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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왕자 -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이야기 ㅣ 인디고 아름다운 고전 시리즈 1
생 텍쥐페리 지음, 김민지 그림 / 인디고(글담) / 2006년 9월
평점 :
구판절판
어린왕자
생텍쥐페리 지음/인디고
동심을 그리워하는 어른들의 로망인 <어린왕자>를 다시 읽었다.
내가 어린왕자를 몇 번쯤 읽었을까? 아주 어렸을 때 한 번, 청소년기에 한 번, 몇 달 전 퀴즈를 내야해서 또 한 번, 그리고 인디고에서 출판된 서정적인 그림과 앙증맞은 모양의 책으로 또 한 번, 이미 읽었고 숱하게 들어서 잘 안다고 생각했던 어린 왕자를 사실 그리 잘 알고 있었던 것은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다. 내 안에서가 아닌 밖에서 들려오는 ‘어린 왕자’에 대한 이야기만으로 내가 어린 왕자를 많이 읽었고, 잘 안다고 착각을 했던 것 같다.
코끼리를 잡아먹은 보아뱀 그림으로 시작되는 두 세장의 분량의 그림책, 동심을 상실한 어른들에 대한 비난을 담고 있는 책 정도로 머릿속에 남았던 어린왕자는 그렇게 짧고 단순한 동화도 아니고, 단순히 동심을 찬미하거나, 기성세대에 대한 비난만을 담고 있는 책도 아니었다. 담담하게 시작되는 앞부분을 다시 읽으며 생텍쥐페리에 대해 궁금해진다.
작가 자신도 이 책의 비행기조종사처럼 비행사였다는 것을 떠올리며 인터넷을 뒤졌다. 브리태니커 백과사전은 그에 대해 이렇게 적고 있다.
‘생텍쥐페리- 프랑스의 비행기 조종사, 작가 (1900. 6. 29 프랑스 리옹에서 태어나서 1944. 7. 31 지중해 상공에서 사망하다)
1900년에 태어나 지중해 상공에서 44살의 나이로 생을 마감한 작가, 마치 책 속 판타지에 뒤덮인 인물처럼 드라마틱한 작가의 삶과 죽음을 두고 사람들은 그는 지중해 상공에서 실종되었다, 언젠가는 살아 돌아올 수도 있다고 믿기도 했다.
1970년대까지 생존한 그의 미망인은 눈을 감을 때까지 그가 살아돌아온다고 믿고 있었다고 한다.
그는 몰락한 프랑스의 귀족가문에서 태어나 군복무 동안 조종사 면허를 딴 후 아프리카 북서부와 남대서양 및 남아메리카를 오가며 항공우편항로를 개설하는 일에 종사하였다. 심한 비행기 사고로 평생 불구로 살아가야 할 정도로 심한 부상을 입었지만 제2차 세계대전 시 다시 육군 정찰기 조종사가 되었다. 1943년 북아프리카 공군으로 정찰임무를 하다가 추락사 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쟁의 한 가운데서 철새처럼 세상을 날아다니다 어느 날 갑자기 상공에서 짧은 생을 마감한 작가의 생애를 생각하며 다시 읽는 어린왕자는 사랑과 우정, 삶의 참다운 가치를 찾아 세상을 방랑한 작가의 영혼이 그대로 반영된 작품으로 보인다.
1인칭 시점으로 대략의 이야기를 해보자면 이렇다.
'비행기조종사인 나는 어느 날 비행기 엔진 고장으로 사하라 사막에 불시착하여 며칠을 사막에서 보내게 된다.
풀 한포기, 짐승 한 마리 지나다니지 않는 사막 한 가운데서
금빛 머리를 한 조그만 남자아이가 갑자기 양 한마리를 그려 달라며 나타난다.
처음엔 도무지 그 아이가 무슨 소리를 하는 지 이해가 되지 않았지만 나는 그 아이가 온 별, 그 아이가 키운 장미, 그 아이가 돌아다닌 행성 이야기를 들으며 조금씩 어린왕자에 대해서 알게 된다.
그렇게 나와 사귀던 어린 왕자는 어느 날 자신이 두고 온 꽃이 있는 별로 어느 날 돌아간다.
그 아이가 입고 있는 옷과 그 아이의 몸으로 그 별까지 가기는 너무 무거워, 무서웠지만 노란 뱀의 도움을 받아
어린 왕자는 나의 곁을 떠났다.'
어린 왕자가 별을 떠나 지구에 와서 들려주는 이야기의 모든 장면들은 읽는 독자들에게 저마다 각별한 의미로 다가온다.
삶과 죽음, 우정과 사랑, 관계 맺기, 세상을 보는 눈, 가치 등,
소박하고 단순하고 아름다운 그 가치는
세상의 탐욕과 타협하기 전, 아이들이 가졌던 사랑스러운 마음일 것이다.
작가는 세상을 향해 이야기 하고 싶은 대부분의 이야기를 어린 왕자에 남겼다.
어린왕자는 선생님, 엄마, 어른들이 아이들에게 권하는 대표적인 책중 하나다. 보통 5-6학년 정도의 아이들 한 무리가 어느 날 갑자기 우르르 몰려와 '<어린왕자>있어요?'하고 묻는다.교실에서 저희 선생님이 이야기 해준 어린왕자의 이야기를 듣고 호기심이 발동한 것이다. 그렇게 어린왕자를 만나는 아이들은 그 판타지와 낭만, 다소 슬픈 이야기를 참 좋아한다.
그러나 내가 보기에 어린왕자는 아이들보다는 어른이 읽어야 더 잘 이해하고 잃어버린 것들에 대해 더 절실해지는 책이다.
사하라 사막 같은 삶의 쓸쓸함과 자기도 한때는 그런 모습이었을 부서질 듯 아름다운 모습의 해 맑은 웃음을 가진 소년,
자신들과 비슷한 각각의 별에 사는 왕, 술꾼, 사업가, 가로등을 켜는 사람의 모습, 그리고 쓸데없다고 치부해 버리지만 사실은 그리워하는 귀중한 가치들...
사실, 어떤 사람에게는 장미꽃을 물어 뜯지 못하도록 양에게 입마개를 그려주며 아이와 노닥거리는 어른 남자의 이야기는
코웃음 정도의 가치 밖에는 안 될것이다.
그러나 이 땅에는 이런 이야기를 진지하게 읽는 어른들도 있다.
그들은 남들이 사소하게 여기는 것, 가령 아이의 마음, 아내의 주름진 얼굴, 산자락에 수줍게 핀 들꽃 한 송이, 바람에 흔들리는 나뭇잎 같은 것들의 아름다움을 볼 줄 아는 그 사람은 이미 어린왕자의 친구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