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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때 나를 한국소설에 다시 빠지게 만들었던 

명관의 소설 #1:


나는 거의 평생, 그리고 20년 정도를 끈질기게 

만화책은 알라딘에서 주문해서 미국까지 공수해

읽고 모으는 열정을 지녔지만 한 동안 

한국 소설책은 아예 읽지 않았던 때가 있었다. 


하긴 만화책빼곤 꽤나 오래동안 한국책은 커녕 

California 살면서도 한국 TV 방송도 전혀 안 보고 

음악도 아예 안 듣고 살았으니까. 


가히 '지상의 낙원' 이라 불릴 수 있는 도서관마저도 

귀찮아서 잘 가지 않고 내가 읽고싶은 책은 

그냥 다 사서 보는 편인데 아들이 어렸을 땐 

어쩔 수 없이 교육상 도서관을 드나들긴 했다. 


아마도 2005년 쯤

중국이나 일본책에 비해서는 빈약하지만

어쨌든 도서관 한국어책 Shelf 에서 

<고래> 를 우연히 빌려왔는데 정말 그 날 한 자리에 앉아 

거의 꼼짝도 하지않고 다 읽어버렸다. 


내가 워낙 몰두해서 읽으니까 

소설책은 거의 읽지 않는 남편마저 궁금해하길래 

<고래> 책 얘기 같이 하고 싶어서 강추했더니

이 황당무계하고도 매혹적인 이야기에 풍덩 빠진 남편,

회사 갈 때마저도 점심시간에 계속 읽겠다고 

이 책을 들고가는 것이었다. 


이런 책은 역시 구입해서 소장해야 해, 하면서 

갑자기 매의 눈으로 한국 소설책 검색하기 시작,

이민올 때 가져왔고 초기에 가끔 인편으로 구입했던 

아주 오래된 구닥다리 한국어책 말고는

지금 내가 가지고 있는 거의 모든 한국 소설은 

다 이 책 <고래> 때문에 덩달아 사서 모으기 시작한 책들이다.


그 후 몇 년 동안은 몇 군데나 되는 근처 도서관을 

일부러 한 바퀴 다 도는 왕부지런까지 떨어가며 

영어 번역판 제외, 한국어책이란 한국어책은 

거의 다 쓸어모아 읽었다. 


천명관의 <고래>.

많은 면에서 조악하기 짝이 없고 군더더기 왕창인 

장황한 문체마저 서사의 힘으로 밀어붙이는

이런 터무니없고 황당하기까지 한 삶의 비극과 

그럼에도 여기저기 보석처럼 빛나는 찰라적인 아름다움, 

격정과 투쟁으로 가득찬 삶의 지난함이 폭풍우처럼 휘몰아치면서도

끈질긴 인내와 온유함이 결국 비루했던 삶을 완성시키는 감동.

무엇보다도 내용이 너무 재미있어서 책을 

손에서 뗄 수 없게 만드는 미친 흡입력.



<고래> 천명관


나는 이미 Classics 의 성전 Canon 에 올라간 작가와 책들 빼고는 

노벨 문학상에는 거의 관심이 없지만 아무래도 미국에 살다보니까

Pulitzer Prize 와  National Book Award 정도, 그리고

Man Booker Prize 수상작이나 Longlisted 

또는 Shortlisted 된 책들은 관심을 가지고 

계속 사서 모아가며 읽고 있긴하다.  


예전에 대충 주섬주섬 찾아서 찍어 놓았던 부커 수상작

부커상 관련책을 모아둔 책장 구석의 사진, 

그리고 Pulitzer Prize Winner 의 책을 쌓아둔 사진인데

실제로는 이보다 더 많은 종이책을 소장하고 있긴 하다.  



Booker Prize Winners 



Booker Prize Related Books 



Pulitzer Winners


아무래도 이런 유수의 문학상을 수상한데다

평론가들은 물론 대중의 관심까지 모은 책들은 

한참이나 시간이 흐르고 난 뒤에도

시간의 엄정한 시험 Relentless Test of Time 에서 살아 남아 

그야말로 Timeless Classics 의 반열에 오를 것이며

그래서 이런 책들을 읽었던 내 소중한 인생의 조각이

낭비가 아니라는 당위성을 부여해줄 확률이 매우 높기 때문이다.  


