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의 레시피 지하철 시집 1
풀과별 엮음 / 문화발전 / 2011년 3월
평점 :
품절



출퇴근하는 사람들이 가장 많은 곳이 아마도 지하철일 것이다.

또 그만큼 많은 사람들의 눈길이 머무는 곳이 바로 지하철에 붙여진 시일 것이다.

스크린도어에, 벽에 쓰여진 많은 시들.

나도 가끔 지하철을 타러 역에 간다.

그러면 도착할 열차를 기다리는 동안 자연스럽게 눈이 가는 곳이 바로 그곳이다.

물론 짧은 시간 동안만 집중을 하고 또 금방 잊혀지는 경우가 많겠지만, 읽는 순간만큼은 나도 시인이 된다.

이 책은 수도권 지하철 1호선에서 9호선까지의 시중에서 골라 담은 책이다.

'아내의 밥상'이라는 시를 읽다보니 나의 모습이 떠올랐다.

혼자 먹는 밥상에 여러 가지 올리기 귀찮아서 국에 말아먹는 밥, 아이가 있으면 좀 사정은 달라진다.

시속에서처럼 남편이 본 적은 없는데 아마 부실하게 먹는다고 한소리 듣지 않을까 싶다.

'오래된 사과'속에서는 엄마의 모습을 읽을 수 있었다.

마음에 잔잔한 감동과 함께 아마 이제 사과를 쉽게 먹지 못할 것 같다는 괜한 걱정도 해본다.

'관계'는 혼자 사는 것이 아니라 다른 사람과 함께 동행하는 삶에 대해 이야기한다.

별이 빛나는 것이 하늘이 스스로 저물어 어두워지기 때문이다.

우리 들이 그냥 지나치는 것들을 시로 노래한 많은 시인들이 있었다.

특히 종이컵을 표현한 시가 눈길을 끌었다.

'단 한 번의 쓰임을 위하여 세상에 태어난 너'

이 구절이 어찌나 마음에 와닿던지.

이 시가 종이컵을 말한다는 것을 알지만 읽을수록 씁쓸한 기분이 드는 것은 어쩔 수 없다.

정말 한 번의 쓰임만을 위해 태어났다면 어떨까......

하지만 시는 그저 씁쓸함만으로 끝나지 않는다.

'단 한 번의 사랑을 온전히 품을 수 있는 네가.'

이렇게 한 번이지만 온전한 사랑을 품을 수 있다면 네가 되어도 좋다고 말한다.

쭈욱 텅 빈 가슴인채로 있는 것보다는 온전한 사랑을 품을 수 있는 한 번이라도 품을 수 있는 것이 차라리 좋다고.

짧은 글귀들 속에 담겨진 많은 이야기들.

정말 오랜만에 읽어본 시집이라 그런지 마음이 참 따스해지는 것 같았다.

특히 이상적으로 너무 하늘에 붕- 떠있지도 않고 현실적인 내용을 담고 있는 시들이 많았다.

소박하고 정겨워서 맘에 많이 와닿는 시들이 유독 많이 담겨 있는 그런 시집이었다.

조금의 시간이 생기게되면 이제는 더 열심히 지하철 시를 들여다보게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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