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인들은 신이 우주를 창조했다고 믿지 않았다. 오히려 우주가 신을 창조했다고 생각했다. 신이 존재하기 이전 하늘과 대지가 형성되었고 그것이 최초의 부모였으며 티탄족이 하늘과 대지의 자식이었으며 신들은 그의 손자였다.
올림포스 열두 명의 신은 그리스 로마 신화를 읽기 전 기본이 되는 정보 정도는 알아두자. 알고 보니 아주 극명한 족벌체제이구나... 최고의 신은 제우스, 포세이돈, 하데스(플루톤), 헤스티아, 헤라, 아레스, 아테나, 아폴론, 아프로디테, 헤르메스, 아르테미스, 헤파이스토스 등이다.
제우스는 가지고 있는 능력과는 별개로 끊임없이 사랑에 바지는 난봉꾼이었다. 더 웃기는 건 그 상황을 아내에게 들키지 않으려고 온갖 파렴치한 속임수를 동원하기도 한다. 최고의 신이 왜 그런 행동을 했는지에 대해 그 이유를 설명해 준다. 제우스가 이 사실을 안다면 좀 억울할 법도 하다.
1장에서는 열두 명의 신들에 대한 재미있는 이야기들이 수록되어 있고 이후 사랑과 모험, 트로이의 전쟁 관련 이야기들이 20세기까지의 수많은 작가들이 만든 작품들과 함께 이야기를 펼쳐 나간다.
언제 최초로 그리스인들의 삶을 아름답고 위대하게 만들어진 것인지 명확하지 않으나 인류학자들은 시인들만큼 이들의 삶을 아름답게 보지는 않았나 보다. 그들의 연구에서 그리스인들에게는 별로 얻을 게 없었다고 한다. 그리스인들의 삶 자체가 고대 원시사회에 뿌리를 두어 야만적이며 폭력과 비열함이 난무하였다고 하나 지금처럼 아름다운 신화로 만들어지게 된 계기는 모두 사물을 허투루 보지 않는 시인들의 노력 때문이었다고 한다. 신비롭고 생기 가득한 수천 년의 세월을 읽어낼 기회를 가지는 지금의 사람들은 행운아가 아닐까 생각한다.
그리스 로마 신화를 읽다 보면 고대 그리스인들이 어떤 생각과 감정을 느끼며 살았는지 어렴풋이 짐작이 가고 이 모든 것이 자연과 아주 친밀한 유대감을 가지며 이야기를 이끌어 낸다는 사실이다. 상상력은 시대를 불문하여 살아 움직인다. 숲의 정령으로 일본 만화에 나오는 토토로만 기억하고 알고 있던 나에게 님프와 나이아스는 또 다른 귀여운 요정으로 기억에 남겨진다.
그리스 이전의 시대는 비현실적인 것을 숭배해 왔고 창조하는데 골몰해 왔으나 그리스인들은 자신의 모습을 본떠 신을 만들었으며 새로운 사고로 합리적인 세계를 지향하였다. 그리스의 모든 예술과 사고는 인간에게 집중되었고 자연히 친밀하고 편안하게 느껴지는 분위기라 어설픈 제우스는 늘 바람을 피우다 아내 헬레나에게 들키는 웃음거리로 전락한다.
신화를 통해 우리는 고대의 삶을 읽는다. 지지고 볶고 얽히고 설키며 사는 것은 현재와 다를 바가 없다. 황당하다 싶을 정도로 제멋대로이기도 하고 생각해 보면 말도 안 되는 설정으로 허탈감을 주기도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신화를 읽는 이유는 그 안에서 삶의 지혜를 배우고자 함이다. 삶의 본질, 인간의 존재 이유 등 철학적 요소를 함축하고 있어 상상력의 원천이 되기 때문이다.
다양한 작가, 화가, 건축가들이 신화에서 영감을 얻어 예술 작품을 만들어 내듯 시대가 바뀌어도 인간은 끊임없이 신화를 읽고 재해석하며 지식과 지혜를 끄집어 내고 다양한 방식으로 자심들만의 신전을 만들어 내고 있다. 책에는 그러한 발자취들이 회화, 건축, 조각 작품 등으로 수록되어 있어 이해도를 높여주고 있다.
수많은 그리스 로마신화들이 다양한 책으로 나와 있지만 이디스 해밀턴의 그리스 로마신화는 당연히 신과 계의 지존이며 지금까지 읽었던 책은 모두가 아류작인 느낌이다. 급이 다르다고 하는 말이 이해된다. 책을 읽기 싫어하는 사람들도 단편으로 된 이야기를 걸작 명화와 작품들과 함께 감상하다 보면 어느새 든든한 지식이 내 안에 가득해 짐을 인지하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