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국의 국경을 넘다
이학준 지음 / 청년정신 / 201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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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국의 국경을 넘다

얼마 전,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국경을 너무나 당당하게 넘어 러시아로 향했다. 목적이 무엇인지 분명하진 않지만 북한 내의 경제적 현안을 풀기 방편 마련이 아닌가 하는 추축이 지배적이다. 그렇다. 한 국가의 안위를 책임지고 있는 최고 권력자로서 민생 문제를 해결해 주지 못한다면 분명이 이것은 직무유기다. 목적이 무엇이든 간에 국경을 넘는 과정은 모든 이목을 집중시킨다. 여는 때와 같이 김 위원장은 국가 최고 정치 권력자로서 테러 위협으로부터 좀 더 충분한 호위와 안전을 보장 받기 위해 특별 열차로 국경을 넘나든다. 국경을 넘어 국빈으로서 요란스러운 예우와 호의 속에 일정을 수행하리라 본다. 하지만 이와 너무나 대조적으로 국경을 넘는 사람들이 있다. 일명 탈북이다. 탈북에는 인간이 상상할 수 없는 비극적 상황이 연출된다. 이 탈북의 현장 다큐멘터리를 이 책 한 권에 펼쳐 놓고 있다. 울분과 안타까움이 뒤섞여 가슴을 쥐어짜는 아픔의 흔적이 상세히 기록되고 있다.
4년 넘게 탈북자를 취재하면서 기록한 이 책에서 뭐라 설명할 없지만 인간이 내몰린 극한 상황에 생존을 위해 얼마나 처절해져야 하는가에 대해 증언하고 있다. 우리나라 역사에 암울한 시대 상황이 있었고 생존을 위한 몸부림치는 절박한 현실을 지나면서 살아왔다. 일제 암흑기가 그랬고, 6.25 전쟁 직후에서 경제발전기가 그랬다. 어느 정도 경제적 안정을 보장받았던 군사 정권 시기는 자유와 인권을 억압받아 그 결과 정신적인 황폐를 소산물로 남겼다. 하지만 이런 상황은 탈북의 현실만큼 철저하게 가족을 등져야 하고 인륜과 도덕마저 쉽게 포기해야 하는, 불가피한 상황으로 치닫지는 않았다. 인간 본연의 품성이 악하지 않았지만 상황이 혹은 현실이 인간을 처참하게 극한으로 내몰고 있는 것이다. 허기와 굶주림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으로 국경을 넘어설 수밖에 없고 국경 너머 또 다른 현실은 굶주린 사자가 입을 쫙 벌리고 있는 형국이다. 국경을 떠돌면서 외로움과 두려움에 떨어야 하고 잠시라도 그들의 피난처나 안식처는 절대 허용될 수 없었다. 시퍼런 공안과 감시자로 인해 그들은 북송의 공포에서 절대 자유로울 수 없었고 자유를 찾아 떠나온 머나 먼 제 3국마저 그들이 안주할 조그마한 공간마저도 제공되지 않았다. 그들은 철저한 유민이며 이방인이었다.
탈북 현실을 취재하면서 만난 탈북자들을 돕는 구호 단체와 브로커들의 헌신과 노력에 경의를 표해야 하겠다. 탈북자만큼이나 힘든 현실을 살아가면서 탈북에 갈급한 그들에게 재정적 지원과 목숨을 건 탈북 지원은 그들의 내면을 지배하는 또 다른 힘에서 나온다 본다. 흔히 말하는 인도주의나 박애주의로 설명될 수 없는 다른 차원의 숭고한 정신이다. 우린 그들이 살아가는 방식에 대해 고개를 숙여야 하고 부끄러워져야 하겠다.
아직도 북한 국경 주변 연길을 비롯한 열 지역에 떠도는 탈북자가 있다. 위장 결혼을 하거나 인신매매를 당해 국적 없이 감금과 억압 속에 살아가는 이방인들도 있다. 기자는 말한다. 탈북을 취재하면서 얻은 명성도 상도 자신을 자랑스럽게나 영광스럽게 하지 못한다고... 가족과 생이별해야 하는 아픔과 공안에 끌려가는 현장에서 남은 가족의 오열과 북송 후에 겪어야 하는 또 다른 아픔을 기억하는 한. 안타까움과 아픔으로 전해 오는 탈북 현실은 내게 충격이었다. 이러한 탈북 현장에서 한 순간을 놓치지 않고 취재하는 기자로서의 책임과 빛과 소금처럼 탈북을 위해 숨은 노력을 조금도 게을리 하지 않은 이 시대의 성자들에게 난 침묵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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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탄과 결혼하다 - 세상에서 가장 느리고 행복한 나라
린다 리밍 지음, 송영화 옮김 / 미다스북스 / 201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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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탄과 결혼하다
린다 리밍 지음/미다스북스

