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게 비가 오는 날이면 아주 가끔은 펼쳐든 우산을 접어 본다.
빗방울이 머리에서 부터 발끝까지 온몸을 훑고 지나가면 세상에 대한 내 존재감이 살며시 떠오르는 것 같은 기분이다.
모두가 우산을 쓰고 있는 가운데서 느끼는 사회에서의 일탈이다. 잠시 동안이라도 벗어나고 싶은 나의 낭만이다.
그렇게 나를 만들어 가는 한 과정이다.
뭐, 빗물에 푹 절어 집으로 걸어와야 한다는 것 빼고는 모든 것이 만족스러운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