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발에 커다란 혹이 달린 할머니. 병명이 "신경섬유종증"이란다.
혹이 얼마나 큰지 축구공만한 것 같다. 당연히 맞는 신이 없다. 하지만 생계를 위해서는 일을 나가야 한다.
싸구려 고무 슬리퍼를 신고 빌딩을 청소하러 가신다. 화장실의 변기를 박박 닦는 모습이 안쓰럽다.
비오는 날, 버스는 할머니의 절뚝거리는 발걸음보다 훨씬 빠르고 사람들의 두 눈엔 무심함만 감돈다.
길거리에 파는 몇 천 원짜리 샌들을 오른 발에만 고이 신어 보시고는 신발을 신고 싶다고 말하시는데 그렇게 간절할 수가 없다.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텔레비전을 보면서 왠지 모를 자책감 때문에 고개 들고 있기가 죄송스러웠다.
부산에 사신단다. 난 대체 뭘 하고 살았기에 저렇게 가엾은 사람도 못보고 지냈는지 한탄스럽기만 하다.
텔레비전 방송 사이트에 할머니를 도울 수 있는 입금 계좌가 떴다. 과자 값을 아껴서라도 할머니의 수술비에 보태야 되겠다. 제발, 그 딸과 연결된 빛쟁이들이 손대지 말아줬으면 할 뿐이다. 그들이 돈에 눈멀기 이전에 사람을 봐줬으면 하는 바람이다.
아픈 사람이 많은 세상이다. 그리고 그 아픈 사람들이 외면당하기 쉬운 기득권의 세상이다. 하지만 잊지 말아야 한다. 이곳은 모두의 세상이라는 것을.
우주에 비하면 좁고 좁은 땅덩어리 에서 지지고 볶고 싸워봐야 아무런 결론도 나지 않는다.
자신을 생각하는 것만큼의 반만이라도 남을 위한다면 누구나 기원하는 세상이 오지 않을까.
거창한 것이 아니라, 사소한 것이다. 나는 그렇게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