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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때 친구와의 관계로 애를 먹고 있을 때 너무 스트레스를 받고 있었어서 나에 대해 여러가리 생각하던 때가 있었다.
˝나는 왜 이렇게 내 할 말을 못하지.˝, ˝ 난 왜 이렇게 스트레스에 취약한거지˝, ˝설마 내가 흔히 말하는 회피형 인간은 아닐까˝ 라는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들어서 이 책에 관심이 가게 되었다. 처음에는 제목이 너무너무 공감이 가서 관심이 갔고, 이 책을 읽으면 회피형 인간에 대해 알게 되면서 나에 대해서도 좀 더 알게 되지 않을까 하는 마음에 읽게 되었다.

최근에 다시 읽어보니 음.. 생각보다 심리에 대해 설명하는 느낌이 강해서 내 생각과는 달랐지만 오히려 이런 심리적 지식을 알아갈 수 있어서 좋은 것 같다!!


즉 회피형 인간의 본질은 불안감이 강하다거나 소극적이다거나 하는 데 있지 않다. 친밀한 신뢰 관계와 그에 따른 지속적인 책임을 피하는 것. - P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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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어디로 가고 싶으신가요

줄거리 : 주인공 명지는 남편인 도경을 잃었다. 교사였던 도경은 현장학습날 물에 빠진 학생을 구하려다 같이 물에 빠져 사망했다. 명지는 스코틀랜드에 살던 사촌언니의 연락을 받고 한 달동안 살게 되면서 그곳에서 공부하고 있던 친구 현석을 만나게 된다. 현석과 밥을 먹고 술을 마시며 선을 넘을 뻔 했다. 명지는 예정보다 빠르게 귀국하고 집으로 돌아온다. 집으로 돌아온 날 도경이 구해준 학생의 누나의 편지를 받고 명지가 우는 것으로 이야기는 막을 내린다.

이번 편 또한 첫번째 편을 떠오르게 한다. 인상깊었던 것은 사람들이 메뉴얼에 따라 만든 시리가 주인공과 대화하는 장면이다. 우리가 흔히 기계는 감정이 없어 인간과 교류를 할 수 없다고 생각하지만 오히려 사람들의 불필요한 배려와 동정이 불편했던 명지는 메뉴얼에 따라 대답하는 시리가 더 편하게 느껴지는 듯 했다. 새벽에 잠에 깨 시리와 대화하는 명지가 머릿속에 그려져 재미 있었다. 그리고 나도 정확히는 기억이 나지 않지만 이런 비슷한 경험을 했던 것 같다. 오히려 사람들의 공감과 배려가 불편하게 느껴진 적 말이다.

사실 중간의 현석과 명지가 선을 넘을 뻔한 장면은 이해가 가지 않았지만 이걸 명지가 외로워서 그랬던 걸까, 아니면 굳이 이렇게 글자로 설명하지 않아도 되는 남녀의 본능이었을까. 현석에게 만나자고 연락하기 전에 고민을 하던 명지가 있었는데, 혹시나 이럴까봐 그랬던걸까. 그리고 현석이 뭔가 명지를 놓친 것을 아쉬워하는 발언도 있어 이 둘의 감정선이 메인은 아니지만 눈여겨볼만 하다고 생각했다. 둘이 예전에 엄청나게 사랑을 했다가 어쩔 수 없이 헤어진 사이는 아니지만 뭔가 한번쯤은 ˝이랬으면 어땠을까˝하는 가벼운 상상이었을까.
시리의 유머를 ˝사람들의 상상을 상상해서 상상을 넣은 것˝이라는 표현이 있는데 솔직히 큰 건 아니지만 연관되는 느낌이다ㅎㅎㅎ

그래도 마지막의 학생의 누나가 쓴 편지를 읽는 장면은 예상이 가게도 너무 슬펐다. 누나는 아프면서도 선생님에게 미안함과 감사함을 전하기 위해 편지를 썼다는 것이 일단 감동포인트였고 편지 구절 중에 자기 동생이 꿈에 나와 업어주고 키워줘서 고맙다라고 말했다는 것과 혼자 계신다고 밥 거르지 말라는 구절이었다. 아이가 어른인 자신에게 그런 말을 해준는 것에 여러 감정을 느꼈을 것 같다. 하 난 너무 슬펐다. 앞에서도 말했듯이 아이를 잃은 부부 이야기였던 첫번째 편이 떠올라서 눈물이 났다.