특히 Man Booker Prize 관련 책은 Paperback 으로는 물론이고 

거의 체계적으로 Kindle 로 많은 수상작과 최종 후보작외에도 

역대 수상 작가들 중 나의 관심 작가들의 다른 책들까지

거의 집요한 수준으로 정리해 놓았는데

솔직히 International Booker Prize 에는 

그다지 관심이 없었다. 


어차피 2016년 이전에는 거의 영어로 쓰여진 책들을

대상으로 한 거라서 기존의 Booker Prize 와 

차등을 두는게 오히려 이해가 되지 않았고 그래서 

Philip Roth, Alice Munro, 그리고 Lydia Davis 의 책이

International Booker Prize 를 수상했다는데 

그게 뭐, 어쨌다고? 하는 정도였다. 



The Vegetarian by Hand Kang <채식주의자>



Human Acts by Hand Kang <소년이 온다>


한강 작가의 The Vegetaria이  2016년

International  Man Booker Prize 의 수상작이 되고 나서야 

수상 방식이 바뀐 것을 알았고 비로서 관심을 가지고 

국제 부커상 작품에도 눈을 돌리기 시작했지만 

기대보다 <채식주의자> 는 영 내 취향이 아니라서 

한국어판으로 읽으면 좀 더 나을까 싶다가도 

그냥 책 사는데 이중으로 돈 쓰는 건 참기로 했다. 

오히려 Human Acts <소년이 온다> 는 소재와 흡입력이 

대단해서 한국어판 종이책으로도 살까 생각 중이다. 


한 때 영국 식민지였던, 지금은 영연방이라고 이름지어진 

많은 나라에서 아예 영어로 쓴 특히 Post-colonialism 관련, 

유사한 (?) 작품들이 범람하니까 굳이 영어로 번역된 작품을 

읽고 싶은 생각 역시 별로 들지 않았었다.  


그러나 2023년 International Booker Prize Shortlisted 에서

천명관 작가의 <고래> 를 발견했을 땐 정말 반가웠다.  

한 때 나를 한국소설 읽는 재미에 다시 빠져들게 만들었던 

천명관 작가의 <고래> 라니!  20년 정도 지나고 나니 

영어로 번역되어 결국 저 Originality

독창성이 국제적인 관심을 받게 되는구나.


Whale: SHORTLISTED FOR THE INTERNATIONAL BOOKER PRIZE


Whale by Cheon Myeong-Kwan


비록 부커상 수상은 못 했지만 수상작 비롯, 

다른 최종 후보작품 다 제치고 <고래> 에 대한 

논평이나 Articles 만 샅샅이 찾아 읽었는데

일단 부커상 심사위원들의 의견을 먼저 적어본다.  

이렇게 책에 대해 제대로 핵심을 콕 짚어 낸 

좋은 글은 읽기도 즐겁고 잘 쓴 논평배움이 된다. 


https://thebookerprizes.com/the-booker-library/prize-years/international/2023


Why you should read the International Booker Prize 2023 shortlist, 

according to our judges


<심사위원들이 말하는 

국제 부커상 2023 최종 후보작을 읽어야 하는 이유>


How would you summarise Whale by Cheon Myeong-kwan, 

translated by Chi-Young Kim, 

in a sentence to encourage readers to pick it up?   


>>>김지영이 번역한 천명관 작가의 <고래>를 독자들에게 

한 문장으로 요약한다면 어떻게 소개하시겠습니까?  


Whale is a rollercoaster adventure 

through Korean history and culture, 

a magical and grotesque epic about life and death, 

liberty and self-fulfilment, dried fish and bricks. 


>>><고래>는 삶과 죽음, 자유와 자아실현, 

건어물과 벽돌에 관한 마술적이고 괴이한 대서사시로

한국의 역사와 문화를 관통하는 파란만장한 모험담입니다. 

 

Is there something unique about this book, 

something that you haven’t encountered in fiction before? 


>>>이 책에 이전 소설에서는 접하지 못했던 

독특한 점이 있습니까? 


It’s hard to think of a book 

that had such an abundance of imagination. 

