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구 - 그때 우릴 미치게 했던 야구
시게마츠 기요시 지음, 김대환 옮김 / 잇북(Itbook) / 2010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무언가를 미치도록 좋아하고 쫒는다는 것은 참으로 경이로운 일이다. 그것은 엄청난 집념과 에너지가 동반되어야 가능한 일이기 때문이다. 40대 중반을 살아가는 내게도 한 때 이렇게 무언가에 집착하여 열정을 쏟았던 시기가 있었는지 조용히 되돌아본다. 그리 내세울 것 없는, 불운한 청소년기를 보낸 나로서는 이 책을 통해 잠시 가슴 저미는 회한을 느껴보았다. 이 책은 청소년기 야구에 울고 웃었던 감격과 울분이 교차하는 럭비공 같은 파란만장한 청춘의 시간들을 보여준다. 또한 그 시간들은 30대 후반의 현재 주인공의 삶에 강한 버팀목이 되어주고 있음을 이야기한다. 청춘의 열정과 함께 맛봐야 했던 좌절, 그 아쉬움을 뒤로 하고 그들 각자는 자신이 살아가는 현실에 안주하고, 새로운 도전을 하며, 또 다른 실패를 하는 일상 속에서 살아간다.

승리와 패배의 결과를 맛보았던 야구에서 현실이 낳는 성공과 좌절에 초연하고 사람을 이해하고 포용하는 방법을 열구는 가르쳐 주었다. 고시엔 대회의 열망을 뒤로하고 뜻하지 않은 사건으로 좌절해야 하는 상황에 어떻게 대처해야 현명한지 우리가 지켜야 할 것이 무엇인지를 가르치고 있다. 모두의 꿈이 한 순간에 물거품으로 사라질 때, 모두들 낙심하고 좌절하며 책임을 전가할 누군가를 찾기에 급급했다. 서로에 대한 증오의 눈길을 간직한 채 그들은 팀이 아니라 개개인의 입장으로 돌아서버렸다. 20년의 시간이 흐른 뒤 각자의 삶 속에서도 그들의 뇌리 속에 슈코 야구부의 전설을 자랑하고 다른 한편으로는 그 상황에 아쉬워하면서 인생을 살아가는 법을 너무나 일찍 배웠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들이 열구했던 만큼 주어지는 행복과 기쁨을 현실에서도 똑같이 적용되는 법칙을 알게 된 것이다. 마지막 그들이 후견자가 세상을 떠나면서 유산으로 남겨준 열구, 고시엔의 대회 좌절의 책임자를 포용하고, 후배들에게 그들이 경험한 열구를 가르치고 계승시키면서 끝을 맺는다.

그들이 배운 것은 야구였지만 그들이 정말 배운 것은 ‘인생’이었다. 우리가 좋아하는 일에 열정을 품고 몰입할 때가 얼마나 있을까? 무언가에 몰입을 하더라도 열정을 품을 만한 일이 아니거나 열정은 있지만 에너지를 쏟아 부을 만한 의지가 약해 종종 한계에 부딪힐 때가 많다. 진정한 행복은 열정과 의지가 동반되어야 얻을 수 있지 않을까. 문득 나의 삶은 순수한 열정이나 우정, 의미 있는 일을 향한 도전보다는 경쟁, 성과와 실적을 내기에 급급한 삶을 살아왔다는 생각이 든다. 나에게 열구는 무엇이었을까? 지금 나의 열구는 무엇일까? 고시엔에 도전하는 그들을 보며 그들의 아름다운 열정과 패기가 많은 청소년들과 어른들에게 전해졌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언더베리의 마녀들 원더그라운드
존 코널리 지음, 문은실 옮김 / 오픈하우스 / 2010년 7월
평점 :
품절


언더베리의 마녀들
존 코널리/오픈하우스

에어컨을 튼 실내에 있다 문밖으로 한 걸음만 나서면 뜨겁고 습한 공기가 확 밀려드는 것이 찜질방의 온탕 냉탕을 왔다 갔다 하는 것 같다. 이렇게 더운 날 제대로 된 공포소설 한권 들고 숲 속 외딴 산장으로 휴가를 떠나보자. <얼킹>이나 <새로운 딸>, 이 책의 어떤 이야기 속에라도 나올법한 비밀스럽고 이런 저런 오래된 물건들로 먼지 쌓여 삐걱대는 낡은 집이면 더 좋다. 집 주변은 기괴한 모양의 고목과 한 낮에도 햇볕이 들지 않는 짙은 숲으로 열린 길이 나있고 그 속에 무언가를 품은 듯 자꾸 눈길이 가는 낮은 언덕도 있으면 좋겠다.

