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깐치야 깐치야
권정생 엮음, 원혜영 그림 / 실천문학사 / 2015년 6월
평점 :
책을 펼치면 안상학 시인이 쓴 이 책을 출간하게 된 배경에 대한 이야기가 나온다.
'가물치 콧구멍에서 찾은 노래들'이라는 표현이 적절한 내용이었다.
권정생 선생님은 구전동요에 많은 애정을 가지고 찾았다고 한다.
그리고 그렇게 열심히 모아 놓은 원고를 출판한다며 가져간 어떤 출판사가 가물치 콧구멍이 되고 말았다고 한다.
가물치 콧구멍은 함흥차사와 같은 의미로 쓰인다고 하는데, 처음 들었던 말이다.
그 사실을 안타까워 하다가 책으로 묶이지 않은 원고를 찾았고, 거기에 더하여 소설과 산문에 인용한 것까지 해서 분량을 채워 이 책이
출간되었다고 한다.
어렵게 출간된 만큼 이 책이 갖는 의미가 더 크다고 생각되고 더 소중하게 느껴진다.
열심히 읽어 보니 정겨운 풍경과 말들이 많이 등장한다.
거의 대부분이 모르는 구전 동요들이어서 안타까웠지만 말이다.
모르는 구정동요일지라도 읽다 보면 어느샌가 음을 넣어서 노래하듯이 읽게 되는 나를 발견한다.
모르지만 왠지 아는 노래같은 느낌이랄까.
가끔은 도대체 이게 무슨 뜻이지 싶을 정도로 익숙치 않은 단어들도 많이 발견된다.
살강, 통시, 헝글레비, 졸뱅이, 뜰뱅이, 웅굴, 토연, 수꿋대, 동두깨비, 삼동새 사동새......
그럴 때는 책의 제일 뒷 페이지들을 살짝 펼쳐 보면 된다.
'구전동요 내용 및 어휘 소개'가 나와 있어서 이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언제 부르는 노래 인지 어휘가 어떤 뜻인지 알려 주는 부분이다.
어렸을 적 사용하던 말이라거나 자세히는 몰라도 짐작해서 맞출 수 있는 부분들도 있지만,
전혀 짐작이 불가능할 정도인 단어들도 있으니 구전동요를 한 편 읽고 뒤의 해설을 한 번 보는 식으로 책을 읽었다.
아이들에게 읽어 주니 무슨 말인지 잘 몰라하는 경우들이 많아서 아는 한도 내에서 설명을 해 주어야 했다.
'세상 달강'이라는 동요를 읽다 보니 딱 떠오른 것이 있다.
어렸을 적 재미삼아 부르며 놀았던 '가마솥에 누룽지 빡빡 긁어서~'였다.
동요에서는 밤 한 바리를 두었더니 생쥐가 다 까먹고 두 알이 남았는데 이웃집 할머니가 한 알가져가고 한 알 남은 걸
껍데기는 할아버지 주고 허물은 할머지 주고 알맹이는 너랑 나랑 먹는다는 내용이다.
이런 불효막심한 놈들이 있나 싶기도 하지만, 겨우 한 알 남은 밤을 살뜰하게 나누어 먹었다고 왠지 칭찬해 주어야 할 것도 같은 생각이
든다.
당시의 어려웠던 시대상을 엿볼 수 있는 동요들도 많이 눈에 띄였다.
춘궁기에 소나무 껍질 벗기면서 불렀다는 노래도 있고,'고모네 집에 갔더니'란 동요에는 분한 아이의 마음이 담겨 있었다.
죽을 쒀서 먹다가 자기가 가니 치우더라면서 다음에 우리 집에 오면 복숭아가 열면 줄까보냐 안줄꺼다 하는 내용이다.
비슷한 노래로 '생아 생아 노래'가 있는데, 사촌 언니네 집에서 밥 한 끼 못얻어먹고 왔다는 내용으로 무정한 사촌 언니에 대해 노래하고
있다.
어렸을 적 많이 하고 놀았던 '이거리 저거리 각거리' 다리 세기는 무척 반가웠다.
비록 가사가 내가 알던 것과 다르기는 했지만.
단종을 애도하는 노래도 있고 구한말 의병운도 때 어린이들이 부르던 노래도 있고 장화 홍련이 부른 노래도 있다.
판화로 찍은 듯한 삽화가 구전 동요와 무척이나 잘 어울리는 정겨운 한 권의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