The plot twists and turns and hurtles along in a way 

that makes you pleasantly dizzy; 

the imagery and language in the book are also so rich, 

with the innocence and darkness 

of a fairy-tale combined with a playful sense of irony. 

The translator Chi-Young Kim has done an amazing job, 

the translation is so dynamic and full of life. 


>>>이렇게 상상력이 풍부한 책을 생각하기란 어렵습니다. 

줄거리는 당신을 기분좋을만큼 아찔하게 만드는 방식으로 

뒤틀리고 꼬이면서 휘몰아치며 나아갑니다. 

동화의 순수함과 어두움이 

장난기 넘치는 풍자적 감각과 어우러지며

이 책의 비유적 묘사와 언어도 매우 풍부합니다. 

번역가 김지영은 놀라운 일을 해냈고, 

번역은 매우 역동적이며 생동감으로 넘쳐납니다.


What do you think it is about this book 

that readers will not only admire, but love? 


>>>이 책의 어떤 점을 독자들이 감탄할 뿐만 아니라 

사랑하게 될 것이라고 생각하십니까? 


Alongside the whirlwind plot, 

probably the riotous sense of humour. 

This is real Rabelaisian stuff ㅡgrotesque bodies, 

violence, passion, decay and carnivalesque laughter. 

This makes the book very funny, but also deeply human. 


*Rabelaisian

referring to François Rabelais

-displaying earthy humor; bawdy.

>>>세속적인 유머를 보여주는; 외설적인


>>>회오리 바람처럼 휘몰아치는 줄거리와 함께 

아마도 터질듯한 유머 감각일 것입니다. 

이것은ㅡ끔찍스러운 몸, 폭력, 열정, 부패 및 사육제와도 같은 웃음ㅡ

진정한 Rabelaisian 외설적인 요소들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이것은 이 책을 매우 재미있으면서도 몹시 인간적으로 만듭니다. 


Can you tell us about any particular characters 

that readers might connect with, and why? 


>>>독자들이 공감할 수 있는 특정 인물과 

그 이유에 대해 말씀해 주시겠습니까? 


The characters have the power of archetypes 

ㅡthey’ll haunt your dreams. Geumbok, the protagonist, 

is an irrepressible entrepreneur and individualist, 

but with contradictionsㅡshe is sly and gullible, 

loving and violent, dedicated and treacherous. 

You can’t take your eyes off her. 

The story, however, really belongs to Chunhui, 

her daughter, who is a tragic saint and a survivor. 


>>>등장인물들은 원형圓形이 지닌 힘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들은 당신의 꿈에조차 계속 출몰할 것입니다.  

주인공 금복은 거침없는 사업가이자 개인주의자이지만 

교활하면서도 쉽게 속아 넘어가고, 사랑스러우면서도 폭력적이며, 

헌신적이면서도 배신을 일삼는 모순을 지니고 있습니다. 

그녀에게서 도저히 눈을 뗄 수가 없습니다. 

그러나 이 이야기는 비극적인 성자 聖子이자 생존자인 

그녀의 딸 춘희의 이야기입니다. 


Although it’s a work of fiction, is there anything 

about it that’s especially relevant to 

issues we’re confronting in today’s world? 


>>>비록 소설 작품이지만 오늘날 우리가 직면하고 있는 

문제와 특별히 연관성이 있는 부분이 있습니까? 


It’s a story of a woman making her way in a hostile world, 

and that is always relevant. 

This is a story full of magic and humour, 

but there is also profound darkness and struggle,

 terrible violence and prejudice. 

Patriarchal society eventually forces 

Geumbok to become a man (in more ways than one!), 

but you won’t have seen these problems 

explored in quite the same magical, brutal, bodily way 

as they are here. 


>>>적대적인 세상에서 자신의 길을 개척하는 

여성의 이야기라서 항상 밀접한 연관성이 있습니다. 

이것은 마술과 유머로 가득 찬 이야기이지만 

심오한 어둠과 투쟁, 끔찍한 폭력과 편견도 있습니다. 

가부장적 사회는 결국 금복이 남자가 되도록 강요하지만

(여러 가지 방법으로!) 이러한 문제가 

여기에서와 같이 마술적이고 잔인하며 육체적인 방식으로 

탐구되는 작품은 보지 못했을 것입니다. 


