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험한 철학 - 도덕 없이도 윤리적일 수 있는 이유
미하엘 슈미트잘로몬 지음, 안성철 옮김 / 애플씨드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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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186. 우리의 의지는 '자유로운'것이 아니라, 수없이 많은 생물학적·문화적 원인에 의해서 규정된다.

p.79. 『요한 묵시록』…(중략)…나는 세상의 모든 문학작품 중에 '외부인'을 이토록 끝없이 증오하는 작품을 본 적이 없다.

철학박사 미하엘 슈미트잘로몬이 쓴 <위험한 철학>을 만나본다. '두려움을 모르는 사상가'라고 불리는 저자만큼이나 이 책의 원제도 흥미롭다. 이 책의 원제『선악을 넘어서』 니체의 유명한 저서와 같은 제목이다. 저자가 의도적으로 같은 제목을 취한 까닭은 무엇일까? 니체는 '신은 죽었다'라고 주장하며 당시 부패한 종교를 신랄하게 비판했던 철학자다. 그런 니체처럼 저자도 종교를 걱정스러울 정도로 비판하고 있다. 진화생물학, 심리학, 뇌과학 등의 연구 성과를 바탕으로 종교가 내세우던 '선과 악'의 존재 자체를 비판하고 있다.


본문은 첫 장 01. 선과 악에서 벗어나기로부터 시작한다. 역시 제목부터 예사롭지 않다. 악으로부터 벗어나는 것은 괜찮겠지만 왜 선에서 벗어나야 하지?라는 의문을 품게 되었다. 이런 우매한 의문을 품을 정도이니 이 책을 쉽게 읽을 수는 없었다. 하지만 저자의 친절한 설명과 흥미로운 예시들이 난해한 철학 책을 친근한 에세이로 느끼게 해준다. 몇 번의 재독이 필요한 책이다. 출판사와의 서평 약속만 아니라면 조금 더 시간을 갖고 읽어보고 싶은 책이다. 처음 접하는 새로운 개념을 들려주고 있어서 당황스러웠지만 정말 흥미롭게 만날 수 있었다.


지금도 우리 사회는 범죄자들이 판을 치고 있다. 그들이 아직도 여의도 언저리를 돌아다닐 수 있는 까닭은 '내 편'이기 때문이다. 이방인이었다면 벌써 범죄자가 되었을 인물들이 '내 편'이라는 이유만으로 버젓이 국회를 돌아다닌다. 이 책에서는 이런 세상이 오게 된 원인을 다양한 예시들과 함께 보여준다. 윤리의 이중성을 설명하며 종교단체들이 보여주는 내집단과 외집단에 대한 이중적 잣대를 신랄하게 비판하고 있다. 집단 간의 갈등의 예시로 들려준 '침팬지 전쟁'은 동종 간의 비극적인 행위였기에 인간의 전쟁을 떠오르게했다.


이 책이 가진 매력은 인류의 역사를 증명된 과학적인 사실을 바탕으로 들려주고 있다는 것이다. 성경과 코란이 가진 의미를 신화의 한 종류로 보며 그 속에 담긴 이방인에 대한 자세를 보여준다. 끔찍한 수준이다. 내 편 아니면 적인 상황이 만든 '선과 악'을 믿을 수 있을까? 오늘 우리 사회만 보더라도 선과 악은 없다는 것을 알 수 있을 것이다. 그런 막연한 개념을 과학적 근거를 바탕으로 디테일하게 정리해서 보여주고 있다. 


진화를 드라마에 비유하며 제1막 생명의 탄생, 제2막 다세포 생물의 발생 그리고 제3막 성의 발명을 이을 제4막의 핵심 주제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는 책이다. 진화라는 흥미로운 드라마의 제4막에는 무엇이 있을지 만나보길 바란다. 정말 재미난 매력적인 이야기가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유대인 학살이 가진 의미는 무엇일까? 그곳에서 절대 선과 절대 악을 찾을 수 있을까? 나치 친위대 대위인 아돌프 아이히만의 유대인 학살은 '자유의지'에 따른 것일까? 


종교가 가진 역할은 이제 변해야 할 것이다. 그 변화의 속도는 과학의 발전으로 더 속도를 내게 될 것이다. 기존의 개념에서 빠져나오기 힘들어서 조금은 헤맸지만 저자의 친절한 안내가 새로운 개념으로의 여행을 즐겁게 만들어 주었다. 그 속에서 '선과 악','자유의지'가 가진 의미를 흥미롭게 만나볼 수 있는 매력적인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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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레이지 가드너 4
마일로 지음 / 북폴리오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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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탕 보고서』, 『극한 견주』로 많은 사랑을 받은 웹툰 작가 마일로가 들려주는 식물 이야기 <크레이지 가드너> 4권을 만나보았다. 식물 덕후가 보여주던 식물 사랑의 완결 편이다. 웹툰이 가진 매력을 고스란히 지면으로 옮겨놓은 단행본의 마지막은 웹툰에서 소개하지 않았던 에피소드 2편이 맡고 있다. 총 45화의 이야기에 두 편이 외전이 더해져 보는 즐거움을 두 배로 만들고 있다.


