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325
고구려, 백제가 망한 뒤에 신라 역사가들이 그 두 나라 인물의 전기적 자료를 말살해 버리고 오직 김유신만을 찬양했다.
<삼국사기>(열전)에 김유신 한 사람 전기가 을지문덕 이하 수십 명 전기보다도 그 양이 훨씬 많고, 부여성충 같은 이는 그 열전에 끼이지도 못했다.
<김유신전>에 화려하고 아름다운 말이 많음을 미루어 알 수 있다.
p.326
<삼국사기>(김유신전)을 보면, 유신은 전략과 전술이 모두 남보다 뛰어나 백전백승의 명장이라고 하였다.
그러나 대개는 그 패전은 가려 숨기고 조그만 승리를 과장한 거짓 기록들이다.
p.328
김유신은 지혜와 용기 있는 명장이 아니라, 음험하고 사나운 정치가요, 그 평생의 큰 공이 싸움터에 있지 않고, 음모로 이웃 나라를 어지럽힌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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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씩 흥미롭게 보는 TV 프로그램 선을 넘는 녀석들(리턴즈)에서 경주편을 방영하였다.
설민석쌤과 패널 몇명이서 경주 유적지를 찾아가 역사적 사실들에 대해서 이야기하는 내용이었는데, 마지막에 김유신묘를 찾아가
설민석쌤이 김유신에 대하여 특유의 감동적인 화법으로 일화를 풀어냈다.
완전 영웅의 탄생이었다. 사실 그 영웅담 자체만으로도 평소에 잘 몰랐던 역사적 사실을 공부하기에는 충분했을 것이다.
TV를 꺼고 조선상고사를 뒤적여 김유신을 찾아보았다.
발췌한 신채호 선생의 <조선상고사>에 나오는 김유신에 대한 평은 설쌤의 이야기에 살짝 감동을 받은 나를 머쓱하게 하였다.
설쌤이 김유신 장군에 대한 기록을 그 사리에 맞는 것과 그렇지 않은 것을 분별하고 검토할 만한 실력이 없진 않았으리라.
정해진 방영 시간내 다루어야 할 내용들을 편집하고 그 내용의 방향성, 시청자들의 몰입도를 감안하여 또 다른 김유신의 평가를 내리기엔
프로그램 성격상 맞지 않았을 수도 있을 것이다. 그래도 눈물까지 그렁그렁해져 열변을 토한 설쌤에게 약간 배신감이 들었다. 역시나 스타강사일뿐 학자는 아니지 않은가..이런 자괴감?
<조선상고사>의 평을 읽어보지 않았더라면, 나 또한 찬양일변도로 김유신의 모습이 머리속에 박혀 있지 않았을까.
우린 이토록 미디어에 압도당하는 시대에 살고 있음을 다시 한번 느끼며, 애정해 오던 프로그램에 살짝 아쉬움을 토로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