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정마개 - 아르센 뤼팽 전집 5

수정마개 - 최신 원전 완역본 ㅣ 아르센 뤼팽 전집 5
모리스 르블랑 지음, 바른번역 옮김, 장경현.나혁진 감수 / 코너스톤 / 2015년 3월

이 책은 이제껏 읽었던 아르센 뤼팽과 좀 분위기가 다르다고 할 수 있다.

어김없이 두뇌 회전 빠르고 멋진 뤼팽이기는 하지만, 이제까지 보아왔던 자신감에 넘치고 무엇을 하더라도 철저한 계획 아래 실행했던 뤼팽을 기대했다면 좀 실망할 수도 있다.

좀 다른 면으로 본다면 조금은 더 인간적인 뤼팽의 모습을 볼 수 있다고나 할까.

부하인 보슈레이가 계획한 도브레크 의원 소유인 마리 테레즈 별장의 절도를 하면서도 뤼팽은 불안감을 감추지 못했다.

뤼팽의 예감은 틀리지 않아서 집사와 마주쳤고 부하인 보슈레이가 그를 죽이고 말았다.

무엇인가를 찾던 보슈레이와 질베르때문에 도망치지 못한 뤼팽은 일단 경찰에게 두 사람을 넘기고 위기를 벗어난다.

두 사람이 찾았던 것은 바로 수정마개였다.

그 수정마개가 무엇인지 전혀 알 수 없었던 뤼팽은 수정마개의 주인이었던 도브레크의 뒷조사를 시작하면서 복잡하게 얽힌 관계들이 조금씩 드러난다.

질베르와 보슈레이가 무엇때문에 자신을 속이면서 그 수정마개를 찾았는지 풀리지 않는 수수께끼와 맞서 싸우지만,

뤼팽의 개인 비서이기도 했던 질베르가 사형에 처해지기 까지 남아있는 시간은 정해져있고 뤼팽은 점점 초조해지기 시작한다.

그 과정에서 뤼팽은 자신보다 훨씬 뛰어난 누군가가 자신의 계획을 훤히 알고 자신을 조롱하고 있는 것을 알게 된다.

이제껏 겪어 보지 못했던 감정들을 느끼며 당혹해한 뤼팽은 여러 상황들을 헤쳐 나가보지만 여전히 앞은 알 수 없고, 질베르의 목숨은 보장할 수 없는 시점에까지 이르고야 만다.

이렇게 뛰어난 사람일지라도 더 뛰어난 누군가가 있다는 것, 또한 그 사람이 자신을 위에서 내려다보며 행동을 제약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 절망감에 휩싸일 것 같다.

책 속에는 뤼팽의 절망감이나 놀라움, 당혹감 등이 잘 표현되어져 있다.

이런 감정들때문에 계획하지 않았던 일을 갑자기 실행한다거나, 잔인하지만 뛰어난 도브레크의 앞에서 점점 작아지는 뤼팽의 모습들을 볼 수 있다.

마지막 죽음의 순간 앞에서도 대장인 뤼팽에 대한 믿음을 저버리지 않았던 스무살 청년 질베르의 순진무구함이 느껴지기도 했던 뤼팽의 이야기 수정마개였다.

또한 그 믿음에 보답하기 위해 목숨을 건 뤼팽은 역시나 멋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