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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울 속의 원숭이
이언 태터솔 지음, 정은영 옮김 / 해나무 / 2006년 11월
평점 :
절판
이 책은 진화론에 대한 내용들을 담고 있다. 그런데 이 책은 놀랍게도 우리가 생각하는 진화가 진화론의 원래적 의미와는 다른 점이 많다고 이야기 한다. 인간은 지금도 진화를 거듭하고 있고, 오늘의 인류는 어제의 인류와 조금씩 달라지고 있지만, 그것이 반드시 더 나은 변화를 향한 움직임은 아니라는 것이다.
즉 진화는 더 나아진다는 뚜렷한 목적의식을 가지고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그저 인류는 환경에 적응을 하여왔을 뿐이고, 그 우연한 결과가 오늘에 이른 것일 뿐이라는 것이다. 환경에 대한 적자생존의 거듭된 결과가 변화를 낳기는 하지만, 그 변화가 반드시 더 훌륭한 능력을 가진 존재를 탄생시키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그는 좀 더 놀라운 이야기도 하고 있다. 지금 우리가 알고 있는 인류의 진화과정이라는 것이 사실은 명백하게 입증된 과학이 아니라고 하기 때문이다. 지금 형태의 진화이론은 그저 하나의 이론일 뿐이라는 것이다. 현재로서는 그 이론이 가장 근거가 있는 이론이기 때문에 그 이론을 받아들이는 것이지, 영원히 불변하는 진리로 받아들여지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그에 의하면 과학이란 확정적인 것이 아니다. 새로운 이론이 더 합리적인 설명을 할 수 있을 때까지만 통용되는 잠정적인 결론일 뿐이다. 더 나은 설명을 가능하게 하는 새로운 이론이 나타날 때까지 잠정적으로 채택하는 세상의 현상에 대한 설명일 뿐이라는 것이다. 그래서 과학의 다른 부분들과 마찬가지로 진화론도 끊임없이 보완하고 수정해 나가는 현재진행형의 학문이란다.
진화론의 가장 큰 문제인 화석자료의 끊어진 고리도 무리하게 메꾸려는 것보다는 합리적인 추론을 잠정적으로 하는 것이 현재로서의 유일한 해결책이라고 말한다. 마찬가지로 네안데르탈인을 둘러싼 수수께끼, 인간이 어떻게 의식을 획득하게 되었는가에 대한 수수께끼도 현재로서의 가장 합리적인 방법으로 추론을 해 볼 뿐이라는 것이다. 그럼에도 그의 추론은 매우 진지하고 상당히 설득력이 있다.
그래서 우리는 언젠가 이 흥미로운 책이 설명하는 추론보다 더 합리적이고, 더 많은 근거를 가진 추론이 언젠가 나타날 때 까지는 이 책의 내용을 음미하면서 새로운 학문을 기다려야 할 것이다. 그것이 독서의 진정한 즐거움이고, 책을 즐겨 읽는 사람의 기쁨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