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차

 

막차를 타기 위해 서성이는 발소리가
잠시 버스정류장에 머물렀다가
어느새 바람과 함께 사라졌다
햇볕이 들면 곧 녹아버릴 눈 위에
발자국을 남기 듯
사람들은 자취 하나 남기지 않고
그렇게 쉽사리 떠나 버렸다

나는 막차에 올라 맞은편 좌석을 바라본다
저기 차가운 유리창에 머리를 기대고
곤히 잠들어 있는 아주머니가 보인다
차가운 길바닥에서 억척스럽게 채소를 팔던 어머니의 모습이
그분에게도 어렴풋이 스며들어 있다
막차 안의 사람들도 같은 것을 보는지
사방은 정적만이 가득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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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나무


노을이 지기 전

감나무 잎은

낯선 바람에

몸을 맡깁니다.


어린 시절

팔려나가는 강아지를 보는

내 마음이

꼭 저랬습니다.


등굣길 

촐랑촐랑 거리던

꼬리가 생각나

무작정 울었습니다.


나중엔

그 울음소리가 너무 슬퍼

멈출래야

멈출 수가 없었습니다.


감이 떨어지는 이유는

뉴턴이 머리에

사과를 맞았기 때문이 아니라

바람이 불었기 때문입니다.


감나무는 바람을 통해

나는 울음을 통해

그렇게

세상을 살아가고 있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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