Is there one specific moment in the book 

that has stuck in your mind and, if so, why? 


>>>이 책에서 특별히 기억에 남는 순간이 있다면 

무엇이고, 그 이유는 어째서입니까? 


The book is packed with memorable moments and images, 

but the most memorable were the moving ones. 

One that sticks in the mind is when Chunhui, 

neglected, lonely and unable to speak, 

first has a conversation (in her imagination?) 

with a stuffed elephant, who then becomes her only friend… 

it’s absurd, but it will bring a tear to your eye. 


>>>이 책은 기억에 남는 순간과 이미지로 가득 차 있지만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감동적인 순간이었습니다. 

방치되고 외롭고 말도 못하는 춘희가 처음으로 

코끼리 인형과 (그녀의 상상 속에서?) 대화를 나누고, 

그 후 유일한 친구가 되는 장면이 기억에 남습니다... 

터무니없긴 하지만 눈물을 흘리게 할 장면일 겁니다. 


심사평의 요지 gist 를 읽고나니 

이 쯤에서 오래간만에 <고래> 를 다시 펼쳐서 읽어야할지

아니면 부커상 심사위원들이 찬사를 보내고 

저렇게 책을 완전히 이해한 듯한 을 쓸 정도의 

번역을 한 영어판을 사서 읽어야할지 갈등이 생긴다.  

Coarse 다듬어지지 않았던 한국어 문체를 그대로 표현했을까, 

아니면 더 세련되게 가다듬어 Refined 영어로 번역했을까? 

음, Amazon Book Sale 할 때를 노려야겠다.  



<고령화 가족> 천명관



<나의 삼촌 브루스 리 1 & 2>


어쨌든 내가 사서 읽은 천명관 작가의 책 중에서는

여전히 <고래>가 최고라고 생각하지만 

그의 다른 소설책들 역시 충분히 재미있고 즐거운 책읽기였다.  

<고래> 가 2023 국제 부커상 최종 후보작으로 선정된 걸 계기로 

작가의 다른 소설들도 영어로 번역되어 널리 알려졌으면 좋겠다  


06-05-23 (M) 9:30 pm PST 

To Be Continu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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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ella.K 2023-06-06 16:11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저는 브루스 리 오래 전에 사 놓고 요즘 읽고있는데 정말 재밌더군요. 울나라에 이런 작가가 있었다니 놀라고 있습니다. 고래가 2012년에 나왔더군요. 그게 부커상의 발목을 잡은건 아닌가 싶기도하고. 조금 늦게 나오던가 아니면 좀 일찍 해외에 부지런히 알리던가 할 걸그랬나 싶기도 하네요. 그래도 후보까지 간게 어딥니까? ㅎ

Jeremy 2023-06-06 17:12   좋아요 4 | URL
2004 년에 출간, 제가 2005 년에 읽으면서 감탄했던 책입니다.

지금 읽어보면 어떨지 모르겠는데 아예 영어판도 종이책으로 사서
읽어 보려고 합니다. 제가 지난 달에 수상 발표나고
<백년의 고독> 과 같이 써 놓은 글도 있어서
오늘의 페이퍼는 #1 입니다.

최종후보작이었지만 제 생각엔 결국 대중적 인기는
<고래>가 영미권에서 더 끌 것 같습니다.
읽어본 독자들의 리뷰 모두 재미있다고 찬사.

전 소설은 일단 이야기 자체의 힘이 있어서
책을 독파하게끔 만드는 능력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그런 면에서 천명관 작가는 일단 가뿐히 합격점.

stella.K 2023-06-06 16:29   좋아요 2 | URL
아, 제가 잘 못 봤네요. ㅠ 동감입니다. ^^
 

이미 대학생, 비록 1년 반의 시간을 

집에서 뭉개며 대학교 과정을 밟았을지라도 

어쨌든 대학 Senior 가 될 아들에게 

법대 대학원 지원을 앞두고 LSAT 시험공부를 

이렇게 해라, 저렇게 해라, "잔소리" 하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임을 분명히 알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날이 게을러지고 밤낮마저 완전히 바뀌어서 

한 집에 살면서도 얼굴 보기가 어려워진 순간, 

도대체 계획이라는 게 있고 거기에 맞춰 뭔가를 하고 있는건지 

"꼭"  알아내야만 할 것 같은, 

그런 조급증과 염려를 주체할 수가 없었다.  


