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하나의 우리역사
信太一郞 지음, 이종윤 옮김 / 삼국시대사 / 200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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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보는 한일 2천년)또 하나의 우리 역사
시다 이치로오 지음/이종윤 옮김/삼국시대사/347p./2009

지난 2005년, 일본 시네마현은 ‘독도의 날’을 제정하고 일본 정부의 암묵적인 지지아래 ‘독도의 날’ 행사를 강행했다. 1905년 2월 22일 일본은 독도를 자신들의 시네마현에 편입하고 그 후 심심하면 독도의 영유권을 주장해서 분쟁을 일으켜왔다. 그 때 우리나라의 언론에서도, 지방자치단체나 시민단체들도 이 일에 엄청나게 분노하여 시네마현을 방문하거나, 항의 성명을 발표하고 항의 서한을 전달하였다. 그 때 일본 시네마현의 교육위원에서 항의서한을 보내는 운동이 일어나 나도 편지를 썼었다. 외국의 교육위원에게, 그것도 국가의 영토 문제로 편지를 쓴다는 것이 심히 부담이 되었지만 어쩔 수 없었다. 교육위원 명단 중 아무나 한 명을 골라 완곡한 표현으로 가까운 나라 일본과의 오랜 관계, 한류로 인한 문화 교류 등을 언급하며, 보다 좋은 한일 관계를 위해서는 엄연한 한국 영토인 독도에 대한 일본 영유권을 주장하는 것은 잘못된 것이라는 그런 내용을 적어 보냈다. 인근 학교의 일본어 교사가 번역해서 한꺼번에 일본으로 발송했는데 이 책을 읽으니 그 때의 일이 생각난다.

이 책의 저자는 역사학자나 정치가가 아닌 평범한 일본인이다. 1946년 요코하마 태생으로 대학에서 문학을 전공하고 고등학교에서 국어교사로 근무 후 퇴직했다. 특이한 점은 어릴 때 어머니가 한국인과 재혼하여 한국인 새 아버지와 여러 명의 한국인 형제들과 함께 살아온 성장 배경이다. 저자는 지적이고 감수성 예민한 사춘기 때 집에서는 한국인 아버지가 말하는 일본을, 집 밖에서는 일본인 친구들이나 사람들이 말하는 한국에 대해 듣고 느끼며 많은 가치관의 혼란을 겪었다고 말한다. 자신은 일본인이지만 자신의 한쪽 가족은 한국인이니 그의 환경은 그를 자연스럽게 한국의 문화와 역사로 이끌었던 것 같다. 그런 배경을 가졌다고 해도 실제 역사학을 전공하고 연구해온 역사학자도 아닌 국어를 전공한 저자가 고대부터 최근까지 한 일 두 나라의 2천 년사를 객관적이고 합리적으로 저술한 지식과 통찰력은 놀랍다. 독도문제 항의 편지 한 장 쓰는데 그 근거를 찾느라 한참을 인터넷을 뒤진 내 경우를 보면 저자의 역사 지식은 대단한 것이다.

고대 고구려, 백제와 신라에서 건너온 도래인부터 지리적으로 밀접한 두 나라의 역사 속에서 이루어진 문화교류 등 일본 정부와 우익주의자들이 주장해온 왜곡된 역사를 냉정하고 조용하게 비판한다. 특히 일본의 한국 식민지 지배로 인해 일본으로 끌려와 한국으로 돌아갈 수 없었던 재일동포와 그 이세들이 사회적 약자로 냉대와 차별 속에서 일본에서 살아가는 모습은 가슴 아프다. 고대에 일본에 뛰어난 문화 기술을 전수해준 한국과 근대의 서양의 기술과 자본주의를 재빨리 자신의 것으로 만들어 국력을 강화한 일본, 두 나라의 문화적, 역사적, 지리적 관계는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다. 저자의 바람처럼 두 나라의 국민들이 분노와 시기, 멸시와 적의를 딛고 서로의 입장을 이해하며 한국과 일본이 함께 행복하고 함께 발전하며 서로 도움을 줄 수 있는 나라로 성장해 갔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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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은 자는 알고 있다 블랙 캣(Black Cat) 20
로라 립먼 지음, 윤재원 옮김 / 영림카디널 / 200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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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은 자는 알고 있다
로라 립먼 /영림카디널/471p./2009

