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쟁이 남긴 비극
국민보도연맹 사건을 만화로 만나다.
그날
화자인 물푸레나무가 목격한 죽음.
살육의 현장뒤엔 온갖 벌레들의 축제...
한날한시에 영문도 모른 채
죽어 그들의 살과 뼈, 내장은
이름모를 벌레와 쥐, 들개들의 만찬으로
제공되었다.
옆집 아저씨, 삼촌, 아부지, 형, 동생들이
한꺼번에 수북히 썩어갔다.
이틀 후 육백구가 넘는 썩어가는 시신과 구더기들 사이에서 노파들과 부인들이 자식과 남편을 찾는다. 얼굴로는 이미 형체를 알아볼 수 없었다.
지옥이 따로 없었다.
그때 남겨진 가족들은 2005년 진실 화해를 위한 과거사 정리위원회로 60여년만에 명예가 회복되고 학살 주체인 국가가 사과했지만, 아직도 빨갱이로 매도되어 쫓겨다닌다.
학살사건의 국군지휘자는
˝지금도 그것이 나라를 지키는 애국이라고 생각한다˝고 얘기한다.
오직 기억하고 기억해야만 한다.
그리고 또 기억시켜야 한다.
은폐되고 금기시한걸 어렵게 밝혀내면
반드시 기억해야한다.
20만 명이 학살된 하나의 사건이 아니라 20만명의 삶, 남겨진 100만명의 가족의 일상을 보아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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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 하늘에도 여느 때와 다름없이 은하수가 쏟아졌다.
˝나는 아주 커다란 물푸레나무로 자라났다. 그리고 내 뿌리는 아직도 그 때의 뼈 몇 조각을 감싸고 있다.˝-289쪽
그렇게 많은 사람들이 단 며칠 사이에 떼죽음을 당했는데 기해자를 처벌한다든지 도대체 왜 죽였는지 따져 묻기는 커녕 그 죽음을 애도해서도, 추모해서도, 언급해서도, 기억해서도 안 되는 나라에서 인문학의 붐이 분다는 것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302쪽
* 사건의 전후 관계를 설명하지 않고
역사의 한 장면을 날것 그대로 나무의 시선에서 생생하고 담담하게 소환해 준 독특한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