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튤슈를 사랑한다는 것은 - 사랑의 여섯 가지 이름
아지즈 네신 지음, 이난아 옮김 / 푸른숲 / 2007년 3월
평점 :
품절
얇고 작은 앙증맞은 책이다. 예쁜 표지와 책 사이사이에 아름다운 그림을 간직한 책이다. 또한 그 책이 품고 있는 글들은 시적인 분위기의 그리 길지 않은 산문들이다. 특히나 제일 처음에 나오는 ‘빛나는 것, 그것은’은 하나의 산문시라고 보아도 될만하다. 이 책의 문장은 그만큼이나 아름답다. 번역된 글이 이 정도이니, 작가가 모국어인 터키어로 쓴 책의 문장은 얼마나 아름다웠을까. 터키라는 멀고 생소한 나라의 작품이 이제 우리에게 까지 소개되고 있다는 것이 참으로 놀랍다. 더 놀라운 것은 그 먼 나라의 작가의 작품이 우리의 감성에 전혀 낮설지 않다는 것이다.
이 세상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이 느끼고 생각하는 것은 문화나 인종과 국가에 관계없이 똑같다는 것은 나도 잘 알고 있지만, 터키라는 낮선 문화권에 속한 작가의 글은 뭔가 독특한 색채를 가지고 있지 않을까하는 기대를 가지고 있었던 것이다. 터키는 이슬람 국가들 중에서 가장 서구화된 국가라고들 평가하기에 그런 것인지, 작가의 감성이 유난히 서구화되어서 그런 것인지, 아니면 이 책이 다루는 내용이 바로 전 세계의 누구나에게나 공감이 가는 그런 것이어서 그런지 모르겠다. 아마도 그 세 가지 모두가 다 같이 작용하지 않을까 생각된다.
이 책은 한마디로 존재와 관계의 문제를 다루는 책이다. 독수리, 참나무, 인형, 사람. 담쟁이 덩굴... 등 다양한 존재는 의인화 되어서 각자의 존재의 문제에 대하여 고민한다. 그 존재의 문제는 존재 자체에 대한 고답적인 생각이 아니다. 타자와의 관계에 의해서 발생하는 문제이다. 사랑에 대한 문제. 다른 존재를 받아들이고, 의존하고, 함께 나아가고, 이룰 수 없는 사랑을 사랑하고, 아픈 존재를 부비며 함께 살아가는 것. 그 보편적인 주제를 다루되, 아주 강렬하게, 아주 담백하게, 아주 우화적으로, 그리고 시적으로, 무엇보다 순수하게 다루고 있는 책이다.
아마도 최근에 내가 읽은 독서 중에서 가장 가슴이 큰 여운을 남기는 책. 그런 책이 아닌가 싶다. 아마도 나의 삶에 최근에 읽은 책 중에서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책. 그런 책이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