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소방관의 기도
오영환 지음 / 쌤앤파커스 / 201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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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방관'이라는 단어는 참 이상적이다.

아이들은 그 단어에서 빨간 소방차를 윙윙거리며 현장에 도착해서 방화복을 입고 사다리차를 타고 위험에 빠진 사람들을 구조해주는 멋진 영웅이라는 이미지를 떠올린다.

그래서 어린 아이들의 장래 희망이 소방관인 경우가 많이 있고, 우리 아이들도 예외는 아니었다.

어른들은 소방관은 목숨을 걸어야 하는 위험한 직업이라는 이미지가 있다.

물론 이 두 이미지가 다 소방관이다.

하지만, 이 책 속에서 만날 수 있는 소방관은 두 개의 이미지를 동시에 갖고 있으면서 또 다른 많은 생각들을 하게 한다.

소방관에게는 밤낮이 없다.

마음놓고 쉴 시간은 물론이고 샤워할 시간도 편히 가질 수 없을 때가 많다.

소방관은 영웅이 아니라 사람이다.

다른 사람들의 아픔을 매일 눈 앞에서 봐야 하지만, 손 쓸 도리가 없는 경우가 훨씬 더 많기 때문에 매일 절망과 맞서야 하는 직업이다.

더불어 자신의 위험 앞에서도 결코 뒤로 물러설 수 없는 극한의 상황에서도 말이다.

여러 힘든 상황에서도 언젠가 맞잡았던 작은 손을 잊지 못해 또 다시 그 상황으로 달려 나가는 사람들이다.

이 책 속에는 여러 현장에서의 그들을 만날 수 있다.

흔히 떠오르는 화재 진압 대원과 구조대원, 구급대원, 산악 구조대원, 또 수상구조대원.

이 모든 상황에서 소방관에게 오는 구조요청은 대부분은 절망적인 경우들이 많다.

하지만, 이들은 항상 희망을 품고 먼 길을, 힘든 길을 숨이 턱에 닿을 때까지 최선을 다해 달려 나간다.

책에 광주 헬기 추락사고에 대한 글이 있다.

바로 우리집 근처에서 일어났던 일이고 어쩌면 우리 아이들이 관련되었을지도 모르는 일이라 더 안타까운 내용이었다.

그 당시 추락현장이 아파트 바로 옆, 학교 바로 옆이었다.

책에도 나와 있듯이 조종사는 아파트나 학교에 추락하지 않기 위해 무진 애를 썼을 것이다.

현장을 지켜 보았던 사람들도 그렇게 말했다.

그래서 학교 담벼락에도 끝까지 지켜 주어서 감사하다는 플랭카드가 오랜 시간 붙어 있었다.

추락할 당시 그들은 어떤 마음이었을까?

자신들의 목숨은 내어 놓고서 사람들이 적은 곳으로 떨어지기 위해 조종간을 붙잡으면서 어떤 생각들을 했을까?

그 사람들에게, 대한 민국에서 구조활동에 최선을 다하는 그들에게 우리는 어떤 마음가짐으로 어떤 행동을 보여 주어야 할까?

우리가 직접적으로 해 줄 수 있는 건 아주 간단한 것부터 시작하는 듯 하다.

응급차량이 지나가면 옆으로 길을 터 주고 감사한 마음으로 응원해드리는 것.

정말 응급 상황이 아니면 전화 하지 않는 것.

정말 간단한 일이지만 실상 잘 지켜지지 않는 이기적인 모습들을 많이 보게 되니 안타까울 뿐이다.

책 속에 있듯이 그 차가 향하는 곳이 바로 우리 가족이 있을 수도 있다는 마음 하나면 될 것 같다.


"절망은 언제나 우리 곁에 있겠지만, 나는 믿는다.

믿을 것이다.

아주 작은 희망일지라도 절망 한가운데에 분명히 존재한다는 것을." (p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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