땀이 비 오듯 솟구치는 한 낮의 열기와 찬란한 태양의 눈부심이 서서히 밀려나고 도시보다 일찍 숲에 어둠이 찾아오면 모닥불을 피우고 책을 펼친다. 잔뜩 소나기를 머금은 덥고 습한 바람이 창문을 때리는 시간에, 혹은 온 집의 창문을 전부 꽁꽁 닫아야 할 정도로 세찬 비바람이 몰아치는 한 밤중이라면 더 좋다. 공포 소설은 일상의 잡다한 현실을 튼튼한 자물쇠로 가두어 버리고 낯선 장소, 낯선 시간 속에서 내 안의 낯선 공포를 만나는 새로 발견한 숲속 길과 같은 것이다.

사라진 어린아이들이 너무 많아, 그 누구보다도 네가 그걸 잘 알겠지. 세상에는 사라진 아이들이 그저 너무 많아.... -반사되는 눈: 찰리 파커 소품

아일랜드 출신의 소설가, 존 코널리는 바텐더, 공무원, 백화점 직원 등 다양한 직업을 거쳐 첫 번째 장편 소설인 <죽어있는 모든 것>을 발표하며 등단했다. 이 책에서 그는 아내와 딸을 죽인 자를 찾아 나서는 사립 탐정, 찰리 파커를 선보였고 이후 찰리 파커 시리즈의 여러 책은 탄탄한 스토리와 개성 있는 인물들로 독자들의 큰 반응을 불러 일으켰다고 한다. 이 책, <언더베리의 마녀들>은 그가 써온 20편의 단편들을 모은 책으로 <반사되는 눈>을 통해 나는 그 유명한 찰리를 만날 수 있었다.

얼킹, 새로운 딸, 언더베리의 마녀들 등이 환타지 공포물에 가깝다면 <반사되는 눈>은 현실적인 범죄 추리물에 가깝게 느껴진다. 악마에게 영혼을 사로잡힌 한 남자가 자신의 저택으로 아이들을 유괴해 살인한다. 그는 경찰의 추적을 받던 중 자신의 집에서 자살로 생을 마감하는데, 그에게 유괴되어 목숨을 잃은 아이의 아버지는 그 집을 보존함으로써 이런 끔찍한 사건이 세상의 기억에서 지워지지 않도록 그 살인자의 저택을 사들인다. 어느 날 그 살인자의 저택 우편함에서 아름다운 여자 아이의 사진이 발견되는데... 죽은 자신의 아이와 같은 또 다른 희생자가 나오지 않도록 그 남자는 찰리 파커에게 이 사건을 의뢰하는 데 이 사진 속의 아이는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 자살로 생을 마감한 살인자가 부활해 새로운 희생자를 노리는 것일까?
다양한 스토리, 인간 내면의 선과 악을 공포에 버무려 풀어내는 솜씨 좋은 작가의 이 두둑한 책은 그 두께에도 불구하고 재미있는 읽을거리의 갈증을 어느 정도 해소해 줄 것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굿모닝 니체 - 예술가적 철학자 New 니체 100배 즐기기
프리드리히 니체 지음, 유진상 엮음 / 휘닉스 / 2010년 7월
평점 :
품절


2010년 8월 3일
굿모닝 니체
프리드리히 니체 /휘닉스

왜 요즘은 살면서 배워야 할 것이 점점 많아지는지 가끔 한숨이 나온다. 없어도 잘 살아 왔기에았는데 하면서 외면하던 것들이 시간이 흐르면서 없으면 살기 불편한 것들이 되어버린다. 컴퓨터, 핸드폰, 자동차가 그렇다. 이제는 모르면 대화가 안되는 것이 트위터다. 그런데 이제 내가 트위터를 가입하려고 한다. twitter, ‘지저귀다’-란 뜻을 가진 이 트위터는 이 글을 쓰기 전까지는 싸이월드 같은 것 인줄 알았다. 트위터는 일종의 네트워크 서비스 망으로 140자 이내의 짧은 글을 주고 받는 블로그 서비스이다. 원하는 사람의 글을 팔로우하여 사람들 사이에 실시간 커뮤티케이션이 가능하게 하며 방송처럼 동시에 많은 사람들이 정보를 받고 기록할 수 있는 굉장한 도구이다. 이것으로 사람들은 비슷한 취미의 사람들, 관심분야의 사람들과 소통할 수 있다. 니체의 명문장을 모아 엮은 이 책 역시 니체를 사랑하는 트위터들의 힘으로 이 세상에 나온 것 같다.