예전에 읽었던 에릭 와이너의 <행복의 지도>에 국민행복지수가 1위인 나라로 부탄이 소개되었던 것 같다. ‘부탄’이라, 어디선가 들어보긴 했는데, 그런데 부탄이 나라야? 네팔은 알겠어도 부탄은 히말라야 산 중에 있는 ‘샹그릴라’같은 그런 이상적인 장소를 말하는 거 아닐까? 하는 이런 웃긴 생각들을 했었다. 부탄 국민들이 들으면 분노할 생각이었겠지만 그렇게 부탄은 지식적으로도, 지리적으로도 내게 먼 곳이었다. 책을 펼치면서도 사진이 많은 부탄에 대한 여행안내서나 에세이겠지 생각했는데 사실은 많이 달랐다.

저자는 미국에서 자라고 교육받은 결코 적지 않은 나이의 백인 여성이었다. 서른후반의 나이에 부탄을 처음 여행하고 부탄에 사로잡혔다. 그녀는 몇 년 후 미술학교의 영어자원교사로 일하러 짐을 꾸려 부탄으로 들어왔다. 부탄의 사람들과 부탄의 자연, 삶의 방식, 문화, 모든 것에 매료된 그녀는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 그 사람과 인생의 모든 것을 함께 하듯 그렇게 부탄과 동반자가 되었다. 실제 그녀는 같은 학교의 미술교사인 남자와 사랑하고 결혼하고 한 아이의 엄마가 되었다.

이방인으로 잠시 세상과 동떨어진 색다른 나라를 잠시 보고 온 그런 책이 아니었다. 부탄과 새로운 삶을 시작해 10여년을 살아온 이가 말하는 부탄은 꽤 매력적이다. 작지만 강한 나라, 부드럽고, 공손하고 겸손한 국민들, 세계에서 유일하게 국민 의료와 국민 교육을 모두 무료로 실시하는 나라가 부탄이다. 부탄에는 다른 세상이 필요 없지만 세상에는 부탄이 필요하다는 구절에 공감한다. 늘 빼앗고 더 많이 가지려는 탐욕에 혈안이 되어 수많은 지역을 황폐화시키고, 수많은 사람의 목숨을 빼앗는 전쟁을 일삼는 나라들이 부탄을 보고 좀 배웠으면 좋겠다. 강한 나라, 넓은 영토가 누구를 위한 것일까? 정작 그 안에서 살아가는 국민 한 사람 한 사람은 정말 행복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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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호, 세상을 논하다 - 성호 이익의 비망록, <성호사설>을 다시 읽다 뉴아카이브 총서 3
강명관 지음 / 자음과모음(이룸) / 201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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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호 세상을 논하다.
강명관 지음

