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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은 자는 알고 있다 ㅣ 블랙 캣(Black Cat) 20
로라 립먼 지음, 윤재원 옮김 / 영림카디널 / 2009년 11월
평점 :
절판
죽은 자는 알고 있다
로라 립먼 /영림카디널/471p./2009
이 소설은 로라 립먼의 작품으로는 국내에 처음으로 소개된 책이다. 로라 립먼은 현재 미국에서 작품성과 대중성을 동시에 인정받고 있는 베스트셀러 작가로 책 표지와 작품 해설에 소개된 것처럼 추리소설 부문에서 이름난 다수의 상을 수상하였다. 이 책은 1975년, 볼티모어에서 실제로 일어났던 두 소녀의 실종사건을 소재로 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화성연쇄 살인이나, 개구리 소년 사건처럼 몇 십 년의 시간이 흘렀어도 진실이 밝혀지지 않는 그런 사건들처럼 볼티모어의 이 충격적인 사건은 한 작가에 의해 새롭게 재발견되었다.
메릴랜드주의 볼티모어의 한 고속도로에서 자동차 사고가 발생한다. 차에 타고 있던 40대의 여인은 자신을 체포한 교통경찰에서 자신이 ‘베서니가의 딸’이라고 주장한다. ‘베서니가의 딸’, 신문과 뉴스에 약간이라도 관심이 있는 어른이라면 어린시절부터 심심치 않게 들어왔을 그 이름은 경찰, 사회복지사, 변호사, 그와 관련된 이런 저런 사람들에게 상당한 파장을 불러온다. 책 한권을 써내기에 부족함이 없는 그 사건, 베서니가의 딸들과 관련된 사건이란 어떤 것일까?
약 30년 전 볼티모어의 조용한 어느 마을에서 쇼핑몰에 놀러 갔던 열한 살, 열다섯 살 자매가 실종된다. 범인은 돈을 요구하지도 않고, 협박도 없으며 아이들의 시체도 발견되지 않는다. 아이들이 사라지기 전 날까지 이들의 삶도 평범한 다른 가정의 일상과 다르지 않다. 엄마와 아빠, 두 딸들, 조금씩 삐거덕거리기도 하고, 사소한 다툼도 있다. 스쿨버스가 일부 돈 많은 집 아이들 때문에 먼저 내려야 할 이 아이들을 오히려 나중에 내려주는 약간의 손해를 보기도 한다. 그러던 어느 날, 갑자기 사라져버린 아이들, 한꺼번에 두 딸을 잃어버린 젊은 엄마와 아빠의 삶은 캄캄한 나락으로 추락한다. 아빠는 평생을 딸들을 찾고자 하는 일념과 풀리지 않는 의문과 고뇌로 인한 자살로 생을 마감하고, 엄마는 더 이상 딸들이 없는 결혼 생활을 유지할 수 없어 남편을 떠나 남미에 정착한다.
아동 실종이란 무겁고 암담한 사건 뒤에는 어떤 진실이 숨어 있는 것일까? 작가는 다양한 인물과 다양한 문학적 비유를 들어 그 사건을 바라보는 사람들의 심리를 묘사한다. 유쾌하지 않은 처참한 사건의 진실을 파헤치고 싶은 독자로써 중반부까지는 탁한 안개 속을 헤매는 것 같았다. 왜 이런 모호한 전개를 하는 것일까? 이 사람들은 누가 어떤 의도로 이런 짓을 했겠구나 하는 감이 오질 않는다. 중반부가 넘어서면서 베서니가의 딸은 자신이 당한 일과 사건을 스스로 진술하는데, 그것 또한 신뢰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이야기는 현재와 30년의 과거를 오가며 전개되고 드디어 베서니가의 딸과 엄마, 미리엄의 재회는 충격적인 반전이 기다리고 있다.
작품해설을 보니 소설의 배경 볼티모어는 미국 내에서도 실제 살인사건, 범죄 사건이 많이 발생하는 지역이다. 이 지역에서 아버지에 이어 신문기자로 20년간 활동해왔던 감수성 예민한 작가는 범죄에 대해 특별한 의미의 시선을 가질 법하다. 로라 립먼의 주된 작품의 테마는 ‘갈등과 충돌’이라고 한다. 인종, 계급간의 갈등, 평범한 사람들의 마찰 등 ‘인간 사회가 낳은 충돌’을 글의 주제로 삼은 작가는 그가 살아온 사회의 삶의 영역을 통해 독자에게 의미 있는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다. 그녀는 작가로 데뷔한지 오래 되지는 않았지만 현재 50대의 나이로 왕성한 작품 활동을 하고 있다. 그녀의 작품들이 더 좋은 사회, 사람들이 보다 더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는 세상에 대해 고민하게 하는 소통의 장이 되었으면 좋겠다. 실제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은 이 책 속에 등장하는 사건들보다 때론 더 충격적이고, 더 미스테리하고, 더 심각할 경우도 많지 않은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