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 버리면 그대가 손해
이형순 지음 / 도모북스 / 201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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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랫만에 접해 본 소설이었다.

우선은 제목이 끌렸기 때문이다.

사랑하는 상대방에서 날 버리면 그대가 손해라고 당당하게 외칠 수 있다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일단 들었고,

책 소개에 쓰여진 글이 눈에 들어왔기 때문이다.

'살 이유가 없는 남자와 죽을 이유가 많은 여자의 세상에 둘도 없는 사랑 이야기'

살 이유가 없다는 말과 죽을 이유가 많다는 말은 언뜻 비슷하게 들린다.

하지만, 책을 읽다 보면 두 표현 사이의 미세한 차이를 느낄 수 있게 된다.

화성행궁에 있는 스물 여덟 왕의 아들이 숨을 놓은 회화나무로 만든 뒤주 앞에서 살 이유가 없는 남자 선재와 죽을 이유가 많은 여자 해인이 마주쳤다.

뒤주에 귀를 바짝 대고 있던 그녀에게 뭐가 들리냐고 물은 그.

그런 그에게 들어가 볼거냐는 제안을 한 그녀와 그 속에 풍덩 빠져 들어간 그.

뒤주 속에 휴대폰을 놓고 간 그 덕분에 둘은 다시 홍살문에서 만나 그녀가 몰고 오는 소나기와 마주쳤다.

갈색 웨이브의 그녀가 삭발이 된 그녀와 다시 마주쳤지만 그녀는 모텔 알하브라로 어느 남자와 들어가 버렸다.

그녀를 따라 가서  그녀가 속한 합창단의 공연을 보고 다시 그녀를 기다렸지만, 그녀는 다시 모텔로 사라졌다.

하염없이 기다리던 그는 그녀를 만났지만, 자신이 님포마니아임을 밝히고 다시 사라지고 만다.

다시 찾은 해인은 산부인과에 같이 가달라는 부탁을 하고 선재는 기꺼이 남편 노릇을 해 준다.

어느 날, 해인에게 갑자기 날아 온 문자 한 통.

'납치 중 살려줘'

선재는 해인을 구하러 출동하고 이제 위태위태한 둘의 짧지만 긴 이야기가 시작된다.

현재와 맞물려 선재의 과거 이야기가 나오면서 뒤틀린 부모 사이와 모자 사이를 밝히고 독자로 하여금 왜 선재에게 살 이유가 없게 되었는가를 공감하게 한다.

책을 읽어가면서 서로 비슷한 아픔이 있는 두 사람이 서로의 아픔을 조금씩 안아주는 모습을 그려가고 있었다.

해인은 선재에게 그다지 사랑을 주지는 않았다.

서로에게 투명 인간이 되기를 바라고 자신과 선재 사이에 선을 긋기를 원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다지 사랑받지 못해도 그저 사랑하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행복하다는 것을 느끼게 해 주는 그녀가 곁에 있어서 선재는 너무나도 행복했다.

늘 죽음을 생각하는 두 사람의 감정 묘사가 참 섬세하게 잘 되어 있던 문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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