-무엇을 도와드릴까요?
-.........
이상하게 남편의 옛 친구를 만난 것처럼 애틋한 기분이 들었다. 잠시 망설이다 의구심 반 호기심 반으로 입을 뗐다.
.
.
.
(중략)
.
.
.
-뭐라 드릴 말씀이 없네요.
피식 웃음이 났다. 오랜만에 나온 소리였다. 나는 그 웃음에 편안함을 느꼈다. 적어도 그 순간 웃고 난 뒤 주위를 둘러볼 필요가 없었으니까.
(p.236-p.2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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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 05. 20. 금

제목 : 가리는 손

줄거리 : 오늘은 주인공의 아들인 ‘재이‘의 생일이다. 주인공은 재이의 생일상을 차리며 며칠 전 있었던 일을 떠올린다. 청소년 4명이 한 노인을 구타해 사망하게 한 사건이었다. 그 사건을 맞은 편 인형뽑기 기계 앞에 있던 재이가 다 보고 있었고 그 광경이 다 찍힌 블랙박스 영상이 인터넷에 올라왔다. 심지어 그 영상의 노모자이크 버전까지 올라오면서
재이는 정말 곤혹스러운 상황이 아닐 수 없었다. 경찰서에서 조사를 받던 중, 왜 신고를 하지 않았냐는 경찰의 물음에 재이는 거짓말을 치며 변명을 했다. 주인공과 재이는 재이의 생일 케이크의 촛불에 불을 붙일 물건을 찾다가 그 사건에 대해 대화하던 중, 주인공은 재이에게서 알 수 없는 묘함을 느낀다.

일단 이번 소설은 주인공이 재이의 생일상을 준비하는 걸 묘사한 부분이 많은데 그게 너무 자세하기도 하고 머릿속에서 그림이 그려져 너무 좋았다. 영화 ‘리틀 포레스트‘가 생각나기도 했다. 그 얘기는 제치고, 이번 소설에서 느낀 게 ˝아이의 세상과 부모의 세상˝이었다. 작중 내내 주인공의 시점으로 진행되어서 어른이자 부모인 주인공이 재이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다 알려준다. 반면 재이의 속마음은 알 수 없다. 부모의 시점으로 진행되다보니 자식들을 이해하지 못하는 부모님들의 시점을 조금이나마 이해할 것 같다.

마지막 부분에서 재이는 가해자 아이들이 할아버지에게 무슨 말을 했냐는 주인공의 물음에 미소를 띠며 ˝틀딱?˝ 이라고 얘기한다. 주인공은 거기서 어디선가 그 표정을 본 것만 같은 위화감을 느낀다. 그리고 생일 초를 불기 위해 웃는 아이의 얼굴을 보자 블랙박스 화면 속 얼굴을 손으로 가리고 있던 재이가 가린 게 놀란 얼굴이 아니라 사실은 웃는 얼굴이 아닐까 하는 주인공의 속마음이 나온다. 이때 나도 살짝 소름이 돋으며 부모 입장에서 계속 애틋하고 안타깝고 사랑하는 자식으로 표현되었던 재이가 한순간에 다르게 보였다. 앞서서 말한 다른 부모의 시선과 아이의 시선이라는 말이 확 와닿았다. 부모 입장에서는 한없이 사랑스러운 아이지만 아이들은 자기들만의 세계를 접하며 부모가 모르는 아이가 될 수도 있다. 만약 정말 주인공의 마음대로 재이가 그 광경을 보고서 놀란 게 아니라 재미를 느낀 거라면 신고를 하지 않았냐는 경찰의 물음에 거짓말을 친 것도 이해가 간다. 재이가 그 일의 가해자는 아니지만 재미를 느낀 자기 자신이 들통날까봐, 혹은 죄책감 때문에 못 한 걸수도 있다. 그렇게 생각하니 너무 무섭다.