이 소설은 로라 립먼의 작품으로는 국내에 처음으로 소개된 책이다. 로라 립먼은 현재 미국에서 작품성과 대중성을 동시에 인정받고 있는 베스트셀러 작가로 책 표지와 작품 해설에 소개된 것처럼 추리소설 부문에서 이름난 다수의 상을 수상하였다. 이 책은 1975년, 볼티모어에서 실제로 일어났던 두 소녀의 실종사건을 소재로 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화성연쇄 살인이나, 개구리 소년 사건처럼 몇 십 년의 시간이 흘렀어도 진실이 밝혀지지 않는 그런 사건들처럼 볼티모어의 이 충격적인 사건은 한 작가에 의해 새롭게 재발견되었다.

메릴랜드주의 볼티모어의 한 고속도로에서 자동차 사고가 발생한다. 차에 타고 있던 40대의 여인은 자신을 체포한 교통경찰에서 자신이 ‘베서니가의 딸’이라고 주장한다. ‘베서니가의 딸’, 신문과 뉴스에 약간이라도 관심이 있는 어른이라면 어린시절부터 심심치 않게 들어왔을 그 이름은 경찰, 사회복지사, 변호사, 그와 관련된 이런 저런 사람들에게 상당한 파장을 불러온다. 책 한권을 써내기에 부족함이 없는 그 사건, 베서니가의 딸들과 관련된 사건이란 어떤 것일까?

약 30년 전 볼티모어의 조용한 어느 마을에서 쇼핑몰에 놀러 갔던 열한 살, 열다섯 살 자매가 실종된다. 범인은 돈을 요구하지도 않고, 협박도 없으며 아이들의 시체도 발견되지 않는다. 아이들이 사라지기 전 날까지 이들의 삶도 평범한 다른 가정의 일상과 다르지 않다. 엄마와 아빠, 두 딸들, 조금씩 삐거덕거리기도 하고, 사소한 다툼도 있다. 스쿨버스가 일부 돈 많은 집 아이들 때문에 먼저 내려야 할 이 아이들을 오히려 나중에 내려주는 약간의 손해를 보기도 한다. 그러던 어느 날, 갑자기 사라져버린 아이들, 한꺼번에 두 딸을 잃어버린 젊은 엄마와 아빠의 삶은 캄캄한 나락으로 추락한다. 아빠는 평생을 딸들을 찾고자 하는 일념과 풀리지 않는 의문과 고뇌로 인한 자살로 생을 마감하고, 엄마는 더 이상 딸들이 없는 결혼 생활을 유지할 수 없어 남편을 떠나 남미에 정착한다.

아동 실종이란 무겁고 암담한 사건 뒤에는 어떤 진실이 숨어 있는 것일까? 작가는 다양한 인물과 다양한 문학적 비유를 들어 그 사건을 바라보는 사람들의 심리를 묘사한다. 유쾌하지 않은 처참한 사건의 진실을 파헤치고 싶은 독자로써 중반부까지는 탁한 안개 속을 헤매는 것 같았다. 왜 이런 모호한 전개를 하는 것일까? 이 사람들은 누가 어떤 의도로 이런 짓을 했겠구나 하는 감이 오질 않는다. 중반부가 넘어서면서 베서니가의 딸은 자신이 당한 일과 사건을 스스로 진술하는데, 그것 또한 신뢰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이야기는 현재와 30년의 과거를 오가며 전개되고 드디어 베서니가의 딸과 엄마, 미리엄의 재회는 충격적인 반전이 기다리고 있다.