1권에서부터 보여주던 재미난 그림과 유익한 글은 이번 4권에서도 이어진다. 독자들의 궁금증을 '마일로의 식물 119'를 통해서 자신의 노하우를 바탕으로 풀어주고 있고 36화부터 45화까지의 본문을 통해서 간이 온실, 삽목 그리고 구근식물 등에 대한 흥미로운 이야기를 들려준다. 외전 1, 2를 통해서 웹툰에서 보여주지 못했던 이야기를 보여주고 작자 후기에서 단행본 마지막권의 마감 소회를 들려준다.

마일로의 작품을 접하면서 늘 느꼈던 것은 무언가에 빠져들어 최선을 다하는 작가의 열정이 놀라웠다는 것이다. 근육질의 대품 식물부터 작고 귀여운 작은 식물들까지 다양한 식물들이 들려주는 작은 이야기들을 놓치지 않고 정성스럽게 보여주는 작가의 섬세함이 놀라웠다. 그 섬세함이 환경에 대한 배려로 연결되고 있다는 점이 또한 놀라웠다. 웹툰(webtoon)을 인터넷으로 만날 수 있는 가벼운 만화 정도로 생각했던 무지를 깨워준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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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펌킨맨이 나타났다 - 제10회 스토리킹 수상작 비룡소 스토리킹 시리즈
유소정 지음, 김상욱 그림 / 비룡소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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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특별한 소설을 만나보았다. 문학상 수상작품들을 접하는 경우는 흔히 있는 일이다. 특히 국내에 소개되는 일본 소설들은 대부분이 수상작들이다. 하지만 이번에 만나본 '수상작'은 다른 작품들과는 많은 차이를 보인다. '2022 스토리킹'의 심사위원은 초등학생과 중학교 학생들이다. 즉 독자들이 직접 뽑은 아이들의 문학상이다. 청소년을 대상으로 하는 소설들을 좋아하는 까닭으로 이 소설 역시 재미나게. 흥미롭게 읽을 수 있었다. 

<그리고 펌킨맨이 나타났다>의 스토리는 단순하다. 현실에서 좌절을 맛본 예지는 가상현실 게임에 접속하는 횟수와 시간이 늘어나면서 조금씩 가상 세계에 빠져들게 된다. VR 헬멧을 사랑하게 된 것이다. 헬멧을 쓰고 '루나'로 살아가는 가상 현실 게임 속 삶이 더 좋았다. 그런 루나 앞에 코딩 천재 헬멧 보이가 나타나 동업을 제안한다. 가상 현실 게임 파이키키에 자신들의 도시를 만들어보자는 것이다. 성공이 쌓이면서 예지는 헬멧 보이의 이면을 보게 된다. 이제 스토리는 단순함을 버리고 빠르게 전개된다. 거기에 펌킨 맨의 등장은 재미와 흥미를 배가시킨다.

단순하게 시작한 스토리가 흥미와 재미를 쌓아가는 동안, 그 흐름 속에 담겨 있는 심리적인 메시지가 대단하다. 아마도 저자 유소정 작가가 심리학을 전공한 까닭일 것이다. 열두 살의 한 소녀가 텅 비어있던 자존감을 조금씩 채워가며 결국에는 가상세계의 멋진 '루나'가 아닌 현실의 평범한 '예지'에 만족해 가는 과정이 무척이나 흥미로웠다. 그 과정을 같이 해주는 '크로노스'와 '후드'의 이야기는 소설의 스토리를 더욱 풍부하게 해주어 아이들의 시선을 사로잡는다.

가상 현실 게임 속에서의 화려한 삶과 현실의 피곤한 삶을 선택하라면 우리들의 선택은 무엇일까? 어떤 선택을 할 수 있을까? 아마도 이 질문의 답을 궁금해하는 심사위원들의 의견이 이 책을 '수상 작품'으로 만든 것 같다. 아이들은 어떤 답을 들려줄까? 무척이나 궁금하다. 또 어른들의 답은 무엇일까? 