자전거 타고 학교 다니던 일상에 

꼬박꼬박 학교 Gym 에서 운동하고 힘들게 배 (조정) 까지 저어서 

몸짱으로 집에 돌아왔었는데 

스무살/스물 한 살, 아무리 한창 때라도 게으름의 늪에 빠져 

밥만 많이 먹고, 운동 게을리하고, 잠만 퍼자면 

1년 반만에 근육 다 빠진다는 걸, 그리고 그 근육의 빈 자리가 

온통 가공할만한 "살무더기" 로 채워진다는 걸, 

우리 아들내미가 몸소 증명하셨다. 

 

아무리 집에 운동 기구가 갖춰져 있고 Bench Press 가 있어도 

어지간한 의지와 결단력과 부지런함의 화신이 아니고서야,  

규칙적으로 운동하는 건 어려우니까, 그래, 내가 이해한다.  


그러나 스물 한 살, 인생 처음으로 두둥 온몸에 군살 달라붙고 

엄마 닮아서 어쩔 수 없는 통통한 볼살까지 다시 돌아와 

아니, 오히려 더 탱탱해져서 그나마 크게 미소 지으면 

흔적기관처럼 보이던 보조개마저 완전 실종되었다.  


학교 돌아가면 다시 배라도 저어야, 

저 넘쳐나는 살무더기가 다 빠지려나.  

이미 주체못할 내 살 걱정에 

이젠 저 넘의 살까지 신경써야 한다니, 부들부들.

그나마 먹는 재미로 버티는 것 같은데 

밥 안 주며 굶길 수도 없는 노릇이고. 


법대 대학원은 비슷한 GPA 와  LSAT Score 일지라도 

Application 을 빨리 보낼수록 

Admission 에 유리한 걸로 알고 있는데. 


도통 LSAT 시험공부하는 기미도 안 보이고

하다못해 Prep Course 라도 택하라니까 

어차피 다 Online 으로 하는 건데 엄청 비싸기만 한 돈낭비!라며 

아주 엄마 쌈지돈 아껴주는 척까지 한다.  


도대체 언제쯤 시험을 볼건지 미적거리는 꼴이 

설마 자신을 LSAT, One Seating 으로 끝낼 수 있는 능력자! 라고 

착각하고 있는 건 아니겠지, 확인해야만 했다.  


아니나 다를까. 

Recommendation Letter 하나 받았고 두 번째는 일단 학교로 돌아가 

교수님 직접 뵙고 여쭤본 뒤에 받을 예정이라 

어차피 10월에 원서 보내는 건 불가능.

그냥 12월 초까지 한꺼번에  다 Wrap-up 해서 Apply 해야 할 것 같고 

그러니까 "넉넉하게"  10월과 11월, 

2번 정도 LSAT 시험보는 걸로 끝낼 생각이라며

아주 "태연하게" 대답하신다.  


왜 8월과 9월에는 시험 안 보는 건데?

8월 시험은 본인이 준비가 ""  된것 같아서 이미 Pass, (뭐라고!!!)

9월은 LSAT 시험, 아예 없단다.  


이 넘이 여름내내 공부 안 하고 

우울하다, 무기력하다, 땅굴파며 빈둥거리더니 

Campus 로 돌아가 학교 수업 본격적으로 시작하기 전에 

LSAT 끝내 버리고 그냥 맘 편하게 학교 공부에만 집중하면 좋을텐데

저렇게 질질 시간만 끌며 성질 급한 엄마의 복창을 뒤집어 놓는다.  

자기는 학교로 돌아가서 Structured & Organized Schedule 로 

공부하는 게 더 능률이 오른다나, 뭐라나.  


얘한텐 씨도 안 먹힐 한국의 "고시원" 얘기까지 설명해주면서 

LSAT 처럼, 옛날 시험지 무궁무진하게 넘쳐나는 시험공부는

그저 Drill, Drill, Drill. 

