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짜화가 이중섭 - 미술계를 뒤흔든 희대의 위작 스캔들
이재운 지음 / 책이있는마을 / 201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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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중섭.

이 단어로 떠오르는 것은 아무래도 소.

힘차고 거친 붓질이 느껴지는 황소 한 마리가 떡 버티고 있는 그림이 떠오른다.

이 훌륭한 그림을 그린 이가 이중섭이 아니고 이중섭의 그림을 흉내낸 사람의 작품이라면 어떨까?

요즘 우리 사회에서 위작이나 표절이라는 단어는 전혀 낯설지 않다.

꽤나 많은 수의 작품들이 이런 논란 속에 휩싸이고 있는 사회 분위기 탓이다.

시대적 배경이 광복과 6.25전쟁이라는 혼란 속이라면 어떨까?

의도치 않게 혼란에 휩싸인 당사자에게는 엄청난 사건임에는 틀림없다.

가짜 화가 이중섭의 주인공은 한 주점의 춘화 화가인 이허중이다.

혼란한 시대 상황 속에서 가짜 이중섭이 되기 위해 자신의 모든 삶을 바쳤다는 말로 밖에 표현할 수 없는 인물이다.

그의 화풍을 담기 위해 그의 삶까지도 닮아가기 위해 몸서리를 쳤던 인물이다.

그 노력은 자신의 처자식에 관련되어서도 마찬가지였고, 그런 그로 인해 처와 자식은 멀어질 수 밖에 없었으리라.

일본에 처자식을 보내 놓고 가지 못하는 한국에 몸을 두고 있으면서 이중섭은 그들을 얼마나 그리워했을 것인가?

그의 마음을 이해하기 위해 비슷하게나마 겪어 보고자 했던 이허중의 노력은 대단했다.

정신병원에서 만난 이중섭을 스승으로 삼고 자신을 제자로 자처한 그는 이중섭처럼 먹고, 이중섭처럼 일하고, 이중섭처럼 그리며 이중섭처럼 살았다.

그런 그가 그려낸 이중섭의 그림들은 전문가들도 구별해내지 못할 정도로 진품스러웠다.

일본 사람들에게 가짜를 팔고 어마어마한 돈을 받을 수 있다는 제안에 넘어가서 이중섭의 그림을 그리기에만 몰두했던 그에게는 세상이 돌아가는 모습은 전혀 중요하지 않았었다.

그저 이중섭처럼 그릴 수만 있으면 됐다.

하지만, 세상은 그런 그를 가만히 내버려두지 않았으니 그 또한 세상을 살아 가는 사람이었기 때문이다.

그도 또한 이중섭의 삶을 따라가는 것일까?

비록 이중섭의 모작을 그렸지만, 그의 이중섭에 대한 존경심만은 누구도 따라올 수 없었다.

이 소설을 읽으면서 이중섭에 대해 더 깊이 이해하게 되었다.

그가 어떤 삶 속에서 작품 활동을 했는지 알 수 있어서 의미 깊었다.

조금만 주변에서 그에게 도움을 주었다면 어땠을까 하는 안타까운 생각이 드는 것도 어쩔 수 없었다.

멋진 재능을 가지고도 활짝 펼치지 못했던 그의 삶.

과연 그의 요절로 인해 그의 작품의 가치는 높아졌겠지만, 우리는 그보다 더 많은 것을 안타까워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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