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의 규칙
숀 탠 글.그림, 김경연 옮김 / 풀빛 / 2014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여름에 어떤 규칙이 있을까?

친한 사이에서의 낯선 관계를 다루고자 했다는 작가의 인터뷰를 읽었고 책의 삽화에 대한 여러 질문들에 대한 답을 먼저 읽어 보았다.

여기서 친한 사이로 그려진 그림은 두 남자아이들이다.

키가 꽤 차이가 나는 걸로 봐서 제일 먼저 생각나는 것은 아무래도 형제였다.

귓속말을 하고, 같이 놀고, 위험에서 서로 의지가 되고, 많은 것을 함께 했던 두 사람의 사이가 조금씩 벌어지기 시작한다.

달팽이를 밟아 회오리 바람을 몰고 오는 아이를 보고, 약속한 퍼레이드 시간이 늦는 아이를 기다리고, 심판인 한 아이에게 항의하는 다른 아이를 보여 주고는 결국 둘은 갈라지고 말았다.

커다란 고양이와 소파에 나란이 앉아 음식을 먹으며 텔레비전을 보는 한 아이를 유리창으로 보며 시무룩한 다른 아이가 있다.

무릎을 꿇고 용서를 비는 아이와 서로 치고받는 아이들, 결국 한 아이가 싸움에 지고 밧줄에 묶여 끌려 다닌다.

이제 한 아이는 작은 어딘가에 갇히고 자물쇠가 채워진다.

그리고 그 아이는 점점 멀어져 간다.

계속해서.
어둠속으로 아이는 멀어진다.

다른 아이가 자물쇠를 열 수 있는 연장을 가지고 아이를 쫓아 오면서 둘 사이의 관계는 회복되기 시작한다.

같이 자전거를 타고, 사다리를 오르며 집으로 돌아가는 여름의 끝이다.

작가의 인터뷰에 보면 까마귀에 대한 이야기가 나온다.

각 페이지의 그림마다 꼭 등장하는 까마귀 한 마리.

작가는 그 까마귀의 의미를 꼭 찝어서 이야기하지는 않지만, 두 아이의 사이가 멀어질수록 까마귀의 수가 증가한다는 것은 알려 준다.

두 아이가 아주 멀어졌을 때, 책의 두 페이지는 까마귀 그림으로 가득찼다.

아이들에게는 일단 그림책을 한 번 읽어 준 다음에 작가가 의도했던 것들을 조금씩 이야기해주었다.

각 페이지마다 까마귀가 있다는 사실을 알려주자 아이들은 눈을 동그랗게 뜨고 까마귀찾기에 나선다.

먼저 까마귀를 찾으면 의기양양한 표정을 지었고, 얼른 다음 페이지로 눈길을 돌렸다.

아직 아이들이 책 속에 숨겨진 깊은 의미들을 찾기에는 좀 어려운 것 같다.

작가가 삽화에 참으로 많은 시간과 애정을 쏟았다고 하니 아이들과 한 페이지를 넘길 때마다 천천히 오랜 시간을 들여서 살펴 보았다.

아이들은 이 그림에서 무엇을 발견할 수 있을지 궁금해하면서 말이다.

책 속에 등장하는 등장인물들은 친숙하지 않은 인물들이 가득이다.

주인공이라 할 수 있는 두 아이를 제외하고는 말이다.

커다랗고 빨간 토끼부터 시작해서 방 안에서 우글거리는 정체불명의 여러 생물들, 퍼레이드에 등장하는 여러 로봇들, 악마형상을 한 조그마한 로봇들, 사람처럼 앉아서 먹으면서 텔레비전을 시청하는 아주 아주 커다란 고양이 등.

그 때문인지, 아이들이 상상할 수 있는 내용에 한계가 없어지는 것 같은 생각이 든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