시험문제 미친 것처럼 풀고, 오답 분석하고, 연습 시험 무한 반복하는, 

공부 기간 딱 정한 뒤 초집중해서 Clear! 해버리는,

시간과 자신과의 싸움이라고 했더니.


그렇지 않아도 큰 눈, 화등잔만해지면서 (이게 놀랄 일이니?) 

어떻게 LSAT 시험 공부를 날마다 8시간+씩이나 하고 

4시간 정도 걸리는 LSAT 시험 보는 걸, 

계속 연습할 수 있느냐고, 반문한다. 

LSAT Practice Test 는 진짜 시험보는 것처럼 

사흘에 한 번 꼴로 연습하고 있긴 한데 

자기는 그것도 너무 힘들다나, 뭐라나.  

  

빠직! 아, 이 근성 없는 넘! 같으니라고.  

갑자기 기가 콱 막히면서 하마터면 다른 집 아들.딸내미 내지

(엄친아 들먹이고 싶었는데 아는 사람이 없어서, 통과!)

작년 Covid-19 사태 속에서도 Gap Year 없이 

대학 4년 동안 모든 걸 다 준비해서 

Medical School Admission 받아 의과 대학원 시작하며 

"신의 아들" 로 등극한 쟤 사촌형 얘기 꺼내며 

비교하려는 그런 금기를 범할 "뻔" 했다.

  

남들 뿐 아니라 

형제.자매. 또래 사촌과의 쓸데없는 

Competition이나 Tension 을 유발하는 

어떤 비교나 암시성 발언도 하지않는 걸 전제로 

"너는 너대로, 나는 나대로" , 라는 태도를 

아들 기르는 동안 늘 견지해왔고 

원래 이런 식의 비교가 뭔지 도대체 개념이 없는건지, 

아니면 전혀 상관하지 않는건지, 

그야말로 덤덤하기 짝이 없는 아들의 성격을 알면서도 

그 순간 불쑥 치밀어오른 화를 억누르기가 

여간 힘든게 아니었다.


내가 괜히  "정리벽" 의 바람이 불어서 

온 집안 책장 다 뒤집고 꺼내 책정리, 만화책 정리하고 

부엌 살림 총정리까지 다시 한게 아니다. 

얼마 남지 않은 아들의 학교 돌아가는 그 날까지 

그냥 꾹 참아야하는데, 견뎌야하는데...

아차, 하는 순간 분노로 불뿜는 엄마용으로 흑화될까 봐, 

그저 도 닦는 자세로 정리.정돈에 임했을 뿐.  


10월 초에 LSAT 시험 끝내고 나선

두 번째 추천서도 약속 받았고,

Personal Statement 도 계속 다듬고 있으며, 

학과 공부도 아무런 문제가 없다길래 

시험 어떻게 봤는지, 보면서 느낌은 어쨌는지, 궁금했지만

어차피 결과가 나와 봐야 아는 것이지,  

혼자 어림짐작하는게 무슨 소용이 있을까?  

10월 시험 결과 나오기 전에 11월 시험 등록은 해야해서 

계획한대로 그건 이미 했단다. 

Everything is under control 이라니, 뭐, 믿어야지.  


10월 LSAT 시험 결과가 나오고나서 전화가 왔는데 

엄마를 깜짝, 기쁘게해줄 수 있을만큼 

시험을 더 잘 봤다면 좋았겠지만 

래도 다행히 지원하려는 대학원들의 Median 점수는 나와서인지

여러 법대로부터 Fee waive email invitations 을 많이 받았단다.  

LSAT Score 발표되자마자 이런 email 들이 마구 날아와서 

그나마 Application Fee 에서라도 

엄마돈을 좀 Save 해주게 됐다나.  


제법 기분 좋은 목소리로  말하길 

11월 초 시험까지 한 2 주 정도만 바짝 공부한다면

("Solidifying the basic tactics & touching up the details" ) 

비록 이 점수대에서 단 1-2 점이라도 올리는 게 쉽진 않을테지만 

그래도 어쩌면 가능하지 않을까?

