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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드
코맥 매카시 지음, 정영목 옮김 / 문학동네 / 2008년 6월
평점 :
Focus. 그 걸음을 멈출 수 없다, 바로 희망 때문에.
당신 주위를 돌아보라
‘늘’이라는 것은 긴 시간이다.
하지만 소년은 남자가 아는 것을 알았다.
‘늘’이라는 것은 결코 시간이 아니라는 것을. -35p <로드>
걷는다, 걸음을 멈추지 않는다. 남쪽으로, 남쪽으로, 그렇게 남자와 소년은 걸음을 옮긴다.
책을 읽는 동안 나도 함께 그들과 걸었고, 배고파했으며, 내일을 모르는 미래의 불안감에 떨었다. 때때로는 꼭 그들처럼 지쳤고, 진한 회색 빛 공포에 소름이 돋았고, 눈물이 났다.
먹먹했다. 그러나 읽기를, 그 걸음을 멈출 수가 없었다. 인색하기 짝이 없는 빛, 바로 희망 때문이다.
열렬하게 신을 말하던 사람들이 이 길에는 이제 없다.
그들은 사라지고 나는 남았다.
그들은 사라지면서 세계도 가져갔다.
질문 : 지금까지 한 번도 없었던 일이라고 해서 앞으로도 절대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 -40p <로드>
밑도 끝도 없이, 아무런 설명도 없이 상황은 벌어졌다. 주제 사라마구의 <눈먼 자들의 도시>와 마찬가지로 상상하고 싶지도, 상상되지도 않은 세기말의 풍경이 펼쳐진다. 굳이 경험해 보지 않아도 본능적으로 두려움에 휩싸이고, 의지와 상관없이 나약해진다. <로드>를 따라 읽어 내려가면서 몇 번을, 마치 소년처럼 생을 포기하고자 했는지 셈할 수도 없다.
아빠는 정말로 용감해요?
중간정도.
지금까지 해본 가장 용감한 일이 뭐예요?
남자는 피가 섞인 가래를 길에 뱉어냈다. 오늘 아침에 잠자리에서 일어난 거. -307p
<로드>를 모두 읽고, 책상 위로 내려놓으면서 생각했다. <로드>를 읽은 건, 내가 올해 한 일 중 가장 잘했던 일. <로드>를 읽기 전과 후의 나는 분명 다를 것이다. 삶의 길 위에서 내가 취해야 할 옮은 일과 그렇지 않은 일을 계속 생각 할 테니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