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보기 전엔 죽지마라 - 떠나라, 자전거 타고 지구 한바퀴 1
이시다 유스케 지음, 이성현 옮김 / 홍익 / 2005년 8월
평점 :
절판


 

 이제 조금 있으면 방학이다. 이번 방학은 뭔가 착실히 준비해 보자는 다짐을 또다시 하고 그 무더위에 들떠 친구들과 여행 약속을 잡는다. 그래서 같은 반 친구 녀석이 남해까지 자전거 여행을 꺼내자는 말에 앞뒤도 생각하지 않고 덥석 물었다. 그런데, 여러 가지 사정에 부딪혀 여행기간은 어느 새 일일로 줄어들고 짧아진 시간만큼 의욕도 떨어졌다. 그런 때였다. 여행을 가자던 친구가 한 번 읽어볼래? 라며 이 책을 내게 건넸다.


 작심삼일이라는 커다란 이름표를 달고 있는 나로서는 전 세계를 자전거로 일주했다는 저자가 놀라울 따름이었다. 이제 세상으로 나가 곧 취업이라는 기로에 서게 될 나에게 안정된 직장을 포기하고 자신이 생각했던 꿈을 이루기 위해 달려가는 그의 모습은 무척이나 인상적이다. 그리고 그렇게 인생을 사는 것에 대해 보람을 느끼고 시련을 견디려 노력하는 그에게 꿈에 대한 열정 그리고 그에 따른 끈기를 옆볼 수 있었다.


 그가 생각하는 여행의 방향은 자신만의 최고 찾기와 사람들과의 만남이 아닐까 생각된다. 그래서 그가 여행 전반에서 말하고 있는 시련을 이겨내는 정신력이나, 사람들과의 만남이나 자연경관을 보며 느낀 생각들이 그 나름의 깊이로 숙성되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에필로그 부분에 적힌 ‘이제 내게 남은 것은, 살아 있어서 행복하다는 사실을 더욱 확인하기 위해 내가 가진 것을 타인에게 나누어 주는 일일 것이다. 나는 앞으로 그렇게 살 예정이며, 사실은 이것이 세계 일주를 통해 얻은 가장 크고 귀한 교훈일 것이다.’라는 말에서처럼 그는 그것들을 통해 자신의 이상을 찾아갔던 것이 아닐까 생각된다.


 가끔 그의 글을 읽다가 이것이 기행문이 아닌 소설이 아닐까 생각했던 적이 있었다. 정신병원에서 만난 점쟁이 할머니의 말이나 그것과 통하는 여행 전 혈뇨현상이나 노상강도를 만나 거의 빈털터리가 된 사연 등은 그의 여행이 어려웠다는 점을 부각시키는 요소가 되고, 우연찮은 만남이나 거기서 이루어지는 인간관계, 그 속에서 일어난 세이지의 죽음은 어떤 극적인 면이 없지 않아 있어 보였다. 하지만 칠년 반이라는 시간이 짧은 것은 아니고 그 사이에 얼마든지 자신만의 극을 만들어 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닿자 억지스럽다고 느낀 부분들도 어느 정도 이해가 되었다. 하지만 ‘가보기 전엔 죽지마라’란 거창한 이름에는 부족한 책이라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다. 우선, 너무 주관적으로 치우치지 않았나 생각해 본다. 최고 찾기라는 명제 자체는 우수한 것을 부각할 수 있으나 나머지 것을 그것보다 비판적인 시선으로 둘 수밖에 없다. 특히 마추픽추는 티칼을 능가할까? 같은 제목은 역사적 가치를 가지는 두 유물에 등급을 매겨 하나를 폄하하는 것이나 다름없지 않았나 하는 생각을 했다. 물론 자신이 영상매체에서 보던 것보다 거대하지 않았을지라도 적어도 저런 제목을 붙였더라면 각각의 매력을 부각시키는 것이 좋았을 거라고 여겨진다.


  아직 이편을 읽어보지 못해 전체적인 결론을 내리기에는 무리가 있다고 판단되지만, 어째 이 책을 읽고 나니 이권 읽을 생각이 들지 않는 건 그의 접근방식 중에 마음에 들지 않는 부분이 남아 있다고 여겨진다. 좀 더 세세한 부분을 다듬고, 대부분의 사진을 칼라로 처리했다면 더 좋은 책이 되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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