시험의 어느 Section을 어떤 식으로 공략할 건지 

확실히 "감" 이 잡혔고 기본 점수 하나는 이미 확보해 놓았으니까 

더 이상 마음이 불안하거나 조급하지는 않단다.  

내 눈엔 전혀 그렇게 보이지 않았지만 

그래도 제 딴에는 시험때문에 마음을 졸이긴 했었나보다.  


전혀 나의 아들답지 않은 의욕과 감투정신을 보여주는 바람에

오, 얘가 드디어 정신을 차리려나 보다,  

마침내 우리 집 자매들 특유의

Competitive gene이 발현되려나 보다, 내심 안도했다. 


늘 어느 정도 했다 싶으면

옆에서 지켜보는 엄마, 안타깝게스리

거기서 "딱" 멈춰버리고 절대 그 이상은 더 하려들지 않는,

느긋하다 못해 게으름의 화신같은 녀석이었는데

시험보는 돈 $200 아까워서라도

11월 LSAT 점수, 꼭 올려보겠다나.


그리고나서 뜬금없이 물어본다는 말이

"엄마, have you ever heard of Alice Munro?"


"Hmm, if she is the Canadian short story writer

& 2013 or 2014 Nobel Prize Winner for Literature,

then I think I know her. What about her?"


"Yep. Did you read any of her books?"

"I prefer novels to short stories, you know. 

So I'd finished reading only one of her books so far, Dear Life."  


"That's it! 엄마.   

One of the Reading was about her short story, <Dear Life>

That section was analyzing, comparing, and contrasting 

two literary critiques about <Dear Life>, pretty interesting stuffs.  

And while I was reading the passage, 

I thought that you might have read it and had her books as well."  





뭐, 대충 이런 식으로 전화상 대화가 오갔는데

10월의 LSAT Reading Comprehension Section 에

Alice Munro 의 단편 <Dear Life>에 대한

literary critique 가 지문으로 나왔고

아들은 도대체 어떤 분야가 나올지 모르는 광범위한 독해 영역에서 

<문학작품>이 심도있게 다루어진 걸, 

내게 이야기해주고 싶었나 보다. 


그러게, 엄마가 늘 말했지. 책 열심히 읽으라고!!!

이것저것 많이 아는 건 힘!까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살면서 마주치게 되는 여러 상황을

꽤나 수월하게 만들어 줄 수 있다고.


그래서 법대 대학원 진학하기 전의 여가 시간엔 여행 계획빼곤

빈둥거리지 않고 "정말로" 집에 있는 책들 읽으며

엄마의 절친 one-on-one Book Club Buddy 가 되어주겠단다. 

자신이 생각해도 자기는 아주 많은 분야에서

너무 Ignoramus, 무지랭이라나. 


원래는 엄마가 바라는대로 Personal Enrichment 를 위해서 

전공과 전혀 상관없는 과목도 가능한 한 많이 택하고

복수 전공에 더해 Spanish 도 Minor로 열심히 해보려 했는데

Covid-19 이후의 대학 공부와 수업은 자기 기대랑 너무 달라져서

그냥 최대한 빨리 대학교를 마치고 싶단다. 


이미 각 Department Advisor 를 만나서 얘기를 끝낸 게 

다음 Winter Quarter 에 수업 세 개만 더 택하면 

Double-Major 로 졸업할 수 있고 그래도 어차피 내년 8월까지는  

Apartment Lease 에 묶여 있으니

집에 그냥 돌아올 것이냐, 아니면 

학교 근처에서 뭔가를 할 것이냐, 천천히 생각해보겠단다.  


내심 GPA가 아까워서

summa cum laude 같은 honor title 이라도 따게

마지막 Winter Quarter에는

아니면 괜히 마지막 Spring Quarter Skip하며

일찍 졸업할 게 아니라 아예 남은 두 Quarters 동안

교수님과 Research Project 을 진행하면서

Honor Thesis 를 쓰는 게 좋지 않겠니?

물어보니 그런 건 "너무너무 귀찮아서" 하기 싫단다. 


자긴 Research 같은 거 안 해도, Thesis 같은 거 안 써도,

그냥 GPA 하나만으로 절로 챙겨 주는 명목뿐인

그런 Department Honor 로 (그런 게 정말 있긴 한거니?)