중고등학교 역사책에서 성호 이익에 대해 잠깐 배웠었다. 실학을 학문의 토대 위에 올려놓았고 유교 중심의 사회에 센세이션을 불러일으킬 개혁적 사상을 펼쳤던 인물이라고 그를 기억한다. 그러나 한 사람의 사상이나 학문을 그에 관한 자세한 배경 없이 단 몇 줄로 해석해 놓은 글로 이해하고 평가한다는 것은 참 어리석고 위험한 행위인 것 같다. 역사 속 위대한 사상가, 위인들의 책을 그가 집필한 원문 그대로 읽지는 못하겠지만 되도록 원문에 가깝게 읽도록 노력해야 한다는 사실을 다시 실감하게 되었다.
이익의 사상은 어느 하나의 관점에 한정되지 않고 여러 각도로 분석되고 이해되어야 한다. 사회 전반에 걸쳐 부조리와 문제에 대한 자신의 소신을 기탄없이 얘기하고 있다. 너무나 견고하게 아성을 쌓아온 성리학의 구조적 모순과 병폐를 조목조목 파헤치면서 부국강병 조선이 나가야 할 길을 밝히고 있다. 당시 기득권층의 권력 기반을 흔들어 놓을 수 있는 신분제와 토지 제도에 대한 개혁은 선각자의 풍모를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고여 있는 물처럼 부패된 조선 사회에 새로운 이정표를 제시하며 인간다운 삶을 추구한 성호 이익의 항변이 성리학적 한계에 부딪혀 그 시대에 메아리에 그쳤다는 것이 아쉬울 따름이다.
성호의 사상은 정치, 경제, 사회 전반에 걸쳐 새로운 방향과 대안을 제시하고 있다. 주목할 것은 현실적 입장에서 바라본 사회 개혁이다. 명분과 의리를 내세운 성리학의 이론주의와 현실을 직시하지 못한 이상론에서 벗어나 실질적인 현실적 대안을 찾고자 노력했다. 조선 사회를 책임지고 있는 양반 관료들의 시대착오적 무책임한 모습과 자기 배불리기 급급한 위정자들을 통렬히 비판하고 있다. 그리고 백성들이 인간답게 잘 살 수 있는 길을 열고자 했고 여러 제도의 개혁을 통해 더불어 사는 계층적 평등 사회를 지향했다.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의 입장에서 성호의 사상을 금과옥조로 여기고 가슴에 새겨야 면들이 꽤나 많다. 300년 전 격변의 한 시대를 살다간 사상가의 관점과 통찰력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 지금은 그 시대의 제도적 악습이 있는 것도 아니고 생명을 경시하는 풍조는 어느 정도 사라졌지만 시대의 문제에 고민을 하고 개혁하려는 실천하는 양심을 잊지 말아야 한다. 시대가 바뀌면서 제도와 문화는 변모한다. 하지만 변화의 바탕을 이루는 것이 개혁 사상과 의지이며 새로운 시대에 대한 갈망이다. 현실에 안주하여 그 달콤함에 젖어 사는 우리의 모양새에 자성이 필요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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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중섭을 훔치다
몽우 조셉킴(Joseph Kim) 지음 / 미다스북스 / 201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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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중섭을 훔치다
김영진 지음/미다스북스

미술에 문외한인 내게도 우리나라의 위대한 화가 하면 떠오르는 몇 명의 이름들이 있는데 그 중 한 사람이 바로 이중섭이다. 하늘로 솟구쳐 오를 듯 땅을 박차고 있는 황소, 굵은 붓 터치 하나하나가 강렬해 한번 보면 잘 잊히지 않는 소 그림을 그린 화가가 이중섭이다. 저자 몽우는 어릴 적 이중섭의 그림을 만난 후 그에게 반해버렸다. 자신은 미쳐버렸다고 표현하고 있고, 이 후 이중섭의 그림과 이중섭이란 화가 자체가 저자의 삶의 이유가 되어 버렸다. 표지 하단의 붉은 색 바탕의 제목위로 저자의 작품인 것 같은 소 한마디가 포효하고 있다. 이중섭의 생애를 대표하는 타는 듯 붉은 색이 저자가 말하고자 이중섭의 예술과 그의 생애를 잘 말해주고 있다.

우리의 혈관을 흐르는 뜨거운 피 같고, 아궁이에서 활활 타오르는 불꽃 같은 생애를 살다간 이중섭, 그는 누구인가? 이중섭은 1916년 평안남도, 부농의 막내아들로 태어났다. 누가 사과를 주면 먼저 그림으로 그리고 사과를 먹었다고 하는 일화처럼 어려서부터 그는 그림그리기를 좋아했다. 오산학교를 졸업하고 일본에 유학 해 유화를 전공, 이후 일본의 미술 공모전에 수차례 입상하며 국내에서도 개인전시회를 갖는 등 이름이 알려졌다. 이중섭은 일제 강점기와 6.25 전쟁이란 우리의 역사 중 가장 어려운 시대를 살았다. 사랑하는 아내와 아이들과 이별하고 경제적 어려움을 겪었으며 질병을 제대로 치료하지 못해 41살이란 젊은 나이에 사망하게 된다. 그는 그렇게 살았고, 죽었지만 그가 그린 수많은 그림들 속에 화가 이중섭은 아직도 살아있다.