책 띠지의 홍보 문구를 보고 대체 니체와 트위터가 무슨 상관일까 궁금했다. 19세기 독일의 철학자 니체의 자유분방하고 혁신적이며 감각적인 문장과 트위터 1부터 50까지의 니체 지지자들의 사색의 글들을 읽으며 니체가 트위터로 독자와 소통하고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니체는 그 명성만큼 잘 알려진 인물이다. 그러나 철학이 내게 친근하지 않듯 니체도 이름만 알뿐 거의 그도 그의 사상도 내게는 낯설 뿐이었다. 그러나 트위터의 짧은 문장이 쉽고 간편하게 사람들과 소통하듯 이 책으로 니체의 사상과 철학도 트위터처럼 조금은 감이 잡을 수 있을 것 같다.

이 책은 니체의 저서 중 중요한 메시지를 주제별로 엮었다. 니체는 현대 사상의 총아이며 이단아, 시대를 조롱한 위대한 독설가이자 예술가적 철학자로 알려져 있다. 그는 세상이, 유럽열강이 민주주의를 부르짖을 때 민주주의를 부정하고, 기독교 국가로 둘러싸인 유럽의 한복판에서 신을 부정했다. 예민하고 똑똑한 그가 왜 그렇게 했을까? 나는 니체의 철학과 사상을 잘 알지도 못하고 그의 열렬한 지지자도 아니지만 그의 생각에 어렴풋이 공감할 것도 같다. 근대 이후 유럽이 입으로 부르짖는 그리스도의 진리와 정의, 도덕에 대한 회의가 그의 철학의 바탕이 되지 않았을까. 글이란 가장 그다운 행동으로 지혜의 등대를 밝힌 니체와 새로운 소통의 도구인 트위터를 함께 알게 된 건 이 책 덕분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미국 초등학교 다이어리
박진선 외 지음, 박형주 사진 / 평민사 / 2010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미국 초등학교 다이어리
박진선/평민사

<미션을 따라가는 캘리포니아 이야기>로 미국 서부의 역사와 풍경을 생생하게 전해주었던 저자의 새로운 책이 나왔다. 이 책은 저자가 5년간 미국 초등학교에서 학부모 자원봉사자로 아이들과 생활하며 느낀 이야기이며 미국 이민자가 바라본 미국 교육 이야기이다. 우리 부모들의 가장 큰 고민은 아이의 교육문제다. 미국도 나름대로 학력 문제라든가 교육에 여러 가지 어려움을 안고 있겠지만 이 책으로 미국 교육의 분명한 장점들을 배울 수 있었다. 미국이란 거대한 대륙이 하나의 톱니바퀴처럼 잘 굴러가는 원동력이 바로 교육임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50개 주 정부, 다민족 국가, 극심한 빈부격차 등 여러 사회적 갈등 요소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미국이 초강대국인 중요한 요인은 교육인 것이다.

미국 교육의 첫 번째 메시지는 인권교육이다. 인종 간의 극심한 갈등을 겪어왔던 미국 사회가 자유와 평등의 중요성을 역설하고 인간이 누려야 할 권리와 특권을 교육하며 건국초기부터 이어져 왔던 인종차별의 인습을 몰아내는 교육을 했다는 것이다. 그것은 가정에서부터 학교까지 모두가 차별 없는 사회를 만들기 위한 노력들이 곳곳에서 보인다. 편견을 배제하고 공통분모를 찾기 위한 노력이 교육 현장의 중점과제로 등장하기도 한다. 그러한 교육적 기반이 피부색보다 리더십과 재능을 본 유권자들을 통해 미대통령 오바마를 탄생시켰다.