또 하나 말하고픈 것은 ˝틀딱˝ 같은 어떤 집단에게 부정적 의미를 부여할 수 있는 단어이다. 나도 솔직히 저런 표현을 사용한 적이 있어서 떳떳하지는 않지만, 뭔가 이 소설을 보니까 그 단어를 사용하는 내가 조금 부끄러워졌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모든 나이 든 사람들을 싫어한다는 것 아니라 그 중에서도 예의가 없고 우기기만 하는 골치아픈 사람을 그렇게 일컫기는 하지만 그런 표현이 정형화되고 아이들 사이에서 그저 재미로 쓰이게 되는 것이 무서운 것 같다. 어른들이야 직접 겪어보고 화가 나서 그런 표현을 쓴다지만 그걸 듣는 미성년자들은 그저 재미로 소비할 가능성이 높으니 성인들이 조심해야하는 것이 맞긴 한것 같다. 앞으로 그런 표현은 지양해야겠다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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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 04. 23. 토
제목 : 풍경의 쓸모

*불콰하다 : 얼굴빛이 술기운을 띠거나 혈기가 좋아 불그레하다.
*호오 : 좋음과 싫음
*더블폴트(테니스 용어) : 서비스를 2회 할 수 있는데 2회 모두 실패한 경우를 가리킨다.

줄거리 : 주인공 ‘이정우‘는 어릴 때 아버지가 바람을 펴서 이혼하고, 현재는 가정을 꾸린채 대학 강사로 일하고 있다.
아버지는 교사였지만, 바람을 핀 일이 소문으로 퍼져 교단에서 내려와 테니스 심판 일을 하다가 건강 식품 판매 일도 하였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생활을 지속하기에는 부족했다. 결국 새 아내가 암에 걸리자 아들인 주인공에게 돈을 빌리는 지경에까지 이르렀다. 주인공은 어릴 적 어머니와 이혼한 아버지가 돈 때문에 자신을 찾는 것에 불편함과 짜증을 느끼고 있었다. 설상가상으로 한 대학의 교수 임용시험에도 떨어지게 된다. 차사고를 대신 뒤집어 씌우게 한 곽교수의 강한 반대로 말이다. 엄마와 아내와 여행을 하던 도중 교수 임용에서 떨어진 소식과 아버지의 새 아내가 돌아가셨다는 소식을 한꺼번에 알게 된다.

사실 이번편 노트를 쓰기가 너무너무너무너무 어려웠다. 다른 편 중에서도 이런 비슷한 느낌을 받은 적이 있었지만, 이 정도로 갈피를 못 잡은 적은 처음인 것 같다. 아무리 이해가 가지 않더라도 큰 주제는 보였었는데 이번에는 뭐라고 정의를 해야할지 몰랐었다. 그래서 결국 인터넷에서 올라온 다른 감상문들을 보고 나름 갈피를 잡은 것 같아 노트를 쓴다. 그리고 설령 깔끔하게, 명확하게 이해가 가지 않았더라도 내가 모호하게 이해한 그대로 글을 쓰는 것도 솔직한 것 같아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처음에는 주인공의 감정을 따라가려고 노력했다. 어릴 적 아버지의 이혼, 아버지의 바람으로 인해 불평이 많은 어머니, 시간강사라는 불안한 직업까지. 주인공은 어딘가에 확실히 속하지 못하고 맴돌았다는 느낌을 받았다. 또한, 곽교수와의 대화에서 그냥 적당히 맞장구치는 모습도 자기자신의 주장은 없어보였다. 그래서 처음에는 어딘가 불안정한 주인공이 휩쓸려만 살다가 결국에는 어느 것에도 성공하지 못한다는 스토리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다른 블로그 글들을 읽고 다시 생각해 본 결과, 이 소설에서는 겉으로는 행복한 상황이어야 하지만 안으로는 슬프고, 짜증이 나는 그런 상황을 보여주려고 했던 것 같다.
그렇게 생각하는 이유는 우선 이 소설이 어머니와 아내와 같이 태국에 놀러온 여행과 교차해서 교수직 임용 건과 아버지 건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어머니와 아내는 이 여행에서 굉장히 즐거워하지만 주인공은 두 사건 때문에 침울하고 화가 난다. 하지만 여행을 온 것이니 딱히 티를 낼 수도 없는 상황이다. 그리고 이렇게 생각하게 된 결정적인 이유는 마지막에 밑줄을 그은 구절 때문이다. 스노볼 안은 눈보라가 흩날리는데 바깥은 여름인. 여기서 스노볼 안은 주인공의 심리를, 바깥은 여행을 온 상황이라고 생각했다. 내 상황 때문에 너무 화가 나지만 화를 낼 수 없는. 이런 경우는 너무 많이 있지 않나 싶다. 내 개인적인 일로 다른 사람들에게 영향을 주어서는 안되니 말 할 수는 없지만 이렇게 답답하고 화나는 경우는 꽤 있다.

