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체
이규진 지음 / 책밭(늘품플러스) / 2014년 4월
평점 :
구판절판


파체 - 라틴어, 이탈리아어. '평화'라는 뜻을 가지고 있다.

파체가 무슨 뜻인지 모르다가 책을 읽다 보니 학창시절 외웠던 기도문에 있었다는 것이 생각이 났다.

한글이 있음에도 굳이 발음으로 쓰여진 원어를 외웠었다.

이 책은 수원화성에 담긴 이야기가 담긴 책이라고 알고 있었는데 왜 이런 제목을 지었을까 라는 의문이 들었지만,

점점 책의 진도가 나갈수록 이해가 되었다.

'평화'라는 제목을 가지고 있는 책이었지만, 내용은 전혀 평화롭지 않았다.

오히려 온갖 이런 저런 슬픔이 집약되어 있는 것 같은 책이었다.

눈이 오는 소리가 들리는 어느 밤, 신유년 박해때부터 믿음을 저버릴 수 없어 죽음을 택한 이들의 이야기를 모아 전해주기 위해 남은 생을 바치기로 했던 노인은 가슴 깊이 묻어 두었던 무원당에 얽힌 이야기를 써 내려 간다.

몹시 뜨거운 여름 수원부로 잠행을 나섰던 임금은 혼자서 광대놀음을 하며 시대를 한탄하던 태윤을 만났다.

임금인 줄 모르고 맘에 있던 말들을 늘어 놓았던 태윤에게 임금은 수원에 새행궁을 지으라는 어명을 내린다.

임금의 호위무사인 정빈은 천주교인인 유겸을 십여 년 전부터 무원당 별당에서 숨겨주고 있었다.

나라에서 금지하고 있는 서학을 믿는 유겸이 이해가 되지는 않지만, 정빈에게 있어서 유겸은 감당하기 힘든 현실 속에서 살아갈 수 있도록 해주는 안식처였다.

새로운 정치를 꿈꾸는 임금과 그 임금을 돕는 두 사람, 태윤과 정빈, 그 두 사람에게 있어서 쉼터가 되고 친구가 되는 유겸.

이들이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주축이다.

가문을 위해 자식을 희생시키는 정빈의 아버지 차원일 대감과 태윤이 언젠가 만났던 악사 영신, 그리고 자운각 상단의 주인인 자운향과 곁에서 유겸을 보호하는 흥길, 영특했던 세자, 그리고 일재.

이런 많은 사람들의 얽혀서 파체가 완성되었다.

수원화성 속에 담긴 천주교리에 대한 이런저런 세세한 내용들이 실제인 듯 몸에 와닿았다.

이제껏 세계문화유산에 속한고 멋진 건물이고 과학적인 구조와 거중기를 사용하여 정약용이 지었다는 사실만으로 수원화성을 평가했다면,

앞으로 수원화성을 보는 눈이 달라질 것 같다.

책 속에 쓰여진 이야기가 비록 사실이 아니더라도, 수원 화성 곳곳에서 정빈과 태윤, 유겸의 모습이 비칠 것이다.

그리고 직접 가 볼 수 있게 된다면 세세히 묘사되었던 부분들을 꼼꼼히 관찰하게 될 것이다.

 

治라 함은 백성들을 하나도 버리지 않고 다 살리는 것, 모두 다 복되게 살게 해주는 것이니 높은 자나, 낮은 자나, 가진 자나, 없는 자나, 배운 자나, 못 배운 자나, 강하거나, 약하거나, 잘 났거나, 못났거나 그 어떤 이라 해도 임금의 울타리 안에 들어온 자는 모두 임금이 살려야 한다. (P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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