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을 보기 전에는 솔직히 조선의 군마라는 것에 대해서 전혀 생각해 보지 않았다. 우리 나라를 잃어 버린 시점에서 말이 대수인가 싶었다. 하지만, 책의 머리말을 읽었을 때부터 장기목장과 장기 말에 대해서 생각해 보게 되었다. 1905년 을사조약에 의해 우리 군대가 해산되면서 장기목장도 사라졌다. 그리고 그곳에서 기르던 군마 300여 필도 일본 군대로 끌려갔다. 책 속의 주인공 재복이의 아버지인 원 서방은 말을 다루는 기술이 뛰어나서 말들을 부리는 사람으로 끌려간다. 아버지가 아끼던 장기 말인 학달비는 좌초된 가이요호의 사람들을 구하려다 목숨을 잃고만다. 학달비가 남긴 태양이를 재복이는 애지중지 키운다. 가이요호의 좌초 사건에 휩쓸려 장기곶 등대장으로 온 난바는 숨겨져 있던 음모의 희미한 실체를 감지하고 일본으로 돌아가려고 하지만, 누군가에게 죽임을 당하고 만다. 태양이는 난바의 소유에서 이제 장사꾼 도가와의 소유가 되었다. 태양이를 다시 찾기 위해서 애쓰는 재복이가 너무 안스러웠다. 거기에 대춧빛으로 반짝이던 태양이는 공사장에서 몇 년을 일하면서 그 빛을 잃어가고 있었다. 태양이는 다시 장기마의 모습을 회복할 수는 없는 것인가. 책표지 속의 태양이는 늠름하기만 한데 말이다. 일본에 끌려갔어도 분명 장기마의 맥은 살아있을텐데, 과연 어디에 있는 걸까 궁금하다. 장기목장은 조선시대 최대의 국영 목장이었다고 한다. 하지만 지금은 그 목장이 있었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 사람조차 거의 없다고 한다. 향토사학자 이정한은 이렇게 귀한 우리의 문화유산이 사라졌고 아직까지 복원하지도 못했다는 것은 아직도 우리가 일본으로부터 완전한 독립을 이루지 못한 것과 같다고 표현했다. 우리가 일제 치하에서 잃어버린 것은 너무나도 많다. 그것들을 모두 찾는 것이 일본으로부터의 완전한 해방을 의미한다는 사실을 마음 깊이 새길 수 있는 기회가 된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