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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산행 꽃詩
이굴기 글.사진 / 궁리 / 2014년 11월
평점 :
산과 들과 꽃과 나무.
이것들이 없다면 사람들은 살기가 힘들어질 것이다.
물론 유용하기도 하지만, 저런 자연을 보고 다시 희망을 갖고 용기를 챙기며 미래를 그려 보는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가.
나도 가끔씩 산에 가기도 하지만, 그곳에서 자라고 있는 풀과 꽃들은 그저 나에게는 풀이요 꽃일 뿐이다.
이름을 아는 풀이나 꽃보다 이름을 알지 못하는 것들이 더 많기 때문일 수도 있다.
이름을 불러 주어야 의미있는 존재가 된다고 하지 않았는가.
저자도 산에 다니다가 정작 산에 대해서 아는 것이 없다는 것을 자각하고, 식물 선생님들을 모시고 뒤를 쫓아다닌지 3년이 되었다고 한다.
아직 초보자이지만 그 동안의 여정을 담고 그 특별한 상황에 맞는 시 한 편을 담아서 이 책을 썼다고 한다.
아는 시, 모르는 시 구분없이 저자의 특별한 산행에 맞는 시들이 참 적절하게 잘 들어맞는다 생각했다.
눈에 띄였던 부분을 몇 개 소개하고자 한다.
지리산 반달곰에 관한 이야기이지만 정작 반달곰을 전혀 출연하지 않는 내용에 이하석의 <측백나무 울타리>라는 시가 소개된 '지리산 반달곰의 외침'이다.
자연은 우리 인간이 주인이 아니고 자연 속에 살고 있는 동물이나 나무, 풀과 꽃들이 주인이며 우리가 반달곰을 무서워하는 것에 비해 반달곰에게 있어서 인간이 오히려 훨씬 더 무서운 존재라는 사실에 대한 내용이다.
제목에서 눈길이 갔던 '공룡능선에서 한 고래사냥'은 김춘수의 <구름>이 소개된다.
설악산 희운각 대피소에서 마등령까지의 바윗길을 공룡능선이라고 이른다고 한다.
그 능선을 오르면서 저자는 키가 작은 식물들을 만난다.
은분취, 바위양지꽃, 산솜다리, 산오이풀, 난장이붓꽃 등이다.
비선대에서 고등학교 2학년 때 수학여행 왔서 고래사냥을 흥얼거리던 기억을 떠올리며 본다.
가을 이야기 중에 '배꼽 같은 개망초'에는 쑥부쟁이와 구절초를 구별하지 못하는 사람에게 절교하자고 하는 안도현의 시 <무식한 놈>이 소개된다.
꽃에 대해 완전 무지함을 보여 주는 나같은 사람에게 쓴 시인 듯 하다.

저자는 책의 한 페이지를 할애하여, 개망초, 쑥부쟁이, 개미취, 구절초의 사진을 실어서 이들을 구분하는 데 도움을 준다.
사진을 보니 많이들 본 꽃이어서 익숙한 모습이었는데, 너무도 많이 닮아 있었다.
저자는 이들을 자세히 본다면 확연히 구분이 된다고 하지만, 실제로 본다면 이들을 확실하게 구분할 자신은 나에겐 없다.
이 책을 읽어 보니 아주 작은 소재 하나도 이렇게 멋진 글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새삼 느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