작가는 위대한 작가의 글을 보며 영감을 얻어 자신의 새로운 작품을 창조해 낸다. 화가는 역시 위대한 화가의 그림에서 자극을 받고 영감을 얻는다. 자신 안에 숨죽여 있는 재능과 열정이 어떤 계기로 도화선에 불이 붙듯 갑자기 타오르는 것이다. 몽우에게 이중섭이 그런 존재였던 것 같다. 질병의 고통과 인생의 갖가지 고난, 경제적인 고통과 싸우면서도 아름다운 예술을 꽃피운 저자의 삶도 이중섭과 무척 닮았다. 최근에는 백석의 시를 만나 새로운 예술의 세계를 펼치고 있다고 한다. 피카소에게 있었던 매니저와 실력 있는 화상들이 우리나라의 천재 화가들 주위에도 좋은 친구로 남아 앞으로 그들의 아름다운 그림을 많이 보았으면 좋겠다. 이중섭을 가장 사랑하는 화가가 이야기하는 이중섭을 통해 새로운 이중섭을 만나게 되었다. 제주도에 가면 이중섭 미술관과 이중섭이 살았던 집을 꼭 가보라 했는데 재작년 여행 때 들러보지 못한 것이 못내 아쉽다. 다음 제주도 여행에는 가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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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에 미친 바보 - 이덕무 산문집, 개정판
이덕무 지음, 권정원 옮김, 김영진 그림 / 미다스북스 / 200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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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은 인류가 이 지구상에 머물면서 일구어온 가장 현명한 산물이다. 먼저 자신의 사상과 감정을 나름대로 체계화시켜 정리하고 편집을 비롯한 여러 과정에서 일정한 수고와 땀이 뒷받침되어 만들어진다. 이러한 책이 시대와 역사를 넘어 여러 사람들의 손에 전해지고 익혀진다. 하지만 어떠한 감동과 즐거움을 줄지는 순전히 책을 읽는 사람의 몫이다. 다시 말하면 책이 주는 영향력을 알고 대하는 태도에 따라 그 결과가 달리 나타난다는 말이다. 결국 책이 주는 힘과 가치를 아는 사람들은 평생 자신의 벗 이상으로 책을 가까이하며 살아간다. 여기 평생 책을 마음에 품고 책을 읽는 즐거움을 삶의 중심으로 생각하며 살았던 인물을 소개한다.
이덕무는 조산 후기 박학했던 실학자이다. 정치적으로 소외될 수밖에 없는 신분적 한계 때문에 조선 실학에 큰 족적을 남기지는 못했지만 책을 사랑하고 고결한 선비의 풍모를 잃지 않은 사람으로 기억된다.
이 책에서 조선 선비 이덕무는 자신의 생각을 솔직담백하게 표현하고 있다. 자신의 모습을 보다 객관적으로 이해하고 정리한다든지, 책을 선택하고 바람직하게 읽는 자세와 당시에 글을 읽는 선비로서 문장과 문장가의 입장을 해석하고 설명하며 평가하고 있다. 자신의 삶을 들추어 보면서 친분을 유지한 여러 벗들과 교류하며 쓴 편지글과 당시 올곧게 살아가야 할 선비의 풍모와 자연을 벗하며 사는 안빈낙도의 삶이 주는 즐거움을 진열해 놓았다.
평생을 높은 관직이나 풍부한 가산이 있었던 것도 아니지만 삶의 희열을 느끼며 자족했던 원천이 책이었다고 말한다. 사람이 살아가면서 목적과 가치가 다르기는 하지만 선비 이덕무가 사는 삶은 정신적 풍요로 집결된다고 볼 수 있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물질로 기준을 삼는 이 시대에 청아하고 기품을 잃지 않는 선비의 정신을 이 책을 통해 경험해 본다는 것은 참 값진 일이었다고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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