작품해설을 보니 소설의 배경 볼티모어는 미국 내에서도 실제 살인사건, 범죄 사건이 많이 발생하는 지역이다. 이 지역에서 아버지에 이어 신문기자로 20년간 활동해왔던 감수성 예민한 작가는 범죄에 대해 특별한 의미의 시선을 가질 법하다. 로라 립먼의 주된 작품의 테마는 ‘갈등과 충돌’이라고 한다. 인종, 계급간의 갈등, 평범한 사람들의 마찰 등 ‘인간 사회가 낳은 충돌’을 글의 주제로 삼은 작가는 그가 살아온 사회의 삶의 영역을 통해 독자에게 의미 있는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다. 그녀는 작가로 데뷔한지 오래 되지는 않았지만 현재 50대의 나이로 왕성한 작품 활동을 하고 있다. 그녀의 작품들이 더 좋은 사회, 사람들이 보다 더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는 세상에 대해 고민하게 하는 소통의 장이 되었으면 좋겠다. 실제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은 이 책 속에 등장하는 사건들보다 때론 더 충격적이고, 더 미스테리하고, 더 심각할 경우도 많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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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균 그리고 이순신
이은식 지음 / 타오름 / 200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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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균 그리고 이순신

이은식/타오름/372p./2009년

우리 역사의 암흑기는 언제였을까? 고대의 삼국과 통일신라사, 중세의 고려사는 제쳐두고라도 근대이후는 아마 일본의 침략과 관련된 시기일 것이다. 그 중 수많은 인명과 재산, 문화유산, 국토전체가 전쟁으로 초토화된 사건을 꼽으라면 조선 중기의 임진왜란, 근대의 일제 강점기 그리고 해방 후 소련과 미국의 세력 아래 동족 간에 피를 흘린 6.25전쟁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특히 조선 중기 1592년(선조25)~98년(선조31)에 일어났던 임진왜란은 들추고 싶지 않은 뼈아픈 역사의 한 시기였다. 그러나 많은 어려운 일들을 겪고 그것들을 극복해낸 사람은 성숙하고 강인해지는 것처럼, 나라도 마찬가지다. 7년간의 임진왜란은 수많은 인명과 물질적 정신적 손해를 가져왔지만 이 사건은 백성과 국가는 자신들을 돌아보고 국내외의 상황에 어떻게 대처할지를 고민하는 등 이후의 변화의 발판이 되었다고 생각한다. 또한 무방비로 살육되어지는 백성과 짓밟혀가는 나라를 지키기 위해 자신을 던진 이순신, 의병들, 나라를 걱정하는 수많은 인물들이 일어났다.

이은식의 ‘원균과 이순신’은 임진왜란 속 두 인물에 대한 새로운 해석을 시도한다. 선조실록과 인조 때 만들어진 선조수정실록의 차이를 들어, 우리가 알고 있는 이순신과 원균의 관계, 전공, 업적 등이 후대 역사가의 잘못된 기록에 의해 상당부분 왜곡되었다고 주장한다. 선조수정실록은 1623년, 인조 때 이식과 서인들이 적극적으로 편찬을 주장하여 선조실록과 개인의 문집, 비문, 구전 등을 모아 선조실록을 수정한 것이다. 그런데 이 선조수정실록에 선조실록에는 기록되지 않은 원균에 대한 구절들이 이순신과 관계있는 문벌이나 당파에 치우친 편협한 기록이라는 것이다. 그래서 원균에 대한 재해석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원균은 이순신을 모함하지 않았고, 이순신의 투옥은 스스로 파 놓은 함정에 빠진 것이다. 이순신은 원균을 빼고 단독으로 장계를 올려 공을 가로채려 했으며, 이것을 분하게 여긴 원균의 휘하 부하들과 이순신의 부하들의 반목으로 두 진영의 사이가 점점 나빠졌다. 이순신이 선조의 거듭되는 부름에 응하지 않아 받은 벌을 원균의 탓으로 몰아간 기록도 잘못된 것이라고 적고 있다. 원균은 자신이 청했을 때 이순신이 도와주지 않고 조정으로부터의 영이 내려와서야 군대를 움직였다고 이순신을 원망한다. 그러나 무언가 이 석연찮은 기분은 왜일까?
저자의 말대로 선조수정실록을 기록한 학자들이 이순신과 혈연, 문벌로 관련된 사람들로 이순신을 영웅으로 부각시키기 위해 원균을 일방적으로 매도했을까? 그렇게 만들어진 역사가 백성들의 입에서 입으로 오늘날의 이순신의 신화를 만들 수 있을까?

