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사람이 두렵다 - 소년과 학교, 진실을 둘러싼 그들의 싸움 북멘토 가치동화 10
곽옥미 지음, 신경민 그림 / 북멘토(도서출판) / 201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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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는 내내 답답함을 느꼈다.

피해자가 당연하게 가해자가 되고야 마는 세상.

이익을 위해서 아이들의 감정을 모른척 할 뿐 아니라, 오히려 아이들에게도 그럴 것을 강요하는 부모들.

같은 피해자에서 결과가 두려워서 어느새 가해자로 돌변한 아이들.

이 모든 사실들이 책 속에서만 존재한다면 책을 덮었을 때 조금은 가벼운 기분이 들겠지만,

현실에서는 이보다 더했으면 더했지 못하지는 않은 일들이 일어나고 있다는 것이 그 답답함이 배가 되게 했다.

성폭력.

보통 여자 아이가 피해자가 되는 경우만 많이 생각해보았지, 책 속에서처럼 남자아이가 성폭력의 피해자가 되는 경우는 잘 생각해보지 않은 듯 하다.

우리 사회의 통념상 남자 아이들에게 행하는 가벼운 접촉은 성폭력이라는 생각이 아니라 할아버지, 할머니의 심정이었다는 말로 얼버무려지기 쉽상이기 때문이다.

요즘은 전보다는 좀 덜하기는 하지만 그런 생각은 쉽게 고쳐지지 않는 듯 하다.

그 대상이 선생님이라면 아이와 부모의 고민은 엄청나게 커지기 마련이다.

혹시 아이에게 닥칠지도 모르는 피해가 눈에 보여서 선뜻 앞으로 나서서 표현하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책 속에 등장하는 대부분의 엄마들은 아이의 피해를 모른 척하고, 오히려 그런 적이 없다며 탄원서를 제출하고 증인을 서 준다.

선생님을 옹호하는 일에 엄마들은 물론이고 교장, 교육청 관계자들, 심지어 검사들까지 협력한다.

우리 나라의 권력이 비리의 온상임을 적나라하게 보여 주는 대목이다.

수업 시간에 수업을 하지 않는 선생님임에도 불구하고 단지 우리 아이에게 이익이 되도록 하기 위해 '절대로 담임 선생님이 바뀌는 것을 원치 않는다'고 목소리를 높이는 엄마들의 모습에 자꾸 찌푸려드는 눈살은 어쩔 수 없다.

남이야 살던지 죽던지 오직 우리 아이만 잘되면 된다는 개인적인 이기주의가 판을 치는 세상이다.

힘없는 준우네 가족은 최선을 다해 보지만, 커다란 권력 앞에서, 또 다수의 의견 앞에서 자꾸 초라해질 뿐이다.

결국 사람들을 두려워하게 되는 준우네 가족을 볼 때면 가슴이 무너져 내린다.

이 이야기가 우리 가족에게는 절대로 일어날 수 없는 일이 아니라는 사실이라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이 이야기의 주제는 성폭력이지만, 그 주제는 학교 폭력이나 또 다른 것이 될 수도 있다.

피해를 입었음에도 그 사실을 큰 소리로 이야기할 수 없는 사회가 너무 안타깝기만 하다.

동화 속에, 아니 현실 속에 존재하는 준우네 가족들이 더 이상 고통 속에서 아픔 속에서 헤매지 않도록 하는 일이 우리 모두의 의무라는 것을 알았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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