때 몰랐던 무언지 모를 감정들이 기분을 혼란스럽게 한다.

기분의 삶은 힘들고 또 고달팠다. 농사 일하고 손위 동서들 눈치 보고 엄한 남편 시중들며 그렇게 노년을 맞았다. 그런데 기분은 선천적으로 약했고 병을 달고 살았고 병원비가 만만치 않게 들었다. 그래서 돈을 모을 여력도 없었고 그렇게 근근이 힘든 노동으로 살았다. 하지만 그녀에게는 효심이 남다른 삼남매가 있다. 어쩌면 이 이야기는 기분을 지켜주던 남편의 자리를 대신하는 자식들의 에 대한 이야기인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기분이 늘 걱정하며 안쓰러워하는 자식 사랑이 더 큰 까닭에 자식들의 이야기는 부수적인 것이 된다. 남편에 대한 기분의 사랑과 자식에 대한 기분의 사랑이 아름답게 담겨있는 책이다.

언제부터인가 늙고 병든 노년의 삶은 요양원에서 끝을 맺는다. 이 이야기에 등장하는 많은 이들도 요양원에서 삶을 마감하고 만다. 하지만 기분은 아직은 고향 집에 머물고 있다. 이야기의 말미에 기분은 남편의 산소를 찾아 큰 시누이의 부고를 알리며 이제 살아있는 사람은 자신과 요양병원에 있는 동서뿐이라고 말한다. 지치고 병든 노년의 삶이 얼마나 힘들지 아직은 모르지만 이제 곧 우리에게도 닥쳐올 것이다. 어린아이를 돌보던 어머니를 아이가 컸다고 서로 모시지 않게다고 서로 등 떠미는 자식들의 이야기를 보면서 가슴이 먹먹했다. 슬펐다. 아팠다.

가난 때문에 교육 기회를 잃어버리고 먹고살기 위해 밤낮으로 열심히 일했던 분들의 노년이 너무나 초라하고 쓸쓸하다. 자식에게 모든 것을 바치고 자식의 행복을 위해 여관방을 전전하는 노년의 이야기는 처절하기까지 하다. 기분의 기록과 꿈을 통해 만나본 노년의 삶은 쓸쓸하고 힘겹다. 또 고단하다. 이제는 조금 덜하지만 자식에게 모든 것을 바친 우리 부모님들의 삶이 안타깝게 마무리되지 않도록 조금 더 부모님들의 삶을 들여다봐야 할 것 같다.

p.332. 살 것이다. 힘껏 살 것이다. 

안타깝고 가슴 시린 이야기는 마지막 문장으로 삶에 대한 희망을 품게 해준다. 누구보다 힘겨운, 고달픈, 아픈 삶을 살아온 70대의 기분 할머니도 삶에 대한 열정을 보여주는데 우리 젊은이들도 삶을 조금도 열정적으로 열심히 살아야 할 것 같다. 삶을, 어른을 대하는 자세를 다시 한번 생각하게 해주는 소중한 책이다.

"교유서가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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