그리고 이 소설에서 나오는 ‘곽교수‘는 개인적으로 너무 재수가 없다. 곽교수와 주인공의 첫 만남에서 주인공은 곽교수의 차를 얻어 타고 가는데 여기서 곽교수는 다른 교수들의 험담을 한다.
여기서부터 난 주인공을 무시했다고 느껴졌다. 왜냐하면 같은 교수였다면 얘기가 건너건너 갈까봐 하지 않았을 얘기를 ‘시간 강사‘인 주인공에게 터놓고 했다는 것부터 ˝넌 이런 얘기 함부로 못하지?˝라는 느낌이 들었다. 더군다나 자신이 낸 차사고를 승진 시험 때문에 주인공에게 떠넘겼으면서 자신의 약점을 알고 있는 주인공이 동료가 되는 것을 원치 않는 것까지. 곽교수는 한 학자에 대해 졸렬하고 권력 지향적인 사람이라면서 얘기했지만, 결국 곽교수도 다를 바 없는 사람이었다. 소설에서 많이 심하게 표현되지는 않았지만 그도 결국에 자신의 약점을 알고 있는 주인공이 교수직에 올라가는 걸 거부하는 걸 보고 당연하다면 당연하지만, 결국 그도 자기가 말한 다른 사람들과 다를 바 없게 느껴져 재일 재수 없었다.

그리고 사진을 찍으면서 ˝좋은 일은 금방 지나가고, 그런 순간은 자주 오지 않으며, 온다 해도 지나치기 십상...˝라는 구절이 나오는데 이 구절이 뭔가 ‘사진‘이라는 것을 잘 표현한 것 같아 마음에 들었다. 그렇게 행복한 순간은 자주 오지 않기에 사진으로 남기지만 그 행복한 순간은 마치 그 사진에 갇히는 것 같은 느낌. 개인적으로 되게 좋았던 구절이다. 나도 예전에는 사진 찍는 것을 싫어했었는데 왜 어른들이 남는 건 사진밖에 없다고 하는지 요즘은 알 것만 같다. 지금도 뭐 그렇게 좋아하지는 않지만 추억을 남기기 위해 사진을 찍는다는 게 더 와닿는 요즘인 것 같다.

잠을 청하려 천천히 숨을 고르는데 속에서 기체인지 액체인지 모를 무언가가 뜨겁게 치밀어올랐다. 마른침을 삼키며 침착하게 그것을 내려보냈다. 그러곤 마음속으로 ‘나는 공짜를 바란 적이 없다‘고 중얼거렸다. 왕왕거리는 비행기 소음 사이로 누군가 내게 "더블폴트"라 외치는 소리가 들렸다.
- P183

좋은 일은 금방 지나가고, 그런 순간은 자주 오지 않으며, 온다 해도 지나치기 십상...

그리고 그렇게 낯선 나라에서 모국어로 된 정보를 들여다보고 있자니 손에 스마트폰이 아닌 스노볼을 쥔 기분이었다. 유리볼 안에선 하얀 눈보라가 흩날리는데, 구 바깥은 온동 여름인. 시끄럽고 왕성한 계절인, 그런. - P1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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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 04. 16. 토
제목 : 침묵의 미래

줄거리 : 소수민족의 언어와 문화를 보존하기 위해 천여명의 사람들이 사는 소수언어박물관. 소수민족의 언어와 문화를 보존하겠다는 목적으로 세워진 박물관이었지만 사실 여기서 살아가는 민족들은 행복하지 않았다. 일단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끌지도 못했을 뿐더러 마치 동물원의 동물들처럼 보여지는 ‘샘플‘ 같았기 때문이다. 이 박물관에서 살아가는 한 ‘내 마지막 화자‘는 어려서는 달리기를 잘했지만 지금은 후두암에 걸린 사람이었다. 그는 이 박물관에 납치당해 오게 되었는데 35살 때, 박물관을 탈출해서 자신의 고향으로 어렵게 돌아가지만 거기에는 사람의 흔적조차 없는 허허벌판이었다. 그는 다시 박물관으로 돌아왔고, 결국 이곳에서 죽음을 맞이하게 된다. 한 번 더 죽은 ‘나‘는 박물관의 중앙 분수대의 금속구에 새겨질 것이다.