에드워드 카의 말처럼 "역사란 역사가와 사실 사이의 부단한 상호작용의 과정이며, 현재와 과거 사이의 끊임없는 대화" 듯 임진왜란이란 사건 속 인물들에 대한 현재의 재평가와 재해석은 당연한 것이다. 그러나 이순신은 영웅인가? 원균은 간신인가? 등의 이런 접근 방법은 기분이 썩 좋지 않다. 이것은 마치 훈구파니, 사림이니, 동인이니, 서인이니, 학벌, 지연의 편 가르기 식 해석이란 느낌이 든다. 원균도 뛰어난 장수였지만, 우리에게 이순신은 영웅이었다. 우리는 왜 영웅을 가지면 안 될까? 영웅은 인간이 아니다? 인격과 삶, 모든 면에서 완벽하지 않으면 영웅이 될 수 없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영웅인지 아닌지 생각하지 않고 타인과 인류를 위해 최선을 다해 살아간 사람, 이 사람을 영웅이라고 불러도 좋지 않을까? 국가의 존망이 걸린 생지옥 같은 최전방의 전장에서 무능한 조정과 힘없는 군대의 지도자로 목숨 걸고 싸운 사람들, 이 사람들이 우리의 영웅일 것이다.
임진왜란이란 초유의 전시상황과 조선 중기의 정치적 상황, 그리고 전쟁 속 여러 인물들, 그들은 지금까지처럼 앞으로도 숱한 평가를 받을 것이고 미래의 거울이 될 것이다. 이런 당혹감을 안겨주는 저자의 도발적인 발문 앞에 다수의 독자들의 평가는 어떨지 사뭇 궁금해진다.

'현대인은 자기가 지나온 어둠을 뒤돌아보고 열심히 응시한다. 그것은 거기서 흘러나오는 희미한 빛이 그가 나아가려고 하는 미래의 암흑을 밝혀줄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희망이 있기 때문이다.' - <알기 쉽게 풀어쓴 역사란 무엇인가?>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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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번째 문
폴 알테르 지음, 이상해 옮김 / 시공사 / 200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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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번째 문
폴 알테르/시공사/313p./2009년

오래간만에 정통추리소설을 읽었다. 역시 추리소설은 단숨에 읽어 제켜야 제 맛이다. 잘 쓴 추리소설은 형태를 알 수 없는 온갖 모양을 하나하나 맞추어 어느 순간 잘 짜인 선명한 그림이 드러나는 퍼즐과 같다. 덕분에 무디고 녹슨 머리를 회전하느라 상당한 에너지가 필요했다. 다른 직장인보다 퇴근이 비교적 빠른 나는 이른 저녁을 먹고 첫 등장인물 제임스처럼 책이나 읽다 자려고 일찌감치 침대로 올라왔다. 그리고 자정 무렵이 돼서야 요 며칠 감기기운으로 뻑뻑하고 충혈 된 눈과 독서로 인해 점점 심해지는 두통에서 벗어나기 위해 1/5 뒷부분을 남겨두고 책을 덮었다. 이유를 알 수 없는 죽음과 광기, 원한이 사무친 영혼들이 절규하는 복잡한 스토리를 한 밤중에 읽어댄 탓인지 약간 악몽에 시달리다 아침을 맞았다. 그리고 캄캄한 어둠이 깔린 복도 끝, 희미한 오렌지색 불빛을 뿜어내며 살짝 열려진 ‘네 번째 방’의 유혹을 끝내 견디지 못하고 근무 중 약간의 틈을 타 얼른 나머지를 읽어버렸다.

간결하고 단정한 문장에 살짝 비꼬는 유머가 일품인 작가의 글 솜씨는 단번에 독자를 끌어당긴다. 연극의 무대처럼 캄캄한 어둠을 밝히는 조명이 살그머니 켜지고 숨죽인 관중들이 바라보는 긴장감 속에 어여쁜 18살의 처녀가 오빠의 방문을 노크하며 이야기는 시작된다. 안락한 방에서 연애상담을 하고 있는 오누이의 천연덕스러운 대화, 이들의 따뜻하고 유쾌한 대화는 앞으로 펼쳐질 연쇄적인 살인 사건의 등장을 한층 더 선명하게 부각시킨다. 영국의 옥스퍼드 근처의 한적한 작은 마을, 마을 끝 외진 곳에 세 채의 집이 있다. 동생의 연애상담을 해 주고 있는 제임스와 제임스의 절친한 친구, 헨리와 존의 집이 끔찍한 살인 사건이 일어나는 배경이 된다.

