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장 경제학편
매사추세츠 주 콩코드 마을 근처에 있는 월든 호숫가의 숲 속에 집 한채를 손수 지어 혼자 살고 있었다.(...) 2년 2개월을 지냈다.
비교적 자유로운 이 나라에서조차 대다수의 사람들은 단순히 무지와 오해 때문에 부질없는 근심과 심한 노동에 사로잡혀 인생의 훌륭한 열매를 딸 능력을 잃고 있다.
자기 지식을 항상 쉴 새 없이 사용해야 하는 사람이 인간의 성장에 필요한 그 무지의 자각에 어떻게 도달할 수 있겠는가?
여려분은 병들 날에 대비해서 돈을 모으려고 노력하다 병이 들고 만다.
하루종일 기를 펴지 못하고 움츠린 채 남의 눈치나 보며 막연한 불안에 휩싸인 그의 모습을 보라. 불멸이나 신성의 모습이 아니라 자신에 대한 평가, 즉 자기 행위가 얻어낸 평판의 노예가 되고 평판이라는 옥에 갇힌 몸이다. 남들의 평판은 우리 스스로가 자신에 대해 내리는 평가에 비하면 허약한 폭군에 불과하다. 자신을 어떻게 생각하느냐 하는 것은 그 인간의 운명을 결정한다. 아니 그의 운명을 시사한다.
오늘 모든 사람이 입을 맞추어 진리라고 말하거나 묵인한 것이 내일이면 거짓으로 판명될지 모른다.
사실상 노인은 젊은이들에게 해줄 중요한 충고의 말을 갖고 있지 못하다.
그들의 경험은 한쪽으로 치우친 것이며, 그들의 인생은 개인적인 여러 이유로 비참한 실패로 끝났다고 스스로 믿기 때문이다.
(...)
나는 이 지구에서 30년 가량 살아왔지만 이제까지 인생 선배들에게 유익한 가르침이나 진심에서 우러난 충고를 들어본 적이 없다.
그들은 적절한 말 한마디도 해준 적이 없으며, 그러고 싶어도 그럴 능력이 없었을 것이다.
역사, 시, 신화! 다른 사람의 경험에 대한 독서치고 이 세 가지만큼 경이롭고 유익한 것을 나는 알지 못한다.
사람들이 칭찬하고 성공한 것으로 생각하는 인생은 여러 가지 삶 가운데 한 가지에 불과하다.
왜 다른 여러 인생을 희생하면서 하나의 인생을 과대평가하는 것일까?
내가 월든 호수에 간 목적은 그 곳에서 생활비를 덜 들여가며 살거나 호화롭게 살겠다는 것이 아니라, 가능한 누구의 방해도 받지 않고 내 개인적인 일(소로의 처녀작 <콩코드 강과 매리맥 강에서의 일주일) 1849의 집필 작업)을 해보자는 데 있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집이란 무엇인지를 한 번도 생각해보지 않은 것 같다.
그들은 이웃이 소유하고 있는 정도의 집은 자신도 가져야겠다고 생각함으로써 가난하게 살지 않아도 될 것을 평생 가난에 쪼들리며 살고 있다.
이 무렵 나는 손으로 할일이 너무 많아서 독서를 하지 못했다. 그러나 땅에 떨어진 신문지 한 조각은 그것이 물건을 쌌던 것이든 식탁보로 썼던 것이든간에 책 읽는 것만큼이나 큰 즐거움을 주었다. 사실 호메로스의 <일리아스>와도 같은 역할을 했던 것이다.
만일 어떤 학생이 인간이 반드시 해야 하는 육체노동을 평생 계획적으로 기피함으로써 여가를 얻고 만년에 은퇴 생활로 접어든다면, 그가 얻은 여가는 불명예스럽고 가치 없는 것이며, 그 여가를 가치 있게 할 수 있는 유일한 경험을 스스로 박탈하는 것이다.
나는 또 장사도 해보았다. 그러나 장사가 궤도에 오르려면 10년이 걸린다는 것을 알았고, 그때쯤 되면 나는 도덕적으로 파탄의 길을 걷고 있으리라는 것을 깨달았다. 그래서 나는 실제로 장사가 번성하는 게 아닌가 하는 걱정까지 하게 되었다.
간단히 말해서, 나는 신념과 경험을 통해 우리가 간소하고 현명하게 살 의지만 있다면 이 지상에서 자신을 부양하는 일은 고통이 아니라 오히려 즐거움이라고 확신한다.
사실 나는 어떤 사람이 내 생활방식을 그대로 따르기를 바라지 않는다.
왜냐하면 그 사람이 내 생활방식을 제대로 터득하기도 전에 나는 다른 생활방식을 발견할 지 모를 뿐만 아니라 이 세상에 되도록 많은 다양한 인간들이 각기 살아가기를 바라기 때문이다.
나는 각자가 나름대로의 생활방식을 조심스럽게 찾아내어 그 길을 갈 것인지, 자기 아버지나 어머니나 이웃이 가는 길을 좇아가지 말기를 바란다.
자네들이 가진 것이 풍부하거든 대추야자나무처럼 아낌없이 베풀어라.
그러나 가진 것이 없으면 삼나무처럼 자유인이 되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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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진 것이 없으면 삼나무처럼 자유인이 되거라. 라는 말이 와 닿는다.
우리가 불행한 이유는 더 많이 가지기 위해 속박받고 굴종하는 삶을 택하기 때문이다.
내 주위를 돌아보라.
지금도 충분히 많이 가지지 않았는가.
더 돋보이고, 더 세련되고, 더 감각적인 것들이 오히려 나를 초라하게 만들 수 있다는 마음가짐은
누가 알아줘서 실천하는 게 아니다. 짜릿한 내 마음속의 평화다. 평온은 우리를 유연하고 강하게 만든다. 그래서 자존감의 상실로 허덕이는 현대인의 찌든 모습처럼 살지 않는다.
자신을 돋보이게 하는 것은 비싼 자동차와 명품 옷이 아니라 소박하고 절제하는 습관이고, 기품 있는 눈빛이다.
* 펭귄에서 나온 저 까슬한 촉감의 책. 갖고 싶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