두 번째 메시지는 소통이다. 아직도 우리 교육현실의 문제로 대두되고 있는 것이 소통의 부재이다. 교육 정책과 교육현장, 학교 관리자와 교사, 학교와 가정, 너무나 격리된 교육현실에서 올바른 교육이 이루질 수가 없다. 이것은 곧 교사와 아동, 부모와 아이의 소통의 단절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아이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무엇을 기대하는지를 먼저 판단한 부모와 교사가 관리자와 소통하여 학교 교육과정에 반영하고 관리자는 행정기관장과 면담을 통해 중점 교육정책을 결정하는 수순이 자연스럽게 이루어져야 한다. 미국의 교육은 아이의 바람과 욕구를 정말 부모와 교사가 잘 알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아이들은 생각과 감정 표현이 참 자연스럽고 풍부하다. 자신을 표현하는 데 전혀 거리낌이 없고 당당하고 자신감에 차 있다. 미국 교육은 아이와 교사와 부모가 자유롭게 소통하고, 소통을 통해 지적된 문제를 적극적으로 해결하는 교육 정책에 기반을 둔다고 할 수 있다.

끝으로 미국의 현장 교육이다. 우리나라 현 초등학교는 연간 200일 넘는 수업일수로 교육과정을 운영하고 있지만 삶을 배우는 현장 교육은 5일 안팎이다. 고작 한 학기에 한 번씩 체험학습이라는 명목으로 현장학습을 가고 학교 행사로 마련된 운동회나 과학의 날을 운영하는 것이 현 우리 교육 실정이다. 그 나머지 시간들은 구조화된 교과서와 교사의 일제식 수업으로 진행되는 교과 학습이 대반이다. 삶을 경험할 시간들은 많은 분량으로 조직되어진 교과 학습과정으로 대체되어 버렸다. 우수한 인재를 위한 교육, 상위 5%를 위한 차별적 교육과정이 우선되다 보니 삶을 배우는 현장 교육을 천시하는 교육 불균형을 낳았다고 본다. 교육과정이 8-9번 개정되었고, 근래에는 체험학습을 중시하는 교육과정이 등장했지만 현장 속에 적용하기에는 쉽지 않다. 현장학습을 할 수 있는 창조적 아이템 구성, 가정과 협조, 학교장의 마인드 전환 등이 필요하다. 학교장의 재량과 의지로 민족 풍습을 기념하거나, 독서 교육을 중시하여 독서의 날을 운영한다든지, 가정과 협력하여 칠면조데이나 밸런타인데이를 학교 커리큘럼을 운영하는 미국의 열린 교육과정은 눈여겨봐야 할 것이다. 우리의 교육 시스템을 하루아침에 바꿀 수는 없겠지만 아이들이 올바른 인격을 가진 행복한 사람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다양한 고민과 시도를 멈추어서는 안 될 것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플레이, 즐거움의 발견 - 우울한 현대인이 되찾아야 할 행복의 조건
스튜어트 브라운 & 크리스토퍼 본 지음, 윤미나 옮김, 황상민 감수 / 흐름출판 / 2010년 5월
평점 :
절판


플레이, 즐거움의 발견
스튜어트 브라운 ․ 크리스토퍼 본 / 흐름출판


지금 하고 있는 이 일이 나의 천직일까? 정말 나는 나에게 딱 맞는 일을 하고 있을까? 예전에 여러 가지 종류의 일을 하면서는 종종 이런 의문이 들곤 했다. 열심히 앞을 보며 달려갔지만 종종 공허하면서 한참 이런 생각을 하곤 했다. 현재의 일을 하면서도 한 번도 이런 생각을 해보지 않았다. 그런 생각을 할 필요가 없었다고 해야 할까. 그러고 보면 이 일이 나의 천직이라고 할 수 있다.
자신의 일이 놀이처럼 신나고 열정이 마구 솟아오른다면 그는 행복한 사람이다. 자신의 일이 신나는 놀이 같다면 어떤 악조건에도 불구하고 그 사람은 그 일을 계속해 나갈 수밖에 없다. 물론 내가 이 일을 좋아하지만 많은 사람과 만나고 얽혀있는 이 조직에서 회의가 들 때도 있고 의욕이 꺾일 때도 있다. 그러나 그런 어두운 면에도 불구하고 이 일에는 재미있고 신나는 많은 것들이 있다.

