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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들
신주희 지음 / 자음과모음 / 2022년 12월
평점 :
이 책은 7편의 단편으로 상황에 따른 '허들'을 간접적으로 보여주는 이야기를 담았다.
이 책의 표지가 내용을 잘 나타냈다. 촘촘하게 엮인 격자 무늬에 창문 하나가 뚫려 있어 희망을 주는 듯한 이미지이다. 이 격자무늬가 우리 생활을 표현하고 각자의 생활 속의 희망을, 허들을 넘었을 때 보이는 마음과 시선을 보여주려는 표지로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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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햄의 기원>
- 주인공이 가진 허들과 세상(주변사람)에서 내세우는 기준의 허들이 다른 기분.
p.18. 햄이 저지른 가장 잘못된 선택은 예술이 주는 모욕을 참고 어쩌고 한 게 아니었다. 보험료를 제때 내지 않은 거였다. 나는 불안이 역력한 햄 아내의 얼굴을 보며 대답했다.
<저마다의 신>
- 독자도 모르게 주인공과 함께 '허들'을 넘는다는 기분이 드는 단편
p.58. 신에게도 신이 있을까? 신은 그들의 신에게 뭘 비는 걸까? 그들도 열 손가락을 나란히 모으고 기도할까? 여덟 개나 여섯 개의 손가락이라면 기도는 안 이루어지는 걸까? 그리고 이런 기도는 어떻게 끝내야 하는 걸까? 하고.
<허들>
- 유서 쓰는 습관을 가진 주인공의 보이지 않는 허들을 느낄 수 있는 단편.
p.91. 나는 어쩌다 죽음을 각오 하지 않으면 아무것도 넘지 못하는 사람이 되었을까요? (...) 삶, 그걸 하자면 그래야 할까요? 내가 당신의 달로, 아내로, 엄마로 태어나 그 모든 것을 갈아엎지 않으면 삼은 불가능한 일일까요?
<휘발, 공원>
- 외부에서 오는 유혹(허들)을 넘길 것인가. 덮을 것인가.에 대한 단편.
p. 115~6. 그러나 논리와 이성만 존재하는 것이 세상이라면 세상에는 사건과 사고는 없었을 거였다. 그러니까 오늘의 사건 혹은 사고는 이성과 논리로 충족되지 않는 무엇인가 있는 게 확실했다. 문득, 세상의 이치를 깨달은 기분이 들었다.
<잘 자 아가, 나무 꼭대기에서>
- 미래를 기약할 수 없는 남자와 아이를 가진 여자가 겪는 허들을 보여주는 단편.
p.142. 왜? 왜 엄마가 되기로 했어?
<소년과 소녀가 같은 방식으로>
- 주인공이 희망하는 허들과 주변의 편견을 느낄 수 있는 단편.
p.164. 영도(주인공)는 그 일을 통해 정말 무서운 것이 무엇인지 알았다. 인간으로 산다는 것, 그 형태를 유지한다는 것이었다.
<로즈쿼츠>
- 엄마가 먼저 경험한 허들을 딸인 '나'가 넘으려고 할 때 오는 상황을 볼 수 있는 단편.
p.195. 그때는 모두가 엄마에 대해 하는 것을 거부하는 것 같았다고. 모두가 동의하는 틀림없는 역할로만 남아주기를 강요하는 것 같았다고.
전체적으로 '허들'이라는 무언가를 중심으로 경험과 시선, 심리를 잘 묘사한 소설이다. 신주희 작가의 첫 소설집으로 <모서리의 탄생>에선 점, 선, 면과 같은 사람들의 모습을 잘 나타냈다면 이번 <허들> 책은 보이지 않는 허들과 시선을 '느낌'으로 보여주는 작품이었다. 신주희 작가는 직진으로 달리는 것 같지만 주변의 핫플레이스를 점으로 찍어주듯 독자에게 던져주며 (독자가) 알아차리기를, 해피엔딩을 향해 마음을 담아 보내주는 작가이다.
*청맥살롱 이벤트 도서지원으로 쓴 주관적인 서평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