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보게, 재단사 친구, 자넨 성경에 대해 너무 많은 것을 기대하고 있어.
무엇이 진리인지, 인생이 본래 어떻게 이루어진 것인지는 각자가 스스로 깨달아야 하는 것이지.
결코 어떤 책에서 배울 수 있는 게 아니란 말일세. -p36

누군가가 자신의 행복이나 미덕에 대해 자랑하고 뻐길 경우, 대부분 그것은 사실과 다르다는 것을 그는 알고 있었다.-p51

그 중에서 제일 마음에 드는 건 불꽃놀이에 대한 이야기였다. 왜냐하면 나도 이미 여러 번 그와 똑같은 느낌을 가졌었기 때문이었다. 부드럽고 매혹적인 형형색색의 불꽃이 어둠속으로 높이 솟아올랐다가 금세 그 속에 잠겨 사라져버리는 모습은, 마치 아름다우면 아름다울수록 안타깝게 그리고 더 빠르게 사그라져 버려야만 하는 모든 인간적 쾌락을 상징하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p70

모든 사람은 영혼을 가지고 있는데, 자신의 영혼을 다른 사람의 것과 섞을 수는 없어.
두 사람이 서로에게 다가갈 수도 있고 함께 이야기할 수도 있고 가까이 함께 서 있을 수도 있지.
하지만 그들의 영혼은 다른 영혼에게로 갈 수가 없어. 만일 가고자 한다면 자신의 뿌리를 떠나야 하는데 그것 역시 불가능하지. 꽃들은 다른 꽃들에게 가고 싶은 마음에 자신의 향기와 씨앗을 보내지.하지만 씨앗이 적당한 자리에 떨어지도록 꽃이 할 수 있는 일은 아무것도 없어. 그것은 바람이 하는 일이야. 바람은 자신이 원하는 대로, 자신이 원하는 곳에서 이곳 저곳으로 불어댈 뿐이지.-p79

하느님께서 말씀하셨다.
"난 오직 네 모습 그대로의 널 필요로 했었다. 나를 대신하여 넌 방랑하였고, 안주하여 사는 자들에게
늘 자유에 대한 그리움을 조금씩 일깨워주어야만 했다. 나를 대신하여 너는 어리석은 일을 하였고 조롱받았다. 네 안에서 바로 내가 조롱을 받았고 또 네 안에서 내가 사랑을 받은 것이다. 그러므로 너는 나의 자녀요, 형제요, 나의 일부이다. 네가 어떤 것을 누리든, 어떤 일로 고통받든 내가 항상 너와 함께 했었다.-p134


댓글(4) 먼댓글(0) 좋아요(16)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꼬마요정 2017-09-17 12:4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는 크눌프를 읽고 고단하구나... 생각했어요. 이제 나이가 든 모양입니다. 하지만 또 한켠으로는 바람더러 머물라는 것도 고통이 될테니 그럴 수도 없겠지요. 결국 사람은 혼자라는 생각도 들구요.

북프리쿠키 2017-09-17 12:57   좋아요 1 | URL
우리네 기준으로 볼때 크눌프의 삶은 무가치하고 아무 쓸모 없는 것으로 보일 수 있다 생각했어요.
우린 그저 안정적인 삶이 아니라면, 또는 자신이 선택하지 않은 삶에 대해선 배척하거나 경멸하는 경우가
종종 있으니까요.

안정된 시민의 삶을 거부하는 크눌프 역시 직업인 친구들의 삶에 대해 항상 진지했던 것처럼
저도 타인의 삶을 따뜻한 시선으로 바라봐야겠다는 깨달음을 얻었습니다.

cyrus 2017-09-17 20:1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앙드레 지드의 《좁은 문》에 나오는 여주인공은 성경의 진리를 믿고 삶에 적용시키면서 살아가요. 보면 볼수록 답답해요.

북프리쿠키 2017-09-18 15:30   좋아요 0 | URL
요즘 헤세의 <싯다르타>를 읽고 있는데요
붓다가 제자들에게 요구한 것이 어떤 정해진 진리를 받아들이는 것이 아닌 찾고, 찾고 또 찾으라는 것이라 하네요. 어떤 있는 것을 받아들이는 믿음을 가장 경계하였다 합니다.

아마 믿음은 항상 의례로 연결되고, 그 의례는 막강한 권력을 만들어내는 원천이 되는
부작용 때문에 그렇지 않을까요?

기존의 진리는 만고불변의 ˝진리˝가 아니기에
항상 자신의 내면에서 다시 한번 새롭게 재해석할 수 있는 통찰이 필요하다고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