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의보감, 몸과 우주 그리고 삶의 비전을 찾아서 리라이팅 클래식 15
고미숙 지음 / 그린비 / 2011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p.192

결국 좋은 꿈과 나쁜 꿈이 있는 것이 아니라 꿈은 그 자체로 몸과 마음의 병리적 표현인 셈이다.

따라서, 건강하고 청정한 삶을 위해서 꿈은 사라져야 한다.

(...)

그럼 어떻게 해야 꿈이 없이 푹 잘 수 있을까?

동의보감에선 그 방법을 이렇게 제시하고 있다.

"잘 때 모로 누워 무릎을 굽히고 자면 심기를 도울 수 있다. 일어날 때 기지개를 켜면 정신이 흩어지지 않는다.

반듯하게 누워 자면 마귀와 귀신을 부르게 된다. 공자가 시체처럼 반듯하게 누워 자지 않았던 것도 이 때문이다.

낮잠을 자면 안 되는 것은 기가 빠지기 때문이다......사람이 잘 때는 하룻밤에 늘 5번씩 돌아누워야 한다"

결국 침대 광고에 나오듯 똑바로 누워 자는 것은 오히려 몸에 해로운 셈이다. 하긴 아이들의 경우 자면서도 얼마나 왕성하게 움직이는가? 그런 맥락에서 "손을 가슴위에 얹으면 가위에 눌릴 수 있다(159쪽)고 한다.

 

 

 

p.196

음성은 뼈고 뼈는 마음이다는 것이 핵심 요지다.

뼈를 담당하는 장기 역시 신장이다. 소리-뼈-신장이 하나의 계열을 이루고 있는 것이다.

 

 

 

p.259

연애만 시작되면 두통이나 소화불량, 몸살 등을 주기적으로 앓는 사람이 있는데, 이것은 감정의 기복이 심해져 장기들의 순환에 문제가 생겼기 때문이다.

 

 

 

p.313

요즘 청소년들은 땀구멍이 없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태어날 때부터 에어컨에 노출된 탓에 땀을 흘릴 일이 없었기 때문이란다.

그 대가가 바로 아토피다. 역시 우주에는 공짜가 없다.

 

 

 

p.318

히포크라테스도 음식으로 치료할 수 없는 병은 약으로도 고칠 수 없다고 말한 바 있다.

음식의 핵심은 곡식이다. 정(精)과 기(氣)의 글자에 모두 쌀 미(米)자가 들어 있는 것도 그 때문이다.

 

 

 

p.364

남자는 양기라 운행시키고 여자는 음기라 머물게 한다.

해서, 남자는 너무 써서 병이 생기고, 여자는 너무 쌓여서 병이 된다.

그래서 "모든 병에 남자는 반드시 성생활을 살피고, 여자는 먼저 월경과 임신을 물어야 한다:(잡병편 '변증' 926쪽)

 

 

 

p.379~381

14세에 천계가 열리면서 초경이 시작되고, 49세에 천계가 닫히면서 폐경이 된다.

이게 여성의 몸에 흐르는 자연의 리듬이다.(...)

폐경기가 되었는데도 계속 이전처럼 월경을 하거나 심지어 양이 많아진다면 그 또한 병증이다.

반드시 치료를 받아야 한다.(...)

남성들의 폐경기는 64세이다.

 

 

 

p.392~393

즉, 분만의 통증은 자연스러운 것이다.

진통은 그 나름의 리듬과 속도를 가지고 있는 자연스러운 과정이다. 그리고 우리의 한계를 넘어선 절차이다.

그러므로 우리는 진통과 함께하고 진통이 우리를 휩쓸어 버리도록 내버려 두는 방법을 배워야 하는 것이다.

(크리스티안 노스럽 '여성의 몸 여성의 지혜' 348쪽)

(...)