이 조용한 시골마을의 여느 집처럼 사랑하는 젊은 부부, 장난기 많은 아들, 평범하고 행복하게 살던 존의 가정에 어느 날 충격적인 사건이 발생한다. 아름답고 상냥한 아내가 어느 날 그 집의 꼭대기 층 복도 끝 네 번째 방에서 방문이 안으로 모두 잠긴 채 온 몸이 칼에 찔리고 양손의 정맥이 끊겨 죽은 모습으로 발견된다. 모든 방문은 안으로 잠겨있고 살인자의 어떤 흔적도 없기에 그녀의 죽음은 자살로 마무리되고 그 사건으로 남편은 정상적인 삶을 살아가기 어려울 정도의 충격에 휩싸인다. 그 후 2,3층을 임대한 세입자들은 원인모를 공포에 시달리다 몇 달도 채 살지 못한 채 떠나버렸고 그 후 그 집은 ‘폭풍의 언덕’으로 불리며 무시무시한 폐허가 되어간다. 어느 날 의문의 부부가 나타나 그 집에 세 들어 살게 되면서 네 번째 다락방과 그 주변에서 실마리를 잡을 수 없는 연쇄 살인 사건이 발생하는데....

이 소설은 살인, 미스터리, 심령술 등 전형적인 추리소설의 요소들로 채워져 있지만 그렇게 잔혹하지는 않다. 문장은 담백하고 유머가 담겼으며 등장인물들은 그리 냉혹하지 않다. 도대체 누가 범인일까? 가슴이 두근두근하고 머리는 복잡하지만 그것은 아무 때고 무시무시한 공포의 칼을 휘둘러대는 사이코패스 같은 광기나 한 밤중 귀가길이나 엘리베이터 안에서 불현듯 찾아오는 막연한 공포감은 아니다. 살인자의 행동도 나름대로 이유가 있고 동정심을 이끌어내기도 하는 선량한 캐릭터라고나 할까? 한 군데 나름 충격을 받은 장면이 있기는 한데 그것은 새댁이 잡고 있었던 ‘그 차가운 손!’ 이다. 남편의 손인 줄 알고 내내 잡고 있었던 그 차가운 손은 대체 누구의 것일까? 작가는 흥미로운 등장인물들과 그들의 행적을 통해 여기저기 그럴듯한 단서를 뿌려놓았다. 작가가 흘린 그 단서들을 붙잡고 도대체 누가 범인일까? 왜 그랬을까를 생각하는 것은 즐거운 고문이었다. 마지막 문단까지 반전을 놓지 않는 작가의 솜씨와 추리소설다운 산뜻한 결말까지 꽤 괜찮았다. 또 롤랑 라쿠르브의 <후디니와 그의 전설>에 등장하는 시대적인 마법사, ‘후디니’의 이야기도 메인 요리 속의 또 다른 요리를 맛보듯 색다른 맛이었다. 복잡하고 정성스레 만들어진 정통 프랑스 요리를 맛있게 먹고 냅킨으로 입가를 훔치는 포만감과 우아한 느낌을 선물해준 잘생긴 작가에게 감사를 보낸다.