매우 만족하고 행복하다나. 


법대도 이런 EC 나 Softies 거의, 아니 전혀 없는 자신을

있는 그대로 받아주는 그런 학교에

자신의 GPA 와 LSAT 점수만으로 승부해서 갈 거란다.

그러니까 법대 학비 다 내 줄 엄마한텐 미안하지만

T3나 T6는 언감생심 바라지도 말란다. 

자기가 생각해도 자긴 정말 숫자말곤 내세울 게 너무 없다나.

뭐 나름 냉철하기 짝이 없는 <자기 객관화> 완성?


그러면 그렇지. 

최소한의 노력 후 적당한 결과에 바로 <안분지족>해버리는

이 나태하고 게으른 넘이 바로 내 아들이지, 역시나!!!

뭔 내재된, DNA 에 각인된 Competitive gene 발현? 

그저 나의 Wishful thinking 이었을 뿐.


밤 깊어 그만 자려는데 아들한테서 카톡이 왔다. 

"If you can, pray for me in the morning tomorrow." 


11월 LSAT Sign-up 한 날짜가 이 번 토요일이었구나. 

Covid-19 Vaccine 3rd Booster Shot 맞고

며칠이나 몸져 눕는 바람에 그만 잊어버리고 있었다. 


저 번에 아들이 시험 등록비 $200 까지 언급하며

11월 LSAT에서 몇 점이라도 더 올려보겠다고

웬일로 답지않게 "의욕" 을 불태우는 게

기특하면서도 좀 웃기기도 해서 그저 지나가는 말처럼


조선시대의 과거시험에 준하는 인생의 중요한 시험을 앞두고

<100일 치성>과 <108배 기도>를 드리는 것에 대해 얘기해주고

비록 거기에 견줄 수는 없겠지만 그래도 엄마가 널 위해서

남은 기간동안 목욕재계하고 기도하는 정성이라도 보여야 할려나,

깔깔 웃으면서 농담을 했더니

그걸 기억하고 있었던 모양이다.


지금 얘가 엄마의 농담을 그저 농담으로 응수한 거겠지? 

설마, 갑자기 이 번 시험이 너무나 절실해진 건 아니겠지? 

음, 얘가 나름 사차원적인 데가 있어서 진의를 잘 모르겠다. 


뭐, 그게 어떤 경우가 되던지 시험 시작하기 전

그리고 네가 시험 치루는 시간내내

너를 생각하며 절대자, 그 누군가를 향해

간절히 <기도>하는 것 쯤이야 내겐 정말 아무 일도 아니지만

전지전능한 그 누군가가 생전 안 하던 짓을 갑자기 저지르는

이 엄마의 기도에 과연 귀 기울여줄런지, 

그게 정녕 의문이란다.


11-13-21 (Sat) 1:25 am P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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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yche 2021-11-14 20:4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드님이 법대 준비하시는군요. 갭이어 없이 시니어인데 LSAT 보고 어플리케이션 보낼 준비를 하는 아드님이야말로 ‘엄친아‘인걸요! 같은 시니어인데 저는 달릴 생각하지 말라고, 인생 길다고 천천히 가라고 하고 그 말을 냉큼 따르는 저희 집과 완전 비교되네요.

Jeremy 2021-11-16 14:34   좋아요 0 | URL
Gap year 동안 뭔가 생산적인 일을 해서
Personal statement 에 Add-up 하려면
Job 이라도 구해야 할텐데 아직 세상살이에 뛰어들 Gut 은 없고
Entire Job Search Process 그 자체가 너무너무 귀찮아서
Real Job 잡으려는 노력은 그냥 한 번,
나중에 Law School 졸업한 뒤에나 하겠다는 게으름뱅이의 Logic 으로
그냥 대학원 준비하는 거랍니다.

학교 빨리 끝내고 돈 벌어 주식과 은퇴연금 투자 ˝일찍˝ 시작하는 게
한 살이라도 젊어서 은퇴할 수 있는 방법이라나, 뭐라나,
어쨌든 편하고 Luxurious 하게 여행다니고 노는 게
인생의 궁극적 목표, 라는 우리 집 애물단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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