한마디로 자연적인 통증은 진통제와 마취로 해결하고, 병원에서 제공하는 만성적인 통증은 대책없이 감내해야 하는 전도된 상황이 연출되는 것이다.

 

 

 

p.400~403

- 어릴 때 식견과 지혜가 뛰어나면 대부분 요절한다.

- 남의 의도를 미리 알아 빨리 대응하는 아이도 요절한다.

- 일찍 앉거나 일찍 걷거나, 치아가 일찍 나거나, 말을 일찍 하는 것은 모두 성품이 나쁘니 좋은 사람이 되지 못한다.

(잡병편 '소아' 1842쪽)

(...)

요컨데 빨리 뭔가를 터득하는 것은 성품이나 기질, 수명 등에서 아주 불리하다는 것

(...)

빠르고 늦고는 아이의 체질과 체형, 그리고 근기에 따라 다 다르다. 중요한 건 남보다 빨리 하는 걸 능사로 여기는 사고의 습성이다.

 

 

 

p.426

그리고 반드시 환기해야 하는 것은 이 검진들의 신뢰도다. 실제로 "미국의사협회 홈피에 보면 CT나 MRI의 유효율이 4%정도밖에는 안된다"(최종덕, '인문의학'1집 145쪽)

또 얼마 전 통계에 따르면 유방암 확진율이 0.68%라는 결과가 나온 바 있다. 말하자면 안 해도 되는 검진을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받고 있는지, 더 정확히 말하면 검진을 받도록 강요(직,간접적으로)받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데이터인 셈이다.

사람들의 불안심리를 이용해서 엄청나게 비싼 검진비를 챙기고 있는 것이다.

정말 국민건강을 위한 예방조치라면 마땅히 무료거나 무료에 가까워야 한다.

(...)

결국 일찍이 이반 일리히가 예견한 바대로, "병원이 병을 만드는"시대가 도래한 것이다.

 

 

p.427

병의 원인은 아주 간단하다. 음식와 운동, 칠정과 관계, 이것이 거의 전부라고 해도 무방하다.

(...)

식습관을 바꾸고, 적절한 운동을 시작하고 감정의 회로를 관찰하고 노동의 질과 양을 조절하는, 이런 일련의 과정이 수반되지 않는다면 어떤 치유책도 별 의미가 없다.

 

 

 

p. 431

박노해 시인은 우리 모두가 "자기 삶의 연구자"가 되어야 한다고 했다.

 

 

 

p.434

삶을 결정하는 건 관계와 배치이지, 어떤 학문의 실체와 내용 자체가 아니다.

 

 

 

p.435

글쓰기는 본디 지성의 정점이다. 삶과 세계를 언어로 구조화할 수 없다면 아직 지성의 주체가 아니다.

모든 사람이 지성인이 된 이 시대에 가장 결락된 기술이기도 하다.

(...)

먼저 독서의 밀도가 높아져야 한다.

(...)

글이란 시작부터 끝까지 모든 것을 책임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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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두께와 스케일, 낯선 용어 때문에 도저히 접근할 수 없었던 동의보감의 입구에 발을 딛게 해 준 고미숙 작가에게 고맙다는 말을 전한다.

열하일기에서 들뢰즈/가타리를 놓고 박지원 지성의 요체와 유쾌함을 논할때와 동의보감에서 푸코를 놓고 허준 사유의 힘을 접목시키는 고미숙 작가의 해석에서 놀라운 공부량과 글쓰기 고민의 흔적을 엿볼 수 있었다.

한달 여동안 조금씩 읽어나간 책 중에 이 정도의 애착을 갖고 읽었던 책이 있었나 할 정도로 소중한 경험이었다.

 

"아는 만큼 들리고, 아는 만큼 느끼고, 아는 만큼 살아간다. 고로 앎은 운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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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록별 2019-10-03 11:2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감사합니다.

북프리쿠키 2019-10-04 14:49   좋아요 0 | URL
방문해주셔서 고맙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