“책을 읽으면서 메모를 하지 않는 것은 음식을 먹으면서 소화를 시키지 않는 것만큼이나 바보짓이다.” ---27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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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득의 비밀 - EBS 다큐프라임, 타인을 움직이는 최상의 커뮤니케이션 전략 설득의 비밀
EBS 제작팀.김종명 엮음 / 쿠폰북 / 200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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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S 다큐프라임) 설득의 비밀
ebs 제작팀, 김종명 공저/쿠폰북/350p./2009

<설득의 심리학>이 베스트셀러가 되고, 설득의 비밀 프로젝트가 진행되는 등, 이렇게 화제가 되는 것은 설득이 그만큼 중요하지만 또 어렵다는 것이리라. 나는 절대로 종사해서는 안 되는 직업이 보험, 자동차 세일즈, 화장품 판매 등 어떤 실적이 바로 나오는 영업과 관련 일들이라고 생각해왔다. 사람을 대하고 설득해야 하는 일, 그것은 생각만 해도 긴장되고 떨린다. 그래서 그쪽 분야에서 일한다면 오랫동안 고전을 면치 못했을 것 같다. 그런데 설득은 경제적 목적으로 사업을 하거나 영업을 해서 이득을 남기는 일 뿐 아니라, 교육, 가정생활, 친구관계 등 인간의 모든 생활 속에서 수시로 이루어지는 일이다. 선생님은 교육적 목적을 가지고 효과적으로 아이들을 설득해야 하고, 가정에서도 부모나 자녀는 수시로 상대방을 잘 설득해야 집안이 편하다. 부부간에도 얼마나 설득할 일이 많은가?

신혼 때에 부부싸움을 하게 일 중 하나는 가사와 관련된 일이다. 요즘은 대부분의 여성들이 결혼 후에도 일을 하기 때문에 가사노동을 잘 분담하지 않으면 많은 육체적 정신적 스트레스에 시달리게 된다. 피할 수 없는 가정 일을 남편이 돕는다는 생각을 버리고 분담한다는 생각을 갖도록 남편을 이해시키는 것이 중요한 것 같다. 돕는 것은 어디까지나 보조적인 역할이지만 가사노동에서 요리, 설거지, 청소, 빨래, 육아 역할 분담 등 큰 항목을 정해놓고 자신이 처리해야 할 일을 한다면 가사노동의 중압감으로부터 일정부분 해방될 수 있어 상대방에게 더 고마움을 느끼고 더 즐거운 가정생활을 꾸려갈 수 있다. 평소 어리버리한 나는 어떤 일에는 남편의 집요한 설득에 쉽사리 잘 넘어가기도 하지만 신혼 초 남편과 함께 어느 정도 가사분담을 할 지 결정한 것이 참 잘한 일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 후에도 어떤 일에 설득과 협상을 잘 했다고 생각하면 기분이 좋고, 그렇지 못했다는 생각이 들면 괜히 기분이 상하기도 한다.

EBS 다큐프라임 <설득의 비밀>은 설득에 관한 실험프로그램이다. 16명의 도전자가 참가해서 2달 동안 1박2일씩 총 6차례에 걸쳐 설득의 달인에게 배우고 팀을 이루어 과제를 실습하고 현장에 적용하는 등 설득의 기술을 습득했다.
대학생, 교사, 영업사원, 프로그래머, 취업준비생 등 다양한 사람들이 프로그램 참여 후에는 각자 다양한 결실을 얻었다. 이 프로젝트의 특징은 한국인의 정서에 맞는 한국형 설득 프로그램이라는 것이다. 한국인들의 역동성, 획일주의 , 연고주의, 학연, 지연 중심, 이익과 명분을 중요시하는 정서와 심리에 들어맞는 설득의 방법을 배울 수 있다. 번개배달, 형님!, 우리가 남이가?, 누이 좋고 매부 좋고 등 지극히 한국인다운 설득론은 재미도 있으면서 한편 고개를 끄덕이게 한다.
설득의 본질은 남을 이해하는 것, 남의 입장이 되어 보는 것, 상대방과 내가 같이 이기는 것이다. 설득은 상대방을 속여 자신의 이익을 얻는 일종의 사기가 아니다. 책에서 말하는 설득의 기본중의 기본은 진실은 언젠가는 통하게 되어 있고, ‘내가 대접받고자 하는 대로 남을 대접하라.’는 성경의 황금률과도 비슷하다. 상대방의 핵심가치를 건드리지 마라. 설득은 마지막 버스가 아니다. 상대방의 이익과 나의 이익의 절충점을 찾아라. 설득의 세계에는 승자도 패자도 없다. 서로 윈-원하는 진실한 설득은 나에게는 큰 힘이며 상대방에게도 좋은 결과로 보답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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