작가는 <그리고 펌킨맨이 나타났다>를 통해서 이 문제의 답을 찾아보기를 바라고 있다. 답은 아마도 현실 세계, 나의 오늘을 얼마만큼 만족하고 있느냐에 따라 다르게 나올 것 같다. 만족할 수 있는 오늘을 만들고 내 안의 자존감을 키울 수 있는, 가상세계 아바타가 아니라 현실의 나, 자아를 찾아보기를 바라는 작가의 마음이 만들어낸 정말 뛰어난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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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니콘 : 유병재 대본집
유병재 지음 / 북폴리오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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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트로 중무장한 작가 유병재가 들려줄 매력적인 이야기, 무척 기대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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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비딕 (무삭제 완역본) 현대지성 클래식 44
허먼 멜빌 지음, 레이먼드 비숍 그림, 이종인 옮김 / 현대지성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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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전 문학을 만난다는 것은 과거라는 시간 속을 여행하는 것 같다. 그런데 과거의 시간을 엿본다는 것은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대부분의 고전 작품은 벽돌 책이고 내용은 지루할 때가 많다. 하지만 오래전의 시간이 보여주는 지루함을 이겨내고 완독이라는 즐거움을 맛보게 되면 고전문학의 즐거움 중 하나가 인내라는 것을 알게 될 것이다. 그리고 고전문학을 만날 때 '인내'와 함께 꼭 준비해야 할 것이 있다. 


고전문학 속으로 함께 떠날 길잡이를 선택하는 것이다. 지루함을 잊게 해줄 작품에 대한 뒷이야기를 들려줄 조력자, 작품의 매력을 더해주는 작가에 대한 비밀 이야기를 들려줄 안내자가 필요한 것이다. 바로 그 점이 현대지성의 고전문학 시리즈 '현대지성 클래식'을 통해서 고전문학을 접하는 까닭이다. 


현대 지성 클래식 44번째 작품은 얼마 전 전 세계적인 돌풍을 일으킨 드라마'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에 등장했던 고래들의 이야기를 만날 수 있는 <모비 딕>이다. 『노인과 바다』를 읽었을 때처럼 '왜'라는 의문이 조금씩 피어났다. 왜 이 작품이 영어로 쓴 최고의 작품이라는 극찬을 듣는 것인지, 미국 최대 독서 커뮤니티에서 2019년 실시한 투표 결과 성경을 누르고 1위를 차지한 까닭은 무엇인지. 


『노인과 바다』를 읽고 지루함에 지쳐갈 때쯤 만나게 된 '해설'을 읽고 노인이 짊어지고 나온 청새치의 의미를 알게 되었다. 물론 문학 작품의 해설은 해설을 하는 이들에 따라 달라지겠지만 그래도 전문가의 안내를 받고 작품의 흐름을 다시 생각해 보는 즐거움은 고전이 가진 또 다른 매력인듯하다. 


<모비 딕>의 흰고래가 가진 의미는 무엇일까? 어떤 상징성을 내포하고 있을까? 전혀 감이 잡히지 않기에 이번에도 옮긴이 이종인의 도움을 받았다. 역자는 모비 딕을 흰 고래라 명명하며 모비 딕이 가지는 종교적, 신화적, 사회적, 심리적 그리고 철학적 해석을 보여준다. 주석과 해설을 통해서 <모비 딕>이 가지는 진정한 의미를 디테일하게 들려준 역자와 함께 이 책의 소장 가치를 높여주는 것은 레이먼드 비숍의 목판화 일러스트를 포함하고 있다는 것이다.


<모비 딕>의 스토리는 단순하다. 고래 사냥을 떠난 주인공이 고래를 잡으며 모비 딕을 찾는 것이다. 하지만 단순한 스토리를 풍부하게 해주는 요소들이 곳곳에 있어서 개인적으로는 지루하거나 난해한 고전이라기보다는 재미난 고전이었다. 세계적인 커피 체인 스타벅스에게 이름을 빌려준 일등항해사 스타벅을 비롯한 등장인물에 대한 소개가 흥미로웠고 다양한 고래들을 소개하는'고래학'도 재미있었다. 


나를 이슈메일이라 불러다오.(Call me Ishmael)p.37.라는 문장으로 시작한 이야기는 주인공 이슈메일이 퀴케그를 만나고 그와 함께 피쿼드호에 승선해서 에이해브 선장과 함께 모비 딕을 찾아 해양을 모험하는 과정을 디테일하게 그려낸다. 그 속에서 사람과 사람의 관계를 종교적인 관점이 아닌 존엄성에 관한 문제로 풀어내며 다양한 문제들을 들려준다. 야만인 퀴케그와 기독교인 이스메일이 친구가 된다는 설정부터 기독교가 지배하던 당시에는 획기적이었을 것이다.


미국 모던 문학의 문을 열었다는 <모비 딕>은 발표한 후 50여 년이 지난 후에야 진정한 가치를 인정받는다. 그 과정에서 좌절했을 작가 허먼 멜빌의 삶을 만나보는 것도 이 책이 주는 흥미로운 점이다. 재미난 스토리가 있는 소설은 아니지만 많은 생각을 가지게 하는 의미 있는 이야기가 넘치도록 풍부한 소설이다. 왜 미국에서 성경을 누르고 최고의 책이 되었는지 어렴풋하게나마 느껴보는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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