이 편을 읽고 나서는 솔직히 감상문을 어떻게 써야 할지 고민했다. 음 이 세계의 소수들이 점점 잊혀져가는 과정과 그 과정에서 느끼는 슬픔, 처절함을 너무 잘 보여주어서 당연히 슬펐지만 한편으로는 난 그런 소수들을 위해 무엇을 했나, 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물론 내가 무엇인가를 꼭 해야한다는 건 아니지만 전공수업(러시아)을 들을 때 소수민족에 대해서
그냥 수업을 위해 듣는 것,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기에 그 생각이 나 부끄러웠다. 하지만 개인인 내가 어떻게 해야할 지도 모르겠고, 정말 이 세계의 세세한 것까지 기억해야 하나라는 못된 생각도 들었다. 하지만 언어라는 것이 그 사람 인생이 담겨있다고 봐도 무방하기 때문에 그런 점을 생각하면 마냥 지나칠 수도 없고 솔직히 복잡한 심경이다. 저런 생각을 가지고 있는 내가 이 소설의 감상문을 진실된 마음으로 쓸 수 있을까 했기 때문에.

이 편에서는 언어에 대해 나왔지만 언어만이 아니라 포괄적으로 ‘소수‘라고 생각해도 무방할 것 같다. 솔직히 나는 어느 그룹에서나 소수였던 적은 별로 없었던 것 같다. 정말 내가 이해가 안 되거나 부당한 경우가 아니었다면 난 늘 ‘주류‘인 편에 섰기 때문이다. 내가 그 주류에 아주 동의한다기보다는 그렇게 하는 게 편했고 소수의 의견에 아주 동의하는 것도 아닌 어중간한 사람이었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이 편에서 소수가 사라져가는 과정에서의 슬픔은 이해는 갔지만 내가 그걸 보고 쓰는 ˝소수라도 기억해야겠다˝ 하는 식의 독서노트는 위선적이라고 느껴졌다. 이 소설에서 언어박물관은 소수민족의 언어와 문화를 보존한다는 목적을 가지고 있었지만 목적에 비해 그 안의 사람들은 오히려 그럴 수록 더 잊혀져가는 것이 모든 사람들에게 보여지고, 자신들을 ‘소수‘로 딱 지정하면서 오히려 역효과를 나기도 했다. 마치 내가 이 소설에서의 ‘언어박물관‘이 된 듯한 기분이었다. 겉으로는 존중한다면서 오히려 더 그들을 사지로 몰아가는.

지금 이 순간도 소수를 어떻게 생각해야할지, 내가 정말 기억하는 것만으로도 도움이 될 지... 여러 생각이 들지만, 적어도 적어도 그들의 슬픔을 조롱하거나 ˝잊혀져버려도 나랑 상관없지˝ 라는 생각은 하지 않기로 했다. 물론 그게 당연한 거지만 다시 한 번 상기해야겠다.

다른 말이지만 이 편이 지금까지 읽었던 단편소설들 중에서 첫부분 표현이 너무 추상적이고 철학적이라 이해하기 어려웠지만 점점 구체화되는 전개방식이 신선하고 재밌었다.
그리고 ‘소수‘에 대한 주제라 그런 주제도 신선했고, 제일 많은 생각을 들게 하는 편이었다.

중앙은 멸종 위기에 처한 언어를 보호하고 경각심을 일깨우기 위해 이 단지를 세웠다. 결과는 정반대였다. 그리고 그건 중앙에서 내심 바라는 바였다. 그들은 잊어버리기 위해 애도했다. 멸시하기 위해 치켜세웠고, 죽여버리기 위해 기념했다. 어쩌면 처음부터 모두 계산된 거였는지 몰랐다. - P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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