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더베리의 마녀들 원더그라운드
존 코널리 지음, 문은실 옮김 / 오픈하우스 / 201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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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언더베리의 마녀들
존 코널리/오픈하우스

에어컨을 튼 실내에 있다 문밖으로 한 걸음만 나서면 뜨겁고 습한 공기가 확 밀려드는 것이 찜질방의 온탕 냉탕을 왔다 갔다 하는 것 같다. 이렇게 더운 날 제대로 된 공포소설 한권 들고 숲 속 외딴 산장으로 휴가를 떠나보자. <얼킹>이나 <새로운 딸>, 이 책의 어떤 이야기 속에라도 나올법한 비밀스럽고 이런 저런 오래된 물건들로 먼지 쌓여 삐걱대는 낡은 집이면 더 좋다. 집 주변은 기괴한 모양의 고목과 한 낮에도 햇볕이 들지 않는 짙은 숲으로 열린 길이 나있고 그 속에 무언가를 품은 듯 자꾸 눈길이 가는 낮은 언덕도 있으면 좋겠다.

땀이 비 오듯 솟구치는 한 낮의 열기와 찬란한 태양의 눈부심이 서서히 밀려나고 도시보다 일찍 숲에 어둠이 찾아오면 모닥불을 피우고 책을 펼친다. 잔뜩 소나기를 머금은 덥고 습한 바람이 창문을 때리는 시간에, 혹은 온 집의 창문을 전부 꽁꽁 닫아야 할 정도로 세찬 비바람이 몰아치는 한 밤중이라면 더 좋다. 공포 소설은 일상의 잡다한 현실을 튼튼한 자물쇠로 가두어 버리고 낯선 장소, 낯선 시간 속에서 내 안의 낯선 공포를 만나는 새로 발견한 숲속 길과 같은 것이다.

사라진 어린아이들이 너무 많아, 그 누구보다도 네가 그걸 잘 알겠지. 세상에는 사라진 아이들이 그저 너무 많아.... -반사되는 눈: 찰리 파커 소품

아일랜드 출신의 소설가, 존 코널리는 바텐더, 공무원, 백화점 직원 등 다양한 직업을 거쳐 첫 번째 장편 소설인 <죽어있는 모든 것>을 발표하며 등단했다. 이 책에서 그는 아내와 딸을 죽인 자를 찾아 나서는 사립 탐정, 찰리 파커를 선보였고 이후 찰리 파커 시리즈의 여러 책은 탄탄한 스토리와 개성 있는 인물들로 독자들의 큰 반응을 불러 일으켰다고 한다. 이 책, <언더베리의 마녀들>은 그가 써온 20편의 단편들을 모은 책으로 <반사되는 눈>을 통해 나는 그 유명한 찰리를 만날 수 있었다.

얼킹, 새로운 딸, 언더베리의 마녀들 등이 환타지 공포물에 가깝다면 <반사되는 눈>은 현실적인 범죄 추리물에 가깝게 느껴진다. 악마에게 영혼을 사로잡힌 한 남자가 자신의 저택으로 아이들을 유괴해 살인한다. 그는 경찰의 추적을 받던 중 자신의 집에서 자살로 생을 마감하는데, 그에게 유괴되어 목숨을 잃은 아이의 아버지는 그 집을 보존함으로써 이런 끔찍한 사건이 세상의 기억에서 지워지지 않도록 그 살인자의 저택을 사들인다. 어느 날 그 살인자의 저택 우편함에서 아름다운 여자 아이의 사진이 발견되는데... 죽은 자신의 아이와 같은 또 다른 희생자가 나오지 않도록 그 남자는 찰리 파커에게 이 사건을 의뢰하는 데 이 사진 속의 아이는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 자살로 생을 마감한 살인자가 부활해 새로운 희생자를 노리는 것일까?
다양한 스토리, 인간 내면의 선과 악을 공포에 버무려 풀어내는 솜씨 좋은 작가의 이 두둑한 책은 그 두께에도 불구하고 재미있는 읽을거리의 갈증을 어느 정도 해소해 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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