미국의 정신과 의사이며 놀이학자인 스튜어트 브라운 박사의 이 책을 읽으며 정말 사람에게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깨닫게 되었다. 사람을 즐겁게 하고, 웃게하고, 활력이 넘치게 하는 에너지, 그것은 바로 ‘놀이’였다.
‘놀이를 멈추면 발달도 멈춘다, 놀이를 멈추면 죽음에 가까워진다.’
‘사람들은 일에서 놀이의 요소를 발견할 때 진정으로 강한 사람이 된다.’
내가 아는 어떤 사람은 굉장히 에너지가 넘치고 말하기를 좋아한다. 다른 사람과 어울리는 것을 좋아하는데 특히 어떤 일에 리더가 되었을 때 굉장히 주도적으로 활동한다. 그는 아이들과 학부모들에게 인기 있는 학원 강사로 3년간 일했고 지금도 교사로 아이들을 가르치는 일을 하고 있다. 아마 그가 이 일을 하지 않고 다른 일을 하며 살았다면 그는 그의 소질과 재능을 50%정도밖에 발휘하지 못하고 살았을 것 같다.

2학년 남자아이가 고무로 된 하마 가면을 쓰고 일찍 학교에 왔다. 지금은 방학 중인데 이 아이는 독서교실에 온 것이다. 보통 때 같으면 그 가면이 다른 아이들의 시선을 끌어 함께 하는 활동에 방해가 될 거라고 생각해서 경계를 하고 주의를 주었을 텐데, 놀이의 즐거움을 일깨워주는 책을 읽으니 달리 보인다. 우선 오늘의 활동 주제에 포함된 하마 가면을 가져온 아이를 칭찬해 주고, 관심을 보여주었다. 그리고 나도 한번 써 봐도 되냐고 부탁하니 이 아이가 흔쾌히 그러라고 한다. 가면을 쓰니 뚫린 큰 입으로 겨우 바깥이 보인다. 우선 아이를 좀 놀려주고 다른 어른들이 있는 장소로 이동했다. 가면을 쓰고 나니 장난기가 발동해서 누군가를 좀 놀려주고 싶었다. 괜히 혼자 신나서 이 사람 저 사람 가면 쓴 내 모습을 보여주고 한바탕 웃은 후 다시 내 자리로 돌아오니 기분이 좋아진다. 어린 아이들을 데리고 5일간의 활동을 시작해야 하는 첫 날이라 부담감에 눌려 있었는데 하마 가면 덕분에, 아니 놀이의 중요성을 깨닫게 해 주는 이 책 덕분에 기운차게 그 날 하루를 시작할 수 있었다.

연인 부부간에도 놀이가 필요하다. 어른들의 놀이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우리 부부에게는 여행이 우리의 중요한 놀이이다. 맛있는 것을 먹고, 아름다운 장소를 함께 거닐며, 새로운 체험을 하는 낭만적인 여행의 경험은 여행 후에도 오래 오래 행복감을 느끼게 한다. 남편은 몇 년 전 다녀왔던 변산의 내소사를 지금도 가끔 이야기한다. 그때 우리는 자동차 없이 사는 중이어서 배낭을 메고 고속버스를 타고 지도를 들고 변산반도 여행을 떠났었다. 불편한 것을 끔찍이도 싫어하는 그 사람이 자꾸 궁시렁 거리기는 했지만 하여튼 우리는 고속버스터미널에서 내려 시외버스를 갈아타고 변산 해수욕장에 도착했다. 대충 옷을 갈아입고 바다로 뛰어들었는데 마침 소나기가 퍼붓는다. 이왕 젖었는데 비를 두려워하랴, 더 신나서 놀다가 하룻밤을 자고 다음 날 한 시간에 한 대씩 오는 버스를 타고 내소사로 갔다. 그리 특별할 것도 없는 작은 절, 절을 구경하고 절 마당의 찻집에 앉아 있는데 또 비가 쏟아진다. 그는 아직도 소나기 내리는 내소사의 마당을 잊지 못한다.

아슬아슬한 생존의 위협 속에서도 즐겁게 뒹굴며 노는 북금곰과 썰매개, 엄청난 큰 개와 고양이의 놀이, 새끼 사자와 어미 사자의 장난치는 모습은 신기하면서도 가슴 뭉클하다. 야생의 동물들도 이렇게 본능적으로 행복한 삶을 추구하는구나. 저자의 말처럼 요즘 아이들은 놀 자유, 즐겁게 살 권리, 좋아하는 일을 하며 열정적으로 살아갈 이런 제일 중요한 권리를 빼앗겨버린 것 같다. 누가 우리에게 이 즐거움을 빼앗아갔을까? 이 책으로 플레이, 즐겁게 놀 권리를 제발 되찾아오자.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