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주토끼_<즐거운 나의 집>
주인공은 대학 선후배 사이였던 지금의 남편과 결혼하여 7년동안 악착같이 돈을 모아 한적한 동네에 허름한 한 건물을 산다. 4층짜리의 크지 않은 건물이었지만 그녀는 그 집을 소중하게 생각한다. 하지만 그녀의 상황과 주변인들은 그녀를 가만히 내버려두지 않는다.
들어오자마자 집주인이 살던 4층은 쥐와 벌레, 쓰레기가 가득해 청소하는 데에 애를 먹지를 않나, 주차 문제로 텃세를 부리는 주민, 권리금 3000만원을 다짜고짜 달라는 순댓국집 주인과 폭력배, 남편의 행방과 돈을 내놓으라고 전화하는 남편 친구의 아내, 바람이 난 것도 모자라 몰래 2000만원을 빌린 남편까지... 무엇 하나 그녀의 평화로운 생활을 지켜주는 이가 없다.
그러나 그녀의 평화로운 생활을 방해하는 것들은 다 불의의 사고로 사망하거나 사고를 당해 ‘해결‘이 된다. 비로소 그녀는 자신만이 볼 수 있는 아이와 함께 이 집에서 평화롭게 살아가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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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량도 적당히 짧고 나름의 반전이 있어 재밌고 오싹하게 읽을 수 있었다. 결혼한 지 8년이 된 부부라는 점과 서술트릭으로 초반에 등장하는 아이가 정말 주인공 부부의 아이라고 생각하게 하지만 마지막에는 사실 존재하지 않는 것이라는게 이 챕터의 큰 반전이다. 정확히 이 존재가 어떠함 존재라고 명시되어 있지는 않지만 정황상 이 건물의 지박령으로 보이며 자신과 함께 살아가 줄 존재를 찾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그 근거는 1. 아이는 이 건물에서 나갈 수 없다는 설명 2. 새로운 존재가 이 건물에 들어오는 것을 싫어함 3. 이 건물에서 평화를 방해하는 존재들이 의문의 사고를 당함 4. 주인공이 아이를 더 의식하기 시작하자 형체가 더 뚜렷해짐 5. 이 집과 평화로운 일상을 유지하고 싶었던 주인공과는 잘 지냄 이다.
이 건물에서 자신과 함께 평화로운 일상을 보내줄 존재로 여자와 지박령음 서로를 택한 것이다. 다만 좀 섬뜩한 지점은 여자가 이 지박령에게 홀려 인지능력이 상실한게 아니라는 것이다. 여자 또한 불의의 사고들이 아이와 연관이 있다는 걸 어렴풋이 깨닫는 듯한 부분이 있고 친정엄마와의 통화에서 자신이 누구와 있겟냐며, 이 아이가 자신에게만 보이는 존재라는 것을 명확히 인지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주인공은 이 아이가 자신의 꿈(평화롭고 소소한 일상)을 실현시켜줄 존재라는 것을 알기에 스스로 같이 살기를 택하고 있다. 또 묘하게 이 집에서 나가지 않을 것이라는 묘사 또한 조금 섬뜩하기도 하다.
지박령이 아이로 표현된 것도 지박령 입장에서는 자신을 보호해줄 존재를 찾고 있기에 그러기 위해서는 아이로 보이는 것이 편해(그냥 지박령이 된 지 얼마 안돼서 그럴 수도) 그럴 수 있다는 해석과 여자 입장에서는 자신이 지켜줄, 또는 자신을 해할 수 없어 일상을 깨지 않을 아이로 보여 정말 이상하지만 ‘가정‘의 형태를 띠게 된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인터넷에서 돌아다니는 하나의 괴담을 본 듯한 느낌이고 그 관점에서 본다면 주인공 입장에서는 해피엔딩일 것이다ㅎㅎ
인생은 문제의 연속이다. 결혼해서 가정이 있는 경우에는 더욱 그렇다. 집 밖의 문제를 피해 가정으로 돌아와도 가족이 집 안에서 또 문제를 일으키기 때문이다.
-알라딘 eBook <저주토끼> (정보라 지음) 중에서 - P2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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