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레이, 즐거움의 발견 - 우울한 현대인이 되찾아야 할 행복의 조건
스튜어트 브라운 & 크리스토퍼 본 지음, 윤미나 옮김, 황상민 감수 / 흐름출판 / 2010년 5월
평점 :
절판


플레이, 즐거움의 발견
스튜어트 브라운 ․ 크리스토퍼 본 / 흐름출판


지금 하고 있는 이 일이 나의 천직일까? 정말 나는 나에게 딱 맞는 일을 하고 있을까? 예전에 여러 가지 종류의 일을 하면서는 종종 이런 의문이 들곤 했다. 열심히 앞을 보며 달려갔지만 종종 공허하면서 한참 이런 생각을 하곤 했다. 현재의 일을 하면서도 한 번도 이런 생각을 해보지 않았다. 그런 생각을 할 필요가 없었다고 해야 할까. 그러고 보면 이 일이 나의 천직이라고 할 수 있다.
자신의 일이 놀이처럼 신나고 열정이 마구 솟아오른다면 그는 행복한 사람이다. 자신의 일이 신나는 놀이 같다면 어떤 악조건에도 불구하고 그 사람은 그 일을 계속해 나갈 수밖에 없다. 물론 내가 이 일을 좋아하지만 많은 사람과 만나고 얽혀있는 이 조직에서 회의가 들 때도 있고 의욕이 꺾일 때도 있다. 그러나 그런 어두운 면에도 불구하고 이 일에는 재미있고 신나는 많은 것들이 있다.

미국의 정신과 의사이며 놀이학자인 스튜어트 브라운 박사의 이 책을 읽으며 정말 사람에게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깨닫게 되었다. 사람을 즐겁게 하고, 웃게하고, 활력이 넘치게 하는 에너지, 그것은 바로 ‘놀이’였다.
‘놀이를 멈추면 발달도 멈춘다, 놀이를 멈추면 죽음에 가까워진다.’
‘사람들은 일에서 놀이의 요소를 발견할 때 진정으로 강한 사람이 된다.’
내가 아는 어떤 사람은 굉장히 에너지가 넘치고 말하기를 좋아한다. 다른 사람과 어울리는 것을 좋아하는데 특히 어떤 일에 리더가 되었을 때 굉장히 주도적으로 활동한다. 그는 아이들과 학부모들에게 인기 있는 학원 강사로 3년간 일했고 지금도 교사로 아이들을 가르치는 일을 하고 있다. 아마 그가 이 일을 하지 않고 다른 일을 하며 살았다면 그는 그의 소질과 재능을 50%정도밖에 발휘하지 못하고 살았을 것 같다.

2학년 남자아이가 고무로 된 하마 가면을 쓰고 일찍 학교에 왔다. 지금은 방학 중인데 이 아이는 독서교실에 온 것이다. 보통 때 같으면 그 가면이 다른 아이들의 시선을 끌어 함께 하는 활동에 방해가 될 거라고 생각해서 경계를 하고 주의를 주었을 텐데, 놀이의 즐거움을 일깨워주는 책을 읽으니 달리 보인다. 우선 오늘의 활동 주제에 포함된 하마 가면을 가져온 아이를 칭찬해 주고, 관심을 보여주었다. 그리고 나도 한번 써 봐도 되냐고 부탁하니 이 아이가 흔쾌히 그러라고 한다. 가면을 쓰니 뚫린 큰 입으로 겨우 바깥이 보인다. 우선 아이를 좀 놀려주고 다른 어른들이 있는 장소로 이동했다. 가면을 쓰고 나니 장난기가 발동해서 누군가를 좀 놀려주고 싶었다. 괜히 혼자 신나서 이 사람 저 사람 가면 쓴 내 모습을 보여주고 한바탕 웃은 후 다시 내 자리로 돌아오니 기분이 좋아진다. 어린 아이들을 데리고 5일간의 활동을 시작해야 하는 첫 날이라 부담감에 눌려 있었는데 하마 가면 덕분에, 아니 놀이의 중요성을 깨닫게 해 주는 이 책 덕분에 기운차게 그 날 하루를 시작할 수 있었다.

연인 부부간에도 놀이가 필요하다. 어른들의 놀이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우리 부부에게는 여행이 우리의 중요한 놀이이다. 맛있는 것을 먹고, 아름다운 장소를 함께 거닐며, 새로운 체험을 하는 낭만적인 여행의 경험은 여행 후에도 오래 오래 행복감을 느끼게 한다. 남편은 몇 년 전 다녀왔던 변산의 내소사를 지금도 가끔 이야기한다. 그때 우리는 자동차 없이 사는 중이어서 배낭을 메고 고속버스를 타고 지도를 들고 변산반도 여행을 떠났었다. 불편한 것을 끔찍이도 싫어하는 그 사람이 자꾸 궁시렁 거리기는 했지만 하여튼 우리는 고속버스터미널에서 내려 시외버스를 갈아타고 변산 해수욕장에 도착했다. 대충 옷을 갈아입고 바다로 뛰어들었는데 마침 소나기가 퍼붓는다. 이왕 젖었는데 비를 두려워하랴, 더 신나서 놀다가 하룻밤을 자고 다음 날 한 시간에 한 대씩 오는 버스를 타고 내소사로 갔다. 그리 특별할 것도 없는 작은 절, 절을 구경하고 절 마당의 찻집에 앉아 있는데 또 비가 쏟아진다. 그는 아직도 소나기 내리는 내소사의 마당을 잊지 못한다.

아슬아슬한 생존의 위협 속에서도 즐겁게 뒹굴며 노는 북금곰과 썰매개, 엄청난 큰 개와 고양이의 놀이, 새끼 사자와 어미 사자의 장난치는 모습은 신기하면서도 가슴 뭉클하다. 야생의 동물들도 이렇게 본능적으로 행복한 삶을 추구하는구나. 저자의 말처럼 요즘 아이들은 놀 자유, 즐겁게 살 권리, 좋아하는 일을 하며 열정적으로 살아갈 이런 제일 중요한 권리를 빼앗겨버린 것 같다. 누가 우리에게 이 즐거움을 빼앗아갔을까? 이 책으로 플레이, 즐겁게 놀 권리를 제발 되찾아오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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