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호, 세상을 논하다 - 성호 이익의 비망록, <성호사설>을 다시 읽다 뉴아카이브 총서 3
강명관 지음 / 자음과모음(이룸) / 2011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성호 세상을 논하다.
강명관 지음

중고등학교 역사책에서 성호 이익에 대해 잠깐 배웠었다. 실학을 학문의 토대 위에 올려놓았고 유교 중심의 사회에 센세이션을 불러일으킬 개혁적 사상을 펼쳤던 인물이라고 그를 기억한다. 그러나 한 사람의 사상이나 학문을 그에 관한 자세한 배경 없이 단 몇 줄로 해석해 놓은 글로 이해하고 평가한다는 것은 참 어리석고 위험한 행위인 것 같다. 역사 속 위대한 사상가, 위인들의 책을 그가 집필한 원문 그대로 읽지는 못하겠지만 되도록 원문에 가깝게 읽도록 노력해야 한다는 사실을 다시 실감하게 되었다.
이익의 사상은 어느 하나의 관점에 한정되지 않고 여러 각도로 분석되고 이해되어야 한다. 사회 전반에 걸쳐 부조리와 문제에 대한 자신의 소신을 기탄없이 얘기하고 있다. 너무나 견고하게 아성을 쌓아온 성리학의 구조적 모순과 병폐를 조목조목 파헤치면서 부국강병 조선이 나가야 할 길을 밝히고 있다. 당시 기득권층의 권력 기반을 흔들어 놓을 수 있는 신분제와 토지 제도에 대한 개혁은 선각자의 풍모를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고여 있는 물처럼 부패된 조선 사회에 새로운 이정표를 제시하며 인간다운 삶을 추구한 성호 이익의 항변이 성리학적 한계에 부딪혀 그 시대에 메아리에 그쳤다는 것이 아쉬울 따름이다.
성호의 사상은 정치, 경제, 사회 전반에 걸쳐 새로운 방향과 대안을 제시하고 있다. 주목할 것은 현실적 입장에서 바라본 사회 개혁이다. 명분과 의리를 내세운 성리학의 이론주의와 현실을 직시하지 못한 이상론에서 벗어나 실질적인 현실적 대안을 찾고자 노력했다. 조선 사회를 책임지고 있는 양반 관료들의 시대착오적 무책임한 모습과 자기 배불리기 급급한 위정자들을 통렬히 비판하고 있다. 그리고 백성들이 인간답게 잘 살 수 있는 길을 열고자 했고 여러 제도의 개혁을 통해 더불어 사는 계층적 평등 사회를 지향했다.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의 입장에서 성호의 사상을 금과옥조로 여기고 가슴에 새겨야 면들이 꽤나 많다. 300년 전 격변의 한 시대를 살다간 사상가의 관점과 통찰력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 지금은 그 시대의 제도적 악습이 있는 것도 아니고 생명을 경시하는 풍조는 어느 정도 사라졌지만 시대의 문제에 고민을 하고 개혁하려는 실천하는 양심을 잊지 말아야 한다. 시대가 바뀌면서 제도와 문화는 변모한다. 하지만 변화의 바탕을 이루는 것이 개혁 사상과 의지이며 새로운 시대에 대한 갈망이다. 현실에 안주하여 그 달콤함에 젖어 사는 우리의 모양새에 자성이 필요할 때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